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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상점스킬-42화 (42/200)

42. 예상치 못한-4

“흐흐.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여 주지.”

‘해 보자.’

돌진하려고 자세를 취하는 놈에게, 화살표의 가이드를 따라 마구를 힘껏 던졌다.

팅!

“흐흐. 어디로 던지는 거냐, 멍청한 놈.”

팅! 팅!

도탄 특성으로 인해 공장의 벽면과 천정을 사납게 누비던 마구는 방심하고 있던 송진호의 뒤통수에 직격했다.

뻐억!

“끄아악!”

놈은 갑작스럽게 몰려오는 고통에 머리를 부여잡고 무릎을 꿇었다.

웬만한 공격에는 끄덕도 안 할 것 같던 놈의 머리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툭.

“키긱!”

“이런 X발! 떨어져라, 벌레 새끼야!”

그사이 어느새 회복한 임프가 송진호의 머리에 달라붙어 시야를 방해했다.

그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놈에게 돌진해 공격을 강행했다.

퍼억! 퍽!

“끄아아아!”

복부를 가격당하는 놈은 고통스러운 듯이 비명을 지르면서도 임프를 떼어내려고 몸을 강하게 흔들었지만, 임프는 끈질기게 놈의 머리채를 잡고 버텼다.

“흐읍! 임프! 떨어져라!”

“키긱!”

빠악!

“커헉!”

그 사이, 진원은 주먹을 힘껏 움켜쥐고, 체중을 실어 그대로 놈의 안면을 타격했다.

펀칭 머신을 힘껏 때리던 감각으로.

놈은 꽤나 피해를 받았는지 얼굴을 움켜쥐고 자신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MP 회복의 기회를 노리고 있던 그는 놈과 거리가 벌어지자마자 바로 상점0을 열고, 남은 70골드로 MP 포션을 연달아 구매해 바로 마셨다.

‘MP 최대량이 늘었다고 해도, 붉은 늑대의 실체화를 오래 유리하는 것은 힘들겠어.’

MP: 480/2,000

어느새 바닥을 찍은 MP. 고개를 돌려 동생 쪽을 확인해 보았다.

다행히 다른 플레이어는 없는 듯했다.

한편, 공장 구석으로 물러난 송진호는 마음이 급해졌다.

‘제기랄! X발! 이제 1분조차 안 남았다. 남은 방법은 이것뿐이다.’

놈이 괴상한 장갑을 착용한 순간부터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 능력 증폭의 효과가 얼마 남지 않았다.

송진호는 최대한 힘을 쥐어짜 내 다리로 모은 후, 동생 지원이 있는 곳을 향해 도약했다.

“그럴 줄 알았다. X같은 놈아.”

보통 사람의 눈에는 반응이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였지만, 미리 경계를 충분히 하고 있던 진원은 여유롭게 놈의 노림수를 막아 냈다.

놈과 같은 높이로 도약한 뒤, 그대로 주먹을 들어 머리를 힘껏 내려쳤다.

빠악!

“끄아아아!”

놈은 머리에 상당한 고통을 느끼며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와 동시에 터질 듯이 팽창했던 혈관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능력 증폭의 효과가 사라진 것이다.

“임프, 저기 망치 좀 가지고 와.”

“키긱!”

그는 피가 흐르는 머리를 감싸 쥐고 있는 놈에게 다가갔다.

임프에게 토르의 장난감 망치를 건네받고, 놈의 손을 힘껏 내려찍었다.

콰직!

“끄아아아아!”

오른손이 망가졌는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경련하는 놈에게, 신경 쓰지 않고 왼손도 똑같이 만들었다.

콰직!

“아아아아악!”

“너는 내가 죽이지 않을 거다. 그 대신,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게 만들어 주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놈의 안면을 죽지 않을 정도로 힘 조절을 해 내려찍었다.

깡!

피와 함께 놈의 이빨이 부서져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한동안 몸을 부르르 떨던 놈은 입에 거품을 물고 그대로 기절했다.

“붉은 늑대, 이제 괜찮으니까 동생을 안고 이리로 와라. 조심히.”

“분부대로.”

붉은 늑대에게서 동생을 받고, 조심스럽게 등에 업었다. 그대로 공장을 나가려다가, 문득 무엇인가 생각났는지 다시 등을 돌려 동생을 붉은 늑대에게 안겨 주었다.

“임프, 내가 가르쳐 줄 테니 하라는 대로 해 봐.”

“키긱!”

그는 윗옷에 넣어 두었던 스마트폰을 찾아 카메라를 켰다.

그리고 간단히 임프에게 사진을 찍는 법을 알려 준 뒤, 최대한 자신이 피해자 같은 구도를 만들며 사진을 찍었다. 피해자이긴 했지만.

찰칵! 찰칵! 찰칵!

