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36화 (36/200)

36. 귀환-1

“날 협박해 봐도 줄 건 아무것도 없다. 아니? 협박을 할수록 저놈의 힘을 절대로 되찾을 순 없겠지.”

그러나 여전히 주도권은 그가 잡고 있었다. 적어도 자신은 그렇게 생각했다.

어떻게든 스킬을 사용할 잠깐의 틈만 있다면……!

스윽-

“허튼 짓을 하면 그대로 베겠다.”

눈앞의 사무라이는 그런 자신의 의도를 알았는지 칼을 더욱 가까이 들이밀었다.

주륵-

그의 목에서 피가 조금씩 흘러내렸다. 입술을 질끈 깨물고 입을 열었다.

“후우……. 좋다. 일단 칼부터 거둬라. 녀석의 능력을 봉인한 아이템은 여기에 없어.”

진원이 붉은 늑대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자 목 끝에 갖다 댄 칼을 거뒀다.

몸을 일으키며 옷을 털던 그는 서서히 등을 돌려 문을 열었다.

진원은 그의 돌발 행동을 주시하며 문을 나서려고 할 때,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그림자가 튀어나와 일행을 덮쳤다.

쉬익-

쉬이익-

천정과 벽면 옆쪽에서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날카로운 그림자들.

챙!

붉은 늑대가 빠르게 반응해 검을 휘둘렀지만, 예상치 못한 메시지에 그대로 그를 놓쳤다.

띠링.

[붉은 늑대의 카게마루의 내구도가 0이 되었습니다.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그는, 잠깐의 틈을 이용해 그대로 문밖으로 재빠르게 도망쳤다.

“아, X발! 내 실수다. 하필 무기의 내구도가 이럴 때!”

자신의 실수였다. 상점에서 구입한 무기. 내구도가 있는 것은 당연했다.

“죄송합니다, 주군.”

붉은 늑대는 마치 그것이 자신의 실책인 듯 진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응? 아니, 너를 탓하는 게 아냐. 카게마루를 잠시 이리 줘. 수리해 줄게.”

그의 말에 붉은 늑대가 두 손으로 공손히 자신에게 카게마루를 건넸다.

띠링.

[수리비용은 420골드입니다. 수리하시겠습니까?]

Y/N

‘그러고 보니 전직 퀘스트를 할 때부터 계속 사용해 왔으니, 그럴 만도 했네.’

카게마루를 수리하고, 다시 붉은 늑대에게 건네주었다.

두두두두.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수많은 발소리가 몰려왔다.

그사이 자신은 인벤토리에서 아일랜드 특제 포션을 꺼내 마셨다.

MP가 느리지만 서서히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MP : 1,340/2,000

‘이걸로 당분간 붉은 늑대를 실체화시켜 놔도 괜찮겠지.’

“은신해서 공격해 오는 녀석들이 있으면 그놈들을 집중적으로 맡아 줘.”

“분부대로.”

“죽여! 저놈 메달은 내 거다!”

“먼저 죽이는 사람 맘이지, X새꺄!”

“보스가 먼저 죽이는 놈한테 메달을 세 개나 준다고 했다고!”

어느새 도착해 섬뜩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으며 다가오는 부하들. 그 수는 대략 10명 이상.

자신의 옆으로 다가온 고재원은 기탄을 날려 순식간에 김수환의 부하들을 쓰러트렸다.

“커억!”

“끄윽!”

부하들은 피를 내뿜으며 자리에서 그대로 허무하게 쓰러졌다.

“독한 놈, 애초에 약한 놈들만 보내서 시간을 끌려고 했나 보구먼. 어서 뒤를 쫓아야 한다! 커헙!”

스승은 혀를 차며 밖으로 달려 나가려다 가슴을 잡고 주저앉았다.

“스승님, 괜찮으세요?”

진원은 놀라며 인벤토리에서 HP 포션을 서둘러 꺼냈다.

“후우, 내가 30년만 더 젊었어도 이 정도는 아무렇지 않을 텐데, 나도 늙었구만, 늙었어. 아무래도 그놈에게 잡혀 있는 동안 체력이 많이 소진되었나 보구나. 나쁜 놈, 어떻게 이틀 동안 물 한 방울 안 줄 수가 있느냐?”

그는 천천히 숨을 돌리며 진원에게 포션을 받으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지금쯤이면 이미 늦었겠지. 기척이 느껴지지 않아. 혹시나 해서 물어보겠다만, 은신에 대한 대비책은 있느냐?”

