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48화 (48/200)

48. 메시아-1

“아…….”

순간 말문이 막혔다.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하지.

붉은 늑대야 ‘부하’라고 하면 되는데, 얘는 뭐라고 불러야 할까.

[나의 주인.]

…… 자신에게만 메시아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 다행이었다.

“제 직업과 관련이 있죠. 여기까지만 알려 드릴 수 있습니다. 당연히 인간은 아닙니다.”

“음, 그렇군요. 실례했습니다. 그리고…….”

김태우는 그의 말에 납득한 듯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자신이 입고 있던 검은색의 정장 재킷을 벗어서 진원에게 건네주었다.

“그래도 일단 여자아이로 보이니, 이걸.”

그러고 보니, 역병을 상대하느라 알아차리는 것이 늦었다.

메시아는 포탈에서 나올 때, 옷이라고는 부르기 어려운 천을 여러 개 걸치고 있었다.

거기다 그 천도 전투로 인해서 상당히 찢어졌으니.

‘주위의 눈도 있으니. 일단 받아 두는 것이 좋겠지.’

“감사합니다. 옷은 내일 돌려드리죠.”

진원은 그대로 옷을 건네받아 메시아의 어깨에 둘러주었다.

정장 재킷만으로 그녀의 몸이 70퍼센트 가까이 덮였다.

“그럼, 푹 쉬시고. 내일 뵙겠습니다. 경찰에는 제가 잘 말해 두겠습니다.”

김태우가 고개를 숙이자, 그도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김진원 씨,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그러자 뒤에 기다리고 있던 이시현이 그의 앞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응? 피닉스 길드의…….”

“이시현입니다. 이전의 답은 문자로 보내 놓았습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이시현은 간단하게 용건만 남기고, 바로 현장에서 사라졌다.

그의 뒷모습이 왠지 홀가분해 보였다.

“은식아, 몸은 이제 좀 괜찮냐?”

“혀엉! 은지 씨에게 들었는데, 귀한 포션을 저한테 주셨다면서요! 혀어엉!”

감격한 듯이 자신에게 달려드는 최은식을 가뿐하게 피하고, 등을 발로 밀었다.

“야야, 미친놈아, 징그럽게 뭐 하는 짓이야. 보니까 멀쩡하네. 나중에 연락할 테니까, 바로 들어가서 쉬어라. 너도 고생 많았다.”

“네, 형!”

그 뒤, 파티원들에게도 간단히 인사를 하고 현장을 떠나려던 그의 등 뒤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진원 씨, 할 말이 있어요.”

강은지가 기운 없는 목소리로 자신을 멈춰 세웠다.

“아, 네. 말씀하세요.”

“여기서는 그렇고. 진원 씨에게만 말하고 싶어요.”

언뜻 보면 드라마에서 고백이나 할 법한 상황.

그러나 그녀를 보면 절대로 그것이 아닌 것을 알 수 있었다.

눈동자가 불안한 듯이 계속해서 흔들리고 있었으니.

‘하긴. 위장 포탈에 삼켜지고 그만한 일을 겪었으니.’

그 뒤, 둘은 현장을 떠나 인적이 없는 골목길로 향했다.

“저기, 얘는…….”

“스킬 같은 거니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메시아.]

자신을 부르는 말이 마음에 안 드는지 불만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그…… 죄송해요.”

“네?”

진원은 갑작스럽게 고개를 숙이는 강은지의 행동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아니에요. 그게 아니라…… 저는 이전에 D급 던전을 클리어한 뒤로 겁이 많아져서…… 파티에 계속 들어가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번에 진원 씨와 함께라면 어쩌면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어요.”

“은지 씨. 저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돌발 상황이었어요. 그냥 운이 없었던 겁니다.”

그의 말에 강은지는 고개를 저으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저는 진원 씨가 전투를 하는 도중에도, 겁먹어서 최은식 씨의 뒤에만 숨어 있었어요. 스킬을 사용할 시간은 충분했는데……. 저는 아무래도 여기까지 인가 봐요.”

“은지 씨. 죄송할 거 없습니다. 위장 포탈의 보스가 역병이었다면, 최소 A급 던전이라는 말이에요. 누구도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어요.”

“위로해 주셔서 고마워요. 저, 이제는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지쳤나 봐요. 진원 씨에게만은 말하고 싶었어요. 정말 고마웠어요.”

꾸벅.

그 말을 끝으로, 강은지는 자신에게서 서서히 멀어졌다.

“음…….”

플레이어로서 능력을 부여받았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던전 공략을 하며 레벨을 올려 나가지는 않았다.

