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71화 (71/200)

71. 토르의 망치

“오빠…….”

“왜? 무슨 문제 있냐?”

“나 저거도 먹고 싶은데…….”

그녀가 가리킨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 보니, 작은 카페가 하나 있었다.

“요즘 유행하는 흑당 밀크티 먹고 싶은데……. 안 될까?”

‘흠, 5천 원이라…….’

진원은 그녀의 말을 적당히 거절하려고 했다.

“나 혼자서 보스 스킬 열심히 막았는데……. 되게 힘들었는데…….”

하지만 서운한 듯 표정을 짓는 그녀를 보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알았다, 알았어. 사 준다.”

“진짜로? 아싸!”

알겠다는 말에 곧바로 표정이 밝아진 손하윤은 카페로 앞장섰다.

[나도 먹고 싶어.]

‘그래.’

그러나 진원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손하윤이 둘이서 있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적당히 이유를 만들어 낸 것을.

***

플레이어 거래소 안.

플레이트 아머로 전신을 무장한 남성 2명이 투덜대며 안으로 들어왔다.

“야, 그래도 이 정도면 우리 꿀빤 거야, 인마. 우리가 한 게 뭐가 있냐?”

“그래도 진원 씨가 눈앞에서 아이템을 확 쓸어 가니까 허탈하네.”

“그건 인정. 고생했다고 마정석이라도 하나씩 주는가 싶었는데, 선금 받았다고 하니까 아무것도 안 주더라.”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여직원은 속으로 쾌재를 질렀다.

김진원이 가져다주는 많은 아이템에 대한 수수료로 인해 그날의 수입이 왕창 올라가곤 했으니.

S등급의 혜택을 받아 이제는 10퍼센트 정도밖에 못 가져가지만 그게 어디인가.

‘나이스! 그럼 진원 씨가 이쪽으로 곧 오시겠네.’

그리고 서둘러 직원을 추가로 호출했다.

“오, 인벤토리가 한가득이네. 다 팔면 얼마나 하려나?”

진원은 인벤토리에 꽉 차 있는 아이템들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A급 던전을 공략해서 얻은 보상은 상당했다.

마정석까지 포함해서 판매하면 최소 30억 이상은 손에 들어올 것 같았다.

“혼자서 독식한 결과긴 하지만. 거기다 몬스터들도 생각보다 약했고.”

A급도 던전별로 난이도가 천차만별이었으니. 아무래도 이번에 약한 던전이 걸린 듯했다.

진원이 거래소 안으로 들어가니 직원들이 마치 자신을 기다렸다는 듯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어서 오세요, 김진원 씨!”

“어서 오십시오!”

“아, 네. 아이템들을 처분하려고 하는데요.”

진원의 말이 끝나자마자 직원들이 그의 앞으로 아이템들을 분류하기 위해 다가왔다.

‘되게 빠릿빠릿하네. 나야 좋지만.’

인벤토리를 열고, 포션류와 그림갈의 목걸이를 제외한 아이템들을 모조리 바닥으로 쏟아냈다.

꿀꺽.

“와, 미쳤네. 야, 저거 좀 봐라.”

“허, 저거 던전 몇 개를 클리어하고 모은 거냐? 난 오늘 생고생해서 중급 마정석 2개 얻었는데. 하…….”

다른 플레이어들은 허공에서 우루루 쏟아지는 아이템들을 보며 부러움과 허탈감, 그리고 약간의 질투심을 느꼈다.

“늘 하던 대로 처리해 드릴까요?”

“네, 그렇게 해 주세요.”

여직원의 말에 진원은 자리에서 간단히 서류를 작성하고, 그대로 거래소를 떠났다.

그의 등 뒤로 직원들이 열심히 아이템을 분류하고 있었다.

그 뒤로 택시를 타고 집에 도착한 진원은, 곧바로 침대에 걸터앉고 상태 창을 열었다.

“상태 창.”

<플레이어>

이름 : 김진원

레벨 : 47

직업 : 계약 소환사

등급 : 유니크

업적 : 끈질긴 놈

칭호 : 피의 계약자

HP : 4,500

MP : 2,200

[스텟]

근력 : 70 민첩 : 60 체력 : 50 마력 : 75 지배력 : 60

미분배 포인트 : 20

#플레이어 중 유일하게 상점 기능이 개방됩니다.

#모든 대미지 10퍼센트 감소 효과가 적용됩니다.

#뱀파이어 군주 메시아와 피의 계약을 맺은 상태입니다.

