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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상점스킬-57화 (57/200)

57. 세상은 좁다-4

“끄아아아!”

대학 병원의 중환자실. 한 남성이 비명을 지르며 의식을 되찾았다.

환자의 비명에 무슨 일인가 싶어 달려온 의사와 간호사들은, 그의 몸 상태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이게 무슨……. 진료 차트 좀 줘 보세요.”

“네. 여기 있습니다.”

의사는 간호사가 건네준 진료 차트를 훑어보고, 그의 몸을 다시 관찰했다.

‘양손의 뼈와 신경이 심각하게 손상되어 있었고, 안면에도 상당한 상처를 입었을 텐데 어떻게……. 설마, 아이템인가?’

현재 자신의 담당 환자는 피닉스 길드의 주요 간부. 그렇다면 전혀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었다.

‘누군가가 아이템을 사용하고 갔나?’

그는 끔찍한 몸 상태도 순식간에 회복할 수 있다는 아이템의 존재를 듣긴 했지만, 막상 눈으로 보니 그것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졌는지 느낄 수 있었다.

“으아아아! X발!”

“환자분, 진정하세요. 여긴 병원입니다.”

의사는 흥분하며 비명을 지르는 남성을 진정시키며 말이 이어 나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는 저희도 모르겠습니다만, 겉으로 볼 때 일단은 멀쩡……하십니다. 그래도 자세한 검사를 한번 받아 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 * *

그날, 파티원들은 2명씩 교대로 경계를 서 가며 동굴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날이 밝기 전, 진원은 자신의 MP가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져 몸을 일으켰다.

[아이스 트롤을 처치하였습니다.]

[아이스 트롤을 처치하였습니다.]

다른 파티원들 역시 가까워져 오는 발소리에 일어나 경계를 했다.

‘주군, 놈들이 근처에서 함정을 설치하고 있었습니다.’

동굴 입구를 바라보니 실체화한 붉은 늑대가 아이스 트롤 2마리의 시체를 자신에게로 들고 왔다.

‘그래. 잘했다.’

붉은 늑대는 무릎을 꿇어 예를 취하고 모습을 감췄다.

꿀꺽.

그 장면을 보던 지희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키고 있었다.

‘유니크 직업이야. 소환사 직업에. 확실해.’

거기다 예전의 기억으로 김진원 본인도 강력한 원거리 스킬을 사용하기도 했고.

그녀는 속으로 진원에게 까칠하게 대했던 자신을 후회했다.

“야, 이거 너 써라.”

“네? 뭘요?”

그사이 진원이 아이스 트롤에게서 아이템을 챙겨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아이템 : 아이스 트롤의 목도리]

종류 : 기타

아이스 트롤이 목에 두르고 있던 목도리. 추위를 막아 주는 데 효과가 좋다.

그녀가 목도리를 건네받고 얼떨떨한 표정을 짓자 그가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까부터 춥다며. 이런 맵인 줄 모르고 데려온 내 책임도 있으니까, 받아.”

“아…… 네. 감사합니다.”

“추위에 약하신 분. 한 개 더 남았으니까 이쪽으로 오세요.”

“형, 저도 하나 주세요!”

그 후로 진원의 파티는 대열을 정비하고, 동굴 밖으로 나섰다.

“형, 오늘은 날씨가 괜찮습니다. 아마 놈들의 본거지만 찾으면 오늘 안으로 클리어를 해 볼 만할 것 같아요.”

“그래.”

어제까지만 해도 사납게 몰아쳤던 눈보라가 지금은 잠잠했으니.

“다리는 괜찮죠? 오늘은 강행군을 해야 할 것 같아서요.”

“네. 진원 씨가 주신 포션 덕분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전에 놈들의 곰덫에 걸려 고생을 한 파티원은, 포션 덕분인지 빠르게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한 듯했다.

“그럼, 가죠.”

그 뒤로, 진원의 파티는 이전과 같이 눈을 녹이며 덫을 부수는 방식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쉬익.

“형!”

팅!

“크키키키!”

덫을 부수려 할 때나, 파티원들이 조금이라도 빈틈이 보인다 싶으면 아이스 트롤이 멀리서 돌을 몇 번씩 던지고 멀리 사라졌다.

말이 돌이지, 제대로 머리라도 맞는다면 그 즉시 사망할 정도의 파괴력이었다.

그때마다 최은식이 앞으로 나서 방패를 들어 놈들의 공격을 막아 주었다.

“그 방패, 쓸 만하냐?”

