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46화 (46/200)

46. 삼켜지다-4

‘내 신호에 맞춰서 한 번에 공격해라.’

‘키긱!’

‘분부대로.’

붉은 늑대도 있으니, 굳이 글러브를 착용하지 않아도 괜찮겠지.

그는 곧바로 와인드업을 하고, 마구의 부가 스킬을 사용했다.

자신의 옆에 있던 임프는 꼬마 지옥 불을 만들어 언제든지 던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끼이익!”

“끼에에에!”

깔끔한 연계였다. 자신이 먼저 마구를 던지고, 그 뒤를 이어 꼬마 지옥 불과 붉은 늑대의 검기가 코카트리스를 덮쳤다.

고통스럽게 비명을 지르던 몬스터들은 붉은 늑대의 발도를 마지막으로 목이 잘려 나갔다.

[코카트리스를 처치하였습니다.]

[코카트리스를 처치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붉은 늑대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좋아. 깔끔하네. 그건 그렇고, 붉은 늑대의 레벨도 같이 오르는구나.’

임프와 다르게, 붉은 늑대는 자신처럼 성장이 가능했다.

현재 붉은 늑대의 레벨은 32. 나중에 어떠한 변화가 생길지 기대가 된다.

진원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새까맣게 불탄 놈들의 시체로 다가갔다.

***

“살려 주세요!”

“파티장님, 끄아아아!”

지옥이 따로 없었다.

대형 길드로의 이직을 앞두고 있었는데!

밀림? 수색대원 출신인 자신에게 딱히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식량을 비축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코카트리스를 잡는 데 3명이 죽었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마법 계열 플레이어가 없었기에.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사실 이전부터 이상하다고는 생각했다. 몬스터들이 자신이 알던 패턴과는 다르게 공격해 왔으니.

상당히 강력하기도 했고. 그런데 나타난 놈이 하필…….

[보스 : 역병]

A급 던전에서 나타나는 보스 중에서도 까다롭기로 유명한 놈이라니! X발!

주위에 피를 뿌려 대며 몬스터들을 강력하게 만드는 보스.

그것만이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놈이 뿌려 대는 붉은 피는 한 방울이라도 피부에 닿게 되면 HP가 위험한 수준까지 빨린다. 그리고 빨린 HP는 그만큼 놈의 생명력이 된다.

정화 스킬을 가진 프리스트가 없으면 공략이 불가능할 수준인 보스였다.

“파티장님, 사, 살려…….”

무서운 속도로 피가 빠져나가는 파티원 1명이 서지후에게 손을 뻗으며 도움을 요청했다.

당연히 도와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는 피해가 없는 여성 1명을 자신의 뒤로 밀쳐내며 소리쳤다.

“도망쳐라! 내가 최대한 시간을 끌 테니! 뒤돌아보지 말고 뛰어!”

끄덕.

눈물을 흘리고 있던 여성은 이를 악물고 반대 방향으로 뛰어나갔다.

***

한편.

“끼에에엑!”

서걱-

불길에 휩싸여 비명을 지르던 코카트리스의 목이 떨어졌다.

더욱 익숙해진 임프와 붉은 늑대의 연계.

[레벨이 올랐습니다!]

“좋아. 이걸로 4레벨 업이다.”

위장 포탈이 삼켜진 지 하루 하고 몇 시간, 진원은 붉은 늑대의 안내에 따라 다른 코카트리스의 둥지에 있었다.

스텟 30을 지배력과 마력에 나눠서 투자하니, 이전보다 더욱 수월하게 놈들을 처치할 수 있었다.

거기다 인핸스 본드의 레벨까지 투자하니, 자신이 굳이 마구를 사용하지 않아도 임프와 붉은 늑대가 코카트리스의 숨통을 끊었다.

그 영향으로 라이터와 같이 약하게 피어오르던 꼬마 지옥 불은 횃불과 같은 크기로 커졌다. 화력이 세진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자신은 그저 놈들의 시체에 다가가 골드와 아이템을 획득하기만 하면, 끝.

‘음. 이제 슬슬 보스를 찾아야 하는데.’

그가 이전부터 신경 쓰고 있었던 것은, 아일랜드에서 스승에게 받은 이계로부터의 초대권이었다. 이제 사용 가능 시간이 10시간도 남지 않았다.

사삭-삭.

그렇게 인벤토리를 보고 있을 때, 풀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허억. 헉…….”

자세히 들어 보니 사람의 거친 숨소리다. 반대편에서 왔다는 것은, 서지후의 파티원일 확률이 높았다.

“사, 살려 주세요. 흐윽…….”

