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26화 (26/200)

26. 피닉스 길드-2

“1분 남았다. 죽기 싫으면 필사적으로 막는 것이 좋을걸.”

그 말을 남긴 진원은 빠르게 뛰며 해당 장소를 벗어났다.

“뭐, 뭐라고? X같은 새끼야! 풀어! 풀라고!”

1분 뒤에 폭탄이 터진다는 말을 들은 손명유는 발작하듯이 진원의 등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당연히 진원은 아무 신경도 쓰지 않고 더욱 빠르게 달려 나갔다.

‘X발! 어떻게든, 어떻게든 해야 한다!’

마음이 급해진 손명유는 손에서 배리어를 세밀하게 컨트롤해 폭탄을 감싸려고 했다.

“큭, 제기랄! 되라! 제발!”

당연히 될 리가 없었다. 배리어를 정밀하게 조작하는 것은 상당한 숙련도를 필요로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이마에 땀방울이 흥건하게 맺혔다. 1분이 이렇게 길게 느껴진 적이 있었을까.

“이런 X같은 새끼야아아아!!”

퍼엉!

손명유의 분노에 찬 외침을 끝으로 굉음이 올리며 폭탄이 폭발했다.

***

그로부터 일주일 후, 피닉스 길드의 부사장실.

빡! 빠악!

“커헉!”

“어억!”

묵직한 타격음이 들리며 엎드려뻗쳐 자세로 있는 남성들의 고통스러운 소리가 부사장실을 채웠다.

“너희들은 직업도, 등급도 없는 X밥한테 휘둘리고, 손명유를 지키지도 못하고! 도대체 뭘 한 거냐, X신 새끼들아!”

송진호는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는지 골프채를 들고 엎드려 있는 남성들을 계속해서 때렸다.

퍽! 퍼억!

“월급 루팡하고 싶으면 여기 말고 다른 곳으로 가라고!”

“크윽! 죄송합니다!”

“죄, 죄송합니다. 부사장님!”

그렇게 한동안 검은 양복들은 때리던 송진호는 씩씩대며 골프채를 사납게 한쪽으로 던졌다.

“후우, 그래서 뭔데. 보고해 보도록. 들어 줄 테니.”

그 말에 엎드려 있던 길드원 1명이 재빠르게 일어나 설명을 시작했다.

“김진원에게 지, 직업이 없는지는 정확히 판단은 못 하겠지만, 분명히 직업 스킬로 추정되는 폭탄을 손에서 생성해 던졌습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유도 기능이 있어 상당히 위협적이었습니다!”

“뭐? 폭탄? 그게 대체 무슨 말이냐!”

그는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대답이 나오자 의아해 하면서도 길드원을 다그쳤다.

“그, 그것이 조사를 해 보았습니다만, 현재 밝혀진 스킬 중 폭탄을 다루는 직업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놈이 사전에 폭탄을 준비했을 가능성은?”

“김진원의 손에서 폭탄이 생성되는 것을 제 두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길드원은 끔찍했던 기억이 떠올랐는지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어 나갔다.

“거기다가 유도 기능이 있는 폭탄도 사용했는데, 상당히 정교하고 민첩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후우…….”

송진호는 그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쉬며 이태리 브랜드의 명품 가죽 소파에 앉았다.

손명유 때문에 길드의 이미지가 깎여 버린 것도 모자라, 하필이면 잘나가는 유명 야구 선수를 건드리다니.

미친놈이 따로 없었다. 처음에는 그놈을 묻어 버리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놈이 회사의 손해만큼 자신이 무상으로 일한다고 싹싹 빌어서 사건이 조용해질 때까지 숨어 있으라고 했는데.

“김진원…….”

때마침 그 망할 놈이 자신의 길드원을 건드렸다. 그것도 매우 악질적으로.

‘놈이 최영호와 관련이 있을 확률이 높다. 그게 아니면 설명이 안 돼.’

그는 한동안 소파에 앉아 생각에 빠졌다.

그 모습을 본 길드원들은 작은 소음조차 내지 않게 주의하며 그대로 엎드려 있었다.

“아무나, 이 사건이 사람들로부터 잊히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 같지?”

그 말을 듣고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생각하던 길드원 한 명이 대답했다.

“이번 사건 같은 경우는 생각한 것보다 파장이 컸기에 최소 몇 달은 걸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럼 그 뒤에 내가 그놈을 죽여 버리게 되더라도 수습이 가능한가?”