잘만 하면 인생 역전도 가능하지만, 그만큼 사망률이 높은 위험한 직업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강은지처럼 던전에 대한 공포가 커져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는 플레이어 또한 많았다.

그녀의 멀어지는 등을 보니 자신도 왠지 모르게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

어느새 도착한 집 앞. 검은 양복을 입은 남성 2명이 진원을 보자, 고개를 숙이며 깍듯하게 인사했다. 최은식이 고용한 동생의 경호원들이었다.

“별일은 없었나요?”

“예. 지금 김지원 씨는 주무시고 계실 겁니다.”

“그래요. 오늘은 이만 들어가 보세요.”

“예. 감사합니다.”

경호원들을 보내고,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커어어. 커허

동생의 방문 너머로 코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짜식이. 잠버릇하고는.’

진원은 피식 웃으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왔다.

‘그럼…… 이것들은 어떻게 처리한다.’

침대에 걸터앉아 인벤토리를 열었다. 메시아가 자연스럽게 그 옆으로 사뿐히 앉았다.

던전을 클리어하니, 파티원들은 모두 입을 모아 보상은 전부 자신이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살아남은 것만 해도 감사하다고 하니 거절할 필요는 없겠지.

그 기세에 나오는 아이템을 인벤토리에 쓸어 담았다.

[아이템 : 피를 마신 방패]

피를 머금은 듯한 붉은 색깔이 아름다워 보인다.

종류 : 방패

등급 : 유니크

효과 : 10m 반경의 범위 안의 대상들에게 10퍼센트의 HP를 훔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 1시간)

체력 +10

레벨 제한 : 30 이상

스텟 제한 : 체력 50 이상

이번에 보스를 잡아서 나온 하나의 장비, 붉은색을 띤 원형 방패.

‘유니크에다가, 효과도 상당히 좋다.’

이 정도 효과면 거래소에 등록하기만 해도 전사 직업의 플레이어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겠지.

‘하지만 이건 그 녀석에게 줘야겠어.’

최은식이 없었다면, 자신을 제외한 파티원들은 역병에게 HP가 빨려서 전원 사망했을 것이다.

그리고 빨아들인 HP로 더욱 강해졌겠지.

이번 던전은 녀석도 나름 큰 역할을 했다.

[아이템 : 심연의 돋보기]

내면의 깊숙한 곳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돋보기.

종류 : 아이템

효과 : 대상의 정보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사용 제한 시간 : 1시간

다음으로 얻은 아이템, 심연의 돋보기.

스승, 고재원의 심안보다 더욱 좋아 보이는 느낌이 들었다.

마음만 같아서는 아껴 두고 싶었지만, 제한 시간이 1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어떻게든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돋보기의 개수는 2개. 그렇다면…….’

한동안 가만히 고민하던 진원은 붉은 늑대를 실체화시켰다.

띠링.

[심연의 돋보기를 사용하겠습니까?]

Y/N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보라색으로 물든 돋보기를 꺼내 붉은 늑대에게 사용했다.

[붉은 늑대]

레벨 : 33

특성 : 상처 받은 무사 (원혼)

스킬 : [발도 - 추격: Lv1.]

능력 : [감각 Lv.5]

차원의 조각 : 0/4

#차원의 조각을 모아 붉은 늑대를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돋보기는 마치 자신의 상태 창처럼 붉은 늑대의 정보를 읽기 쉽게 출력해 주었다.

그런데…….

“뭐지? 차원의 조각?”

처음 듣는 단어였다. 단순히 레벨을 올려서는 성장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뜻일까…….

‘어쨌든 정보를 하나 알았으니.’

진원은 남은 하나의 돋보기를 옆에 앉아 있던 메시아에게 사용했다.

[메시아]

레벨 : 50

특성 : 뱀파이어 군주

스킬 : [라이프 드레인 Lv.1], [밤의 장막 Lv.1], [피조물 생성 Lv.1] [다크 레이 Lv.1]

능력 : [완력 Lv.1] [초감각 Lv.1] [급속재생 Lv.1] [다크 하이딩. Lv.1]

차원의 조각: 0/4

#차원의 조각을 모아 메시아의 잃어버린 힘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메시아의 상태 창을 보던 진원의 입이 절로 벌어졌다.

‘50레벨? 거기다…….’

보기만 해도 무서운 능력들이 줄줄이 나열되어 있었다.

메시아는 그런 진원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나, 어두운 곳에 계속 혼자서 갇혀 있었어.]

“뭐……?”

[내 힘이 두렵다고, 아버지가 나를 가두고, 죽이려고 했어.]