“물론이죠! 아직 특수 효과는 안 써 봤지만요.”

상당히 공들여 관리하고 있는지 최은식이 장비하고 있는 피를 마신 방패는 새것처럼 광이 났다.

“좋아. 이제 여기는 다 됐고, 놈들의 본거지가 저쪽에 있으려나.”

그가 고개를 들어 시선을 옮긴 쪽은 나무가 울창하게 자란 숲속.

아이스 트롤이 도망친 방향이었다. 그런데, 뭔가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다.

‘주군, 숲 안쪽에서 기척이 느껴집니다.’

그럼 그렇지. 또 곰덫이나 설치하고 있겠지. 되게 귀찮게 하네.

‘일단 안으로 가 보는 수밖에 없나.’

놈들의 본거지가 이 안쪽에 있을 수도 있고.

“다들 이 숲 안쪽까지 가 보죠. 아이스 트롤의 기척이 있으니까 최은식의 근처에 딱 붙어 있으세요.”

“오늘 꼭 클리어할 수 있겠죠? 아, 물론 진원 씨를 못 믿는 건 아니고, 집세가 조금 밀려 있어서요.”

“클리어는 무조건 할 수 있을 겁니다. 오늘이라는 보장은 없겠지만.”

그 말에 파티원 하나가 약간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지만, 클리어는 확실하다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김진원이 S급이라 할지라도, 파티의 머릿수를 채우는 인원만 8명이 넘는데 불안한 것은 당연할 듯했다.

“지희, 너도 이놈 근처에 잘 붙어 있어라. 이놈이 위험하다 싶으면 달려드는 놈들에게 마법 갈겨 버려.”

“네.”

그녀는 딱히 긴장하거나 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 뒤, 자신이 앞장서고, 최은식이 뒤의 파티원들을 최대한 지킬 수 있는 대열을 만들어 숲 안쪽으로 나아갔다.

“형, 여기 바닥은 눈이 녹아 있어서 덫 걱정은 안 해도 되겠어요.”

“그래. 그건 그나마 낫네.”

‘그건 그렇고, 이놈들. 무슨 생각이지.’

벌써 숲으로 들어온 지 1시간은 지났다. 그런데 놈들이 습격해 올 기미가 없었다.

‘간을 보고 있는 건가? 망할 놈들이. 내가 먼저 가 주지. 붉은 늑대.’

‘예.’

자신의 말에 붉은 늑대가 실체화해 놈들이 기척이 있는 방향으로 손을 가리켰다.

“이럴 때야말로 도탄 특성이 힘을 발휘할 때지.”

그는 총잡이의 장갑을 착용하고, 와인드업을 한 뒤 마구를 힘껏 던졌다.

쉬익- 툭. 툭. 툭.

쉬지 않고 연속으로 네 개 째 던졌을 때, 반응이 왔다.

“크키이이!”

아이스 트롤 하나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며 나무들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놈은 모습을 보이자마자, 손에 잡혀 있던 뿔로 만든 듯한 호각을 힘껏 불었다.

부우-

그 장면을 본 진원은 놈의 머리로 재빠르게 마구를 던졌다.

뻐억!

“크히이익!”

놈은 머리에 피를 흘리며 자리에서 쓰러졌다.

[아이스 트롤을 처치하였습니다.]

놈이 쓰러지고 잠시 후, 커다란 발소리가 지면을 울렸다.

두두두두-

“형!”

“오빠!”

아무래도 놈이 불었던 호각은 자신의 동료를 불러 모으는 용도인 듯했다.

‘주군, 후방에도 기척이 느껴집니다.’

“은식아, 전방은 내가 맡을 테니까 넌 후방만 잘 막아!”

“형, 발소리는 전방에 들리는데 제가 앞으로 가는게…….”

“내 말 들어. 뒤편에도 기척이 있다.”

“네, 형!”

자신의 말에 최은식은 뒤로 달려 나가 방패를 치켜들었다.

두두두두-.

묵직한 발소리가 가까워지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커다란 곰과, 그 위를 타고 있는 아이스 트롤이었다.

[엘리트 트롤 라이더]

D급 던전 이후로 처음 보는 엘리트 몬스터였다.

“크키키!”

“쿠워어어!”

‘엘리트가 5마리라.’

덩치 큰 곰들은 빠른 속도로 달려오면서 포효를 질러 댔다.

그 소리를 들은 파티원들은 멈칫하고 시선을 전방으로 돌렸지만, 자신은 오히려 입꼬리가 올라갔다.

‘한 놈에 하나씩. 딱 맞네.’

