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30화 (30/200)

30. 아일랜드-3

“전투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건 네가 앞으로 경험을 통해 익히면 되는 것이고, 지금부터 내가 가르쳐 주는 것은, 너의 회피 능력을 올리는 것이다. 사실은 이거 하나만 마스터해도 반 이상은 먹고 들어간다.”

그러더니 손바닥에서 푸른색의 작은 공을 만들어 진원에게 던졌다.

“억!”

순간적으로 놀라 몸을 틀면서 피했다.

“이건 기탄이라는 스킬인데, 공 형태로 만들어서 너에게 하나씩 날릴 것이다. 물론 제자가 죽으면 곤란하니, 적당히 조절은 해 주도록 하마.”

그 말을 끝으로 다시 기탄이 날아왔다. 전보다 속도가 확실히 빨라졌다.

하지만 자신이 누군가. 수많은 강속구를 던지고, 본 야구 선수다.

다른 사람보다 동체시력이 발달한 진원은, 연속해서 날아오는 기탄을 무난하게 피했다.

쿵! 쿵!

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맞았다가는 입에서 피를 토할 정도로 강력한 충격이 귀를 때렸다.

“호오, 동체 시력은 꽤나 괜찮으니,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 가도록 하겠네. 일단 말해 두자면, 지금부터 나의 기탄을 눈으로만 쫓게 되면 큰코다칠 게다.”

그 말을 끝으로 스승은 다시 진원을 향해 기탄을 날렸는데, 눈으로 구분하는 것이 어려웠다. 정확히는, 보이지 않았다.

퍽!

“뭐야. 미친! 안 보이잖아! 크억!”

“내 기탄을 눈으로만 쫓지 말고 예측을 하거라! 단순히 움직임만 쫓으면 계속 맞게 될 게다. 내 어깨와 다른 몸동작을 보고 어디로 던질지 익혀야 안 맞을 게다.”

그는 말이 끝나자마자 다시 손에서 기탄을 만들어 진원에게 날렸다.

퍽!

“끄억! 그걸 말만으로 어떻게 알아요!”

당연히 말만으로 보이지 않는 기탄을 피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씨익.

“나도 알아. 그러니까, 몸으로 열심히 때우거라.”

‘껄껄. 이것이 제자를 키우는 기쁨인가.’

그는 속으로 뿌듯함을 느끼며 진원에게 기탄을 사정없이 날렸다.

***

“끄아아아! X발놈아아아!!”

반지하방에서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는 이는 얼마 전까지 피닉스 길드의 길드원이였던 손명유였다.

김진원에게 습격을 당하고 어떻게든 목숨은 건졌지만, 폭발에 의해 날아간 두 손은 자신의 얼굴을 포함해 큰 흉터를 남기고 사라져 있었다.

피닉스 길드는 그 사실을 알자마자 바로 자신을 일방적으로 해고했고, 병원비는커녕 오히려 길드의 이미지를 깎았다며 피해 보상액을 요구했다.

“X 같은 놈, 김진원, 고작 너 하나 때문에 내 인생이! X바아알! 어떻게든 조진다! 어떻게든!”

손명유는 진통제를 씹어 삼키며 복수의 이빨을 갈았다.

***

진원이 회피 능력을 키우는 훈련을 시작한 지 20일.

“모르면 맞아야지.”

지옥 같은 체력 훈련에서 해방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자신을 넓은 평야로 데려가더니 죽으라는 듯이 보이지 않는 기탄을 사정없이 쏴 댔다.

“아! 이제 안 할래요! 하기 싫습니다!”

“나중에 보급에서 나오는 거 전부 너한테 몰아주마.”

처음 3일 동안은 온몸에 멍이 안 드는 날이 없었다.

HP 포션을 달고 살 정도로. 보급의 유혹이 없었다면 진작에 도망쳤을 것 같았다.

그러나 날이 지날수록, 기탄을 피하는 요령을 터득했고 15일째가 되자 웬만한 기탄에는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피할 수가 있었다.

“좋아. 정말 훌륭해. 내가 사람 보는 눈 하나는 있다니까. 껄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스승은 진원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서 뒤통수 세게 맞으셨고요?”

“껄껄! 이런 귀여운 제자 같으니! 성깔이 있구나. 그래야 키우는 맛이 나지. 좋아! 오늘 하루는 휴식을 하지. 내가 추천하는 맛집으로 안내해 주마.”

그동안 정말 체력 회복이나, 피로 회복, 근육의 회복을 위한 건강식 같은 맛대가리 없는 음식들만 먹었기에 순간 가속 스킬을 사용해 몇 번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스승은 그것을 귀신같이 그때마다 여유롭게 진원을 다시 집어넣었다.

