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27화 (27/200)

27. 피닉스 길드-3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저랑 같이 파티해요 형.”

“뭐야. 얘기가 왜 그렇게 되냐?”

“이번에 야구장에서 발생한 포탈에서 몬스터가 나왔잖아요?”

“그렇지. 그런데 그게 왜?”

“생각해 보세요, 형. 플레이어들로 구성된 선수들이라면 포탈이 발생해 전과 같은 일이 일어나더라도, 수많은 관중들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어요.”

최은식은 옆의 유리잔에 채워져 있는 콜라를 한 모금 마신 뒤, 말을 이어 나갔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정부도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거기다가, 길드 소속의 팀이 베이스볼 프로젝트에 참가할 수 있어요.”

그 후 최은식은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끝맺었다.

“형, 저는 길드를 만들고 싶습니다.”

치이이이-

“야야, 타겠다. 빨리 뒤집어.”

“아, 네!”

그러나 최은식의 비장함은 오래 가지 못했고, 허둥대며 집게를 들어 불판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래, 뭐 대강 어떤 말인지 알겠다. 길드를 만드는 거야 너 정도 돈이 있으면 되기야 하겠다만, 나랑 왜 파티를 하려고?”

진원은 베이스볼 프로젝트니 뭐니보다 최은식이 굳이 자신과 파티를 맺자는 이유가 궁금했다.

“돈으로 다 되는 건 없어요, 형. 사람들이 돈만 있으면 다 되는 줄 알지만, 그런 시기는 진작에 지났죠. 제가 조건을 충족시켜 길드를 만든다 하더라도, 길드 마스터가 약하면 말짱 도루묵이죠.”

분명히 자신의 아버지는 돈이 많고, 자신도 주식으로 상당한 돈을 모았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게 되면서 길드와 플레이어 협회라는 새로운 기업이 생겨났다.

현재 아버지 회사의 수입이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으니, 자신도 대세에 따라 길드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진원은 최은식이 설명하는 것을 가만히 듣고 나서, 속으로 생각하던 말을 뱉었다.

“그런데, 왜 나야?”

“형이 저를 구해 주셨으니까요. 그리고 제가 사람 보는 눈이 있거든요.”

사실은 김진원이 레드 플레이어라고 의심했었다.

그래서 따로 돈을 들여 조사에 조사를 거듭한 결과, 아니라는 것이 판명되었다.

물론 진원에게 말 못 할 일이지만…….

그것뿐만이 아니라 자신에게 생각보다 잘 대해 준다는 점과 강동석 파티를 몰살한 그 뛰어난 실력! 거기다가 야구 선수 경력까지!

‘놓쳐서는 안 돼. 형은 프로젝트의 중요한 열쇠가 될 거야. 그런 느낌이 들어.’

최은식은 자리에서 일어나 진원에게 고개를 숙였다.

“꼭 형이어야 됩니다! 부탁드려요! 물론 맨입으로 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가져온 서류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자신에게 뭔가를 건네줬다.

“뭐야 이게? 계약서? 그런데 내용이 이게 다야?”

“네. 복잡하게 하는 것보단 간단한 것이 좋아서요.”

계약서에 적힌 내용은 세 가지.

1. 김진원은 최은식에게 길드 창설 조건을 만족할 때까지 협력한다. (던전 클리어 총 15회. 이때, 파티장은 최은식으로 한다.)

2. 최은식은 김진원에게 200억 원을 지급한다. 계약 조건이 완료되는 당일에 200억 원 전액을 지급한다.

3. 길드가 창설되면, 길드장은 김진원에게 위임한다.

진원은 천천히 내용을 읽어보다가, 문득 이상한 점을 발견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여기 3번은 뭐야. 길드장을 왜 나한테 주는 거지?”

최은식은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대답했다.

“형, 약한 사람이 길드장을 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해서요. 형이 해 주세요. 저는 창설자로서 형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던전 클리어는 그냥 아무 등급이나 15회면 되는 거야?”

“C등급 이상 10회, B등급 이상 4회, A등급 이상 1회 클리어가 조건이에요, 형. 프로젝트가 아직 기획 단계라 급하게 하실 필요는 없어요.”

자신이 길드를 창설하는 것을 시작으로, 프로젝트가 무난하게 진행된다면 200억 원쯤이야 전혀 아깝지 않았다.

200억 원 정도는 쉬운 방법으로 되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발 거절하지 않으셨으면…….’

최은식은 초초하게 진원의 눈치를 보며 대답을 기다렸다.

‘흠. 이 정도면 진짜 파격적이긴 한데…….’

현재 자신은 공식적으로 직업도 없고, 등급도 없는 상태다. 그런 사람에게 200억을 주겠다니.