현재 그는 호리병으로 능력치를 봉인당해 은신에 대한 공격에 무방비인 상황.

암살자가 기척을 숨기고 있을 가능성도 충분했다.

씨익.

“물론이죠. 도망쳤으면 뭐, 여기 있는 것들 다 털어 가야죠.”

그는 가볍게 웃으며 소환의 방을 사용했다.

“꼬마 임프 소환!”

츠츠츳-

등 뒤로 칠흑 같은 포탈이 생겨나며 작은 소환수가 걸어 나왔다.

“키키킥.”

“여기 건물 안에 아이템이나, 돈 될 만한 것들 찾아봐. 저기 왼편부터. 알았지?”

“키키킥!”

소환수는 진원이 지시한 방향으로 뛰어갔다.

그것을 보던 고재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제, 제자야. 직업이 생겼느냐? 도대체 뭐더냐?”

“스승님, 심안 있으시잖아요?”

“심안이 그렇게 편리할 리 있겠느냐, 껄껄! 역시 내가 사람 보는 눈 하나는 좋은 것 같구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스킬 ‘심안’ 은 하루에 한 번, 특정 대상의 상태 창을 완전히 열람할 수 있는 스킬이다.

처음에 심안을 진원에게 사용한 것은 순전히 자신의 감이었던 것이다.

“계약 소환사, 유니크 직업입니다. 제가 몰래 빼돌린 경험치 알약을 먹고 레벨이 오르니까 특수 던전이 저를 집어삼키더군요.”

“껄껄! 재밌는 직업이구나! 유니크라니, 어찌 되었든 축하한다, 제자야! 안전 구역으로 가면 네가 좋아하는 라면을……”

“또 점보라면 먹이시려고요? 됐습니다.”

스승은 어느새 몸이 회복되었는지 일어나 쓰러진 부하들에게로 향했다.

진원 역시 골드를 얻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다.

기탄에 모조리 쓰러진 부하들에게서 나온 골드는 대략 800 정도였다.

“쯧쯧, 나름 조절한다고 했는데, 다 죽어 버렸구먼.”

그대로 몸을 숙여 무엇인가를 주섬주섬 챙기더니 자신에게 건네주었다.

금색으로 빛나는, 메달이었다.

“이건? 메달이네요. 저 주시는 건가요?”

“그래, 이놈아. 안 돌아갈 거냐? 듣자하니, 동생이 혼자 있다고 하던데…… 너무 혼자 두면 안 된다.”

‘그러고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지나긴 했지.’

“스승님, 그래도 힘이 봉인된 아이템을 찾으시려고 저를……”

“됐다, 이놈아! 그것보다, 사실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자세한 얘기는 돌아가서……”

“키킥!”

어느새 건물을 둘러보고 왔는지 꼬마 임프가 돌아왔다. 한 손에……

“뭐야 이건?”

남성용 트렁크를 들고서. 한쪽에 금색의 별 모양이 장식되어 있었다.

“돈 되는 것을 들고 오랬더니 무슨 남자 팬티를 들고 오냐?”

“키키킥!”

꼬마 임프는 그것이 칭찬인 줄 아는지 가슴을 펴고 자랑스러워하며 진원에게 건네주었다.

한숨을 쉬고 소환의 방을 사용해 소환수를 넣었다.

“그럼, 내부를 다시 한번 훑어보고 돌아가죠.”

***

한편, 김수환은 이미 부하들을 데리고 건물 밖을 벗어나고 있었다.

‘다행히 유능한 암살자들은 대부분 데리고 나왔다.’

그림자 술사인 자신이 부하들과 함께 도망칠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는 아일랜드에서 강자로 통하는 부류였기에.

그런데, 뭔가가 자꾸 마음에 걸렸다. 미리 감시책으로 보내 둔 암살자 1명이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

‘내가 너무 걱정하는 건가.’

거기다가 섣불리 싸웠다가 큰 피해를 입을 것 같았던 사무라이에, 고재원까지.

자신을 포함해 부하들의 특기는 급습과 암살이다.

예상치 못한 검사 1명을 포함해 건물 안에서 싸우게 되면 오히려 자신이 불리해질 수도 있었다.

‘아니, 여기는 아일랜드다. 작은 타격도 큰 손해로 이어질 수 있으니. 일단 물러나지.’

현재 충실히 자신을 따라 주고 있는 부하들도 자신이 크게 다치기라도 하면 바로 적으로 돌아설 수도 있었다. 그것이 바로 아일랜드였다.

‘내가 이대로 물러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고재원.’

***

고재원의 집 안, 지하실.

