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34화 (34/200)

34. 전직 퀘스트-4

진원이 인벤토리에서 꺼낸 것은, 이전에 상점이 잠깐 개방되었을 때 구매해 둔 카게마루였다.

그리고 바로 고개를 돌려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여기 와서 이 검을 받아! 그리고 나를 도와서 적들을 처치해라! 난 너의 주군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그런 대사였다.

다른 사람이 들었으면 유치했을 법한 그런 말.

그는 진원의 말에 고개를 돌려 카게마루의 도신을 바라보았다.

분명히 어디서 들었던 말이다.

-붉은 늑대여, 앞으로 이 몸을 섬겨라. 지금부터 나는 너의 주군이다.

과거의 기억이 자신의 머리를 울렸다. 이것은 자신의 기억인 것일까.

왜 자신은 지난번, 주군을 지키지 못하고 원혼이 되었는가.

‘이번에는……· 이번에는 주군을 지키겠습니다.’

붉은 늑대는 기사들을 제치고 재빠르게 카게마루를 집었다.

카게마루를 집은 그의 몸이 일순간 새하얗게 빛났다.

띠링.

[붉은 늑대의 원혼이 ‘김진원’을 주군으로 인식합니다. 힘을 완전히 되찾습니다.]

[붉은 늑대의 실체화에 MP가 1초당 10씩 소모됩니다.]

[현재 붉은 늑대의 충성도는 41입니다. 당신의 말을 따릅니다.]

붉은 늑대의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스읍-

숨을 한순간 깊게 들이마신 그는, 검집에 검을 집어넣고 발도 자세를 취했다.

[붉은 늑대가 스킬 - 발도 : 추격을 사용합니다. MP를 50 소모합니다.]

검집에서 나온 백색의 검기가 기사들을 한 번에 두 동강 냈다.

일순간 움직임이 멈춘 기사들은, 몸이 한 번에 허물어졌다.

푸쉬익-

갑옷 안에 머물던 검은 연기가 밖으로 빠져나왔다.

꿀꺽.

진원은 붉은 늑대의 강함에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원혼일 때도 상당히 애먹었는데,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니 차원이 달랐다.

거기다가 붉은 늑대의 머리 위에 어느새 레벨이 떠올라 있었다.

[붉은 늑대 Lv.30]

다행히 마이너스였던 충성도는 60가량이 올라 41이 되었다.

이것으로 카케마루를 미리 사 둔 것은 회심의 한수가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MP: 150/500

300이었던 MP가 어느새 절반이 되어 버렸다는 점이다.

붉은 늑대가 엄청나게 강한 만큼 소모되는 자신의 MP량도 컸다.

‘이제 15초도 안 남았어. 기사단장이 다시 기사들을 되살리기 전에 결판을 내야 한다!’

“기사단장을 공격해라!”

진원의 명령에 그는 카게마루의 특수 효과를 사용해 빠르게 기사단장과의 거리를 좁혔다.

진원 역시 토르의 장난감 망치를 들고 그 뒤를 따랐다.

MP: 100/500

이제 남은 시간은 10초.

그는 위로 도약해 검을 들고 그대로 기사단장을 향해 내려찍었다.

챙!

날카로운 금속음이 들렸다.

기긱. 기기긱.

기사단장은 창을 들어 올려 자루로 공격을 받아 냈다.

팔이 떨리고 있는 것을 보니 상당히 버거운 듯했다.

MP : 60/500

이제 남은 시간은 6초. 진원은 입술을 굳게 깨물고 남은 힘을 최대한 쥐어짜 냈다.

그리고 발에 힘을 실어 땅을 박찼다. 주위의 모래가 사납게 튀었다.

“으아아아!”

양손으로 망치를 고쳐 잡으며 있는 힘껏 기사단장의 투구를 내려쳤다.

콰직!

투구가 찌그러지며 창을 쥐고 있던 기사단장의 힘이 빠졌다.

붉은 늑대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창을 밀어낸 뒤, 참격을 가했다.

서걱!

투욱.

기사단장의 손에 든 창이 힘없이 떨어졌다.

띠링.

[기사단장을 처치하였습니다!]

[전직 퀘스트2를 클리어하였습니다.]

“허억…….”

피로감이 극에 달한 진원은, 퀘스트를 클리어했다는 메시지를 보자마자 그대로 쓰러졌다.

***

그 뒤로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그는 온몸의 근육통과 미처 다 풀리지 않은 피로감을 느끼며 몸을 일으켰다.

‘후, 기절한 건가……. 그 뒤로 어떻게 된 거지?’

주위를 둘러보니 동강 나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기사의 갑옷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한쪽에는 포탈이 생성되어 있었다.

‘붉은 늑대는 어디 있지?’

