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33화 (33/200)

33. 전직 퀘스트-3

[아이템 : 늑대 조각상을 발견하였습니다!]

[늑대 조각상]

붉은 늑대의 주군이 직접 새겨 준 조각상. 이곳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면, 붉은 늑대를 수하로 부릴 수 있다.

종류 : 기타

‘길이 보인다!’

지금 이 상황은, 엄청난 운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복권을 샀으면 3등 정도는 당첨되지 않았을까.

그가 바로 늑대 조각상을 꺼내 놈의 눈앞에서 흔들자, 놈의 시선이 조각상으로 집중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씨익.

“너한테 이거 중요한 거지? 내 말을 알아들으면, 고개를 끄덕여.”

진원의 말에 붉은 늑대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에서는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지만, 흔들리는 눈동자를 보면 당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럼, 일단 한 대만 맞자.”

이것으로 주도권은 자신에게 넘어왔다.

인벤토리에 늑대 조각상을 넣고, 붉은 늑대에게 다가갔다.

마주 보고 서니 키가 170 정도밖에 되어 보이지 않는 듯했다.

“나한테 손가락 하나라도 건드리면 조각상은 그대로 부숴 버릴 거다.”

그는 주먹을 들어 힘을 싣고, 붉은 늑대의 안면을 강하게 때렸다.

뻐억!

놈의 고개가 크게 돌아가며 살짝 휘청거리는 듯했지만, 그뿐이었다.

‘그래도 근력이 40이라서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줄 알았는데.’

현재 전직 퀘스트 1의 조건이 만족되지 않아 클리어를 못 하고 있는 상황.

굴복시키거나, 자신을 주군으로 인식시키거나.

‘일단 굴복은 안 되겠다.’

정말 마음을 독하게 먹는다면 시도는 해 볼 만하겠지만, 그 전에 자신의 체력이 남아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하나네.’

그는 붉은 늑대에게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말라고 말한 뒤, 거리를 두고 인벤토리에서 늑대 조각상을 꺼냈다.

띠링.

[늑대 조각상에 이름을 새기겠습니까?]

Y/N

메시지가 떠올랐고, 조각상에 바로 자신의 이름을 등록했다.

[늑대 조각상에 ‘김진원’을 새겼습니다. 붉은 늑대가 당신을 임시적으로 주군으로 인식합니다.]

[현재 붉은 늑대의 충성도는 -21입니다. 당신을 배신할 수도 있습니다.]

‘아……. 아까 괜히 때렸나? 충성도가 마이너스잖아.’

늑대 조각상을 사용했지만 딱히 상황이 나아진 것 같지는 않았다.

언제든지 뒤통수를 맞을 수 있는 상황. 긴장감을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띠링.

[전직 퀘스트-1을 클리어하였습니다!]

[10분간 상점이 개방되며 물약 사용이 가능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퀘스트1이 클리어되면서 10분간 상점 기능이 열렸고 물약 사용 제한도 풀렸다는 것이었다.

그는 인벤토리에 넣어 두었던 포션들을 꺼내서 허겁지겁 마셨다.

붉은 늑대는 그것을 무표정하게 쳐다봤다.

“휴, 다행히 급한 불은 껐네. 응?”

그는 그런 녀석의 시선을 느끼고 빈 물약 병을 쳐다보다가, 상점에서 HP 포션을 구입했다.

‘포션을 주면 충성도가 오르려나?’

그리고 바로 붉은 늑대에게 다가가 건네주었다.

“독 같은 거 아니니까 괜찮다.”

그것을 한참 바라보던 녀석은 HP 포션을 조심스럽게 천천히 마셨다.

“응? 뭐지?”

그사이 상점창의 깜빡거리는 장비란을 확인한 진원은 무기가 추가되었나 싶어 들어가 봤다.

‘아니, 왜 저놈 칼을 내 상점에 파는 거야?’

아이템 : 카게마루

종류 : 무기

은은한 도신은 어둠까지도 베어 낼 것만 같다.

등급 : 유니크

공격력 +14

특수 효과 : 날렵한 움직임 - 이동 속도가 10초간 40퍼센트 증가합니다.

제한 : 붉은 늑대 사용 가능

수량 : 1개

가격 : 500골드

처음으로 추가된 유니크 장비.

공격력이 자신이 쓰는 망치에 비해 거의 2배 가까이 높았다.

거기다가 무기 자체의 특수 효과까지.

하지만 문제는 붉은 늑대 전용 무기이며, 가격이 무려 500골드나 한다는 것이었다.

‘하, 제길. 토르의 장난감 망치를 수리하면 카게마루를 못 사고, 카게마루를 사면 망치를 못 쓰고.’

[보유 골드 : 800]

현재 자신이 소지한 골드는 800골드.

