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22화 (22/200)

22. 브레이크-2

“뭐야. 못됐네. 응원이나 열심히 해 줘.”

“그래. 앞자리에 공짜표니까 당연히 가야지. 그리고 내 몫은 남겨 놔라. 나도 먹을 거야.”

진원은 식탁에 올려놓은 음식을 가리키며 말했다.

“뭐야. 내가 돼지야? 어차피 다 못 먹어.”

그렇게 말하던 지원은 엽기떡볶이를 하나 집어서 입에 넣었다. 오물거리며 먹던 지원의 표정이 급변했다.

“아, 오빠! 이거 왜 이렇게 매워!”

“……어? 뭐야. 빨간색 고추 표시가 많을수록 더 맛있는 것 아냐?”

“뭔 소리야 이 바보야! 그게 많을수록 당연히 더 맵지! 아오! 마실 것도 안 사 왔어! 쓰흡! 매워…….”

지원은 강렬한 엽기떡볶이의 맛에 냉장고를 뒤져 우유를 찾았다.

“그거 너 다 먹어라.”

진원은 그런 동생을 뒤로하고 바로 샤워실로 직행했다.

“쓰흡! 아오, 이걸 어떻게 먹어. 잘못 사 왔네.”

진원은 엽기떡볶이의 강렬한 캡사이신을 느끼며 방으로 들어왔다. 다음부터는 매운맛 표시 하나짜리로 사야지.

“상점.”

그리고 그대로 의자에 앉은 후, 바로 상점부터 열었다.

지난번 던전에서 레벨 20을 달성하면서 상점의 레벨 또한 함께 올랐다. 어떤 항목들이 추가되었는지 플레이어 거래소에 들렀을 때부터 몹시 궁금했다.

상점을 여니 아이템 항목이 깜빡이고 있었다.

바로 아이템 항목을 눌러서 뭐가 생겼는지 살펴봤다.

“구매 가능하다고 했던 것이…… 이거네.”

[칭호 : 레드 플레이어 꿈나무]

효과 : 플레이어에게 가하는 대미지가 5퍼센트 증가합니다.

구매 조건 : 플레이어 5명 이상 살해

가격 : 1골드

수량 : 1개

“칭호 이름하고는. 줄 거면 그냥 좀 주지 1골드가 뭐냐.”

그동안 칭호 항목에 대해서는 아예 관심이 없었다.

몬스터를 열심히 잡고 레벨을 올려도 딱히 변화가 없었기에, 자연스럽게 잊고 있었다는 쪽이 맞겠다. 애초에 칭호 용도도 무엇인지 몰랐지만.

하지만 상점 레벨이 3이 되면서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사용할 일이 또 있을 수도 있으니, 일단 사야겠다. 사용할 일이 없어도 살 거지만.’

현재 자신이 소지하고 있는 골드는 910골드. 1골드 정도 사용하는 것은 아무 느낌도 없었다. 구입 버튼을 누르자, 구입이 완료되었다는 메시지가 뜨고, 칭호 옆에 화살표가 하나 생겼다.

화살표를 누르니, 방금 구입한 칭호를 볼 수 있었다.

“상태 창.”

칭호를 적용하고 나서, 바로 상태 창을 불러왔다.

<플레이어>

이름 : 김진원

레벨 : 20

직업 : 미정

등급 : 미정

업적 : 없음

칭호 : 레드 플레이어 꿈나무

HP : 300

MP : 500

근력 : 30 민첩 : 20 체력 : 30 마력 : 50 ?? : 0

미분배 포인트 : 10

# 플레이어 중 유일하게 상점 기능이 개방됩니다.

# 모든 대미지 10퍼센트 감소 효과가 적용됩니다.

[스킬]

마구 Lv.10 (MaX)

불굴 Lv.1

순간 가속 Lv.10 (MaX)

미분배 포인트 : 2

[상점]

Lv.3

[보유 골드 : 909골드]

“흠. 왠지 칭호가 좀 거슬리네. 딱히 적용하고 있어 봤자 좋은 느낌도 안 들고, 일단 치우자.”

칭호를 다시 ‘없음’으로 되돌렸다.

“그건 그렇고, 레벨 20이면 나도 슬슬 전직할 때가 된 것 같은데, 알림이 안 오네.”

대략 이 정도 레벨이면 전직하겠냐는 메시지가 올 텐데, 여전히 조용했다.

“뭐, 플레이어마다 다 다르다고 했으니 좀 더 기다려 보자. 대기만성형일 수도 있잖아.”

스텟과 스킬 포인트는 일단 세이브해 두기로 했다. 당장 던전에 들어갈 것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이 영약. 이게 어떤 효과가 있는지가 신경 쓰여.”

