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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상점스킬-72화 (72/200)

72. 플레이어 이벤트-1

“사장님, 저는 그동안 정말 열심히 일해 왔습니다. 주위에서 잦은 무시를 받으면서도 말입니다. 꾹 참고 일하다 보면 언젠가 빛을 볼 줄 알았습니다.”

이시현은 조금 떨리는 목소리를 다시 가다듬고,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런데 더 이상은 안 되겠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 회사, 미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길드원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지 않습니까?”

“너 그 말에 책임질 수 있나?”

“저는 김진원 씨의 제안에 따를 뿐입니다.”

송현성은 김진원이라는 말이 나오자 의외라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김진원인가. 그렇군. 지금까지 고생 많았다. 사직서는 됐다.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그리고 별다른 말없이 이시현의 퇴사를 허락했다.

“예. 그럼 가 보겠습니다.”

그는 송현성에게 인사도 하지 않은 채로 등을 돌리고 밖으로 나갔다.

송현성은 김진원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그를 신경도 쓰지 않고 그대로 보내 주었다.

다른 쓸 만한 인재들은 어떤 이유를 들어서든 잡아 두는 그가 말이다.

“후우, 역시 돈으로 구하는 것은 힘든가.”

한참 동안 모니터를 바라보던 송현성은 침침해진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근처에 있는 거울을 보니, 꼴이 말이 아니었다.

깔끔했던 용모에는 턱수염이 지저분하게 자라나 있었고, 피부도 거칠어졌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5일 동안 잠도 못자고, 씻지도 못한 그였다.

“후우, 도대체가 내 집안은 무슨 저주라도 받은 건가.”

그는 성공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일직선으로 달려왔다. 하지만 그렇게 더러운 짓을 한 것도 아니었다.

어떻게 아들 두 놈이 전부 쓸모가 없는 버러지들이었단 말인가.

거기다가 하필이면 믿고 있었던 송진호 그놈이 S급 플레이어를 건드리다니. 쓰레기가 따로 없었다.

송현성은 혹시나 김진원의 말이 거짓일 수 있다는 생각에 자신의 힘을 이용해 온갖 조사를 다 해 봤지만, 그의 말이 사실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망할 놈. 네놈은 꼭 내 손으로 죽여 버리겠다.”

송현성은 송진호가 이미 죽은지도 모른 채 속으로 이를 갈았다.

***

“오빠, 여기 츄러스. 자, 메시아도.”

“그래.”

진원은 현재 동생과 함께 잠실 야구장에 와 있다.

최영호의 경기를 보기 위해서였다. 지난번 부상 이후로 피나는 연습을 했다고 하니, 얼마나 괴물 같은 모습을 보여 줄지 기대되기도 했다.

경기 시작까지 남은 시간은 대략 20분. 여유가 있는 시간이었지만, 오늘따라 관중석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평소보다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지 않아?”

“그렇네. 아마 영호가 나온다고 하니 몰린 거겠지.”

가만히 앉아 마운드를 감상하고 있자, 자신의 옆으로 한 남성과 조그만 여자아이가 다가와 앉았다.

“여기구나. 오늘은 정말 안 아프지? 거짓말한 거면 나중에 아빠한테 혼나요. 응?”

“진짜야! 나 하나도 안 아파!”

남성은 자신의 옆자리에 김진원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순간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빠르게 원래의 표정으로 되돌렸다.

‘김진원이 여기에 있다니. 그것도 하필이면 내 옆자리에.’

그 남성은 김수환이었다. 병원에 입원해 있던 딸의 컨디션이 좋아졌기에, 바깥공기도 쐴 겸 야구장을 찾았던 것이다.

“아, 그래. 수진이가 기운 넘치는걸 보니 진짜네.”

‘큭! 품고 있는 마력의 기운이 엄청나다. S급 플레이어들은 괴물들밖에 없는 건가.’

김수환이 진원의 마력을 가늠하던 차에, 딸이 자신의 손을 잡아 왔다.

“아빠, 나도 츄러스 먹고 싶어!”

“응? 그, 그래. 수진이가 먹고 싶으면 사 줘야지. 아빠랑 같이 가자.”

김수환은 딸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벗어났다.

