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41화 (41/200)

41. 예상치 못한-3

자신의 HP가 2,100대로 깎였을 때, 빈틈이 보였다.

의자 옆에 서 있던 거한 하나가, 자신이 파이프질을 당하는 것을 보다가 지루한 듯이 하품을 했던 것. 당연히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지금이다!’

‘맡겨만 주시길.’

‘키긱!’

툭.

“응? 뭐야? 에이 씨, 웬 쥐새끼가…… 더럽게.”

거한의 어깨에 떨어진 쥐 1마리. 거한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쥐를 떼어내려 했다.

“키키킥!”

“뭐, 뭐야, X발!”

쥐의 모습이 서서히 임프의 모습으로 변하더니, 그대로 거한의 목을 휘감아서 강하게 조였다.

“끄…… 끄끅!”

“응? 뭐, 뭐냐 저건!”

뒤에 들린 비명에 일순간 놈들의 시선은 꼬마 임프 쪽으로 쏠렸다.

진원을 매질하던 다른 거한들의 시선도 마찬가지.

서걱-

그리고 그와 동시에 왼편에 서 있던 거한 하나가, 피를 내뿜으며 힘없이 쓰러졌다.

우직-

오른편에 서 있던 거한은 머리가 뒤틀리며 뒤로 넘어졌다.

“뭐냐, X발!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거냐!”

두들겨 맞는 진원을 바라보던 송진호의 만족스러운 표정은 순식간에 당황으로 변했다.

놈이 이곳에 들어왔을 때, 자신은 기척 감지 스킬을 사용했다. 진짜로 놈이 혼자 온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한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스킬에 감지되는 기척은 따로 없었다. 천정 쪽에 쥐가 몇 마리 기어 다니는 것 말고는.

-히끅. 흐윽…….

“괜찮습니다. 저는 같은 편입니다.”

실체화한 붉은 늑대는 동생이 앉아 있던 의자를 두 손으로 잡고 민첩하게 거한들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동생의 눈이 가려져 있는 것은 오히려 다행이었다. 거한의 목이 날아가는 것을 보게 되면 상당히 충격을 받을 테니.

그리고 그것을 확인한 진원은 인벤토리를 열어 토르의 장난감 망치를 꺼내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손잡이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 새끼들……. 오늘 너희들 아무도 못 살아 나갈 줄 알아라. 알겠냐, 이 X발련들아?”

차갑게 잠긴 듯한 목소리. 신나게 파이프질을 하던 거한들은 그의 기세에 주춤하며 뒤로 물러났다.

동생에게는 이 장면을 보여 주고 싶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거다.

그렇다고 자신의 눈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 떨어트려 놓고 싶지도 않았다.

놈들이 공장 근처에 무슨 짓을 해 놓았을지 몰랐다.

하지만 자신이 플레이어들을 죽이는 장면은 절대로 보여 주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성인이라도 감당하기 힘든 일이다.

고개를 들어 자신의 남은 MP량을 확인해 보았다.

MP: 1,625/2,000

MP쪽은 아직 여유롭다. 당분간 붉은 늑대의 실체화를 계속 유지시켜도 상관없을 듯했다.

‘붉은 늑대, 동생을 재울 수 있겠어? 최대한 안 아프게.’

‘가능합니다, 주군.’

자신의 말에 붉은 늑대는 한손으로 지원의 목 쪽을 세심히 눌러보다가, 일순간 힘을 주어 꾹 눌렀다. 목 쪽에 지나다니는 신경에 충격을 가해 기절을 유도한 것이다.

스르륵-

지원은 고개를 떨구며 힘없이 늘어졌다. 그리고 붉은 늑대는 팔과 다리가 묶여 있던 두꺼운 밧줄을 잘라 낸 후, 안대를 풀고 두 손으로 동생을 조심스럽게 안아 들었다.

‘놈들을 처리할 동안, 동생을 잘 지켜 줘. 너도다, 임프.’

‘키기긱!’

‘분부대로.’

동생을 안은 붉은 늑대가 그대로 한쪽 구석으로 빠지는 것을 지켜본 후, 망치를 들고 돌진해 눈앞에 보이는 거한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타앙!

“……!”

그 순간, 발포 음이 들리며 자신의 한 발자국 앞의 바닥이 움푹 파이며 총알 자국이 생겼다. 상당한 사이즈의 탄환 자국이었다.

“쯧, 내가 분명히 혼자 오라고 말했는데. 사람 말 더럽게 안 듣기는.”

송진호가 들고 있는 것은 여섯 발짜리 권총, 리볼버였다.

한국에서 총기류는 당연히 유통되지 않는다.

오히려 플레이어들이 생겨나게 되면서, 더욱 엄격해졌다.

안 그래도 포탈이니 몬스터니 정신없는데, 총기까지 유통하게 되면 나라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이었다.