결국 포기하고 계속해서 단련을 거듭한 결과,

[체력이 5포인트 올랐습니다!]

[민첩이 5포인트 올랐습니다!]

얼마나 지옥 같은 훈련이었으면, 예전에 그토록 달려도 1도 오르지 않던 체력 스텟이 민첩을 포함해 5나 올랐다.

그렇기에 꾹 참으며 훈련을 소화해 냈다. 거기다가 보급 몰빵이라는 유혹까지.

어쨌든 아일랜드에서 무난히 귀환하려면 일단 스승의 말을 따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지옥 같은 훈련에서 해방인가.’

진원은 해방감을 느끼며 스승이 안내하는 맛집으로 따라갔다.

“오, 라면집이네요. 저 라면 되게 좋아하는데.”

“그러냐? 주인장, 여기 울트라 점보라면 2개 도전하마.”

“네. 울트라 점보라면 2개. 30분 이내로 국물까지 다 드시면 공짜고, 실패면 라면 값 그대로 다 받습니다.”

기계 음성이 흘러나오는 인간형 로봇인 라면집 주인은 타이머를 가져와 식탁에 올려 두고 라면을 만들러 주방으로 들어갔다.

“……뭐? 울트라? 맛있는 거 사 준다면서요?”

“맛집으로 안내한다고 했지 사 준다고 한 적은 없다네. 너 여기 돈 없지 않느냐? 그럼 실패하지 말고 다 먹어야 할 게다. 껄껄껄!”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호탕한 웃음. 아, 그럼 그렇지.

“이런 미친 스승이! 끝까지!”

20분이 지나고, 커다란 라면 그릇과 함께 라면이 나왔다.

주인 설명으로는 라면 6명 분량을 때려 넣고, 국물과 건더기를 엄청나게 넣어 성공률이 10퍼센트도 안 된다고 했다.

“자~ 그럼! 시작!”

타이머가 줄어들기 시작하자, 스승과 진원은 빠른 속도로 라면을 해치워 나갔다.

스승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국물까지 순식간에 다 먹었고, 진원은 29분을 지나고 나서야 겨우 국물까지 먹을 수 있었다.

“후우! 좋아. 잘 먹었구먼. 그럼 다시 돌아가서, 본격적인 계획을 세우도록 하자.”

만족한 표정으로 배를 쓰다듬으며 나가는 스승.

‘치사한 새끼.’

그리고 진원이 배를 부여잡고 조심스럽게 그 뒤를 따랐다.

“내일 새벽 4시쯤, 보급이 떨어질 게다.”

지하로 들어가자마자 스승이 꺼낸 첫마디였다.

“그걸 어떻게……? 아, 심안인가요?”

“그렇지. 아니면 내가 괜히 깡통 놈들이 하는 음식점에 갈까. 정확한 내용물은 모르겠지만, 약속대로 나오는 건 너한테 다 주마.”

‘좋아!’

드디어 개고생 끝에 보상을 얻는 것인가. 상상만 해도 지금까지의 피로가 씻겨 나가는 느낌이었다.

“아, 그리고 저번에 설명해 주려다 말았는데, 내 친구였던 놈, 그림자 술사라네.”

그러나 그런 느낌은 오래가지 못했다.

“……뭐요?”

그림자 술사? 분명히 ‘꺼라위키’에서 공개된 유니크 직업일 텐데.

지금 직업도 없는 나보고 그림자 술사를 조지라고?

“저 지금 직업 없는 거 아시죠?”

“물론이네.”

“레벨도 20인 거 아시죠?”

“그렇지. 그놈은 45 정도 될 게다.”

“아니, 미친! 그걸 나보고 어떻게 이기라고! 우욱!”

아까 무리하게 먹었던 라면 때문일까. 거기다 터무니없는 말을 듣자 구토감이 올라왔다.

가뜩이나 직업 체험권도 없는데, 유니크 직업을 상대하라니.

나방이 불에 달려드는 것과 뭐가 다를까.

“어허! 레벨로만 판단하면 안 된다! 내가 볼 때 너 정도 능력이면 30레벨대 플레이어도 무난하게 이길 게다. 내가 그 정도로 단련시켰거든.”

휙!

파삭!

스승은 전조도 없이 바로 손에서 진원을 향해 기탄을 날렸다.

그는 당연한 듯이 고개를 돌려 회피했다.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한번 끄덕인 스승은,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너, 광개토대왕이 누군지 아느냐?”

“물론이죠. 역사를 통틀어 최강의 정복자에, 패왕이죠.”

“그래. 내가 그 후손, 고재원이라네.”

“……네?”

스승의 입에서 전혀 예상치도 못한 말이 나오자 진원은 한동안 벙쪘다.