아이템 항목에서 ‘정체불명의 비약’이라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

비약을 사려고 해 보았지만, 구매가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만 들릴 뿐이었다.

“칭호처럼 특별한 조건이 있다는 거네.”

일단 비약은 현재 구입이 불가능하니 그대로 놔두고 랜덤 아이템박스를 눌러 봤다.

수량 : 한 개

“역시, 상점 레벨이 올라서 채워 주는구나.”

상점에서 물품을 구매하면 수량 제한이 있는 물품은 빨간색 X자로 표시가 되었다.

랜덤 아이템 박스에 X자 표시가 사라져서 눌러 보니 구매 수량이 채워져 있었던 것.

거기다가 상점의 레벨이 오른 덕분일까, 바로 위에 행운의 랜덤 아이템 박스라는 물품이 추가되어 있었다.

“저번엔 랜덤 아이템 박스의 득을 많이 봤으니. 전부 다 사야지.”

가격이 300골드였지만 망설이지 않고 구매 버튼을 눌렀다.

행운의 랜덤 아이템 박스를 구매하니, 역시 일정 시간이 지나야 개봉이 가능했다.

그렇게 랜덤 아이템 박스도 1개 구매하니,

띠리리- 띠리리-.

전화가 왔다. 영호인가 싶어서 바로 스마트폰을 들어서 받았다.

-안녕하세요, 형! 저 최은식입니다. 혹시 내일 시간…….

“안 돼.”

영호인 줄 알았더니만 최은식이었다. 적당히 통화하고 끊어야지.

-네? 아니, 아직 말끝까지 안 했는…….

“동생이랑 야구 보러 가야 돼.”

-그럼 야구 끝나고 나서라도…….

“끝나면 피곤할 것 같은데.”

자신의 무미건조한 대답에 최은식의 말투가 애원하듯이 변했다.

-혀엉, 정말로 중요한 말이 있습니다! 그냥 말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 한번 말해 봐.”

-그게 전화로는 힘들고요…….

“대체 뭐길래 말하기가 힘드냐.”

-저번에 협회의 조사원분께서 형이 야구 선수로 활동하셨다고 해서요, 그래서 제가 조사를 좀 해 봤죠.

“응? 그게 뭐라고 조사를 해.”

최은식이 의외의 말을 꺼내자 살짝 흥미가 생겼다.

-여기까지만 말해 드릴 수 있어요. 나머지는 만나서 얘기해요, 형.

“흠…….”

뜬금없이 자신이 야구하던 시절의 기록은 왜 봤을까. 이놈 괜히 신경 쓰이게 만드네.

진원은 그냥 적당히 무시하고 통화를 끝내려고 했지만, 최은식의 마지막 말을 듣고 생각을 바꿨다.

-제가 밥 살게요, 형! 고급 레스토랑이라든가, 고급 코스 요리라든가, 말만 하면…….

“진짜야?”

-네? 네. 물론이죠.

“그럼 1인분에 10만 원하는 소고기집으로 가자. 거기 입에서 살살 녹는다던데.”

‘이 정도로 비싼 곳을 고르면 태도를 바꾸겠지.’

그러나 최은식의 경제관념은 보통 사람들과는 달랐다.

-네, 형! 그 정도야 얼마든지 사 드릴 수 있죠.

최은식은 망설임 없이 술술 대답했다.

“거기서 추가로 포장해 와도?”

-얼마든지요.

일부러 최은식에게 무리한 요구를 연달아 했지만, 최은식은 그게 뭐가 대수냐는 듯이 시원시원하게 답을 해 왔다. 오히려 기뻐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일까.

‘내가 졌다.’

“알았다. 그럼 야구 경기 다 보고 나서 연락할게. 그리고 듣기만 하는 거다. 소고기 사 준다고 해도 일단 듣기만 할 거야.”

-네! 물론이죠! 3초 이내로 꼭 받을게요, 형!

‘저렇게까지 해 준다는데 가서 얘기나 한번 들어 봐야겠다.’

그렇게 통화를 끝내고 스마트폰을 책상에 내려 두니, 또 전화가 왔다.

“얌마, 방금 전화해 놓고 왜 또 전화를…….”

-나 방금 전화 안 했는데?

영호였다.

“아, 다른 사람인 줄 알았네. 동생이 티켓 받았다고 엄청 좋아하더라. 근데 앞자리는 어떻게 구했냐? 돈 안 줘도 돼?”

-돈은 무슨. 지원이 야구 좋아하잖아. 감독님이 표 남은 것 몇 장 주셨지. 그리고 경기 끝나면 할 말이 좀 있는데 시간 있어?

영호의 말에 진원은 잠시 동안 말을 멈추고, 다시 말했다.

“그래. 공원에서 만나면 되냐?”

