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70화 (70/200)

70. 비장의 맛집

그 뒤로 한동안 진원을 포함한 파티원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며 아이템들을 긁어모았다.

놈들의 개체수가 많기도 했고, A급 던전이기도 해서인지 상당한 개수의 아이템들이 모였다.

“좋아. 다 끝났네. 그런데 너, 이거 혼자서 가져갈 수 있겠어?”

“뭐?”

신혜진의 물음에 진원은 의아한 듯이 되물었다.

하이오우거들을 처치한 것은 그녀를 포함한 다른 플레이어들이었기에 아이템을 적당히 분배해 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애초에 대학교 측에서 선금을 받고 들어온 거라서 아이템들에 대해서는 권한이 없거든.”

‘역시, 그렇게 된 거였나.’

“그래서, 어때? 아이템 옮겨 주는 거 좀 도와줄 수 있는데.”

그녀는 아이템들을 바라보며 진원에게 넌지시 말했다. 다른 플레이어들도 그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혼자서 옮기기 버거울 정도로 모인 아이템.

그중에서 몇 개, 아니, 단 한 개라도 보수로 받을 수만 있다면 오늘은 성공한 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단 말이지.”

납득한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진원을 보며 신혜진과 다른 플레이어들은 그를 도와주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려고 했다.

“인벤토리.”

“……하아. 네가 그럼 그렇지.”

그러나 그들의 들뜬 기색은 단 1초 만에 사라지게 되었다.

진원이 아이템들을 집어 하나씩 인벤토리에 넣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제발 다 들어가지 마라.’

‘우리가 들고 갈 몫 좀 남겨 주세요! 제발!’

다른 플레이어들이 속으로 열심히 기도했지만, 진원은 남은 마정석까지 깔끔하게 인벤토리 안으로 넣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플레이어들은 탄식을 내뱉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선금을 받고 왔다고 하니 내가 굳이 줄 필요는 없지.’

“그럼 이제 나가죠. 먼저들 나가세요. 아, 그리고 보스는 여러분들과 같이 협공해서 잡았다는 걸로 하죠.”

“예. 예?”

진원의 말에 다른 파티원들은 당황한 듯이 되물었다.

“저 혼자 A급 보스를 잡았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 뭐, 나쁠 건 없겠는데 상당히 귀찮아져서요.”

“아, 그렇군요.”

그의 대답에 파티원들은 납득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S급 플레이어 혼자서 A급 이상의 던전을 클리어한 적은 거의 없다시피 했으니.

그만큼 주변의 이목을 끌 것이 당연했다.

“알겠습니다. 보고서에는 진원 씨와 함께 협공해서 보스를 잡았다고 하죠.”

그리고 자신들에게 있어서도 나쁜 이야기는 아니었다.

오히려 바라던 바였다. A급 던전 클리어 이력이 추가되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도 했으니.

그 뒤로 파티원들은 빠르게 귀환 포탈을 향해 걸어가 장소를 벗어났다.

신혜진과 손하윤도 포탈을 향해 걸어가려는 순간, 진원은 그녀들의 뒤로 다가가 슬며시 돈이 될 만한 아이템들을 한 개씩 챙겨 주었다.

“어? 뭐야?”

“오빠?”

“쉿! 쟤들 줄 거는 없어. 너희들만 받아.”

‘실제로 저 두 명이 도움이 되기도 했었고. 이대로 아무것도 안 주는 건 너무 양심이 없지.’

그녀들은 슬며시 고개를 돌려 진원이 손에 쥐여 준 아이템들을 보고, 각자 기쁜 듯한 얼굴로 말했다.

“뭐야, 나랑 밀당하자는 거야? 뭐, 어쨌든 고맙다.”

“진짜 저도 가져도 돼요?”

“밀당은 무슨. 그래, 하윤아. 너 도움 많이 됐어. 첫 던전일 텐데 잘했다.”

“진짜요? 헤헤.”

진원은 만족스러운 듯한 그녀들의 반응을 보며 귀환 포탈로 향했다.

“김진원 씨, 정말 감사합니다! 학생들을 구해 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진원이 포탈 밖으로 나오자마자, 실습 현장에 있었던 교수가 부리나케 달려와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아, 네.”

그 기세에 얼떨결이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에게 있어서는 이득이었다.

A급 던전의 입장비도 굳었고, 인원수를 채울 비용도 굳게 되었으니.

“그런데, 이전의 검은 그림자에 대해서는…….”

“그 뒤로 협회와 경찰에게 사실을 전달했습니다.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학생들을 집어 던지던 그 그림자, 왠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기분 탓인가…….’

