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23화 (23/200)

23. 브레이크-3

“치킨?”

치킨이라는 말에 궁금해져 자세히 살펴봤다. PC방에서 전설의 연합을 플레이하고 3연승을 한 기록을 직원에게 보여 주면, 추첨을 통해 치킨 교환 기프티콘을 증정한다는 말이었다.

“오, 시간도 많이 남았겠다, 한번 가 봐야지. 치킨 받아서 그대로 야구장에 들고 가면 되겠네. 마침 은행 옆에 붙어 있기도 하고.”

순식간에 준비를 마친 진원은 은행에 들러 부모님에게 수입의 대부분을 입금한 후에 밖으로 나가 간판을 찾았다.

[혜지야 오빠만 믿어 PC방 - 오빠가 다이아까지 올려줄게~]

“고물 노트북으로는 도저히 사양이 안 돼서 결국 포기했었지.”

어렸을 적 가끔씩 친구들과 PC방에 다니던 기억이 났다.

하지만 빚이 생기고 난 후, 동생이 엄청난 절약 생활을 하길래, 자신도 눈치가 보여 어쩔 수 없이 참아야 했다.

현재 물가가 올라 시간당 1천 원 이상인 PC방은 당연히 갈 생각도 못 했다.

“돈도 꽤 벌었겠다. 이 정도 사치는 괜찮겠지.”

진원은 들뜬 기색으로 PC방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티링.

맑은 방울 소리가 울리며 문이 열렸다. 진원은 적당히 비회원 카드를 집어 자리로 이동하려다가 문득 가격표를 보고, 다시 카드를 내려놓았다.

회원가: 1,000원

비회원가: 1,300원

‘회원 가입해야겠네.’

다행히 친절하게 회원 가입의 설명 방법이 적혀 있어 설명대로 따라하니 금방이었다.

“와……. 모니터 되게 크네. 나중에 돈 벌면 노트북 갖다 버리고 이런 거 하나 장만해야겠네.”

압도적인 모니터 크기와 화려하게 빛나는 LED 키보드와 마우스까지! PC방의 컴퓨터 스펙에 감탄했다.

“그럼 바로 치킨을 받으러 가 볼까.”

전설의 연합을 키고, 기억을 더듬어 로그인을 했다.

“예전에 궁금해서 노트북으로 회원 가입까지 했었지. 드디어 해 보는구나.”

로그인을 하니 창 하나가 떠올랐다.

[휴면 계정 보상 - 레벨 30 경험치 캡슐, 20만 IP 지급.]

“괜찮네.”

진원은 능숙하게 캡슐을 사용해 레벨을 30으로 만들었다. 그 후 자잘한 설명은 전부 넘기고, ‘랭크전’이라는 버튼을 눌러 매칭을 기다렸다.

‘랭크전으로 자신의 실력을 판별할 수 있다고 했지. 바로 실전부터 가자.’

“와, 미친! 얘 되게 귀엽네. 얘로 해야지.”

진원은 자신의 시선을 사로잡은 귀여운 고양이 캐릭터 ‘요미’를 선택했다.

[붸인 : 서폿님, 전적 보니까 초보시네요. 플래쉬 드세요, 플래쉬. 텔레포트를 왜 들어요.]

[붸인 : 아 미친, 플래쉬 들라고요!]

진원은 서폿이 자신을 부르는 말인지도 모르고 느긋하게 기다렸다.

그렇게 게임이 시작되고, 인터넷으로 전설의 연합 뉴비 가이드를 보던 진원은 붸인을 따라 움직였다.

“좋아. 얘를 붸인에게 붙여 놓고, 라면을 먹으면 된다고 했지.”

진원은 라면을 주문한 뒤, 느긋하게 붸인이 게임하는 것을 감상했다.

[붸인 : 님아 견제 좀 해 주세요. 왜 붙어만 계세요?]

“응? 뭐야. 난 가이드대로 잘 따라하고 있는데.”

[요미 : 님한테 붙은 뒤에 라면 시켜 먹으면 된다던데요?]

[붸인 : 아니, 미친 소리 하지 말고 견제하라고 견제! 아니 이런 개XX X 같은 니 엄마 아빠 만수무강. X발놈아.]

“뉴비 가이드에 저렇게 욕하는 사람들은 신고하랬지. 끝나고 꼭 신고해야지.”

그사이 라면이 나왔는지 직원이 라면을 들고 나왔다.

