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49화 (49/200)

49. 메시아-2

타이거 길드에서 온 연락인가 싶어 받았지만, 모르는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십니까, 김진원 씨. 플레이어 협회의 협회장입니다.

플레이어 협회? 갑자기 무슨 일이지? 그것도 협회장이 직접 연락을 해 오다니.

“네. 무슨 일이시죠?”

-위장 포탈에 관한 소식은 들었습니다. 그것을 포함해서 얘기를 좀…….

“제가 대답해 줄 의무는 없는데요.”

자신은 S등급의 측정 결과를 받았지만, 언론 매체에서는 뇌물을 받았다느니, 측정기 오류라느니 사실과 관계없는 기사들이 떠돌아 다녔으니. 당연히 화날 만도 했다.

-소문의 논란에 관한 해명은 제가 직접 하겠습니다. 플레이어 카드도 발급되었으니, 오늘 중으로 협회에 방문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부탁드리겠습니다.

어느새 애원조로 변한 협회장의 목소리.

‘카드가 발급되었다는 것은, 일단 S급이 확실하다는 말인가.’

협회장이 직접 해명을 한다니, 카드를 받으러 가는 김에 무슨 이유인지 들어 보기라도 해야겠네.

통화를 끝내고, 밖으로 나가려는 진원을 동생이 멈춰 세웠다.

“아, 오빠! 영호 오빠가 집에 몇 번 찾아왔었어. 나중에 연락이라도 해 주지?”

“그래? 알았어.”

“그리고 메시아 옷 먼저 사야 돼! 알겠지? 백화점으로 가 꼭!”

“그래 알았다. 학교는 다닐 만하지?”

“괜찮아. 그런데 경호원 아저씨들은 그만 붙여도 될 거 같은데.”

“그럼 경호원 대신 얘 데리고 갈래?”

그 말에 소환의 방을 열어 꼬마 임프를 보여 주었다.

“키킥!”

“……아니, 됐어.”

동생은 소환의 문에서 얼굴만 빼꼼 내미는 임프를 보고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피식 웃으면서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열려다가, 순간 멈칫했다.

“메시아. 혹시 뱀파이어면 햇빛을 닿으면 죽는…….”

[상관없어.]

그렇군. 하긴, 뱀파이어는 사람들이 만든 설정들이니 그럴 수 있지.

***

진원이 먼저 들른 곳은 백화점이었다.

규모가 큰 건물이다 보니 백화점 안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당연히 그 광경을 처음 보는 메시아는 당황스러운지 그의 바지를 잡고 있었다.

‘흠, 일단 여성복, 아니, 얘는 아동복 코너로 가야겠네.’

천천히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이동하는 도중, 사람들이 메시아를 보고 감탄사를 터트렸다.

“와, 따님이세요? 되게 예쁘네요.”

“잘만 꾸미면 모델해도 되겠는데요? 이야, 아버님 복 받으셨네.”

……난 아직 스물두 살인데.

“꺄아! 되게 귀여워! 제가 직접 옷을 골라 줘도 될까요?”

아동복 코너에 도착하자, 직원이 메시아를 보고 감탄하며 자신이 직접 코디를 해 주겠다고 나섰다.

[……진원이 골라 줘. 나 얘 싫어.]

메시아는 상당히 싫어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직원은 그것조차 귀여운 듯했다.

‘조금만 참아. 좋은 옷 골라 주신댄다.’

그로부터 다양한 옷을 입혀 가며 진지한 표정으로 고민하던 직원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2시간이었다.

“역시 이 쉬폰 숏 원피스가 되게 잘 어울려요! 제가 볼 때 얘는 검은색 색상의 옷을 입는 것이 좋아 보이네요! 호호!”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검은 색상의 원피스.

메시아의 은발과 섞이니 상당한 매력을 발산했다.

“마음에 들어?”

[응. 편해. 이거 나 주는 거야?]

“그래.”

[고마워.]

“저, 그런데 얘 목에…… 크게 다친 건가요?”

여직원은 메시아의 목 부근의 흉터가 아까부터 신경 쓰였는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어왔다.

“별일 아닙니다. 저기 옷도 같이 계산해 주세요.”

진원은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넘겼다.

“아, 네…….”

***

플레이어 협회의 안내 데스크.

‘아, 도대체 내 옆에서 왜 저러시는 거야. 신경 쓰여서 일을 못 하겠잖아.’