그가 시선을 돌려 송진호를 쳐다보자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피식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아, 이거? 진짜 총처럼 보이냐? 일단 총알을 넣으면 사용할 수 있긴 하지. 우리 길드에서 제작한 내 전용 무기다. 나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겠지?”

그리고 다시 그를 향해 한 손으로 리볼버를 들어 조준했다.

갑작스럽게 발생한 상황에 당황하긴 했지만, 괜찮다고 생각했다.

인질로 쓰려던 동생을 넘겨주게 된 것은 계산 밖이었지만.

송진호의 직업은 ‘건맨’. 일반 직업이며, 원거리딜러다.

자신은 그저 그런 B등급 플레이어였지만, 뛰어난 경영 능력을 아버지에게 인정받아 피닉스 길드의 부사장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건맨은 혼자서 힘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총알 여섯 발을 사용하고 난 뒤, 재사용 대기 시간이 있어 그 시간 동안에는 무방비였기 때문.

거기다가 리볼버형 총기류에만 자신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적절한 환경이 갖춰지면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되는 직업이기도 했다.

거기다가…….

‘얼마 전에 얻게 된 직업 스킬, 인비지블 불릿. 내가 생각해도 최강의 스킬이다.’

보이지 않는 총알. 이것을 피해 낼 수 있는 플레이어가 몇이나 될까.

송진호는 자신의 승리를 직감했다.

‘겨우 저거 가지고 나한테 꼴값을 떤다고?’

기세등등한 송진호의 모습. 그러나 자신에게는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했다.

‘스승, 고재원의 기탄이 훨씬 위협적이었어.’

타앙!

다시 한번, 보이지 않는 총알이 진원의 미간을 향해 정확히 발사되었고,

홱-

“아니?”

그는 고개를 옆으로 젖혀 가뿐하게 총알을 피했다.

‘운인가?’

타앙! 타앙!

다시 한번 진원의 이마를 향해 발사된 두 발의 보이지 않는 총알.

홱-

역시나 방금 전과 같은 방법으로 회피했다.

“이, 이 새끼들아, 멍 때리지 말고 빨리 안 달려들고 뭐 해!”

조바심이 생긴 송진호는 쇠파이프를 든 거한들을 향해 소리쳤다.

‘저걸 피했다고?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무슨 스킬이지? 감지계 스킬인가?’

뭔가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X발! 다 같이 찍어라! 쫄지 마!”

한 명의 거한이 소리치며 달려드는 것을 신호로, 다른 거한들도 파이프를 들고 진원에게 달려들었다.

‘순간 가속!’

퍽! 빠악! 뻐억! 파삭!

그는 가속 스킬을 사용해 달려드는 거한들을 한 놈씩 힘껏 머리를 후려쳤다.

“끅!”

“아악! X발! 머리! 내 머리!”

토르의 장난감 망치를 한 대씩 얻어맞은 거한들은 그대로 머리가 터져 나가며 쓰러졌다.

그나마 방어력이 좋은 놈들은 피를 흘리며 뒤로 쓰러졌다.

그는 굳이 일일이 거한들을 한 놈씩 쓰러트렸다.

자신에게서 거리를 두고 있는 송진호를 먼저 처리해 버리는 것이 가장 쉽지만, 그렇게 편하게 죽이기는 싫었다.

“말도 안 된다, X발! 도대체 너는 뭐 하는 새끼야 X발놈아!”

순식간에 머리가 터져 나가며 죽는 거한들. 저래보여도 저놈들은 전부 레벨 30대의 플레이어다. 그것도 무식하게 힘과 체력에만 스텟을 몰빵한 무식한 놈들.

‘스킬 쿨타임이 돌기도 전에 다 죽어 버리겠군. 후……. 어쩔 수 없다. 이것까지 사용하게 될 줄은.’

송진호는 주머니를 뒤적거려 고급스럽게 포장된 작은 상자를 꺼냈다.

반지나 들어 있을 법한 조그마한 상자 안에는 투명한 알사탕이 들어 있었다.

‘놈을 어떻게든 이긴다면, 아버지는 이해해 주실 거다.’

그가 가져온 아이템은 1년 전, 아버지가 A급 던전을 클리어하면서 얻은 귀중한 아이템. 능력 증폭의 사탕이었다.

자신의 모든 스텟이 5분 동안 2배가 상승하는 효과를 가진 1회성 아이템. 그만한 효과를 가졌지만 아무런 페널티도 없었다.

꿀꺽-

알사탕을 삼킨 그의 몸이 조금씩 떨렸다. 잠시 후, 모든 스텟이 2배가 올라 일시적으로 80을 넘었고, 주요 스텟은 100 가까이 상승했다. 온몸의 혈관이 터질 듯이 팽창했다.

진원의 스텟과 비교하면 거의 2배 가까이 되는 수치였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붉은 늑대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상점 레벨이 올랐습니다!]

[외상 기능이 추가됩니다!]

[직업 스킬 -인핸스 본드가 추가되었습니다!]