“치즈 라면과 밥 세트 나왔습니다. 5천 원입니다.”

“감사합니다.”

‘맛있겠다.’

후르르륵!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일본식 라멘이었지만 PC방에 와서 시켜 먹는 라면도 나름 맛있었다.

진원은 열심히 구르며 게임하는 붸인을 감상하면서 밥까지 말아 먹었다.

매콤함과 치즈향이 어우러져 입안에 퍼져 나갔다.

[붸인 : 아! 나 이거 지면 강등이라고오! 제발 견제 좀 해 줘! 힐이라도 해 달라고!!]

“뭐야. 난 잘해 주고 있는데. 까짓것 좀 도와주지 뭐.”

붸인의 간절한 부탁에 진원은 먹던 라면을 내려놓고 캐릭터를 조작해 스킬을 사용했다.

“아, 죽었잖아. 지금까지 한 번도 안 죽었는데. 에라이.”

[요미 : 아, 님 하라는 대로 했는데 죽었잖아요. 이거 지면 님 때문이에요.]

[붸인 : 아 이런 미친 X끼가 너 일부러 트롤하는 XX년이지? 만나면 X발롬 아구창을…….]

“에이 씨, 붸인 때문에 치킨 못 먹게 생겼네. 목마른데 음료수도 살까.”

그렇게 압도적인 게임이 끝나고,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콰직!

“아오, 요미 망할 새끼! 도대체 왜 이딴 캐릭터를 만드는 거야?”

진원의 근처 자리에서 키보드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화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붉은색 머리의 여성이 주먹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어? 뭐야. 저번에 공원에서 본 사람이잖아?’

지난번에 스포츠 음료를 얻어먹었지. 먹을 거라도 하나 사 줄까.

진원은 그런 생각을 하며 여성에게 접근했다.

“저기요.”

“지금 기분 나쁘니까 헌팅 같은 거 하지 말고 꺼지세요.”

그녀는 상당히 화가 난 목소리로 고개를 돌려 대답했다.

그리고 무엇을 발견했는지 진원의 모니터를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설마?”

여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근처에 있던 진원의 모니터를 봤다. 그러고 나서 진원을 유심히 쳐다봤다.

“하. 네가 요미였어? 공원에서 음료수도 줬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지?”

주먹을 굳게 쥔 여성은 사나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그렇게 싸움을 잘해? 옥상으로 따라와, X놈아.”

“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진원은 현재의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아 눈앞의 여성에게 다시 되물었다.

오히려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진원에게 더욱 화가 난 그녀는 발을 올려 진원의 머리를 가격하려 했다.

핫팬츠를 입은 그녀의 매끈한 다리에 붉은 기운이 맺혔다.

‘뭔가 위험해 보이는데, 최대한 거리를 둬야겠다.’

진원은 이전에 얻은 스킬도 시험해 볼 겸, 순간 가속을 사용했다.

휙. 훅!

진원은 엄청난 속도로 공격을 피했다, 라기보다는 그녀의 공격에서 순식간에 멀어졌다.

“뭐지?”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자신과 거리를 벌리니 여성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당황한 것은 진원도 마찬가지였다.

‘뭐가 이렇게 빨라?’

상당한 가속에 오히려 자신의 눈이 못 따라 가고 있었다.

그나마 야구 선수 시절 동체 시력을 훈련한 진원이었기에 스킬의 반동에 의해 넘어지지 않았다.

‘격투가 계열 직업인가, 상당히 강해 보이네.’

순간 가속이 아니었으면, 순식간에 공격을 허용했을 수준이었다.

“……너 피닉스 길드에서 보낸 놈이야?”

진원이 상당히 기괴한 방법으로 자신의 공격을 피하자 여성은 오히려 경계심을 가졌다.

“피닉스 길드? 그 이태리 정장 입은 놈?”

“그래! 그 재수 없게 생긴 놈!”

“아니? 나도 그놈 되게 짜증나던데.”

“그럼 어디 길드야?”

“무소속이야.”

그녀는 진원의 대답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상대를 감안해 직업 스킬을 따로 사용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자신의 공격을 전부 피하다니.

“아니, 근데 다짜고짜 사람을 때리는 건 뭐야? 왜 갑자기 멀쩡한 사람을…….”

“뭐? 멀쩡? 너 요미로 나한테 한 짓 기억 못 하는 거야?”

진원의 말을 듣던 여성은 이전 게임이 생각이 났는지 언성을 높였다.