밀림을 헤집고 정신없이 달려온 여성은 진원은 발견하자마자, 몸에 힘이 빠졌는지 주저앉으며 눈물을 쏟았다.

앞만 보고 달려왔는지, 벌레에 쏘인 상처나, 긁힌 듯한 상처가 많았다.

“이제 괜찮으니까 진정하세요. 이거 먼저 드세요. 이건 벌레 퇴치 스프레이입니다.”

진원은 여성을 진정시키며 HP 포션을 건네주고, 몸에 스프레이를 뿌려 주었다.

“흐윽…….”

“무슨 일이 있었나요?

“파, 파티장님이, 허어엉…….”

여성이 진정하길 차분히 기다렸다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들었다.

‘역병이라…….’

“일단 우리 파티원이 있는 쪽으로 가죠.”

끄덕.

***

평소와 같이 야영 준비를 하던 파티원들은, 진원이 데려온 여성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어? 그쪽은…….”

여성의 상태를 보고,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파티원들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서지후 씨의 파티원 맞으시죠? 이거 좀 드세요.”

최은식은 여성에게 생수를 건네주었다.

“설명은 제가 할게요.”

미리 여성에게 설명을 들은 진원은 파티원들에게 반대쪽에서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들은 그대로 설명을 해 주었다.

“역병이라……. 이거 조진 것 같은데요…….”

“은지 씨, 프리스트라고 하지 않았나요? 정화 계열 스킬 없어요?”

“치유 스킬 말고는 없어요.”

강은지의 대답에 파티원들의 낯빛이 더욱 어두워졌다.

“형, 보스가 얼마나 많은 플레이어의 피를 흡수했는지가 관건인데…… 어떻게 하죠?”

“일단 부딪혀 보는 수밖에 없겠는데.”

놈이 보스라면 어떻게 해서든 처치해야 귀환 포탈이 생성된다는 말이다.

거기다가 역병은 던전에서 오래 살아남을수록 플레이어의 HP를 흡수해서 강력해지는 특징이 있다.

서지후를 포함한 9명 가까이 되는 파티원들의 피를 흡수했다면 지금쯤 상당히 강력해졌을 것이다.

[보유 골드 : 380골드]

보스전을 대비하기 위해 상점을 둘러보던 그가 발견한 것은 상점 레벨이 4가 되면서 추가된 아이템, 희석된 엘릭서.

[희석된 엘릭서]

모든 상태 이상과 질병에 대한 미미한 치유 효과가 있다. HP와 MP가 회복되는 것은 덤.

종류 : 비약

가격 : 500골드

수량 : 5개

외상까지 생각하면 1,380골드. 현재 2개까지 구매할 수 있다.

‘인원수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희석된 엘릭서를 구입해 인벤토리에 넣고 있을 때, 파티원들의 시선이 한쪽으로 쏠렸다.

“혀, 형! 저거!”

“진원 씨!”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돌린 진원의 표정도 파티원들과 같이 굳어졌다.

‘벌써 여기까지 오다니. 미치겠네.’

“키키키.”

아직 대비책도 제대로 못 세운 와중에, 어느새 역병은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며 멀리서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도망쳐온 여성의 흔적을 따라온 듯했다.

‘저 자식. 그냥 사람처럼 생기가 돌잖아.’

역병은 겉으로 보면 좀비와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썩어 문드러진 피부를 가지고 있다. 놈은 HP를 상당히 흡수했는지, 겉으로 보면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준이었다.

“은식아, 놈의 피에 맞으면 안 되는 거 알지? 다른 파티원들 지킬 수 있겠냐?”

“노력해 볼게요, 형! 다들 제 뒤쪽으로 오세요!”

“더 멀리 떨어져 있어!”

최은식은 진원의 경고에 긴장하며 뒤로 물러난 뒤, 스킬을 발동할 준비를 했다.

‘현재 놈과는 거리는 대략 30미터. 임프, 붉은 늑대. 놈의 피를 한 방울이라도 맞으면 안 된다.’

‘키긱!’

‘맡겨만 주십시오.’

와인드업을 하는 진원의 양옆으로, 임프와 실체화한 붉은 늑대가 공격 자세를 취했다.

그대로 마구를 놈에게 던지려고 할 때, 놈이 입을 열었다.

“아, 잠깐. 난 싸울 의사가 없다. 지금은 말이지. 키키키.”

“……!”

갈라지는 듯한 남성의 목소리.

몬스터가 말을 한다고? 이건 또 무슨 일이냐.

역병은 두 손을 높이 들고 천천히 자신에게 다가왔다.