“오빠, 오빠 옆에 저 애, 되게 귀엽다. 물론 우리 메시아가 더 귀엽지만.”

김수환은 날카롭게 생긴 인상과는 반대로, 딸에게 다정하게 대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 장면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지원은 츄러스를 먹고 있던 메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런데 저 사람은 왜 내 눈치를 보는 거지?’

진원은 남성의 시선에 의문감을 느꼈지만, 별일 아니겠거니 하고 넘겼다.

잠시 후, 자리로 다시 돌아온 김수환은 딸이 원하던 츄러스가 아닌 음료만 들고 자리로 돌아왔다.

“히잉, 츄러스 먹고 싶었는데…….”

남성의 옆자리에 앉은 딸은 아쉬운 듯한 목소리를 냈다.

“아빠가 아저씨에게 물어봤는데, 다 팔리고 없다고 하네요. 츄러스는 다른 곳에서도 파니까 나가서 따로 사 줄게. 알았지?”

“응, 알았어.”

그러나 대답과는 달리, 수진이의 시선은 진원의 츄러스에 고정되어 있었다.

달콤하게 풍기는 냄새에 자꾸만 눈길이 갔던 것이다.

“이거 줄까?”

당연히 부녀의 대화를 듣고 있던 진원은 한 손에 들고 있던 츄러스를 김수환의 딸에게 내밀었다.

‘딱히 내가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괜찮겠지.’

“와아, 정말요?”

“수진아, 다른 사람 것을 함부로 달라고 하면 안 된다.”

남성은 그런 딸을 부드러운 목소리로 꾸짖었지만, 진원은 괜찮다는 듯이 말했다.

“괜찮아요. 제가 별로 좋아하는 건 아니라서. 자, 여기.”

“아빠아…….”

수진이는 자신의 눈앞에 내밀어진 츄러스를 보고, 고개를 돌려 김수환을 쳐다봤다. 아빠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었다.

김수환이 졌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딸은 신난 듯이 진원에게서 츄러스를 받았다.

“와아! 고맙습니다!”

“그래. 맛있게 먹어.”

“이거 참, 죄송합니다. 츄러스 값은 제가 드리겠습니다.”

“괜찮아요. 별거 아닌데요 뭐.”

진원은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는 남성을 말렸다.

그러나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있는 김수환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었다.

‘가까이에 있으니 상상 그 이상이군. 하지만…….’

자신의 강점인 치고 빠지기. 그리고 여차할 때는 은신 스킬까지 있다.

어떻게든 허를 찌른다면, 대천사 길드의 의뢰를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굳이 정면으로 그와 부딪힐 필요는 없었다.

“오빠, 저기 영호 오빠 나온다!”

“응? 그래. 짜식이, 표정 보니까 오늘 제대로 한판 하겠는데.”

동생 지원의 외침에 진원은 곧바로 마운드 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최영호 선수가 마운드에 올라옵니다. 이전의 사고로 인해 팬들의 걱정이 많았습니다만, 다행히 컨디션이 좋아 보이는군요! 오늘 좋은 경기를 보여 줄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잠시 후 해설위원들의 해설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고, 영호는 그동안 경기를 나가지 못했던 것에 대해 분풀이라도 하는 듯이 날아오는 공을 미친 듯이 쳐 냈다.

와아아아! 최고다! 휘이익!

최영호의 엄청난 경기력에 심송의 관중들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까지 환호했다.

“이야……. 저놈 완전히 이 갈고 나왔네.”

“와, 영호 오빠 대박! 시작부터 3루타를 쳐 버리네.”

그렇게 진행된 경기의 결과는 심송 10 롯대 2.

압도적인 스코어로 최영호의 팀이 우승을 거머쥐었다.

‘저 정도면 걱정은 없겠다. 다행이네.’

진원은 이전에 일어난 사고 때문에 최영호가 신경 쓰였지만, 오늘 보여 준 경기력을 보니 앞으로도 걱정은 없을 듯했다.

“짜식, 시원하네. 홈런을 두 번이나 치고.”

“영호 오빠 시작부터 3루타에, 홈런에, 안타에…… 진짜 쩔어.”

[공을 잘 치면 좋은 거야?]

들뜬 듯이 말하는 지원을 보고, 가만히 경기를 보던 메시아가 질문해 왔다.

