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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상점스킬-44화 (44/200)

44. 삼켜지다-2

파티장으로 보이는 남성 1명이 자신을 힐끔 쳐다보더니 가까이 다가왔다.

겉보기에 20대로 보이는 플레이어. 풀 플레이트 아머과 방패, 메이스로 완정무장을 한 남자였다.

“김진원 씨, 맞으시죠? 저번에 S등급 판정을 받으셨다는데 겨우 C급의 던전에 들어가신다니, 그 소문은 사실이었나 보군요.”

“그래서 무슨 문제라도?”

“아아, 측정기 오류로 사실 김진원 씨가 S등급이 아니라는 소문이 퍼졌습니다. 그런데 지금 C급 던전에 들어가시려는 걸 보니, 루머가 아닌가 보군요.”

남성은 괜히 화제를 돌리며 자신을 비꼬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지금 시비거시는 겁니까?”

“아아, 물론 아니죠. 제가 무슨 배짱으로 S, 등, 급의 플레이어님께 시비를 걸겠습니까?”

‘주군, 베어도 되겠습니까.’

‘아니, 괜찮아.’

“형, 상대해 줄 필요 없어요! 시간상 먼저 구입한 건 우리 쪽이니까, 그쪽은 이만 돌아가 주세요.”

과열된 듯한 분위기.

그런데 그들은 포탈의 색깔이 서서히 변하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진원 씨, 포탈의 색이……!”

포탈의 변화를 먼저 눈치챈 것은 강은지였다.

“네? 이런 미친!”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서서히 붉은색으로 물든 포탈은 강한 힘으로 주위에 있는 플레이어들을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일반인이었던 감시원만을 제외하고.

“위, 위장 포탈! 빨리 신고해야 한다!”

플레이어들끼리 싸우는 것을 보며 하품을 하고 있던 감시원은 포탈에서 멀리 떨어진 후, 다급하게 협회로 연락을 했다.

모든 플레이어들을 빨아들이듯이 집어삼켰던 포탈은, 다시 원래의 서서히 색으로 되돌아왔다.

***

협회의 직원과 타이거 길드의 김태우, 피닉스 길드의 이시현은 감시원의 신고를 받고 위장 포탈이 발견되었다는 장소로 빠르게 달려왔다.

김태우는 가쁜 숨을 내쉬며 감시원에게 어떤 상황인지 물었다.

“감시원! 몇 명이나 안으로 빨려 들어갔습니까!”

“예, 예!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두 파티가 한꺼번에 빨려 들어갔으니 20명 정도로 잡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뭐라고요? 두 파티나?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그 말에 감시원은 최대한 간결하게 정리해서 당시의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협회의 직원이 그런 실수를?”

모두의 시선이 협회의 직원에게 쏠렸지만, 직원은 그저 상황을 돌리기에 바빴다.

“지금은 그, 그런 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사이, 이시현은 위장 포탈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그에 반응한 듯 포탈의 색이 조금씩 붉게 물들었다.

“거기는 위험합니다! 어서 떨어지세요!”

감시원은 기겁하며 소리쳤지만, 그는 가만히 포탈을 응시할 뿐이었다.

“위장 포탈이 맞습니다. 일정 수의 플레이어를 집어삼킨 후에는, 이렇게 표면만 붉게 물들죠.”

그 말을 들은 김태우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위장 포탈. 말 그대로 던전의 등급을 알 수 없는 포탈이다.

마력 수치조차 위장해 버리기에 삼켜지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죽음의 늪이라고도 불리는 포탈.

“하아, 지금까지 위장 포탈은 단두 개밖에 나타나지 않았는데. 안에 들어간 플레이어들의 등급은 어떻게 되죠?”

“그…… 김진원이라고 얼마 전에 S급 판정을 받은 분 한 분과, 피닉스 길드의 A급 서지후 씨, 그리고 나머지는 거의 D급과 E급입니다.”

“후우……. 던전 등급이 낮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나타난 위장 포탈 2개의 예측 등급은 전부 A~S급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이번에 나타난 세 번째의 포탈 역시 최소 A급의 던전이라고 봐야 한다.

“A급이라면 김진원 씨와 서지후 씨는 살겠지만…… S급이라면 전원 사망 확정입니다.”

사실 이것도 일이 잘 풀렸을 경우였다.

김진원은 현재 S등급의 판정을 받았지만, 그의 자질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많아 재심사를 검토하자는 말까지 나온 상황이었다.

왜 하필 유독 김진원만 그런 취급을 받는지 자신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만약 이번 위장 포탈에서 김진원 씨가 살아 돌아온다면…… 확실한 S등급이다.’

현재 그는 길드장 신혜진이 작정하고 키우는 듯한 느낌을 받는 플레이어다.

죽기라도 하면 당연히 곤란했다.