거기다가 길드장 자리까지. 내용도 자신에게 있어 득인 것밖에 없었다.

오히려 자신에게 너무 좋은 조건이라 반대로 의심이 생길 정도였다.

계약서를 보며 곰곰이 생각하던 진원은 결정을 내렸는지 말을 꺼냈다.

“흠. 그런데 일단 내가 레벨이 20밖에 안되거든?”

“네? 네.”

최은식은 진원이 말하는 뜻을 이해 못 했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서 던전에 들어갈 때 파티원을 데려는 가는데, 인원수만 채우는 용도로 해 줘. 그럼 바로 사인해 줄게. 아, 그리고 야구는 일단 생각 없으니까 넣어 두고.”

현재 자신의 레벨 업은 느린 편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빠른 편도 아니었다. 경험치를 독식할 필요가 있었다.

“형, 그래도 C급 던전인데…….”

그는 그런 최은식을 보며 걱정 말라는 듯이 어깨를 두드렸다.

“너랑 나면 되겠지 뭐. 발키리의 영광인가, 그거 되게 비싼 거라며. 아깝게 묵혀 두게?”

‘거기다가 던전 안에서 레벨도 계속 오르겠지. 저번만큼 힘들지 않을 거다.’

“네, 그럼 그렇게 해요.”

최은식의 대답에 진원은 가게 직원에게 볼펜을 받아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그리고 삐뚤삐뚤한 이름 위에, 최은식이 도장을 찍었다.

“형, 되게 악필이시네요.”

“시끄러워. 그럼 이제 계약도 했겠다, 소화도 시킬 겸 바로 던전으로……. 아, 그러고 보니 C급 던전은 플레이어 카드 인증이 필요한데.”

“제가 미리 플레이어 카드를 발급받았습니다. 파티장만 인증하면 되니 괜찮을 거예요. 그리고 인원은 알아서 모집하겠습니다. 그럼 이제 계산할까요?”

최은식은 계약이 무난하게 성사되자 기쁜지 목소리가 들떠 있었다.

“아니, 잠깐만 포장 좀 해 가자. 저기요! 여기 꽃등심 5인분이랑…….”

그날 그는 고기 값으로만 200만 원 가까이 결제하게 되었다.

그 뒤로 진원은 가게를 나와 집에 포장해 온 고기를 잠시 놔두러 들렀다.

냉장고로 가서 포장해 온 소고기를 차곡차곡 쌓고, 학교에서 돌아온 동생이 보도록 식탁에 쪽지를 남겨뒀다.

거기다가 용돈으로 쓰라고 5만 원까지 올려두었다.

“흠, 야구장에서 생겼던 일은 빨리 잊어 줬으면 좋겠는데. 아직도 신경 쓰고 있겠지.”

동생은 아직 고등학생이다.

당연히 눈앞에서 몬스터들이 튀어나오는 것을 보면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당분간 잘해 줘야지.

30분이 지나자,

-형, 인원 모집 다 끝났습니다! 집합 장소는 제가 문자로 보내 드릴게요!

최은식은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파티원 모집이 끝났다는 문자를 보내 왔다.

“뭐야. 벌써 모집을 다했다고? 이놈 돈을 막 퍼부은 거 아냐?”

솔직히 시간이 꽤나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제대로 된 파티가 아닌데 C급 던전에 동행하겠다는 플레이어는 거의 없을 텐데.

“일단 가 보자.”

***

“형, 여깁니다!”

집합 장소에는 최은식을 포함한 9명이 포탈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가볍게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가까이 다가갔다.

“어? 뭐야.”

익숙한 얼굴이 둘이나 있었다.

“안녕하세요, 진원 씨.”

“야, 오랜만에 보는데 인사가 왜 그래? 성격하고는.”

진원에게 인사를 건넨 2명은 트롤을 같이 처치했던 은지희와 강은지였다.

진원이 둘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지희가 입을 열었다.

“아니, C급 던전을 그냥 동행만 하는 걸로 500만 원이나 준다기에. 딱 봐도 수상해 보여서 지원 안 하려고 했지. 그런데 은지가 네 이름이 있다고 한번 지원해 보자고 해서.”

은지희는 마치 자신은 어쩔 수 없었다는 뉘앙스로 말했다.

“야, 내가 그 말은 하지 말랬잖아! 진원 씨가 이상하게 생각하시잖아…….”

그 말을 옆에서 듣던 강은지는 화들짝 놀라며 손사래를 쳤다.

“은식아, 그런데 500만 원이나 준다고?”

정작 본인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했지만.

“네. 형! 이분들 덕분에 인원이 꽤나 쉽게 모이던데요? 오백으로도 긴가민가했죠. 사실은.”

아마 지원자에 프리스트와 마법사 직업군이 있으니 다른 플레이어들의 지원이 몰린 듯했다.

