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피닉스 길드원-1
택시를 타고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이곳이 서울이 맞나 싶을 정도로 노후화된 지역, 당고개역이었다.
‘망할 놈이 왜 이렇게 구석진 곳에 박혀 있어. 택시비 장난 아니네.’
진원은 속으로 불평을 하며 택시 기사에게 현금을 건네주었다.
주위의 상점가나 작은 아파트 단지를 보니 얼마나 낙후되었는지 짐작이 갔다.
마치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 장소로 쓰일 만한 곳처럼 보일 수준.
‘아무래도 맨몸으로 들어가는 것은 위험하겠지.’
손명유는 C급 플레이어다. 거기다가 다른 길드원들이 근처에 추가로 상주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진원은 인벤토리에서 이전에 상점에서 구매한 랜덤 아이템 박스들을 꺼냈다.
‘저번에 직업 체험권이 나왔으니, 이번에도 나오지 않을까.’
직업 체험권이 나오면 바로 사용하기로 하고, 행운의 랜덤 아이템 박스부터 열었다.
눈부신 황금빛이 터져 나오면서 얻게 된 것은 그냥 체험권이 아닌, 유니크 직업 체험권이었다.
[유니크 직업 체험권 - 폭탄마] - 24시간 동안 자신의 직업을 폭탄마로 변경합니다. 시간이 만료된 후, 본래의 직업으로 변경됩니다.
‘역시, 괜히 300골드나 하는 것이 아니었어.’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유니크 직업이었다. 진원은 이어서 남은 랜덤 아이템 박스도 개봉했다.
[아이템 : 스텟 상승의 물약]
맛은 매우 쓰지만 스텟이 영구적으로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종류 : 비약
효과 : 스텟이 무작위로 5~7 상승합니다.
‘나쁘진 않은데, 조금 아쉽네.’
진원이 기대했던 것은 직업 체험권이었지만, 다른 아이템이 나왔다.
곧바로 물약을 마시니, 알림 음이 들려왔다.
띠링.
[스텟 상승의 물약의 효과로 민첩 스텟이 5 상승하였습니다.]
“상태 창.”
<플레이어>
이름 : 김진원
레벨 : 20
직업 : 미정
등급 : 미정
업적 : 없음
칭호 : 없음
HP : 300
MP : 500
근력 : 30 민첩 : 25 체력 : 30 마력 : 50 ??: 0
미분배 포인트 : 10
# 플레이어 중 유일하게 상점 기능이 개방됩니다.
# 모든 대미지 10퍼센트 감소 효과가 적용됩니다.
[스킬]
마구 Lv.10 (MaX)
불굴 Lv.1
순간 가속 Lv.10 (MaX)
미분배 포인트 : 2
[상점]
Lv.3
그 후 바로 상태 창을 열어 민첩에 스텟을 5포인트 사용했다. 칭호를 레드 플레이어 꿈나무로 바꾸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후 회복 물약까지 상점에서 구매해 대비를 했다.
[보유 골드 : 209]
‘준비는 다 끝났다. 조금만 기다려라, 손명유.’
만반의 대비를 마친 진원은 해당 장소로 총알처럼 내달렸다.
쉬지 않고 달린 지 30분 정도, 해당 장소로 도착한 진원은 거리를 두고 찬찬히 건물을 살폈다.
낡아빠진 작은 아파트 주위로 어울리지 않게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지키고 있었다.
‘찾았다. 그건 그렇고, 저렇게 티를 내나.’
누가 봐도 “여기 아파트가 수상해요.” 같은 상황.
저 건물 안에 손명유가 있다고 생각하니 진정했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탐색을 끝낸 진원은 고민하지 않고 유니크 직업 체험권 - 폭탄마를 바로 사용했다.
[직업 체험권을 사용하였습니다. 24시간 동안 폭탄마로 직업이 변경됩니다.]
[직업 스킬 : 폭탄 받아라!를 획득하였습니다.]
[직업 스킬 : 유도식 폭탄을 획득하였습니다.]
[폭탄 받아라! Lv.1]
액티브 스킬.
손에서 폭탄을 만들어 던집니다. 마력이 높을수록 위력도 강해집니다. 폭발 시간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MP : 50
재사용 대기 시간 : 10초
[유도식 폭탄 Lv.1]
액티브 스킬.
손에서 유도식 폭탄을 만들어 던집니다. 단일 대상만 지정 가능합니다. 마력이 높을수록 위력도 강해집니다.
MP : 80
재사용 대기 시간 : 20초
폭탄마로 얻게 된 스킬은 두 개. 진원은 바로 ‘폭탄 받아라!’를 사용했다.