현재 넓은 콜로세움 안에서는 자신밖에 없었다.

실체화에 필요한 MP가 없어서 사라진 것일까.

쓰러지기 전에 미처 다 확인하지 못했던 메시지를 차례대로 확인했다.

[특수 던전을 클리어하였습니다. 포탈이 생성됩니다.]

[상점과 아이템 사용이 가능합니다.]

[전직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계약 소환사로 전직하시겠습니까?]

Y/N

‘전직 한 번 하려다 진짜로 죽을 뻔했네.’

그는 현재 눈앞에서 현재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는 유니크 직업의 전직을 앞두고 있다.

거기다가 레전더리로 승급이 가능한 엄청난 직업!

손가락을 가져가 버튼을 누르면 그대로 계약 소환사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진원은 여전히 확정을 내리지 못했다.

‘계약 소환사도 미리 직업 체험권으로 체험해 봤으면 좋았을 텐데.’

현재 소환 관련으로 밝혀진 직업은 네크로맨서. 일반 직업이다.

물량 면으로는 훌륭하지만, 소환수들이 하나같이 약하다고 해서 그리 좋은 대우를 받진 못했다.

‘하지만…….’

붉은 늑대. 그 정도 수준의 소환수를 둘 정도만, 아니, 하나만 더 부릴 수 있어도 차원이 다르게 강력해질 것이다.

거기다가 현재 자신은 준수한 회피 능력과 전투 능력을 갖추고 있다. 소환사의 약점이 없어진다는 말이다.

‘설마…….’

B급 이상의 던전을 클리어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아니다. B급이 뭐냐. A급도 충분히 가능해질 수도 있다.

‘어쩌면 S급까지도 노려 볼 만하지 않을까?’

한참 동안 생각을 하던 그는 천천히 손가락을 옮겼다.

평생의 단 한 번뿐인 기회. 긴장되는 것은 당연했다.

[직업이 결정됩니다. 계약 소환사로 전직하였습니다.]

[전직의 효과로 HP와 MP의 최대치가 증가합니다.]

[새로운 스텟이 개방됩니다.]

[업적 : 끈질긴 놈을 달성하였습니다.]

[직업 스킬 : 소환의 방이 추가되었습니다.]

[직업 스킬 : 계약 소환: 꼬마 임프가 추가되었습니다.]

[특수 던전을 클리어하였습니다.]

[귀환 포탈이 생성됩니다.]

랭크 : A

추가 보상: 계산 중…….

띠링, 띠링, 띠링, 띠링.

귀가 멍할 정도로 알림 음이 쉴 새 없이 울렸다.

계약 소환사로 전직하니 한 번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상태 창!”

진원은 한꺼번에 많은 변화가 생기자 놀라면서도 몰려드는 기대감에 바로 상태 창을 열었다.

<플레이어>

이름 : 김진원

레벨 : 26

직업 : 계약 소환사

등급 : 유니크

업적 : 없음

칭호 : 없음

HP : 3,000

MP : 2,000

[스텟]

근력 : 45 민첩 : 35 체력 : 50 마력 : 50 지배력 : 0

미분배 포인트 : 0

#플레이어 중 유일하게 상점 기능이 개방됩니다.

#모든 데미지 10퍼센트 감소 효과가 적용됩니다.

[스킬]

마구 Lv.10 (MaX)

불굴 Lv.1

순간 가속 Lv.10 (MaX)

미분배 포인트 : 8

[직업 스킬]

소환의 방 Lv.1

계약 소환 : 꼬마 임프 Lv.1

[상점]

Lv.3

[소환의 방 Lv.1]

액티브 스킬.

자신의 소환수들을 소환의 방에 저장합니다. 한 번 저장되었던 소환수는, 죽지 않는 한 소모 값 없이 소환의 방에서 재소환이 가능합니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저장 가능한 소환수가 많아집니다.

(MP : 소모 값 없음) (재사용 대기 시간 : 없음)

현재 저장 가능한 소환수 : 1

저장되어 있는 소환수: 0

[계약 소환 : 꼬마 임프 Lv.1]

액티브 스킬.

꼬마 임프를 소환합니다. 스킬 레벨이 높을수록 강력해집니다. 소환사의 레벨을 따라갑니다.

(MP : 100) (소모 골드 : 100골드) (소환 가능한 개체 :1)

[끈질긴 놈 : HP의 최대치가 500 증가합니다.]

“와…….”

엄청난 변화에 입이 떡 벌어지는 순간이었다.

HP와 MP량이 낮은 문제는 전직으로 인해 해결되었고, 새로운 스텟 ‘지배력’이 개방되었다. 거기다 예상치도 못한 업적 보상까지.

[지배력 : 수치가 높을수록 소환수들이 강력해집니다.]