이후 최은식이 지원자들에게 계약서를 건네주며 내용을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비밀 유지 사항을 어길 시 보수의 100배를 보상한다라.’

‘아마 이 조항은 나 때문에 만들었겠네.’

D급 플레이어들이 절반 이상이었는데 설마 위반하거나 하지 않겠지.

최은식이 파티원들에게 간단하게 브리핑을 끝내고, 감시원에게 다가가 입장권과 함께 플레이어 카드를 보여 줬다.

바로 뒤에 있었던 진원은 카드에 적힌 최은식의 등급을 알 수 있었다.

‘D등급이라. 뭐, 등급이야 언제든지 갱신할 수 있으니.’

파티원들이 준비를 끝내고 포탈에 들어가려 할 때, 어디 있었는지 군인이 갑자기 다가와 제지했다.

“잠깐만요! 거기 김진원 씨 아닙니까?”

“네? 네. 맞는데요?”

어깨에 총을 뒤로 멘 군인은 사진을 꺼내 진원의 얼굴과 번갈아보았다.

“김진원 씨는 현재 던전 입장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네?”

“아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는 그게 무슨 일인가 싶어 군인에게 되물으려 했는데, 최은식이 앞서서 군인에게 따졌다.

“저희는 위에서 명령만 받은 거라서요. 정식적으로 절차를 거쳐서 결정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여기까지만 말씀해 드릴 수 있습니다.”

군인은 무미건조한 말투로 이유도 알려 주지 않고 그냥 안 된다고만 말했다.

“아니, 저기요! 이유라도 알려 주셔야죠. 다짜고짜 안 된다고 하면 어떻게 해요? 입장료도 미리 다 냈다고요!”

지희는 옆에서 그 말을 듣다가 군인을 향해 화난 기색으로 소리쳤다.

“저희도 자세한 내용은 모릅니다. 진원 씨를 제외한 나머지 분들은 상관없습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같았다.

“형, 어떻게 하죠?”

“일단 모두 돌려보내야겠다. 나 때문에 미안하다. 입장 금지인 거 나도 방금 알았어. 은지 씨와 지희 씨, 그리고 다른 파티원분들도 죄송합니다.”

다른 파티원들은 괜찮다고 말하고 순순히 돌아갔다.

당연히 그중 불만을 품은 사람도 있었기에 최은식은 다른 파티원들에게 사죄의 의미로 300만 원씩 입금해 주겠다고 말해 두었다.

“그런데 형, 포탈 입장 금지라니, 도대체 뭘까요?”

포탈 입장을 금지하는 경우는 플레이어는 레드 플레이어나, 레드 플레이어로 의심되는 플레이어, 또는 그 밖의 특수한 상황밖에 없다.

그런데 자신에게만 포탈 입장 금지라니.

‘짐작 가는 곳이 있기는 한데…….’

현재 자신의 레벨 업 루트가 갑작스럽게 막혀 버린 상황.

한동안 가만히 서 있던 진원은 뭔가 생각난 듯이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일단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 다른 방법을 모색해 봐야지.”

“네? 네, 형.”

진원은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 전화를 걸었다.

‘얘한테 너무 기대는 것 같은데, 어쩔 수 없지.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얘 말고 생각나는 사람이 없어.’

[잠에서 깨어나 너를 보는 두 눈에~]

오래전에 출시된 아이돌 노래가 진원의 귀를 울렸다.

“뭐야. 네가 먼저 연락하다니 별일인데?”

통화음이 끊기고 전화를 받은 사람은 신혜진이었다.

“방금 C등급 던전에 입장하려고 했는데, 군인이 나보고 입장이 금지되어 있다고 해서. 혹시 아는 것 있어?”

“……·그래? 일단 내 길드로 와. 거기서 얘기하자.”

짧은 통화가 끝나자, 옆에 있던 최은식이 놀란 듯이 말했다.

“형, 다른 길드원 하고도 아는 사이였어요? 누구예요?”

“얌마, 귀 아프다. 어디 길드인지는 모르겠는데, 신혜진이라고 알아?”

“헉, 당연히 알죠! 타이거 길드의 길드장이잖아요! 타이거 길드도 대형 길드 중 하나예요! 도대체 무슨 관계시길래…….”

관계라. 물론 없지는 않지. 그런데 의외네. 길드장이였다고? 그것도 대형 길드의?

손명유가 은둔해 있는 곳을 쉽게 찾아낸 것도 그 때문이었나.

“같이 PC방에서 게임 한판 한 사이지.”

최은식은 진원의 말이 무슨 뜻인지 전혀 못 알아들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타이거 길드의 길드장이면 분명히 다른 관계가 있겠지.’

사실은 정말로 전설의 연합을 한 판 같이한 사이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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