“일단은 응급조치 확실히 할 수 있도록 인력을 24시간 체제로 대기시켜 놓도록 하죠.”

***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발생하자 진원은 당황스러웠다.

아일랜드. 그것도 자신이 사막에서 전직을 위한 퀘스트가 발생해 강제적으로 빨려갔을 때, 딱 그 느낌과 비슷했다.

포탈은 수많은 파티원들을 한꺼번에 뱉어 내고, 바로 사라졌다.

‘설마 특수 던전인가?’

다른 플레이어들은 갑작스럽게 발생한 상황에 어쩔 줄 몰라 했다.

“포탈이…… 포탈이 살아 있는 듯이 움직였어! 너도 봤지?”

“여기 던전 맞나? 그냥 밀림에 온 거 같은데.”

“쉿! 조용히 좀 말해, X신들아! 여긴 던전 안이라고!”

상당히 당황한 듯한 플레이어들.

그러나 진원은 이전에 아일랜드에서 있었던 경험 때문에 금방 침착하게 주변을 살필 수 있었다.

밀림에 들어온 것 같이 주변을 빽빽하게 둘러싼 활엽수들. 시야 확보가 어려웠다.

나무에 버섯이나 이끼, 정체모를 식물의 줄기가 어지럽게 얽혀 있었으니.

“진원 씨, 여기…… C급 던전 맞나요?”

불안해 보이는 눈빛으로 주변을 살피던 강은지는 어느새 진원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잘 모르겠네요. 저도 처음 겪는 일이라서.”

“……!”

갑자기 그의 표정이 변하며 강은지의 얼굴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녀가 순간 놀라며 움찔했다.

빠득!

그의 손에 붙잡힌 것은 화려한 색을 띠는 뱀이었다. 그대로 힘을 주어 놈의 머리통을 터트렸다.

[와일드 스네이크를 처치하였습니다.]

[180골드를 획득하였습니다.]

“배, 뱀…….”

“꺄악! 파티장님!”

다른 곳에서도 소란은 마찬가지. 강은지를 습격했던 뱀 3마리가 서지후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그러나 뱀은 서지후의 몸에 닿기도 전에 몸이 터져 나가며 죽었다. 어느새 황금빛의 오러가 몸을 둘러싸고 있었던 것이다.

파티를 습격한 몬스터는 와일드 스네이크. C급 던전에서 출몰하는 몬스터며, 강력한 맹독을 주의하기만 하면 별로 어렵지 않게 처치할 수 있는 몬스터였다.

그런데…….

‘이놈들 장난 아니게 빠른데.’

놈들이 상당히 민첩했다. 자신과 서지후 말고는 아무도 반응을 하지 못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자, 다들 주목!”

짝짝.

다들 불안해하고 있는 상황에 파티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A급 플레이어 서지후였다.

“다들 정신 차려라!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살아 돌아갈 수 있다.”

그는 차분하게 파티원들을 진정시키며 입을 열었다.

“우리가 빨려 들어간 곳은 위장 포탈이다.”

반말로 말을 이어 갔지만, 자신의 파티원들을 보며 말하고 있으니 딱히 불평할 필요는 없었다.

“그 말은, 던전의 등급을 알 수 없다는 것이고 최소 A등급 이상의 던전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아, 어떡해…… 나 이번이 첫 던전인데…….”

“으으…….”

상당수의 파티원들이 서지후의 말에 울상을 지었다. 최소 A등급의 던전. C급도 버거운 와중에, 이게 무슨 일인지.

“일단 여기는 밀림형 던전이니 맹수나 독충의 습격을 받지 않는 장소를 탐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진원의 파티로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어 나갔다.

“20명 가까이 되는 인원이 이런 정글형 던전에 한꺼번에 몰려다니면 눈에 띄기도 쉽고, 긴급 상황에 대처하는 것도 힘들어집니다. 그러니까 파티를 나눠서 행동합시다.”

그 후로 파티원의 전력을 계산해 보니, 자신과 서지후, 강은지 말고는 대부분 D급~E급 플레이어였다.

최은식은 장비가 좋으니 C급 정도로 쳐 줘도 괜찮을 듯했다.

“아. 그리고 그쪽에서 이쪽으로 오셔도 상관은 않겠습니다. 선착순 2명만.”

그 말에 오늘 하루, 던전의 인원 채우기를 담당하기로 한 진원 쪽의 파티원들이 서지후와 진원을 번갈아 보았다.

그는 풀 플레이트와 메이스로 완전한 무장상태. 반면 진원은 무기조차 없는 듯 보였다.

“아, 저는 신성 기사입니다. 믿을 만하실 겁니다. 뭐, 저쪽보다는 아무래도 제 쪽이 더 낫지 않겠어요?”