진원이 모든 거한들을 처치하고, 30레벨이 되어 상점 레벨까지 올랐을 때,

“흐흐흐! X발 놈, 뒈져라!”

멀리서 거리를 두던 송진호가 진원을 향해 거친 말을 내뱉으며 돌진했다. 그것도, 맨주먹으로.

“……!”

놈의 상당한 속도에 순간 당황한 진원은 망치를 들어 송진호가 내지른 주먹을 막았다.

투웅-

“윽…….”

망치의 묵직한 소리가 공장 안을 채웠고, 그는 상당한 충격에 망치를 그대로 바닥에 떨어트렸다.

퍼억!

그대로 발로 복부를 걷어차인 진원은 폐공장의 입구 쪽으로 멀리 날아갔다.

“커헉…….”

“흐흐, S급도 별거 아니잖아. 너 이 새끼, 사실은 S등급 아니지?”

“주군!”

“키긱! 키긱!”

‘크으, 괜찮아. 임프, 너만 나를 도와라. 붉은 늑대 너는 동생을 계속 부탁한다.’

“키긱!”

HP : 2,322/3,500

놈의 발차기 한 방에 HP가 무려 500가까이 깎여 나갔다. 놈의 부푼 체구와, 약이라도 한 것 같은 기괴한 웃음소리.

‘아이템인가. 아니면…… 무슨 스킬인가.’

MP: 910/2,000

MP쪽은 슬슬 포션을 마셔 둬야 하는데, 놈이 그것을 기다려 줄 리가 없었다.

땅을 박차고 놈에게 돌진했다.

‘임프!’

“키긱!”

그와 동시에 뒤쪽에서는 꼬마 임프가 송진호를 향해 달려들었다.

씨익.

마치 그것을 알기라도 한 듯, 그는 민첩하게 옆으로 몸을 뺀 후, 주먹으로 꼬마 임프의 안면을 강하게 후려쳤다.

뻐억!

“키기긱!”

괴성을 지르며 벽으로 날아간 임프는 상당한 피해를 입었는지 바로 일어나지 못했다.

“주군!”

‘분명히 원거리 딜러였는데, 저렇게 강해졌다고? 무슨 짓을 한 거지?’

“흐하하하! 강한 것은 좋아, 정말로! 앞으로 3분 남았지만 3분은 무슨, 1분만 있어도 네놈들을 죽이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겠는데!”

자신의 강함에 심취한 송진호는 내키는 대로 말을 뱉으며 진원에게 서서히 다가왔다.

‘3분이라. 3분만 버티면 된다는 건가.’

말이 3분이지, 저 기세로 쉴 새 없이 몰아치면 아무리 진원이라고 해도 위험했다.

거기다가, 전부터 계속 동생을 신경 쓰고 있었으니 더욱.

입술을 깨물던 그는 문득 무엇인가 생각났는지 상점 창을 열었다.

[외상 가능 골드: 1,000골드]

방금 전에 상점 레벨이 오르면서 외상 기능이 생겼다.

‘무기, 무기가 필요하다!’

빠르게 장비란에 들어가 확인해 보니,

‘있다!’

새롭게 추가된 아이템 하나가 빛나고 있었다.

[아이템 : 총잡이의 장갑]

전설의 총잡이가 착용했다는 글러브. 징이 박혀 있어 타격용으로도 쓸 만하다.

종류 : 무기

등급 : 유니크

공격력 : +12

효과 : 원거리 스킬에 도탄 특성을 부여합니다.

도탄 횟수가 많을수록, 강력해집니다.

원거리 스킬 추가 데미지 +10퍼센트(최대 50퍼센트)

레벨 제한 : 20 이상

스텟 제한 : 민첩 40 이상

수량 : 1개

가격 : 1,000골드

자세한 내용을 읽을 시간은 없었다. 등급이 유니크였고, 원거리 스킬에 도탄 특성을 부여한다는 내용만 얼추 확인한 뒤, 곧바로 외상 기능을 이용해 총잡이의 장갑을 구매했다.

띠링.

[현재 외상 가능한 골드는 1,000골드입니다. 총잡이의 장갑을 구매하시겠습니까?]

Y/N

장비를 구매하자 빛이 일며 허공에서 징이 박힌 검은색 가죽장갑이 진원에게 떨어졌다. 겉보기에는 그냥 흔해 보이는 디자인의 장갑.

“크하하하! 뭐냐, 스킬이냐? 장갑으로 뭘 어쩌려고?”

송진호는 그 장면을 보고, 실컷 비웃었다.

이제 남은 시간은 2분. 놈을 처리하기엔 차고도 넘치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진원은 입술을 깨물며 장갑을 착용한 뒤, 마구를 사용해 도탄 특성을 부여했다.

‘이건…… 뭐지?’

푸른 화살표가 눈에 들어왔다. 마치 공의 방향을 미리 알려 주는 것 같았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