“오빠, 밥 먹으러 가요! 저 배고파요!”

그림자에 대해 생각을 하던 도중, 손하윤이 자신에게 다가와 말을 걸어왔다.

평소 같았으면 적당히 무시했겠지만, 그녀가 던전에서 생각보다 잘 활약해 주었기에 내팽개치기도 뭐했다.

자신도 마침 배가 고프기도 했고.

“그럼 그러자. 교수님, 따로 보고해야 되는 것은 없죠? 제가 좀 피곤해서.”

“물론입니다. 나머지는 저희에게 맡겨 주세요!”

자신의 말에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던 젊은 교수는 스마트폰을 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진원 역시 그대로 손하윤을 데리고 발걸음을 옮기려다, 뭔가가 생각이 났는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김진원 : 야, 혹시 배고프냐? 밥 먹으려고 하는데. 네 것도 같이 사 줄게.

신혜진 : ? 밥 사 준다고? 마침 출출하긴 한데……

신혜진 : 야, 너 이번에도 고기 뷔페 데려가면 진짜 죽일 거다.

김진원 : ㅇㅋ. 내가 비장의 맛집으로 데려가 줌.

문자로 짧은 대화를 나누자, 잠시 뒤 신혜진이 스포츠카를 끌고 자신에게 돌아왔다.

“뭐야, 저 언니도 같이 가는 거예요?”

“응? 그래. 왜?”

“……아무것도 아니에요.”

진원의 대답에 손하윤이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조수석에 올라탔다.

* * *

“……이봐.”

대천사 길드의 지하실. 드넓은 공간을 혼자서 독차지한 손명유였지만, 그는 때마침 찾아온 이연우를 향해 불만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네. 필요한 것이라도 있으신지?”

“나는 언제까지 이곳에 갇혀 있어야 하는 거지? 이 정도면 그놈을 죽이러 가도 괜찮을 정도라고 생각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외형은 상당히 변했다.

부푼 근육들과 거대해진 덩치, 그리고 보라색 피부를 보면 몬스터라도 해도 될 정도였으니.

“흐음, 심심하신가 보군요.”

“분명히 내가 점점 강해진다는 느낌은 든다. 그런데!”

콰앙!

손명유는 주먹을 들어 바닥을 내려쳤다.

철로 된 듯한 바닥이 움푹 파였지만, 이연우는 표정의 변화 하나 없었다.

“아하! 그 힘을 시험해 볼 수가 없어서 답답하다, 뭐 그런 건가요?”

“그렇다.”

“진작에 말씀을 해 주시지! 하하하, 금방 준비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이연우는 빠른 걸음으로 장소를 벗어났다.

“도대체 뭐를 준비한다는 거지?”

던전 브레이크에서 몬스터라도 포획해 왔나 싶었지만, 잠시 후 이연우가 데려온 길드원을 보고 미간을 좁혔다.

“저, 저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사, 살려 주세요! 저는 배신자가 아니라고요!”

눈에 검은 가리개가 씌워지고 두 팔이 묶인 길드원들은 몸을 덜덜 떨면서 두려운 듯이 소리를 질러 댔다.

“이놈들로 뭐 어쩌라는 거냐.”

“당신의 힘을 시험하시면 됩니다. 최대한 쓸모없는 길드원들을 추렸으니. 아, 물론 이대로면 재미없으실 것 같으니, 이번에 새로 개발 중인 신약 테스트도 좀 해 보죠.”

짝짝.

이연우의 신호에 다른 길드원들이 다가와 소리를 질러 대는 다른 길드원들의 입을 벌렸다.

“전 진짜 아닙니다! 믿어 주십시오, 제발!”

“×발! 난 아무 짓도 안 했다고!”

그는 비명을 질러 대는 길드원들은 신경 쓰지 않고, 주머니에서 캡슐 형태의 약을 꺼내 그대로 그들의 입에 털어 넣었다.

“이놈들 다음에는 좀 더 강력한 것을 준비하겠습니다. 좀 지루하셔도 참으시길. 그만큼 당신에게 드린 힘은 강력하거든요.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죠.”

그 말을 끝으로 이연우는 지하실을 벗어났고, 캡슐을 삼킨 길드원들의 몸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빠지직. 빠직

“끄아아아아!”

“크워어어!”

점점 몸집이 부풀기 시작하더니, 저마다 괴상한 형태로 변했다.

“마치 몬스터들 같군.”

덩치가 커진 놈들은 이성을 잃은 듯이 괴성을 지르며 손명유에게 달려들었다.

쿵. 쿵. 쿵.