[스킬]

마구 : 칼날 폭풍 Lv.2

마구 Lv.10 (Max)

불굴 Lv.1

순간 가속 Lv.10 (Max)

미분배 포인트 : 7

[직업 스킬]

소환의 방 Lv.2

계약 소환 : 꼬마 임프 Lv.10 (Max)

인핸 스 본드 Lv.10 (Max)

계약 소환 : 꼬마 마도사 Lv.10 (Max)

[상점]

Lv.5

“잔여 포인트가 많이 쌓여 있었네.”

특히 스킬 포인트. 보스전에서 칼날 폭풍에 포인트를 투자했었다면 더욱 빠르게 그림갈을 쓰러트릴 수 있었을 텐데.

“그만큼 정신이 없기는 했지.”

먼저, 남은 스킬 포인트를 전부 칼날 폭풍에 사용했다.

위력이 상당히 강력한 스킬이었으니, Max 레벨을 찍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마구 : 칼날 폭풍 Lv.10

“어? 뭐지?”

그러나 10레벨을 달성했지만 추가 대미지만 올라갔을 뿐, Max 표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른 스킬들과는 다르게 레벨을 더 올릴 수 있다는 건가.”

추가적으로 레벨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강력해진다는 뜻이니. 좋은 징조였다.

최고 레벨을 달성해서 생기는 특수 효과를 내심 기대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걸로 20퍼센트 추가 대미지. 괜찮네.”

그리고 스텟은 지배력에 전부 투자하고, 그림갈의 목걸이를 착용했다.

[스텟]

근력 : 70 민첩 : 60 체력 : 50 마력 : 100 지배력 : 80

미분배 포인트 : 0

목걸이의 효과로 인해 마력의 스텟이 세 자릿수가 되었다.

진원은 스텟을 보며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원, 기분 좋아 보여.]

“좋긴 하네.”

메시아는 신혜진이 이전에 전해 준 커다란 과자 통을 껴안고 과자를 하나씩 꺼내 자신의 옆에서 먹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대로 잠시 기다리니, 스마트폰으로 입금 확인 문자가 날아왔다.

A급 던전에서 얻은 아이템들이다 보니, 확실히 판매되는 속도가 빨랐다.

“역시, 일 처리가 빠르네.”

진원은 곧바로 캐쉬샵을 열고 ‘초강력 지우개’를 구매했다.

[초강력 지우개]

전부 지우면 아이템이 사라져 버리니 주의!

종류 : 기타

등급 : 유니크

효과 : 아이템의 이름을 부분적으로 지울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추가적인 효과가 발생합니다.

(30퍼센트의 확률로 실패합니다. 실패 시 아이템은 파괴됩니다.)

“하……. 이 작은 것이 15억이나 하네. 거기다가 실패 시 파괴된다고?”

작은 지우개 하나를 15억이나 주고 구매하니 손이 절로 떨렸다.

하지만 처음 이 아이템을 봤을 때부터, 마치 사용할 곳이 정해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곧바로 인벤토리에서 토르의 장난감 망치를 꺼내 사용하려 했으나, 왠지 모르게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성공 확률이 70퍼센트나 되는데도 말이다.

-어이쿠! 손이 미끄러져 버렸네. 이거 미안.

유명한 N사 게임 캐릭터의 대사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아오, 망할 게임 광고가.’

진원은 아이템을 들고 고민하다가 옆에 앉아 있는 메시아에게 말을 걸었다.

“메시아, 네가 대신 해 볼래? 여기에서 장난감이라는 글자만 살살 지워 주면 되는데.”

[내가 해도 돼?]

“그래. 실패해도 뭐라 하지 않을게.”

[응. 할래.]

진원에게서 아이템을 넘겨받은 메시아가 흥미로운 눈으로 자신의 무기를 향해 서서히 지우개를 갖다 댔다.

‘제발. 15억이다.’

메시아가 천천히 문구를 지워 나가는 동안 속으로 기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슥슥슥-

[다 됐어.]

아이템 사용을 마친 메시아의 말이 끝나자마자 무기에서 환하게 빛이 뿜어져 나왔다.

띠링.

[초강력 지우개의 사용에 성공하였습니다. 효과가 적용됩니다.]

[토르의 장난감 망치가 토르의 망치로 변환됩니다!]

금색을 띤 망치의 표면이 서서히 벗겨지더니 이윽고 은색으로 변했다.