그의 말에 고민하던 파티원 하나가 넘어가자, 순식간에 다른 파티원 1명도 뒤따라 넘어갔다.

“네? 뭐라고요? 형이 괜히 S등급을 받은 줄 아세요?”

최은식의 말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뭐, 딱히 말리지는 않겠다만. 그건 그렇고, 신성 기사란 말이지.’

신성 기사. 무기나 자신의 신체에 신성력을 부여하는 특징을 가진 직업.

유니크 직업인 성기사보다는 하위 직업이지만, 신성력이라는 고유 스텟은 어떤 몬스터든지 추가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아, 그리고 거기 여성분. 보기에 프리스트 같으신데, 이쪽으로 오시지 않겠습니까? 저와 시너지가 상당히 좋을 것 같습니다.”

강은지 씨가 언뜻 보기에 힐러 같으니 끌어들이려는 거겠지.

그런데 방금 인원이 많으니까 갈라지자고 하지 않았나?

강은지 씨까지 넘어가면 13명인데. 물론, 넘어갈 리가 없겠지만.

“괜찮아요. 전 진원 씨와 함께할 거예요.”

자신의 생각대로, 강은지는 서지후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런가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군요. 그럼, 저희들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던전은 저희가 클리어할테니 그동안 안전한 장소를 찾으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아쉬운 듯이 입맛을 다신 서지후는 파티원들을 이끌고 밀림을 헤집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진원은 그 뒷모습을 잠시 쳐다보다가, 무심하게 고개를 돌렸다.

“형, 저놈 싸가지가 너무 없는 거 아니에요? 신성 기사가 뭐 별건가. 나도 퍼펙트 쉴던데.”

최은식은 그런 서지후의 행동이 열 받는지 씩씩대며 열변을 토했다.

딱히 자신은 아무 관심도 없었는데…… 잠깐만, 퍼펙트 쉴더?

“너, 직업이 퍼펙트 쉴더라고?”

“네. 이제 형한테 도움이 될 것 같네요.”

자신의 물음에 최은식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놈, 꽤나 괜찮은 직업군으로 전직했네.

프리스트 직업군 다음으로 선호되는 탱커 직업이잖아?

퍼펙트 쉴더의 단점이라고 한다면 공격 스킬이 거의 없다시피 한 것이었지만, 그만큼 방어 성능이 뛰어난 직업이기도 했다.

‘역시 꺼라위키. 방대한 정보량만큼은 원탑이라니까.’

“좋아. 그럼 우리도 출발하자. 다들,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니까 항상 긴장감을 유지하고 계시는 것이 좋아요.”

그의 말에 단순히 인원수를 채우러 왔던 4명의 플레이어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최은식이 전방, 중간을 자신이, 그리고 후방을 강은지가 맡으며 서지후가 나아간 반대 방향으로 나무와 식물들이 무성한 밀림을 천천히 헤쳐 나갔다.

***

위장 포탈 앞에 대기해 있는 수많은 응급차량들.

다른 사람이 보면 무슨 대형 사고라도 났나 싶을 상황이지만, 공터에 포탈 하나만 은은하게 빛나고 있을 뿐이었다.

이시현은 불안한지 괜히 담배를 꺼내 연달아 폈다.

‘젠장. 이미 피닉스 길드의 기밀 정보를 빼돌릴 준비를 마쳤는데.’

김진원을 믿고 바로 일에 착수했었는데, 하필 위장 포탈에 삼켜지다니.

그것도 OK 문자를 보내려고 한 몇 시간 전에.

그의 불안한 기색을 눈치챈 협회의 직원 하나가 그에게 다가갔다.

“서지후가 있다면 충분히 살아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던전이 A급이라는 가정하에서요.”

그 말에 이시현과 김태우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그 사람은 해병 수색대 출신의 플레이어. 거기다 해외의 던전에 용병으로도 자주 다녔으니. 실력과 경험 둘 다 확실한 편이죠. 거기다가 신성 기사이기도 하고요.”

“흠…… 그렇군요.”

협회 직원의 말이 큰 위안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김진원과 서지후가 합세한다면 클리어를 노려 볼 만하지 않을까?

“김진원이었나? 듣자하니 S급 플레이어도 같이 빨려 들어갔다고 들었습니다만, 장비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이었다고 하더군요.”

협회의 직원은 혀를 차며 말을 이어 나갔다.

“쯧쯧. 안 그래도 의혹이 많은 플레이언데, 그나마 이번에 돌아오면 서지후의 덕을 좀 보겠군요. 운도 좋구만.”

그 말에 김태우의 표정이 사납게 변했다. 자기가 뭐라고 되는 줄 아는 듯이 무시하는 태도.

하지만 여기서 화를 낸다면 자신이 지는 것이다.

‘진원 씨가 나오면 네놈이 했던 말, 한마디도 안 틀리고 전해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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