그러자 손바닥 위로 붉은색의 작은 공이 생겨났다. 그것을 잡고, 폭발 시간을 5초로 하고 하늘 위로 힘껏 던졌다.
“흡!”
콰아앙!
하늘을 향해 올라가던 폭탄은 굉음을 내며 터졌다.
“뭐, 뭐야?”
“길드에 연락해라! 일단 상황을 보러 가자!”
건물 근처를 지키던 길드원들이 심상치 않은 폭발에 주위를 탐색하러 자리를 비웠다.
‘지금이다!’
진원은 그 틈을 이용해 그대로 손명유가 숨어있는 아파트 301호로 향했다.
“당신 누구야? 뭐야?”
301호 문 앞에도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이 서 있었다. 진원은 대답 대신 인벤토리에서 토르의 장난감 망치를 꺼냈다.
“무, 무슨?”
그 장면을 보고 당황한 검은 양복은 주머니를 급하게 뒤적거렸다.
“잠시 자고 있어라.”
진원은 앞으로 빠르게 튀어나가 검은 양복의 머리를 가격했다.
퉁!
털썩.
기절한 것을 확인하고 있자니, 문 너머에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무슨 일 있냐? 방금 무슨 소리가 들렸는데?”
‘손명유, 넌 이제 뒈졌다.’
진원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다급한 목소리를 냈다.
“지, 지금 밖에서 폭탄이 터지고 있습니다! 빨리 다른 장소로 이동해야 됩니다! 어서 문을 열어 주십쇼! 그 안은 위험합니다!”
“뭐라고?”
다급한 목소리에 손명유는 황급히 문을 열어 주었다. 그리고 진원의 얼굴을 보더니 숨을 삼켰다.
“이제부터 위험해질 거다.”
빠악!
토르의 장난감 망치로 손명유의 명치를 가격하고, 그대로 발로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커헉!”
예상치 못한 일격에 당한 손명유는 뒤로 크게 밀려났다.
“X발! 넌 도대체 뭐냐! 갑자기 왜 이러는 건데!”
손명유는 명치를 부여잡고 당황한 듯한 목소리를 냈다.
“네가 야구장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몰라서 묻는 거냐?”
저벅.
진원은 손명유에게 다가가면서 무심한 듯이 말했다.
“그, 그건 실수였어! 고의가 아니었다고! 그런데 너는 누구길래 이런 짓을 하는 거냐!”
전혀 반성하지 않는 태도. 오히려 자신이 억울하다는 듯이 주장하는 말에 더욱 화가 솟아올랐다.
“고의가 아니면 일반인에게 스킬 맞춰도 된다는 거냐? 넌, 무릎 꿇고 영호에게 사과라도 했어야 했다.”
“크으……. 파이어 월!”
손명유는 화염으로 된 벽을 만들어 진원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막은 후, 난간을 향해 뛰어내렸다.
“안 놓친다!”
진원은 순간 가속을 사용해 빠르게 계단으로 내려갔다. 민첩 스텟이 30이 되자 스킬 컨트롤이 한층 더 수월해졌다.
순식간에 손명유의 뒤를 잡았지만, 어느새 달려온 검은 양복들이 스킬을 사용해 진원을 방해했다.
“플레이어다! 빨리 막아라!”
“배리어를 펼쳐라!”
푸른색을 띄는 배리어는 벽처럼 형성되어 진로를 막았다.
진원은 배리어를 향해 폭탄 받아라!를 사용했다. 봐주지 않고 있는 힘껏 배리어를 향해 던졌다.
쿠웅!
“커헉! 무슨 충격이!”
“4명이서 만든 배리어가 한 번에!”
강력한 스킬의 충격 때문인지 검은 양복들은 입에서 피를 쏟았다.
진원은 달려가면서 마구를 던지고, 토르의 장난감 망치를 들어 배리어에 충격을 가했다.
쿵! 쿵! 파삭!
배리어가 깨져 나가자 검은 양복들은 충격에 자리에서 쓰러졌다.
그대로 무시하고 앞으로 달려 나가며 손명유에게 유도식 폭탄을 사용했다.
네모난 박스처럼 생긴 폭탄은 엔진이라도 달린 듯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손명유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기이잉-.
“뭐냐, 저건? 떨어트려!”
“더블 애로우!”
손명유가 도망치는 것을 돕던 검은 양복 2명은 스킬을 사용하여 폭탄을 떨어트리려 했다.
그러나 유도식 폭탄은 날렵한 움직임으로 스킬을 자동으로 회피했다.
‘역시 유니크 직업이다.’
“X발! 어떻게 해서든 막아!”
그것을 본 손명유는 기겁하며 검은 양복을 앞으로 떠밀고 더욱 빠르게 달렸다.
기이잉- 퍼엉!