[토르의 망치]

토르가 애용하던 망치. 어딘가 불안정해 완벽한 힘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종류 : 무기

등급 : 유니크

공격력 +35

효과 : 손에서 벗어나도 무기의 주인에게 돌아갑니다. (거리 제한 없음)

레벨 제한 : 40 이상

스텟 제한 : 근력 70 이상

“메시아, 잘했어!”

무기의 효과를 찬찬히 확인하던 진원은 기쁨에 메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응.]

그녀는 고양이처럼 가만히 눈을 감고 진원의 손길을 느꼈다.

“15억이나 하는 이유가 이거였네.”

A급 던전의 하이 오우거 전사들에게는 통하지 않았던 물리 공격.

토르의 망치라면 충분히 차고 넘치는 수준이 되었다.

거기다가 새롭게 추가된 효과.

‘마음껏 던져도 상관없다는 말이겠지.’

야구공이랑은 달라서 따로 연습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그게 대수인가.

유니크 등급으로 올라간 무기를 가만히 들어 보니, 이전과는 다르게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근력 이 70인데도 말이다.

‘편하게 사용하려면 스텟을 좀 더 올릴 필요가 있겠네.’

[보유 골드 : 3,750 골드]

이제 골드도 꽤나 여유가 생겼다.

예전에는 장비들을 수리하고, 포션을 구비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발전이었다.

“마지막으로…… 업적.”

[업적 : 보스의 악몽]

A급 던전 이상의 보스를 혼자서 처치했을 때 얻을 수 있습니다. 보스에 대한 공격력이 10퍼센트 증가합니다.

그림갈을 처치하고 얻은 업적. 보스전에서 꽤나 유용하게 쓰일 듯했다.

“흠, 이제 남은 돈은 대략 17억이라. 꽤나 돈도 모였고, 이제 슬슬 이사를…….”

벌컥!

그때, 학교에서 돌아온 동생 지원이 자신의 방문을 힘껏 열었다.

“오빠, 내일 야구 보러 가자! 영호 오빠 다시 경기 나온대! 이번에는 메시아 것도 구했어!”

“얌마, 방에 들어올 때 노크는 좀 해라.”

“다음엔 할게. 그래서, 갈 거지?”

티켓은 언제 또 구했는지 세 장을 쥐고 눈앞에서 흔들어 댔다.

‘내일은 아파트 시세나 알아보려 했는데, 나중에 해도 괜찮겠지.’

“그래야지. 그래서 내일 몇 시냐?”

***

피닉스 길드의 건물 안.

송진호의 오랜 부재로 인해 부사장실은 이시현의 독차지가 되었다.

그는 가끔씩 보고를 위해 진원과 문자를 주고받곤 했다.

대부분이 자신의 회사 생활에 대한 불만이었지만 말이다.

이시현 : 진원 씨, 아무래도 길드장이 돌아오고 나서는 길드의 시스템을 만지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거기다가…… 길드원들이 자꾸 빠져나가니 업무만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러다 저 죽겠습니다.

김진원 : 그럼 그만두시고 쉬고 계세요. 조만간 길드 창설할 겁니다.

이시현 : 정말 그래도 됩니까? 피닉스 길드를 망하게 하라고…….

김지원 : 그 부분은 그쪽 길드장이랑 약속한 것이 따로 있어서요. 그 사람이 뭐라고 하면 제 이름을 대세요.

이시현 : 정말 감사합니다, 김진원 씨! 내일 당장 사직서를 쓸 겁니다!

그는 대강 사무실 정리를 마치고, 사직서를 봉투에 넣어 사장실로 향했다.

똑똑.

“사장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용무가 있습니다.”

“들어와도 된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다크서클이 짙게 드리운 길드장 송현성이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상당히 피곤해 보이는 듯했다.

‘와, 3일을 안 자도 멀쩡했던 사람이……. 도대체 얼마나 잠을 안 잔 거지?’

“용무는?”

“아, 예! 죄송하지만 오늘 부로 길드를 탈퇴하려고 합니다.”

‘진원 씨가 있다. 괜찮아. 나갈 때만큼은 당당하게 나가자! 그동안 X같은 일만 당해 왔는데. 돈만 주면 다야?’

평소의 자신 같았으면 절대로 할 수 없었을 행동이었다. 송현성 또한 S급 플레이어였으니까.

“굳이 오늘 나가려고 하는 이유가 뭔가?”

낮게 깔린 음성. 그 목소리를 듣고 이시현은 속으로 움찔했지만, 자신이 속에 품고 있던 불만을 내뱉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