겉모습은 초등학생에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은발 미소년이 광개토 대왕의 후손이라고?

“아니, 사실은 나의 직업이 광개토대왕의 후손이라네.”

……그럼 그렇지. 그런데, 처음 듣는 직업이었다. 유니크 직업인 건가.

“나의 직업 스킬 대부분은 신체 능력을 증폭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골치 아픈 아이템에 힘을 봉인당해서 말이네. 크흠! 뭐, 그렇다고.”

그냥 도와 달라고 하면 되는 걸 헛기침까지 해가며 굳이 자신에게 설명해 주었다.

사실 그런 설명 없이도 도와줄 생각이었다.

아일랜드를 너무 만만히 생각하고 들어온 자신을 아무 대가도 없이 단련시켜 줬으니.

“그건 일단 제 레벨 좀 올리고 생각하죠.”

***

새벽 3시 30분, 진원과 고재원은 보급 아이템이 투하되는 근처에 미리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것 같구나.”

둘은 넓은 사막 같은 평야를 수시로 고개를 돌려 주위를 확인했지만, 몬스터의 기척조차 없이 고요했다.

“그런 것 같네요.”

심안의 사기성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시간이 흘러 4시가 되자, 굵직한 기계음이 아일랜드 전역에 울려 퍼졌다.

[보급 아이템이 투하되었습니다. 위치는 35.7, 125.6입니다.]

위이잉-

드론이 작은 상자를 매달고 위에서 천천히 하강했다.

이윽고 땅에 완전히 착지한 드론은, 상자를 내려두고 다시 상승해 다른 곳으로 사라졌다.

진원은 바로 상자에 다가가 손을 뻗으려 했다.

그렇게 무난히 보급 상자를 손에 넣는가 싶었지만,

“물러나거라!”

쉭!

고재원이 진원의 옷깃을 잡고 자신의 뒤로 던졌다.

그와 동시에 그가 있던 자리에서 붉게 물든 단검이 날아와 흙바닥에 꽂혔다.

진원은 재빠르게 몸을 일으키며 주위를 경계했다.

넓은 사막과도 같은 필드. 주위에 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기습이라니.

스스스-

잠시 후, 아무것도 없던 장소에서 검은색 후드를 뒤집어쓴 플레이어가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재원은 가만히 자리에 서 있는 듯했지만, 날카롭게 주위의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었다.

‘기척까지 완전히 감추는 스킬인가.’

상자를 두고 서로 약 30미터의 거리를 두고 대치해 있는 상황.

천천히 주머니에서 단검을 꺼낸 플레이어들은, 잠깐 동안 서로의 사인을 주고받는 듯하더니, 일순간 모습이 사라졌다.

“상자를 사수하거라!”

그 말과 동시에, 고재원은 주먹을 위에서 아래로 강하게 내려쳤다.

푸웅!

충격과 함께 솟아오른 모래와 먼지가 일시적으로 시야를 가렸다.

‘순간 가속!’

진원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순간 가속 스킬을 사용해 보급 상자를 들고 최대한 거리를 벌렸다.

이전의 훈련과 민첩 스텟이 오른 효과 때문인지, 아무 제약 없이 스킬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되었다.

퍼억! 뻑!

“끅!”

“컥!”

그의 등 뒤로 플레이어들의 고통에 찬 소리가 들려왔다.

그 사이 거리를 벌리면서 재빠르게 상자를 열어, 부피가 작은 아이템 하나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고재원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판단해서 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5초도 채 지나지 않아, 고재원의 고통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 너! 이대로 그냥 가면 여기 할아버지 죽어 버리는데?”

“뒤돌아보지 말고 그냥 가거라!”

진원은 당연히 그 말을 듣고 자리에서 멈추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고재원이 바닥에 엎어져 있었고, 그 등을 검은색 정장 구두로 밟고 있는 한 중년 남성이 눈에 들어왔다.

볼에는 500원 동전 모양 크기의 화상 자국이 있었다.

흰 머리가 듬성듬성 있는 풍성한 헤어스타일. 최소 50 이상은 되어 보이는 중년 남성은 입맛을 다시면서 진원에게 말했다.

“보급 상자를 이리로 가져와라. 그럼 얌전히 놔줄 테니.”

그는 손가락을 까딱거리면서도 시선은 진원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젠장, 선택의 여지가 없다.’

고재원의 레벨은 64라고 했다.

힘의 절반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를 가볍게 제압할 수준이라면 현재의 자신은 절대로 이길 수가 없다는 뜻.

그는 보급 상자를 들고 천천히 걸어가 김수환에게 건네 주었다.

일부러 걸음걸이를 늦추며 무슨 방법이 없을까 싶어 고재원을 쳐다보았지만, 고개를 천천히 저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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