‘그래. 빠르게 날아오는 공을 저기 배트로 쳐서 멀리 날려 보내는 스포츠야. 볼 만해?’

[뭔지는 모르겠는데, 싫지는 않았어.]

‘그거 다행이네.’

“오빠, 영호 오빠가 이긴 기념으로 저녁은 사 먹고 들어가자.”

“야, 그게 무슨 상관이냐? 설마 너 밥하기 귀찮아서 그러는 거야?”

“정답!”

시원스럽게 말하는 동생의 대답에, 진원은 졌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

그날 새벽 3시 경. 사람들이 곤히 자고 있을 시간대.

진원과 그의 동생 지원도 침대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다른 집과 다르게 특이한 점이 있다면, 2명의 경호원들이 그의 집 현관문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었다.

“야, 그래서 내가 그때 어떻게 했냐면…….”

그날도 별일 없이 지나갈 거라는 생각에, 경호원 두 명은 조용한 목소리로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스스슥-

“응? 잠깐만. 무슨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소리라고?”

한 남성의 말에 둘은 즉시 말을 멈추고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들려오는 건 귀뚜라미 소리뿐이었다.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데?”

“흠, 그런가?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길래. 내가 잘못 들었나 보네.”

그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조용히 잡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스슥-

‘음, 입구에 경호원들이 있었나. 미리 조심하길 잘했군.’

진원의 집 거실 바닥에서 검은 그림자가 꿈틀거리더니, 바닥에서 김수환이 튀어나왔다.

마치 작은 소음조차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조용한 몸놀림으로 착지했다.

‘여기는 거실이군. S급 플레이어가 사는 집치고는…… 너무나도 초라한 느낌이다.’

그는 어둠에 익숙해질 동안 가만히 자세를 낮추고 집 내부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평소와 다르게 가면을 쓰고 있으니 시야 확보가 조금 불편했지만,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치였다.

잠시 후, 어둠에 익숙해진 김수환이 몸을 천천히 일으켜 발걸음을 옮기려 하자, 그의 목 뒤로 서늘한 칼의 감촉이 느껴졌다.

“거기서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이면 베겠다.”

“무슨?!”

집안에도 경호원이 있었던 걸까. 그러나 분명히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는데.

고개를 돌려 확인해 보니, 무사 느낌의 남성이 자신에게 칼을 들이밀고 있었다.

‘제기랄. 이 내가 뒤를 잡히다니.’

자신이 뒤를 잡힐 정도면 분명히 실력 있는 플레이어라는 뜻이다.

그는 곧바로 아무 짓도 하지 않겠다는 표시로 두 손을 높이 들었다.

그리고 잠시 뒤, 한쪽 방이 열리며 진원이 걸어 나왔다.

“너, 뭐냐? 나를 노리고 온 거냐?”

“…….”

조용히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옆방에 동생이 자고 있다. 그러니까 조용히 밖으로 나가지.”

말을 마친 진원은 조용히 밖으로 나갔고, 자신의 등 뒤에 있던 남성은 그를 따라가라는 듯이 등을 떠밀었다.

‘다른 장소로 향한다면 어떻게든 도망칠 기회는 있다.’

자신의 스킬인 그림자 이동은 정확한 위치만 알고 있으면, 거리에 상관없이 해당 장소로 이동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거기다 원한다면 자신뿐만이 아닌, 다른 사람도 1명 더 추가로 이동시키는 것도 가능했다.

‘제길……. 남은 사용 횟수는 이제 한 번이다. 일단 물러나야겠군.’

사기적인 성능을 가진 스킬인 만큼, 제약도 있었다.

그림자 이동은 하루에 두 번밖에 사용할 수 없었으며, 소모되는 MP량 또한 극심해서 곧바로 전투에 들어갈 수 없었다.

“진원 님, 그 사람은……?”

문 입구에서 진원과 가면을 쓴 정체 모를 인물이 밖으로 나오자 하품을 하며 경비를 서던 경호원들이 화들짝 놀랐다.

“아무래도 플레이어 같네요. 집 안으로 조용히 잠입했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괜찮으니까 방 안에 자고 있는 동생을 부탁합니다.”

“알겠습니다!”

경호원들은 진원의 말에 빠른 동작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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