메시아가 자신의 흉진 목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내 목소리가 듣기 싫다고, 목을 뚫어 버렸어.]

“도대체 뭔…….”

[혼자는 싫어. 무서워. 같이 있어 줘. 부탁이야. 하라는 대로 다 할게.]

애처롭게 머릿속을 울리는 그녀의 목소리.

‘아버지라는 새끼가 자식을 죽이려 했다고?’

메시아는 자신이 초대권을 사용해 소환했다.

피의 계약까지 나눈 이상, 당연히 함께해야 할 존재였다.

“이제는 그럴 일 없을 거다.”

메시아는 힘을 잃은 상태임에도, 상당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잘못해서 폭주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큰 피해를 입힐 가능성도 존재했다.

하지만 아이템을 사용한 것은 자신이다. 그에 따른 책임은 각오하기로 했다.

[정말이야? 정말로?]

“그래. 앞으로 혼자 있을 일은 없을 거야.”

[고마워. 주인……]

“아니, 그냥 진원이라고 불러. 내 이름. 김진원이야.”

[알았어. 진원.]

붉은 늑대는…… 굳이 자신이 먼저 물어보고 싶지는 않았다.

대답이야 해 주겠지만, 먼저 말해 줄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상태 창.”

이름 : 김진원

레벨 : 36

직업 : 계약 소환사

등급 : 유니크

업적 : 끈질긴 놈

칭호 : 레드 플레이어 꿈나무

HP : 3,500

MP : 2,100

[스텟]

근력 : 50 민첩 : 40 체력 : 50 마력 : 60 지배력 : 60

미분배 포인트 : 10

#플레이어 중 유일하게 상점 기능이 개방됩니다.

#모든 데미지 10퍼센트 감소 효과가 적용됩니다.

#뱀파이어 군주 메시아와 피의 계약을 맺은 상태입니다.

[스킬]

마구 Lv.10 (MaX)

불굴 Lv.1

순간 가속 Lv.10 (MaX)

미분배 포인트 : 2

[직업 스킬]

소환의 방 Lv.1

계약 소환 : 꼬마 임프 Lv.10 (MaX)

인핸스 본드 Lv.8

[상점]

Lv.4

뜻하지 않게 위장 포탈에 삼켜져, 6레벨이나 올랐다.

확실히 위험한 던전일수록 레벨 업의 효율은 좋았다.

그리고 두 번째로 얻은 칭호.

[칭호 : 피의 계약자]

뱀파이어 군주와 최초로 피를 계약을 맺은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효과 : HP 최대치가 1,000 증가합니다.

“……엄청나네.”

보통 30레벨대의 전사 직업 HP는 2천대.

그런데 자신은 소환사 직업류임에도 불구하고 3천부터 시작에, 업적과 칭호 효과로 4,500까지 올릴 수 있게 되었다.

“이 정도면 체력은 그냥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네.”

상당한 고난을 겪었지만, 그만큼 돌아오는 보상은 달콤했다.

어떻게든 일이 잘 풀려서 다행이었다.

***

“꺄악! 오빠 뭐 해!”

동생의 시끄러운 목소리에 정신없이 자고 있던 진원의 눈이 떠졌다.

“경찰! 빨리 경찰서에 신고를!”

“뭐야, 무슨 일인데 그래? ……응?”

자신의 배를 짓누르고 있는 무게감이 느껴졌다.

얼마나 피곤했으면 그것도 모르고 편하게 잤을까.

고개를 돌려보니, 자신의 가슴에는 머리를 기대고 잠들어 있는 소녀, 메시아가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당연히 오해할 만한 상황이었다.

“야야, 폰 내려놔. 얘는 내 소환수야.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니까. 빨리 폰부터 내려놔.”

자신의 등짝을 때려 대는 동생에게 메시아에게 관한 일을 설명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사용하게 되었다.

***

그 뒤, 진원과 동생 지원, 메시아는 식탁 앞에 앉았다.

“어휴, 얘 옷 좀 먼저 사 입히지. 하여간 남자들은.”

“아니, 그 정도는 나도 당연히 알아. 늦은 밤이어서 그냥 온 거야.”

“그러시겠지. 어휴.”

메시아는 동생의 옷을 임시적으로 입고 있었는데, 사이즈가 맞지 않아 헐거워 보였다.

“편하게 언니라고 생각하고 지내. 알았지?”

동생은 마치 귀여운 여동생이라도 생긴 듯이 메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럼 일단…….”

띠리리- 띠리리- 띠링. 띠링.

그가 말을 끝마치기 전에, 벨소리와 함께 수많은 문자의 알림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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