출입구 주위로 안절부절못하며 돌아다니는 장년 남성은 협회장, 손태욱이었다.

상당한 고령임에도 격투기 선수를 연상하는 근육과 덩치를 보면 그 또한 플레이어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으시길래 저러는 거야.’

벌써 2시간 동안 저러고 있다.

더 이상 가만히 놔두면 안 되겠다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김진원 씨, 와 주셨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자신보다 나이가 한창 아래인 남성이 협회 안으로 들어오자 깍듯하게 인사하며, 자신이 직접 안내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순간 궁금했지만, 밀려드는 업무에 관심을 끄기로 했다.

“여기 앉으시지요, 김진원 씨.”

자신이 안내받은 곳은 협회장실.

미리 준비를 해 놓았는지 간단한 먹거리와 커피가 테이블에 올려 있었다.

“말씀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저보다 나이가 훨씬 많아 보이시는데요.”

“허허! 그럴 순 없죠. 이것도 일이니까요. 저는 협회장 손태욱이라고 합니다.”

서로 간단히 악수를 나누고 진원이 소파에 앉자, 메시아가 자연스럽게 그의 무릎에 앉았다.

‘왜 그래?’

[여기가 좋아.]

아무래도 메시아가 겉보기에 여자아이라서 주위의 오해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녀의 과거를 듣고 나니 차마 밀어낼 수가 없어 그냥 가만히 놔두기로 했다.

협회장은 진원의 맞은편에 앉아 그 장면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갑작스럽게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먼저 말씀드리자면, 이전에 있었던 논란은 제가 일부러 조장한 것입니다.”

“예?”

“진원 씨도 아시겠지만, 국내의 S등급 플레이어는 진원 씨를 포함해 단 3명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피닉스 길드와 대천사 길드에 1명씩 있지요. 요즘 안 그래도 대형 길드의 힘이 점점 커져 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협회장은 중간에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켠 후, 말을 이어 나갔다.

“거기다가 던전 브레이크 현상도 얼마 전부터 일어나기 시작해서 군인이나 경찰, 각종 인력들이 상당히 부족한 실정입니다. 그런데 지금 같은 시기에 길드 하나가 S등급의 플레이어를 2명 보유하게 되면, 적당히 유지되고 있는 균형이 무너지게 됩니다.”

‘대강 어떤 말인지는 알겠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알기라도 한 듯, 그는 빠르게 말을 이어 나갔다.

“이 조치는 대천사 길드 때문에 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대천사 길드요?”

“예. 거기는 현재로서는 상당히 까다로운 길드입니다. 언론 조작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으면, 분명히 진원 씨에게 접촉을 했겠죠.”

그리고 이어지는 대천사 길드에 관한 간단한 설명.

계속 듣자니 눈이 찌푸려질 수밖에 없었다.

‘뭐야. 그냥 사이비 종교 집단이잖아.’

신의 뜻이라는 명분으로 목적을 위해서라면 범죄까지 망설이지 않고 저지른다는 길드.

일반인을 포함해 엄청난 수의 플레이어들을 보유하고 있어 경찰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는 예전에 넘어섰다고 한다.

“저희가 우려하는 것은, 혹시라도 김진원 씨가 대천사 길드의 소속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 어떤 조직이나 국가도 대형 길드를 막을 순 없겠죠.”

당연히 자신은 그런 사이비 집단에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

“그들의 자본력은 이미 엄청나게 커졌습니다. 진원 씨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제공하겠죠. 물론, 그것이 안 된다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끌어들이려고 할 겁니다.”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리는 것이 아니라는 건가.’

“그래서 말씀하시려는 것이 뭔가요?”

“저희 협회의 소속이 되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손태욱은 언제 준비했는지 계약서를 진원 앞에 들이밀었다.

그것을 받고 찬찬히 읽어 보았다. 그동안 협회장은 조용히 기다려 주었다.

‘계약금이 300억. 연 보수가 300억. 인센티브 별도. 던전 입장료 면제. 협회의 무기 제공. 협회와 연계된 병원 무료로 이용.’

그 이외에도 자신에게 있어 상당히 좋은 항목밖에 보이지 않았다.

최은식과 맺은 계약보다 몇 배로 좋은 내용이었다.

아득. 아드득.

[이거, 신기해.]

메시아는 자신의 무릎에 앉아 전병을 두 손에 쥐고 맛있는 듯이 먹고 있었다.

진원은 그녀의 입가를 한번 닦아 주고, 손태욱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죄송합니다.”