“크뢔애액!”

“우워어어어!”

손명유는 팔을 가볍게 몇 번 돌리더니 달려오는 놈들을 향해 주먹을 힘껏 내질렀다.

* * *

허름해 보이는 외관의 라면집. 그러나 내부는 얼마 전에 리모델링을 했는지, 상당히 깔끔했다.

“야, 맛있는 데로 데려가 준다며!”

“그래. 내 단골 가겐데, 아는 사람만 아는 맛집이거든. 원래는 잘 안 알려 주는데…….”

“아니, 미친! 그래서 여자 둘 데리고 가는 게 인스턴트 라면집이야?”

신혜진은 이번에는 괜찮겠지 하고 진원이 안내하는 장소로 차를 끌고 갔지만, 마찬가지인 듯했다.

“전 여기 좋아 보이는데요? 오빠, 여기서 뭐가 제일 맛있어요?”

“그렇지? 야, 봐라. 얘는 한눈에 딱 알잖아.”

그러나 불만스럽게 말을 내뱉은 신혜진과는 달리, 손하윤은 만족스러운 듯이 자리에 앉았다.

‘와, 얘는 아직 어린 것이 벌써부터 여우 짓을 하네.’

그녀는 결국 체념하고 자리에 앉아, 진원이 시키는 대로 주문을 했다.

잠시 후, 새하얀 국물의 라면이 나왔다. 진한 사골을 끓여 만든, 가게의 대표 메뉴인 진한 사골 라면.

후르륵.

‘맛없기만 해 봐라. 그대로 날려 버릴 테니까.’

무슨 라면 주제에 1만 원이나 하나 싶었지만, 면을 한 젓가락 입에 넣은 그녀는 예상 외의 깊은 맛에 눈이 절로 떠졌다.

“어? 이게 이렇게 맛있다고?”

“와, 오빠! 이거 대박! 진짜 맛있어요!”

진원은 연신 감탄사만 내뱉은 그녀들을 보고,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 봐라. 내가 아무한테나 안 알려 주는 이유가 있다니까. 하루에 100그릇만 만들어서 파시니까.”

[진원, 저거 맛있어?]

맛있다는 그녀들의 말에, 메시아가 궁금한 듯 말을 걸어왔다.

‘물론. 너도 한번 먹어 볼래? 내가 좋아하는 거야.’

[그럼 먹어 볼래.]

‘키긱! 키기긱!’

소환의 방에 있던 임프도 시끄럽게 소리쳐 대서, 진원은 추가적으로 사골 라면 두 그릇을 더 주문했다.

자리에 나타난 메시아와 꼬마 임프까지 앉아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메시아는 자연스럽게 그릇을 들고 자신의 무릎에 와서 앉았다.

후르륵! 후륵!

[이거, 맛있어.]

“키긱! 키긱!”

어찌 보면 상당히 기괴한 장면이었다.

가게에 있던 손님들은 임프를 보고 화들짝 놀랐지만, 진원이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납득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건 그렇고, 너는 직업이 뭐야? 아까 창을 던지니까 하이 오우거 전사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가던데.”

라면을 먹던 진원은 문득 호기심이 일어 신혜진에게 질문했다.

“그러고 보니 말해 준 적이 없었네. 마창사야, 유니크 직업인. 운이 좀 좋았지. 물론 너만큼은 아니지만.”

스킬의 파괴력이 강해서 혹시나 했는데 그녀 역시 유니크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오빠, 나는 토이마스터예요! 나도 유니크 직업!”

옆에 있던 손하윤은 자신이 묻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직업을 가르쳐 줬다.

‘손하윤이야 대강 짐작은 갔다만.’

프리스트들의 버프가 있었다곤 하나, A급 던전의 보스가 사용한 스킬이었다. 그런데 그걸 정면으로 오랫동안 버텼으니.

‘던전 클리어 경험이 없다면 아마 1레벨이겠지. 엄청나네.’

직업에 대한 격차를 다시 한번 느꼈다. 자신이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1레벨 때와는 확실하게 비교되는 결과였으니.

“5만 원입니다.”

그 뒤로 그녀들과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끝낸 진원은 계산을 마치고 가게 밖으로 나왔다.

“오늘 고생 많았다.”

“뭐, 오늘은 맛있었으니 봐줄게.”

신혜진은 길드에 밀린 일이 있다며 곧바로 스포츠카를 타고 장소에서 벗어났다.

자신도 곧바로 아이템을 처분하기 위해 거래소로 향하려고 했지만, 뒤에서 손하윤이 옷깃을 잡아 왔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