다른 파티원의 옷을 손이 가는 대로 대충 뺏어 입은 듯한 옷차림이었다.

“저기 인간들, 특히 1명의 인간의 피가 상당히 진해서 배가 부르더군. 키키. 덕분에 이렇게 인간처럼 말도 할 수 있지.”

놈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한쪽 손으로 배를 쓰다듬었다.

“지금은 나는 기분이 아주 좋아. 그래서 너와 거래를 하고 싶다. 키키. 너랑 싸우게 되면 좀 골치 아플 것 같아서 말이지. 키키.”

기분 나쁜 듯이 웃으며 거래를 제시하는 보스 몬스터.

진원은 상당히 놀랐다. 인간형 몬스터라고는 해도, 지능이 없다시피 한 좀비형 몬스터다.

그런데 말을 하고, 자신한테 제안을 하다니.

“말해 봐.”

솔직히 최은식과 강은지를 포함한 파티원 전원을 안전하게 지키면서 놈을 처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말을 하는 몬스터도 처음 봤고. 일단 한번 들어보기로 했다.

“지금의 나는 배가 부르다. 그래서 굳이 피를 흡수할 이유가 없지. 그런데, 나중이 되면 또 배가 고파진다. 키키.”

“그래서?”

“네 뒤에 있는 인간들, 5명 정도만 넘겨라. 그러면 5일 정도는 건드리지 않겠다. 키키.”

“X랄 하네, 등신이.”

괜히 들었다. 이건 거래라고 할 것도 안 된다. 시간만 날렸네.

“키키! 금방 배가 꺼지겠지만, 네놈의 피는 상당히 진할 것 같다. 키키키!”

놈은 그대로 피를 만들어, 전방을 향해 뿌리려고 했다.

서걱-

[붉은 늑대가 스킬 - 발도 : 추격을 사용합니다. MP를 50 소모합니다.]

그때, 붉은 늑대의 검기가 역병의 팔을 절단했다.

촤아아-

피가 분수처럼 쏟아졌지만, 놈은 별 신경 쓰지 않고 뒤로 물러났다.

“키키! 내 피! 아깝다!”

즈즈즛-

놈의 절단된 팔이 순식간에 원래대로 돌아왔다.

아니, 자라났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임프!”

“키긱!”

자신의 신호에 임프가 곧바로 꼬마 지옥 불을 역병에게 던졌다.

자신도 그 사이 총잡이의 장갑을 착용하고, 도탄을 이용해 마구를 강화하고, 연속해서 던졌다.

“흐읍!”

화르르르-푸확! 퐈학!

순식간에 불길이 퍼지며 놈을 집어삼키는 와중에, 나무를 오가며 튕기던 마구들이 놈의 몸통을 연속해서 꿰뚫었다.

“키키키! 뜨겁다! 아프다!”

그러나 그을렸던 놈의 피부와 꿰뚫렸던 복부가 순식간에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거나 먹어라! 키키!”

놈이 팔을 휘적거리며 진원을 향해 피를 뿌렸다.

촤아아!

놈의 피를 단 한 방울이라도 맞으면 안 되기에, 최대한 거리를 멀리 벌렸다.

임프와 붉은 늑대 역시 민첩한 움직임으로 역병의 피를 피했다.

‘미치겠네. 가까이 다가가기는 힘들고. 멀리서 싸우자니 죽지를 않고.’

레벨 업을 하면서 잔여 스텟을 마력과 지배력에 전부 투자했지만, 여전히 화력은 부족했다.

마구의 부가 스킬을 사용해 볼까도 생각했지만, 10초 동안 놈이 뿌려 대는 피를 한 방울도 안 맞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강력한 지원군이 하나 필요한데…….’

하나 있긴 하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아군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진원의 시선이 인벤토리를 향했다. 지금도 붉은 늑대의 실체화에 필요한 MP가 계속해서 소모되고 있었다. 시간을 길게 끌수록 자신이 불리해진다.

‘이 이상 고민할 시간은 없다!’

진원은 고개를 돌려 최은식과 파티원들에게 더욱 멀리 떨어지라고 소리쳤다.

“형, 혼자서 위험해요!”

“난 괜찮으니까 멀리 떨어져 있어! 너 아니면 다른 파티원들 전부 다 끝장이다!”

최은식은 진원의 말에 입술을 깨물며 파티원들을 이끌고 최대한 뒤로 빠졌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이계로부터의 초대권을 꺼냈다.

띠링.

[이계로부터의 초대권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주의! 강력한 존재가 초대될 수도 있습니다.

Y/N

알림 음이 경고 음처럼 들리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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