“흠……. 이 정도면 상당히 좋은 대우라고 생각합니다만, 혹시 이유라도 여쭤볼 수 있을까요?”

협회의 파격적인 혜택과 대우. 그리고 언론을 포함한 정치권의 힘까지. 달콤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소속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행동에 제약이 생긴다는 말이다. 진원은 그것이 싫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이 의리가 있지. 돈 좀 더 주고 대우 잘해 준다고 넘어가고 그러는 건 아니지. 물론, 상당한 돈이긴 하지만.

“저는 이미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길드를 만들 예정이고요.”

그 말을 들은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A급 이상, 또는 B급의 플레이어들도 길드를 창설하곤 했다.

그러나 그런 길드는 오래가지 못했다. 대형 길드의 압박이 상당했으니.

그런데 굳이 좋은 길을 놔두고 험한 길을 선택한다고?

“협회 소속이 되시면 대천사 길드와는 적대할 일도 없으실 겁니다.”

“협회장님. 저는, 그 누구도 얕볼 수 없는 플레이어가 되고 싶습니다. 던전을 들어가고 싶고, 레벨을 계속 올리고 싶습니다.”

자신이 황제 투수로서 이름을 조금씩 날리기까지, 고강도의 훈련과 끊임없는 분석, 그리고 연구. 잠자는 시간 빼고는 오로지 야구만 생각했다.

그것은, 투수계의 일인자가 되겠다는 목표가 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현재. 진원은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수준의 플레이어가 되고 싶은 욕구가 끓어올랐다.

야구에 대한 아쉬움이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를 바라보던 협회장은 침을 꿀꺽 삼켰다.

진지한 표정. 그의 눈을 보면 그것은 진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정 수준만 되면 던전에 들어가지 않고도 평생 놀면서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다. 그런데 굳이 S급을 받고도 변수가 존재하는 던전에 계속 들어가려 하다니.’

그것은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일정한 지위를 얻고, 나이가 드니 어느 순간부터 겁이 나 던전에 들어가지 않았다.

‘저런 인물을 협회에 잡아 두려 하다니, 내가 노망이 들었나 보구먼. 우선은 지켜보기로 해야겠어.’

“오늘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여기 플레이어 카드 받아 주시지요. 제가 직접 건네드리고 싶었거든요.”

“네, 그럼.”

카드를 받고 서로 가볍게 악수를 한 뒤, 진원이 등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 할 때,

벌컥!

“할아버지이!”

갑작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온 여학생. 교복을 보니, 고등학생인 것 같다.

“아니, 손하윤. 요 녀석아! 오늘은 중요한 미팅이 있다고 말을 그렇게 했건만!”

그러나 손태욱의 표정은 말과는 달리 웃고 있었다.

“아, 왜에. 할아버지 보고 싶어서 왔는데. 근데 저 사람이 김진원이야? 대한민국의 세 번째 S등급 플레이어?”

그녀는 흥미롭다는 듯이 자신을 바라보다가, 시선이 무릎 근처에서 멈췄다.

“와아! 얘 진짜 귀엽다아! 누구야? 아저씨 딸이야? 한번 만져 봐도 돼?”

“아니다. 소환수야.”

‘오늘로 도대체 몇 번째야. 나 아직 스물두 살인데.’

대답을 하지도 않았는데, 그녀는 알아서 다가와 메시아의 머리를 귀엽다는 듯이 쓰다듬었다.

슥슥.

[으으.]

메시아는 그것이 싫은지 그녀를 밀어내고 더욱 자신의 품안으로 파고들었다.

“할아버지. 나, 저 오빠랑 대련 한번 하고 싶은데, 안 될까?”

“어허! 이 녀석이 처음 만난 분한테 버릇없게!”

손태욱은 손녀의 말에 짐짓 화낸 표정을 지었지만, 자신도 김진원의 힘이 궁금한 것은 사실이었다. 듣자하니 거의 혼자서 위장 포탈을 클리어하고 나왔다는데…….

“아, 할아버지이, 협회장이잖아요. 한 번만 하게 해 주세요. 네? 이런 기회는 잘 없단 말이에요.”

그러나 귀여운 손녀의 애교를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

“흠흠! 진원 씨, 이 근처에 대련장이 있습니다. 가볍게라도 좋으니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저도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며 부탁하는 협회장. 당연히 그의 부탁을 거절하기엔 껄끄러웠다.

‘이러면 거절 못 하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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