“얘들아!”

진원의 말에 꼬마 임프와 마도사, 붉은 늑대와 메시아가 자신의 뒤편으로 나타났다.

“한 놈에 하나씩.”

그가 말을 끝맺고 앞으로 달려 나가자, 다른 소환수들도 그 뒤를 따랐다.

B급 던전의 엘리트 몬스터. 압도적인 적의 덩치를 보면 무모하다고 생각할 만한 구도였지만, 그의 소환수들은 특별했다.

“크워어!”

거리가 가까워지자 트롤들은 곰에게서 내렸고, 커다란 곰들은 전방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띠링.

[붉은 늑대가 발도 : 추격을 사용합니다. MP를 50 소모합니다.]

[메시아가 다크 레이를 사용합니다. HP를 300 소모합니다.]

[꼬마 마도사가 버스트를 사용합니다. MP를 100 소모합니다.]

[꼬마 임프가 꼬마 지옥불을 사용합니다. MP를 100 소모합니다.]

검기와 검은색을 띤 레이저, 쉴 틈 없이 쏟아지는 마법과 불덩이가 그런 놈들을 맞이해 주었다.

“크어엉!”

“크어어엉!”

몸체를 일으켜 거대한 팔을 휘두르려는 곰들은, 공격 한번 시도해 보지 못한 채 순식간에 쓰러져 나갔다.

“크키?”

“크키키.”

뒤편에서 원거리 공격을 준비하려던 트롤들은, 그 장면을 보고 얼빠진 소리를 냈다.

“그럼 이제 나한테 맞아야지?”

망치를 들고 자기들에게 다가오는 진원의 모습을 보자, 놈들은 전의를 잃었는지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딜 도망가려고! 그냥 뒈져라!”

파삭! 빠각!

“키이익!”

띠링.

[엘리트 트롤 라이더를 처치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붉은 늑대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B급 던전은 처음이긴 한데, 이 정도면 앞으로도 무난하겠네.’

그럴 만했다. 소환수들을 한꺼번에 내보내자, 엘리트 몬스터들이 힘도 제대로 못 써 보고 죽어 나갔으니.

그 뒤로 진원은 최은식을 도와주려 시선을 옮겼을 때, 뭔가 심상치 않는 기색을 느꼈다. 아이스 트롤의 공격을 방패를 들어 막고 있는 최은식에게, 파티원 1명이 서서히 다가가고 있었던 것이다.

“은식아!”

그러나 그가 손쓸 새도 없었다. 그 정도로 빠른 움직임이었다.

“커헉, 이게 뭐 하는 짓…….”

최은식은 뒤에 빠져 있던 파티원에 공격에 자신의 옆구리가 꿰뚫렸고, 입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꺄악! 당신들 뭐야? 미쳤어?”

그것을 본 지희가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아, 지금이 마침 기회인 것 같아서요. 아직 조준이 어렵네요. 심장을 노렸는데. 크하하하! 그래도 당신까지 하면 두 번째니까 빗나가지는 않겠죠. 크하하!”

지희는 뒤로 물러나면서 빠르게 캐스팅을 시작했다.

꿈틀거리며 찢어진 군용 모포. 그녀는 놈들의 몸이 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람이 아니야. 몬스턴가? 몬스터가 말을 한다고? 도대체 무슨 일이야!’

어느새 남성들의 피부는 보라색으로 변해 있었고, 등에는 박쥐 같은 형태의 날개가 달려 있었다. 놈들의 몸통에는 커다란 백색의 날개 문신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렇게 모습이 변한 남성은 총 3명.

“크하하하! 힘이 넘친다! 이것이 바로! 악마의 힘! 내가 바로 신에게서 선택받은 플레이어다!”

“다른 놈들은 우리 거니까 건들진 마라. 크히히.”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며 캐스팅하는 지희에게 빠르게 거리를 좁히는 남성은 팔을 치켜 올려 그녀의 몸을 꿰뚫으려고 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하면 되는데!’

“진원 오빠아!”

그녀가 눈을 질끈 감고, 무의식적으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치잉!

“아깝다. 1초만 더 있었어도 신선한 피를 마음껏 마실 수 있었는데. 크하하! 그렇다면 다른 놈들 먼저 처리하지!”

금속음이 들리며, 괴상한 형태로 변한 남성이 멀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다시 눈을 뜨자, 자신의 앞에서 사무라이가 칼을 치켜들고 있었다.

“아, 고맙습니다.”

그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고, 대답 없이 앞쪽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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