26레벨이 되고 드디어 추가된 직업 스킬! 직업 간의 격차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직접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건 그렇고, 소환에 골드가 필요하다라……. 그래서 상점이 개방된 플레이어만 전직할 수 있는 건가.’

그렇다면 계약 소환사라는 직업을 가진 플레이어는 자신밖에 없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붉은 늑대는 어디 간 거지?”

진원이 의문을 느낌과 동시에, 옆에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있습니다, 주군.”

“응? 뭐야, 말을 할 수 있었나?”

“예. 칼을 받고 난 뒤부터 그것이 가능했습니다.”

‘실체화하는 데 초당 10의 MP가 든다고 했지.’

전직 전, 자신의 모든 MP를 사용해도 50초밖에 유지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붉은 늑대의 실체화를 전직 후 200초나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모습을 드러내 줘.”

“분부대로.”

스스스-

진원의 MP가 빠져나가며 붉은 늑대의 모습이 나타났다.

“날 믿고 도와줘서 고맙다.”

“당연한 일입니다.”

모습을 드러낸 붉은 늑대는 한쪽 무릎을 꿇고 진원에게 예를 취했다.

그는 그것이 익숙하지 않은지 괜히 볼을 긁적였다.

“주군, 앞으로 주군을 위협에서 지켜드릴 때 허락 없이 모습을 드러내도 되겠습니까?”

“그래. 물론이지.”

자신을 지켜 준다는데 허락을 안 할 리가 없지.

‘그건 그렇고…….’

콜로세움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동강 나고 찌그러진 기사들과 모래투성이인 자신의 몸.

한순간만 잘못 판단했어도 그대로 죽을 수도 있었다.

그저 운이 좋았다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띠링.

[추가 보상이 확정되었습니다.]

추가 보상 : 경험치 알약, 중급 골드 주머니

자신이 감상에 젖어 있는 사이, 허공에서 보상이 떨어졌고, 붉은 늑대가 빠르게 잡아서 진원에게 건넸다.

‘추가 보상도 상당히 좋네. 그럼 바로 알약부터……’

쿠구궁-

그가 알약을 입에 넣으려고 할 때, 지진이 난 듯이 콜로세움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띠링.

[앞으로 1분 뒤 특수 던전이 소멸됩니다.]

“일단 빨리 던전 밖으로 나가야겠다.”

서둘러 추가 보상을 인벤토리에 넣고 포탈로 향했다.

그 뒤를 붉은 늑대가 뒤따랐다.

***

그가 포탈을 통해 나온 장소는 스승, 고재원이 잡혀간 위치였다.

“좋아. 그럼 이제 정보를 모아서 김수환이 있는 곳으로…….”

스걱!

그의 말이 채 끝맺기도 전에 어느새 실체화한 붉은 늑대가 검을 뽑아 허공을 베었다.

촤학!

“커헉!”

비명이 들리며 암살자 하나가 목에서 피를 쏟으며 쓰러졌다.

“주군께 살기를 향하고 있어서 베었습니다.”

‘암살자가 대기하고 있었나? 은신을 감지하다니.’

사실 은신에 대한 확실한 대비책이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골치 아팠지만, 붉은 늑대가 그 고민을 깔끔하게 해결해 주었다.

[아이템 : 메달을 발견했습니다.]

[340골드를 획득하였습니다.]

‘넌 내가 다음에 좋은 칼이 생기면 무조건 준다.’

그는 금색의 메달을 주운 뒤, 주위를 둘러보고 붉은 늑대를 쳐다보았다.

끄덕.

이제 안전하다는 의미. 바로 인벤토리에서 알약을 꺼내 복용했다.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알약 하나에 2레벨이 상승했다.

특수 던전에서의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레벨 업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는데, 그것이 깔끔하게 날아갔다.

연속적인 이득에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최고다!’

이로써 자신의 레벨은 28이 되었다.

같은 레벨 플레이어에 비하면 상당히 강력한 수준일 것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중급 골드 주머니.

현재 자신의 소지금은 0골드. 한 푼도 없다.

[개봉하시겠습니까?]

Y/N

‘그래도 중급이니 아무리 못해도 100골드 정도는 주지 않을까.’

[1,000골드를 획득하였습니다.]

별 기대 없이 개봉했지만 1,000골드나 나왔다.

현금으로 치면 1억 원가량의 가치인 셈이다.

특수 던전의 난이도가 어느 정도였길래 추가 보상을 이렇게 후하게 주는지.

어쨌든 좋은 보상이었다. 어려울수록, 그만큼 보상이 커졌다.

‘이 정도면 바로 스승을 찾으러 가도 되겠어.’

그로부터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을 길게 끌수록 잡혀 간 스승의 위험이 커진다.

진원은 곧바로 김수환이 알려 준 위치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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