민첩하게 날아가던 유도식 폭탄은 손명유의 근처까지 다다르자 자동으로 폭발했다.
“배리어! 으윽!”
손명유는 혼신의 힘을 다해 배리어를 펼쳤다. 한 번의 폭발에 배리어는 그 기능을 거의 잃었다.
“이제 그만 포기하고 잡혀라! 괜히 더 빡치게 하지 말고.”
진원은 여유롭게 검은 양복들을 기절시키고 달려 나갔다.
멀어지는 손명유를 향해 마구를 사용하고, 놈의 다리를 향해 힘껏 던졌다.
퐈학!
“아아악!”
손명유는 마구가 꿰뚫고 지나간 허벅지 부근에서 강력한 통증을 느끼고 앞으로 꼬꾸라졌다.
“사람 되게 애먹이네. 무릎 꿇고 싹싹 빌면 팔 하나로 끝내 주려고 했는데, 넌 진짜 안 되겠다.”
빠악!
그 말을 마지막으로, 손명유는 머리에 큰 충격을 느끼며 의식을 잃었다.
그로부터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머리에 상당한 통증을 느끼면서 의식을 되찾은 손명유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으으…….”
의식을 완전히 되찾은 손명유는 당황하며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전봇대에 몸이 묶여 있어 자유롭지 못했다.
거기다 묶여 있는 손에 뭔가가 쥐여 있었다. 일단 눈앞에 놈이 보이자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너, 너는 도대체 누구길래 나한테 이렇게까지 하는 거냐! 다른 길드에서 보낸 놈이냐?”
그 말을 들은 진원은 담담하지만, 분노가 담겨 있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야구 선수 영호의 친구지. 그냥 친구도 아니고 X알 친구.”
말을 끝낸 진원은 토르의 장난감 망치로 손명유의 다리를 힘껏 내리쳤다.
빠각!
“끄아아아악!”
다리가 기괴하게 뒤틀리며 고통에 찬 소리가 아파트 단지에서 울려 퍼져 나갔다.
진원은 손명유에게 폭탄을 쥐여 준 손을 무심하게 바라보다가, 거리가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 검은 양복들에게 다가간 후, 청테이프를 뜯어 입을 막았다.
“읍! 으읍!”
검은 양복들은 자기들도 손명유처럼 몸이 아작 날까 두려운지 몸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지금부터 얌전히 있으면 너희들은 가만히 놔둔다.”
그 말에 몸부림치던 검은 양복들은 한순간에 잠잠해졌다.
“후우, 너희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냐. 이게 다 저기 손명유랑 잘나신 피닉스 길드 덕분이지.”
병원 시설 무상 제공에 각종 포션들 지원? 그딴것보다 먼저 해야 할 말이 있을 텐데.
사과 한마디 없는 뻔뻔한 태도. “어? 때려서 미안. 대신 치료비 줄게.”라고 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었다.
‘빨리, 빨리 벗어나야 한다. 크윽!’
손명유는 진원이 시선을 돌린 사이 격렬하게 몸부림쳤다.
하지만 마법사 계열인 그는 평범한 밧줄조차 스킬 없이 벗어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런 X발! 하필 폭탄이 손에 쥐여 있어서!’
자신이 현재 익힌 화염 마법 계열은 전부 손에서 시전된다.
스킬로 밧줄을 끊으려고 했다가는 바로 황천길로 직행할 수도 있었다.
손명유가 몸을 비틀면서 애쓰는 사이, 검은 양복들의 입은 막은 진원이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도저히 방법이 없다는 것을 느낀 손명유는, 어쩔 수 없이 과격한 방법을 사용하려고 결심했다.
“너! 지금이라도 나를 풀어준다면 피닉스 길드에 절대로 보고하지 않겠다. 그냥 넘어가 주겠다는 말이다. 나는 길드의 화염계 플레이어다.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길드에서 절대 가만있지 않을 거다!”
진원을 향해 땅에 머리를 박고 눈물을 질질 짜도 모자란 상황인데 오히려 협박하는 말투로 자신을 풀어 달라고 말했다.
적반하장의 태도. 아무렇지 않게 흘려들을 수가 없는 말들. 스님조차 주먹질을 한 뒤, “나는 때리려 하지 않았지만, 자네가 다가와서 맞았다네.”라고 변명을 할 수준이었다.
퍼억! 퍽! 퍽!
“컥! 꺼억!”
그 말을 듣던 진원은 주먹을 들어 손명유의 안면을 가격했다.
“후우, 넌 그래도 사람 빡치게 하는 재능이 있네.”
그러다가 주머니에 스마트폰을 꺼내서 시간을 들여다보았다.
미리 타이머를 설정해 두었는지 시간이 초 단위로 줄어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