송진호의 가시 돋친 말에 길드원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김진원 같은 경우는 충분히 수습 가능합니다. 부모는 여전히 해외에 있고, 집안의 빚도 상당하다고 합니다.”

“그래. 그럼 일단, 돈이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까 김진원의 던전 입장을 금지시켜. 이번엔 제대로 일해라.”

“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 말에 길드원 전원이 재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90도로 인사를 한 뒤, 부사장실을 나갔다.

“김진원. 권력이 힘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지.”

송진호는 소파 앉은 채로 의미심장하게 소리 없이 웃었다.

***

병원 근처에 위치한 치킨집 앞. 진원은 포장할 치킨 메뉴를 고르고 있었다.

“흠, 후라이드로 1마리 포장할까.”

얼마 전, 영호가 의식을 차리고 빠르게 회복해 일반 병실로 이동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야 안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실이 공식적으로 알려지면 병원이 팬들로 북적이게 될 것은 당연했기 때문에 자신에게만 따로 연락을 했었다.

“그럼 얼마나 잘 지내고 있는지 보러 가 주지.”

병원에 도착하고, 영호가 입원해 있는 병실 근처로 가니 보디가드로 보이는 사람 2명이 양복을 입고 병실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영호 친구 김진원입니다. 들어가도 되죠?”

“본인이 맞는지 신분증 좀 확인하겠습니다. 사칭을 하는 사람들이 조금 있어서요.”

‘뭐야. 나를 사칭했다고? 어떻게? 도대체 영호 이 자식 인기가 얼마나 많은 거야.’

그는 신분증을 보디가드에게 보여 주고, 그대로 병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1인실을 사용하고 있는 영호는 침대에 걸터앉아 만화책을 읽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 완전히 회복한 듯했다.

“짜식아, 깨어날 거면 빨리 좀 깨어나라. 사람 놀라게 하고 있어.”

진원은 툴툴대며 영호의 눈앞에 포장한 치킨을 들이밀었다.

“어, 왔네. 나도 그냥 잠깐 기절한 줄 알았는데, 어느새 일주일이 지나 있더라. 원래 지금 퇴원해도 되는데, 정밀 검사를 받아야 된다고 해서. 의사들이 얼마나 조심스러운지 몰라. 스윙 연습도 못 하게 하니 손바닥에 가시가 올라올 것 같다.”

그 말을 듣던 그는 질린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건 당연한 거지. 너, 어디에 야구 배트 숨겨 놓고 그러지 마라. 그냥 가만히 쉬어.”

“그래야지.”

영호는 피식 웃으며 치킨을 받아 테이블에 올려 두었다.

“그런데, 너 말이야…….”

띠리리-

영호가 뭐라고 말을 꺼내려 할 때, 진원에게 전화가 왔다.

“어? 뭐라고?”

그는 전화 소리에 영호의 말을 못 들었는지 다시 되물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이제 그만 가 봐라. 너무 오래 있어도 소문나거든. 나중에 연락할게.”

“응? 그래, 알았다.”

그런 영호를 힐끔 보고 병실 밖으로 나와 전화를 받았다.

“형! 안녕하세요. 저 최은식입니다.”

“그래.”

“최영호 선수는 괜찮아요?”

“가보니까 멀쩡하더라.”

야구장에서 생긴 포탈에서 몬스터가 쏟아져 나오고 정신없던 날, 최은식이 대뜸 전화를 걸어 괜찮냐고 물었다.

무슨 말이냐고 하니, TV에 나온 뉴스에 내가 나왔다고 했다.

그 뒤로 하도 문자를 보내서, 간단하게 답장만 해 줬었다.

“형, 오늘은 시간되시나요?”

‘이 자식도 대단하네.’

그 뒤로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녀석은 싫은 내색 하나 없이 꾸준한 연락에, 자신과는 상관없는 영호의 병실에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그래. 어디로 가면 되지?”

자신의 대답에 수화기 너머로 기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가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알았어.”

통화가 끝난 후 병원 밖으로 나간 지 30분쯤 지났을까, 고급 승용차 한 대가 들어서고,

“형, 여기 타세요!”

뒷좌석에 앉아 있는 최은식이 창문을 내리며 진원을 불렀다.

“오. 되게 편하네. 이 차는 얼마짜리냐?”