-그래. 일단 경기 끝나고 만나서 얘기 좀 하자.

영호는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음……. 저놈 뭔가 진지하게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영호는 뭔가 중요한 고민이나 상담이 있을 때 자신을 공원으로 불러냈다.

물론 대부분이 야구에 관한 이야기였고, 나보고 공 좀 던져 달라는 게 대부분이었지만.

“흠, 만나면 내 몸이 이렇게 변해 버린 것을 들킬 텐데…… 영호한테는 말해도 되려나. 언제까지 숨길 수 있는 거도 아니고.”

통화를 끝낸 지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플레이어 거래소에서 기다렸던 입금 문자가 왔다.

-입금이 완료되었습니다.

“드디어 팔렸구만. 뭐가 팔렸는지 보자.”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플레이어 거래소에 접속해서 자신이 등록했던 물품이 얼마나 팔렸는지 확인해 본다.

“오, 다 팔렸네. 그런데 블랙 킹 타란툴라의 이빨을 도대체 누가 산 거지? 이 가격에?”

다른 아이템들이야 적당한 가격에 팔린 것 같았는데, 타란툴라의 이빨은 최종 입찰 가격이 1억이었다.

“저게 그렇게 좋은 건가? 그냥 기타 아이템인데. 나야 뭐 고맙지만.”

***

고층 빌딩의 한 사무실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하고 앉아 있는 사람은 피닉스 길드의 부사장.

책상 위의 금칠을 한 듯한 고급스러운 명패에는 송진호라는 이름이 박혀 있었다.

“흠, 드디어 샀구나. 상당히 희귀한 아이템이었어. 내일이면 받아 볼 수 있겠군.”

입찰가가 1천만 원부터 시작이었던 타란툴라의 이빨. 다른 콜렉터들도 눈독을 들였는지 서서히 올라가던 가격이 9천만 원까지 치솟았다.

거기에 1억으로 마침표를 찍은 것이 송진호였다.

그는 이태리 양복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개인 옷장에는 다양한 종류의 이태리 양복으로 가득 차 있었다.

거기다가 그의 취미는 희귀한 아이템 수집. 돈이 많은 갑부들이 좋아할 만한 취미였다.

똑똑.

“부사장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노크 소리가 들리자 송진호는 표정을 바로하고 들어오라고 말한다.

“그래. 조사는?”

“전에 말씀하신 트롤이 출몰했다는 D급 던전, 클리어했더군요. 거기다가 최근에 발생했던 C급 던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계속 말해 봐.”

송진호는 직원의 보고를 듣다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진원과 최은식을 제외한 나머지 파티원들은 전부 사망했다고 합니다. 최은식은 고가의 장비를 두른 것 말고는 딱히 특징이 없습니다.”

‘망할 놈. 역시 뭔가 있었잖아.’

“그래. 일단 나가 보고 조사는 계속해라.”

“네. 알겠습니다. 그럼.”

말을 끝마친 길드원은 신속하게 밖으로 나갔다.

“후, 역시 네놈이 동생을 죽인 거냐.”

대형 길드 소속의 길드원이 전원 사망했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타격이 컸다.

뉴스가 나온 날, 주식이 상당히 하락했으며, 길드의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었다. 결국에는 제대로 된 원인도 찾지 못한 채 그대로 사건을 종결 낼 수밖에 없었다.

-그런 망할 놈은 신경 쓰지 말거라. 네가 아니면 됐다.

아버지는 단지 냉정하게 한마디 했을 뿐, 동생의 장례식조차 참석하지 않았다.

“길드가 금전적으로 손실을 얼마나 많이 입었는데. 넌 편하게 누워 있냐. 쓸모없기는.”

송진호가 병원에 가서 화를 낸 것은 어디까지나 동생을 걱정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조금이라도 회사의 손실을 막기 위한 행동이었다. 그것도 별로 효과가 없는 듯했지만.

송진호는 자리에서 고개를 돌려 유리 장식장을 쳐다보았다.

장식장 안에는 다양한 아이템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대부분 사치품인 듯했다.

“그 건방진 자식을 가만히 놔둘 순 없지. 만약 놈이 진짜로 우리 길드원들에게 뭔 짓을 했다면, 배로 갚아 주지.”

**

-오빠, 나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갈 테니까, 시간 맞춰서 경기장에서 만나!

투산과 심송의 경기 당일, 진원은 식탁에서 동생이 쓴 쪽지를 발견했다.

“짜식, 야구 보는 날까지 공부하네.”

동생의 기특함에 괜히 자신이 뿌듯했다. 시간을 확인하니 아직 경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

“흠, 뭐 하고 시간을 때울까. 오, 치킨 이벤트?”

스마트폰을 꺼내 뒤적거리니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전설의 연합 치킨 이벤트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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