내구도가 0인 망치는 수리비가 최소 300골드는 나올 것이다.

그가 이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유는,

[붉은 늑대의 충성도가 1 올랐습니다!]

방금 건네준 포션으로 인해 붉은 늑대의 충성도가 1이 올랐다는 점이었다.

현재 녀석은 무기가 없는 상태다.

자신이 직접 유니크 무기를 준다면 최소 두 자릿수의 충성도는 오르지 않을까.

‘아니, 그렇다고 해도 지금은 안 돼.’

유니크 무기를 든 녀석이 혹시 자신을 배신하게 되면 상당히 곤란해진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떠안는 것과 같았다.

‘그래도 잠시 후에 상점이 잠기는데…… 어떻게 할까.’

진원은 일단 토르의 장난감 망치부터 수리하기로 했다.

[수리 비용은 300골드입니다. 수리하시겠습니까?]

Y/N

수리 비용은 딱 300골드. 이로써 남은 500골드로 카게마루의 구입이 가능해졌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결심한 듯 구매 버튼에 손을 옮겼다.

붉은 늑대가 눈치채지 못하게 등을 돌리고 카게마루를 바로 인벤토리에 넣었다.

띠링.

[상점 이용 및 아이템 사용이 일시적으로 금지됩니다.]

[전직 퀘스트-2가 활성화됩니다.]

어느새 10분이 지났는지 메시지가 나왔다.

‘젠장, 아직 피로가 별로 회복되지 않았는데.’

방금 전 포션을 연속으로 사용해 어느 정도 피로감은 가셨지만, 그동안 축척되었던 피로는 어찌할 수 없었다.

“상태 창.”

[스텟]

근력 : 45 민첩 : 40 체력 : 50 마력 : 50 ?? : 0

미분배 포인트 : 0

진원은 퀘스트-2가 완전히 시작되기 전, 남은 포인트 5를 근력에 사용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할 수는 없지. 망치도 수리했고. 할 만해. 할 수 있다. 내가 누구냐.’

그는 자기 암시로 자신을 격려하며 퀘스트에 대비했다.

야구 선수 생활을 하며 익혔던 방법이었다.

띠링.

[전직 퀘스트-2 : 증명]

기사단장과 그의 부대들을 말살해 계약 소환사의 자질을 증명하시오.

완료 조건 : 기사단장과 그의 부하들을 처치

제한 시간 : 70분

보상 : 계약 소환사로 전직

실패 시 : 사망

츠츠츠-

츠츠츳-

눈에 보이는 포탈만 다섯 개.

그리고 허공에서까지 포탈이 생겨나면서 그 수는 빠른 속도로 늘어 갔다.

붉은 늑대는 생겨나는 포탈들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잠시 후, 포탈에서 기사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철그럭. 철그럭.

통일된 움직임으로 대열을 맞추어 한쪽에 정렬한 기사들은, 한동안 그 자세 그대로 가만히 서 있었다.

그 수는 대충 어림잡아도 50 정도.

‘도대체 뭘 하는 거지?’

그가 의문을 느끼기도 잠시, 포탈에서 거구의 검은빛의 갑옷을 걸친 기사 하나가 천천히 걸어 나와 그들의 앞에 가서 섰다.

그 기사가 완전히 나옴과 동시에 모든 포탈이 한 번에 닫혔다.

[기사단장] [30:00]

새빨간 이름 색깔.

3m는 넘어 보이는 창을 어깨에 걸친 기사단장은, 손가락을 들어 진원이 있는 곳을 가리켰다.

‘저건 뭐지?’

기사단장의 옆에 떠 있는 타이머.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29:59]

잠시 후 타이머가 줄어들기 시작하자, 기사들이 물결을 이루며 서서히 자신을 향해 다가왔다.

두두두두!

철그럭.

육중한 무게감이 땅이 울렸다. 순간 엄청난 박력에 흠칫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기사들에게 무기가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기껏해야 둘이나 셋 정도가 방패만 들고 있었다.

‘기사단장은 움직이지 않는 건가.’

기사단장은 멀찍이 떨어져서 그저 구경만 할뿐, 다른 행동을 취하지는 않았다.

옆의 타이머가 신경 쓰였지만, 일단 눈앞의 기사들부터 처리하기로 했다.

“너는 그냥 네 맘대로 해라. 나를 공격하는 것 말고는.”

진원은 고개를 돌려 붉은 늑대에게 짧게 말을 남긴 후, 기사들에게 돌진했다.

쾅!

망치질 한 방에 달려드는 기사의 머리가 찌그러지며 검은 연기가 밖으로 새어 나왔다.

기사는 그대로 엎어졌다.

푸쉬익-

[기사를 처치하였습니다.]