동생을 찍는 것은 그만두었다. 끔찍한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만들기는 싫었다.

“좋아. 둘 다 오늘 고생했다.”

“아닙니다. 주군에게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할 뿐입니다.”

“키긱! 킥!”

거한들의 시체에서 골드를 챙긴 뒤, 붉은 늑대에게 동생을 받아 등에 업고, 그대로 폐공장을 걸어 나갔다.

그 후로 동생 지원이 눈을 뜬 것은 약 30분 후였다. 진원의 등에 업힌 채였다.

“오, 오빠…….”

동생은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이 생각났는지 눈을 뜨자마자 울먹거렸다.

“깼어? 많이 무서웠지? 이제 다 끝났으니까 괜찮아.”

“오빠……. 흑……. 오빠 몸에서 피나! 병원 가자. 응?”

그의 옷은 여기저기 찢겨 있었고, 멍든 곳과 함께 피가 흘러나오는 상처들이 상당했다.

“오빠 S급 플레이어다. 이 정도면 한숨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 일단 집으로 가자. 알겠지? 앞으로 이런 일은 절대로 없을 거야.”

***

그로부터 3일의 시간이 흘렀다. 진원은 동생과 함께 병원을 다니며 지원이 조금이라도 정신적인 충격에서 회복될 수 있도록 도왔다.

당연히 경찰에 알리지는 않았다. 동생이 기자들의 먹잇감이 되는 것은 싫었으니까.

치료가 효과가 있었는지, 아니면 동생이 강한 건지. 벌써부터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겠다고 한다.

“오빠. 나 이제 괜찮으니까 학교 슬슬 나가 볼게.”

“진짜 괜찮아? 그냥 더 쉬어도 돼. 의사 선생님께서도 그러셨잖아. 한 학기 쉬는 것이 좋지 않을까?”

평소와는 다른 조심스러운 오빠의 태도. 지원은 그것이 고마웠지만, 다시 원래의 장난기 있던 관계로 돌아가고 싶었다.

“힘들면 꼭 말할게. 그리고 당분간 무사 아저씨가 옆에 붙어 있기로 했잖아? 오빠만큼 강하다며?”

듣자하니, 진원의 직업은 소환수를 부리는 직업이라고 했다.

거기다 자신을 폐공장으로 데리고 간 사람은 대형 길드의 주요 간부, 송진호.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었지만 치료를 위해 사실을 전달받을 필요가 있었다.

“그래. 무리는 하지 말고. 무슨 일 있으면 꼭 연락해. 알겠지?”

“알았어. 그럼 다녀올게.”

‘붉은 늑대, 동생을 당분간 부탁한다.’

‘분부대로.’

동생이 평소와 같이 교복을 입고 집을 나섰고, 그 뒤를 실체화하지 않은 붉은 늑대가 따라나섰다.

“휴우…….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정말 산더미네.”

이럴 때일수록 곁에 부모님이 있어 줘야 하는데…….

작게 한숨을 내쉰 그는 현재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뉴스를 확인했다.

[폐공장에서 피닉스 길드의 부사장, 송진호가 중상을 입은 상태로 발견! 현재 의식은 없는 상태! 레드 플레이어의 소행인가?]

[신분을 알 수 없는 거한들의 시체! 송진호를 노렸나.]

“썩을 놈들, 진실을 알면 어떤 반응을 할지 궁금하구만. 이 대가는 이자까지 쳐서 제대로 받아 주지.”

서류 봉투를 들고, 모자와 선글라스를 쓴 뒤 그대로 집을 나섰다.

***

코코아 택시를 타고 30분 정도 걸려 도착한 곳은 피닉스 길드의 고층 빌딩 앞이었다.

자동문이 열리고, 바로 안내데스크로 들어가 길드장을 찾았다.

단정한 차림의 직원이 진원을 반갑게 맞아 주었다.

“어서 오세요. 무슨 볼일이신가요?”

“여기 길드장하고 만나고 싶은데요.”

“네? 죄송합니다만…… 길드장님은 현재 부재중이시며, 앞으로 만나시려면 미리 길드장님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지금, 송진호 씨가 많이 다쳤죠? 제가 거기에 대한 정보가 있어서요. 어디에도 공개되지 않은 정보입니다.”

진원은 직원을 향해 서류 봉투를 흔들어 보였다.

“그럼 내용물을 확인시켜 주실 수 있나요?”

직원은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별로 흔들림 없는 태도를 취했다. 그러자 진원은 서류 봉투에서 공개된 적 없는 사진 한 장을 꺼내 직원에게 살짝 보여 주었다.

사진을 들여다보던 직원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이, 이쪽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세요. 현재 송진호 님의 대리를 맡고 있는 분에게 연락을 넣어 두겠습니다.”

“그러죠.”