진원은 편안하고 푹신한 탑승감에 감탄하며 차의 가격을 물어봤다.

“20억 정도 하죠. 그렇게 비싼 편은 아니에요. 기사 아저씨, 제가 자주 가던 소고기집으로 가 주세요!”

‘괜히 물어봤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둘은 차를 타고 소고기집으로 도착했다.

가게 입구부터 직원에게 안내 받은 곳은 넓은 룸이었다.

방 안에서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넘쳐났다.

“형, 편하신 대로 주문하세요!”

“그래. 근데 내가 분명 10만 원짜리 사 달라고 했지 않냐?”

“네? 그렇죠. 그런데 10만 원은 너무 싼 거 같아서요. 그래도 형이 저번에 절 구해 주셨는데 이 정도는 사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1인분에 13만 원? 뭐가 이리 비싸.’

어떤 메뉴를 살펴봐도 기본이 10만 원대. 심지어 가장 저렴한 냉면도 2만 원이었다.

‘뭐, 사 준다니까 맘껏 먹어야지.’

진원은 사양하지 않기로 하고, 메뉴판에 있는 소고기를 위에서부터 하나씩 주문했다.

“주문하시겠습니까?”

“여기 꽃등심 3인분이랑 채끝살 3인분이랑 우설 3인분이랑 육회 2접시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그가 메뉴판을 보고 주문을 하자, 조금 뒤 소고기가 나왔다.

고급스러운 접시에 예쁜 꽃 모양으로 담겨 있어 살짝 굽고 입안에 넣으면 바로 녹아 없어질 것만 같았다.

치이익-

“형. 제가 맛있게 구워드릴게요. 여긴 미디엄이 제일 맛있어요.”

주문한 고기가 다 나오자, 최은식이 불판에 고기를 올리면서 말을 꺼냈다.

“응? 그래. 그건 그렇고, 너 저번에 할 말 있다고 안 했냐?”

“아! 네. 나중에 고기 다 나오고 둘만 있을 때 말씀드릴게요. 정말 중요한 일이라서.”

“그래라.”

주문한 고기가 다 나오고, 직원이 방을 나가자. 최은식이 다시 입을 열었다.

“형. 혹시 야구 다시 하실 생각 있어요?”

“응? 야구는 갑자기 왜. 와, 그것보다 미쳤네 이거. 왜 이렇게 맛있어?”

의외의 말이 나왔지만, 소고기의 황홀만 맛에 빠진 진원은 최은식의 말을 건성으로 흘려들었다.

그것을 눈치챈 최은식은 한동안 말을 이어 가지 않고, 열심히 고기를 구웠다.

“제가 형의 뉴스 기사를 봤는데, 어깨 부상으로 은퇴하셨다면서요?”

“그렇지.”

“그런데 던전에서 원딜러로 스킬을 쓸 때 오른손으로 사용하셨는데 혹시 좌완 투수세요?”

“응? 우완이야. 어깨는 레벨 업 하다 보니 나았지 뭐. 그런데 야구는 왜? 나 야구 할 생각 없다. 애초에 불법이잖아. 그거보다 저기 우설 좀 올려 봐라.”

그의 관심은 여전히 소고기에 가 있었다. 그 말에 최은식이 빠르게 우설을 집어 불판에 올렸다.

치이이-

“네! 그거야 평범한 야구는 아니죠. 현재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어서요. 아직 기획 단계긴 하지만. 아무래도 형처럼 야구 선수를 했던 플레이어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요.”

“그게 뭔데.”

그 말에 최은식은 진원의 귀로 얼굴을 가져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대형 길드와 국가와 여러 투자자들이 합세해서 같이 기획 중입니다. 이름 하여 플레이어 베이스볼 프로젝트.”

“……뭐?”

진원은 그 말을 듣고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그러니까 형. 현재 프로 스포츠 규정이 플레이어는 선수 활동이 불가능하잖아요? 그런데 새로 기획 중인 베이스볼 프로젝트는…….”

“아니, 잠깐만.”

띵동.

진원은 최은식의 말을 끊고 탁자의 벨을 눌렀다.

“네. 부르셨습니까?”

“살치살 3인분하고 우설 3인분 더 주세요. 아! 육회도 한 접시 더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직원이 빠르게 주문을 적고 갔고, 최은식은 직원이 나간 것을 보고,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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