이전에 했던 게임은 설사 부처라도 키보드에 욕을 적어 놓고 엔터키를 누를까 말까 고민할 상황이었다.

“난 그냥 요미가 귀엽게 생겨서 해 본 거야. 거기다가 치킨 이벤트도 해서 간만에 PC방에 온 거고. 그리고 요미 뉴비 가이드에서 같은 팀에게 붙은 뒤 라면을 먹으며 지켜보는 것이 정석이라던데?”

진원은 그녀를 향해 담담하게 말했다.

“……혹시 전설의 연합 처음 하는 거야?”

“응? 예전에 만들어 놓고 안했는데, 이번에 접속하니까 경험치 캡슐 주던데.”

“……X 같은 신규 캐릭, X 같은 휴면 유저 보상. X 같은 연합 커뮤니티!”

진원의 말을 끝까지 들은 여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와중 자신의 모니터에 브론즈4로 강등되었습니다! 라는 메시지를 보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한 대만 치고 싶네.’

정말로 게임을 잘 몰라서 했다는 것이라면, 더 이상 화를 낼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정도 움직임이면 상위 플레이어 같은데 등급이 어떻게 되지?”

“등급은 측정 전이라 없는데.”

“뭐?”

여성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진원을 쳐다보았다.

“플레이어 카드 좀 줘 봐. 확인 좀 해 보게.”

“측정 전이라 없어.”

그녀는 진원의 대답을 듣고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레드 플레이어인가?’

그런데 레드 플레이어가 이렇게 대놓고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 나타날 리가 없는데.

‘만약. 레드 플레이어가 아니라면, 우리 길드에서 낚아채 가야 돼.’

그녀는 머릿속으로 빠른 계산을 끝내고, 진원을 향해 부드럽게 웃었다.

“제가 아까는 순간적으로 화가 많이 나서…… 이해해 주세요.”

‘와, 이 사람 내숭 장난 아니네.’

공원에서 보았던 그녀의 환상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아, 네. 그럼 전 약속이 있어서, 먼저 가 보겠습니다.”

진원은 건성으로 대답하고 몸을 돌려 PC방을 나갔다.

진원이 나간 것을 본 그녀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타이거 길드의 행정 팀장 김태우입니다.

“태우 오빠. 나 혜진인데.”

-네, 길드장님.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그리고 오빠라는 말은 좀…….

“범죄 이력을 포함해서 조사 좀 부탁하고 싶은 플레이어가 하나 있어서.”

-갑자기 조사요? 네, 뭐. 이름을 알려 주시면 조사해 보죠.

“나 일단 뒤에 일정이 있어서, 나중에 길드로 갈게.”

그녀는 통화를 끝내고 김진원에 대해 생각했다.

‘분명히 처음 봤을 때는 0레벨이었는데……. 무슨 일이 생긴 거지? 단기간에 레벨을 그렇게 올렸다고?’

당연히 진원은 신혜진이 감정 스킬을 보유한 플레이어라는 것을 알 리가 없었다.

**

PC방을 나와 야구장에 도착한 진원은 방금 전 발생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지속 시간이 2초를 남기고서야 그녀는 공격을 멈췄었다.

‘순간 가속이 아니었으면 두들겨 맞았겠지.’

거기다 엄청난 가속 때문에 제어하는 것도 까다로웠다.

‘싸우면 질 것 같다.’

토르의 장난감 망치를 들어도 이길 것 같은 느낌이 안 들었다. 애초에 상성부터가 좋지 않았다.

‘야구가 끝나면 다시 레벨 업을 열심히 해야겠네.’

그러나 방금 전의 상대가 A등급 플레이어인 것을 진원이 알 리는 없었다.

“오빠, 팝콘 사 주라. 콜라도.”

“살쪄.”

“아, 사 줘! 괜찮거든?”

어느새 경기장에 도착한 지원은 먹을 것을 사 달라며 진원을 졸랐다.

“좋아. 그럼 나가서 치킨 받고 와. 아까 오면서 시켜 놨다.”

“뭐야. 진짜? 최고!”

지원은 그 말에 신나게 경기장 밖을 나가기 시작했다.

“야야, 조심해. 사람 많이…….”

툭!

그렇게 지나가던 지원은 앞에 있는 여성의 어깨를 치게 되었다.

“어? 죄, 죄송합니다…….”

‘허,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지원이 부딪친 사람에게 사과를 하려고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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