‘순간 가속!’

망설이지 않고 순간 가속을 사용해 기사들을 빠르게 쓰러트려 나갔다.

‘시간을 끌수록 불리해진다.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해!’

쾅!

콰지직!

빠각!

티잉!

그는 이를 악물고 기사들을 처치해 나갔다.

스킬 지속 시간이 끝나고도 정신없이 계속해서 싸웠다.

“헉, 허억…….”

기사들은 전신을 갑옷으로 무장하고 있어서 그런지 행동이 느렸다.

놈들의 공격을 피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단지 그만큼 단단해 처치하는 데 조금 애를 먹었을 뿐.

티잉!

[기사를 처치하였습니다.]

방패를 든 기사까지 처치한 그는 가쁜 숨을 내쉬며 기사단장 옆의 타이머를 확인했다.

[15:38]

단 15분 만에 그 많던 기사들을 처치했다.

‘역시, 저건 옆의 타이머가 다 줄어들면 움직이겠다는 표시다.’

싸우는 와중에도 기사단장이 있는 방향을 계속 확인했지만, 딱히 움직임은 없었다.

‘남은 시간은 15분. 그동안 조금이라도 피로를 줄여야 한다!’

곧바로 자리에 앉아 숨을 고르며 휴식을 취했다.

모래 바닥 주위로 수많은 기사들이 엎어져 있었다.

[5:07]

대략 10분이 더 지났다.

진원은 휴식을 취하는 와중에도 고개를 돌려 가며 붉은 늑대와 기사단장을 확인했다.

돌발 행동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붉은 늑대는 멀찍이 떨어져 벽에 등을 기대고 있었고, 기사단장은 처음과 같은 자세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대로 남은 시간 전부를 조금이라도 피로를 회복하는 데 사용한다면, 승산은 올라간다.’

[0:59]

하지만, 타이머의 1분이 0으로 줄어드는 순간, 변화가 일어났다.

기사단장이 처음으로 행동을 취했다.

어깨에 걸친 창을 들어 봉의 끝부분으로 계속 모래바닥을 쳤다.

툭! 툭! 툭!

퐈학!

모래가 사납게 튀었다. 마치 쓰러진 기사들에게 재촉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자 기사단장의 창끝에서 어둠이 점점 모이기 시작하더니, 엎어져 있는 기사들에게 흡수되었다.

철그럭. 기기긱.

“하, 저게 말이 되냐?”

어둠을 빨아들인 기사들이 하나둘씩 다시 일어나기 시작했다.

기사들을 잡는 동안 레벨 업이라도 했으면 그나마 나았겠지만, 이 망할 던전은 경험치조차 주지 않았다.

어느새 그가 쓰러트렸던 기사들이 다시 달려들었다.

이미 지쳐 있던 진원에게 수많은 기사의 머릿수를 감당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대로 벽 쪽으로 몰렸고, 기사들이 완전히 에워쌌다.

[0:30]

거기다가 앞으로 30초 뒤에, 멀리 떨어진 기사단장도 움직일 것이다.

“X발! 다시 살아나는 게 어디 있냐고!”

그는 거친 숨을 내뱉으면서도 토르의 장난감 망치를 휘둘렀다.

“큭!”

하지만 결국 기사들에게 공격을 허용하게 되었고, HP는 빠르게 깎여 나가기 시작했다.

HP : 220/500

하지만 진원은 포기하지 않았다. HP가 40퍼센트 이하로 내려갔을 때 발동하는 스킬, 불굴이 있었기 때문이다.

티잉! 파직! 퍼걱!

하지만 불굴이 발동하려는 순간, 변화가 일어났다.

어느새 멀리서 지켜만 보던 붉은 늑대가 달려와 날렵한 몸놀림으로 기사들을 처치하기 시작한 것이다.

“갑자기 무슨…….”

진원은 잠시 의문을 느꼈지만, 몰려드는 기사에게 다시 시선을 돌렸다.

[0:00]

어느새 타이머가 0초를 가리켰고, 동시에 붉은 늑대를 향해 창이 날아왔다.

쒜에엑-

회피 능력을 집중적으로 단련한 진원의 눈에도 상당히 빨라 보이는 창이었다.

티잉!

“큭!”

진원은 붉은 늑대의 옆으로 몸을 날려 창을 받아냈으나, 상당한 충격에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망치를 든 오른손이 얼얼했다.

두 번은 받아 내기 힘들 듯한 충격이었다. 그 장면을 본 붉은 늑대의 눈이 일순간 커졌다.

스스스-

망치에 막힌 창은 다시 기사단장에게로 빨려들 듯이 되돌아갔다.

‘이젠 정말 방법이 없다.’

그는 황급히 인벤토리에 손을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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