그는 짧은 대답을 남기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고, 직원은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자 눈앞의 수화기를 들고 어딘가로 급하게 연락을 했다.

띵!

엘리베이터가 멈춘 곳은 34층이었다.

문이 열리자 그 앞에는 정장 차림을 한 젊은 남성이 서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쪽으로 가시죠.”

남성은 정중하게 안내를 했고, 그는 그 뒤를 따라갔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간 장소는 송진호의 사무실이었다.

남성은 싸구려 믹스커피가 아닌, 원두를 커피 기계를 사용해 아메리카노 두 잔을 만들었다.

“편하신 곳에 앉으시죠. 제가 현재 송진호 님의 대리를 맡고 있습니다.”

자신이 가죽소파에 앉자, 남성은 테이블에 아메리카노를 올려 주었다.

“제가 왜 여기 왔을 것 같아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있어 무례한 말이었다. 그러나 남성은 당황하지 않고 대답했다.

“송진호 님에 대한 정보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것이라면 가능한 한 보답을 드리겠습니다.”

남성은 당연히 금전적인 대가를 바라고 온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요? 그럼 이 길드, 박살 낼 수 있어요?”

“네?”

그는 순간 목에서 욕이 튀어나올 뻔했지만, 애써 억누르며 참았다.

“농담은 이쯤하시고 본론으로 넘어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내가 지금 농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냐?”

그는 서류 봉투를 풀어 사납게 테이블에 던졌다. 스마트폰에서 인화된 수많은 사진들이 테이블을 채웠다.

“이, 이게 무슨……?”

그리고 그 사진을 들여다보던 남성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분명히 신분 없는 거한들에게 끌려가 습격당했다고 알고 있었는데, 사진이 보여 주는 것은 전혀 달랐기 때문이었다.

남성은 애써 놀란 기색을 감추며 입을 열었다.

“이것이 조작된 사진일 가능성도 있지 않겠습니까? 자세하게 조사를 한번 해 봐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러자 진원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그대로 갤러리를 열어 남성에게 넘겨주며 선글라스와 깊게 눌러쓴 모자를 벗었다.

“내가 조작이나 할 것 같은 사람으로 보여?”

“헉!”

얼굴을 확인한 남성은 순간 놀라 헛바람을 들이켰다. 지금은 이상하게 여론이 잠잠해졌지만, 얼마 전 대한민국의 세 번째 S등급 판정을 받은 김진원이었다.

“아, 아닙니다. 그럼 사진을 계속 확인해도 되겠습니다.”

“그래. 오래는 못 기다린다. 지금도 엄청 열 받으니까.”

“네, 네! 알겠습니다!”

그의 가시 돋친 말에 눈앞의 남성은 사진을 빠르게 확인해 나갔다.

그러길 10여 분, 모든 사진을 확인한 남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진원을 향해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김진원 님!”

이 사진들이 밖으로 새어 나가면 피닉스 길드는 진짜로 망한다.

그럴 만한 사진들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눈앞의 남성에게 입막음을 할 수도 없었다.

S급의 플레이어를 도대체 무슨 수로?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똥은 지가 다 싸 놓고, 치우는 것은 내가 하고. X발.’

현재 송진호의 대리를 맡고 있는 남성의 이름은 이시현. 그냥 일반인이다.

단지, 학벌이 좋으며 경영 능력이 뛰어나 대형 길드에게 스카우트된 케이스였다.

당연히 어느 순간부터 승진은 막혔고, 일반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도 많이 당해 왔다.

나가지 않고 계속해서 버티던 것은, 엄청난 액수의 연봉 때문이었다.

“딱히 그쪽한테 사과 받을 필요는 없고, 아까도 말했다시피, 저는 이 길드를 완전히 박살 내고 싶거든요.”

“현재 피닉스 길드는 상당히 무너진 상태입니다. 길드장님은 해외로 던전 공략을 떠나 여전히 연락이 없는 상태입니다. 또한 송진호 님의 심각한 부상과, 이전에 터진 여러 사건들 때문에 이대로 간다면 앞으로 5년 안에 망할 듯합니다.”

이시현은 고개를 깊숙이 숙인 채로 진원에게 현재의 피닉스 길드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그럼 1년 동안 기다려 드릴 테니, 망하게 하세요. 지금 송진호의 대리라면서요?”

“네? 그게 무슨 말씀……?”

“좋아요. 그럼 이렇게 하죠. 1년 안에 여기 길드를 망하게 하면, 제가 앞으로 만들 길드에 조건 없이 정직원으로 입사시켜 드릴게요. 이것도 굉장히 양보 많이 한 겁니다.”

이어지는 진원의 말에 이시현은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눈앞의 남자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피닉스 길드를 무너뜨릴 수 있었다.

자신에게 선택권이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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