그 뒤로 건물 안을 살펴봤지만 딱히 건질 만한 것은 없었다.

아이템을 다른 장소에 보관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건 그렇고, 중요한 얘기라는 것이 뭔가요?”

자신의 물음에 그는 마시고 있던 술병을 한쪽에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사실은 너한테도 말할 생각이 없었다만, 아무래도 네가 가지는 것이 좋을 것 같구나. 너의 직업을 듣고 계속 생각한 끝에 다다른 결론이다.”

그리고 몸을 천천히 일으켜 한쪽 벽으로 가 벽돌을 하나둘씩 두드렸다.

‘설마…… 저 안에 아이템을 숨긴 거야?’

그 설마가 맞았다. 옛날 영화에서나 보던 구식적인 방식. 도대체 무슨 아이템이길래.

그는 벽돌을 빼고 그 안의 작은 상자를 열어 내용물을 꺼낸 후, 진원에게 다가와 내밀었다.

“흠, 아직 기간이 남아 있구나. 선택은 너의 몫이다 제자야. 다만,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으면 받지 말거라. 이것이 바로 김수환이 노리는 아이템이다.”

[아이템 : 이계로부터의 초대권]

아일랜드 전용 아이템. 누가 초대될지는 알 수 없으나, 때론 강력한 존재들이 넘어오기도 한다.

효과 : 이계의 존재를 소환합니다.

사용 제한 : 유니크 등급 이상의 소환사 계열

#10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소멸합니다.

그것은 아일랜드 아이템이었다. 상당한 성능을 자랑한다는 아이템!

자신이 고블린에게서 빼앗은 포션만 해도 상당한 성능인데, 눈앞의 초대권은 얼마나 강력한 존재를 소환할지 감도 안 왔다.

‘붉은 늑대 정도만 된다면. 아니, 그 이상이라면.’

자신의 전력이 몇 배로 증가한다.

‘소환을 하는 것, 그뿐인 것이 문제네.’

강력한 이계의 존재가 넘어와 악한 마음을 품게 된다면, 상당히 골치 아파질 수 도 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도박이었다.

당연히 스승은 그런 이유로 초대권을 넘겨줄 리 없었다.

“미리 받겠습니다. 물론, 사용 기한이 지나기 전에도 감당이 안 될 것 같으면, 그대로 소멸시키겠습니다.”

“제자야, 그럼 당연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

“저는 저쪽에서 지켜야 할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제 가족만큼은 꼭 지키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힘이 더 필요합니다.”

당연히 거짓은 아니지만, 자신은 초대권을 어떻게든 얻고 싶었기에 스승을 감동시키기로 작정했다. 게다가 10일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다. 그동안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봐야겠지.

“흐음…….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듯하니, 함부로 사용은 안 하겠지.”

고재원은 그의 말에 한동안 생각하다가, 검은색으로 칠해진 편지 봉투를 자신에게 넘겨주었다. 진원은 편지를 받고 나서 바로 인벤토리에 보관했다.

‘좋아!’

속으로 쾌재를 외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럼 바로 돌아갈 채비를 하거라. 나도 제자의 배웅 정도는 해 줘야 되지 않겠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아일랜드에서의 46일. 이 기간 동안, 자신은 성장했다.

고재원과 함께 NPC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도중, 인벤토리에서 아일랜드 특제 포션을 꺼내 건네주었다.

“보물 고블린에게서 얻은 겁니다. 아일랜드 전용 아이템은 한 개만 가지고 돌아갈 수 있으니, 이것은 스승님이 사용하세요.”

“아니, 내가 이런 것을 준다고……. 험, 험. 고맙게 잘 쓰도록 하마. 내가 제자 덕을 많이 보는구나.”

그는 당연히 거절하려 했으나, 포션의 효과를 보더니 바로 받았다.

***

그리고 어느새 도착한 NPC 앞. 여전히 같은 위치에서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진원이 다가가 메달을 보여 주고, 이계의 초대권을 보여 주니 손을 휘저어 귀환 포탈을 만들었다.

그는 포탈을 보고, 등을 돌려 고재원에게 고개를 숙였다.

“스승님이 아니었으면 전 여기서 죽었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그래. 어서 가거라.”

아일랜드는 나가는 동시에 관련된 모든 기억이 사라진다. 고재원에 대한 기억 역시 사라진다는 말이다.

진원이 귀환 포탈로 걸어서 나가고, 고재원은 한동안 포탈을 응시하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나중에 다시 만나자구나, 제자야. 그때엔 네가 더 강해져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