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위협-4
“뇌 속성 부여.”
최은식의 검을 들고, 뇌 속성을 부여해 놈에게 조준했다. 놈은 현재 무방비 상태!
‘기회는 한 번이다. 검을 던져 본 적은 없지만, 기도하는 수밖에.’
최대한 빗나가지 않게 신경 쓰며, 놈의 몸통을 조준했다.
“흡!”
쉬익- 푹! 파지지직-.
“크워어어어!”
강동석의 파티원을 맛보느라 정신이 팔려 있던 보스는 그대로 공격을 허용했다.
놈은 괴로운지 강렬하게 몸부림치다가, 그대로 자세를 낮추고 팔을 축 늘어뜨렸다.
‘그로기다!’
“은식아, 저놈 그로기다! 가자! 날 믿고 따라와!”
“네? 네!”
진원은 토르의 장난감 망치에 풍 속성을 부여해 놈에게 공격을 가했다.
“둠 해머보다 빠르게 뚝배기를 깬다!”
퍼벅! 퍼벅!
“크워어어!”
놈은 괴로운지 괴성을 지르며 몸을 비틀었지만, 지쳐 있었는지 팔을 들어 막거나 공격하거나 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역시, 아까의 대미지가 누적되어 있었나.’
최은식은 그사이 놈에게 박혀 있던 검을 꺼내, 다시 힘을 줘서 깊숙하게 박았다.
“이제 좀 뒈져라!”
“크흡!”
짧은 시간 동안, 풍 속성이 부여된 망치로 얼마나 놈의 머리를 후려쳤는지는 모르겠지만, 서른 번은 가뿐하게 넘겼다고 생각한다.
“그워어어…….”
그렇게 공격을 미친 듯이 하고서야 놈이 기운 빠진 소리를 내면서 쓰러졌다.
“후우, 드디어 죽었네.”
얼마나 많이 때렸는지 팔목에 통증이 왔다. 진원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호흡을 정리했다.
“헉, 헉! 클리어한 건가요?”
최은식도 숨이 차는지 가쁜 숨을 내쉬었다.
띠링.
[보스 : 부패된 워 베어를 처치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아이템 : 하급 스킬: 순간 가속 알약을 발견하였습니다!]
[아이템 : 부패된 워 베어의 발톱을 발견하였습니다!]
[254골드를 획득하였습니다!]
[직업 체험권 - 인챈터의 시간이 만료되었습니다.]
‘후, 조금만 더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네.’
진원은 보스를 잡고 얼마 후 남은 시간이 끝났다는 메시지에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보스를 공격하지 않았다면 더욱 힘들어질 수 있었다.
[던전을 클리어했습니다!]
랭크 : A
추가 보상 : 중급 마정석 1개
[귀환 포탈이 생성됩니다.]
‘한 번에 3레벨 업!’
지난번, 인스턴스 던전에서 레벨 업을 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씻겨 나갔다.
“먼저 상태 창.”
<플레이어>
이름 : 김진원
레벨 : 20
직업 : 미정
등급 : 미정
업적 : 없음
칭호 : 없음
HP : 300
MP : 400
근력 : 30 민첩 : 20 체력 : 30 마력 : 50 ?? : 0
미분배 포인트 : 10
# 플레이어 중 유일하게 상점 기능이 개방됩니다.
# 모든 대미지 10퍼센트 감소 효과가 적용됩니다.
[스킬]
마구 Lv.10 (MaX)
불굴 Lv.1
미분배 포인트 : 11
[상점]
Lv.3
이번 던전에서 한 번에 레벨이 6이나 올랐다. 거기다가 상점 레벨까지 어느새 3으로 올라있었다.
레벨 20 달성으로 인해 상점 레벨이 하나 더 오른 듯했다.
진원은 상점이 궁금해서 당장 열고 아이 쇼핑을 하고 싶었지만, 상황 정리가 먼저였다.
‘강동석에게 고맙다고 해야 되나.’
보스를 자기 혼자 때려잡아 경험치를 독차지한 영향인 듯했다.
거기다가 뜻하지 않게 파티원들을 죽여 레벨 업까지. 이제 스킬 포인트도 제법 많이 모였다.
그다음으로 상점 창을 열어 보유 골드를 확인해 보았다.
[보유 골드: 800골드]
‘제법 골드가 쌓였지만, 수리비는 써야겠지.’
[수리 비용은 180골드입니다. 수리하시겠습니까?]
Y/N
토르의 장난감 망치의 내구도가 상당히 내려가 있었는지 수리 비용이 컸다. 그러고 나서 바로 드랍 아이템을 확인했다.
‘분명히 스킬 알약이라고 했었지.’
하급 스킬 알약의 가격은 최소 100억대. 생각지도 못한 수확이었다. 거기다 추가 아이템과 중급 마정석까지.
대박이다. 빚 갚으러 왔다가 집까지 사고도 남을 돈이 생겼다.
‘이것을 먹어야 되나…….’
진원은 하급 스킬 알약을 들고 가만히 서서 고민했다.
이름만 봐도 상당히 활용성이 높아 보이는 스킬이었다.
‘젠장할. 내가 팔 수도 없고. 저놈한테 맡기기도 그렇고.’
막상 고가의 아이템을 얻어도 이게 문제였다. 등급도 레벨도 없는 플레이어가 아이템을 얻었다!
그런데 해당 파티의 파티원들 대부분이 사망했다?
‘의심받기 딱 좋잖아. 기자 놈들이 좋아서 날뛰겠네.’
“형!”
그러자 그 모습을 보던 최은식이 어디서 났는지 생수병을 들이밀었다.
생수병을 쥔 손이 덜덜 떨리는 게 눈에 보였다.
“형, 보스한테서 스킬 알약 얻으신 거예요? 축하드려요! 여기 물이랑 같이 드세요! 제가 물도 따로 챙겨 왔거든요.”
‘그런데 얘는 왜 이렇게 손을 덜덜 떨어? 그렇게 무서웠나?’
진원은 생수병을 가만히 쳐다봤다.
“거기 독 같은 거 든 거는 아니지?”
절레절레.
최은식은 그 말을 듣고 빠르게 고개를 저은 후, 뚜껑을 따서 자신이 먼저 마셨다.
“그럴 리가요 형! 전 그런 짓 못 해요! 아, 그런데 물이 좀 미지근하네요.”
피식.
진원은 그런 최은식을 보고 웃은 후 물을 건네받았다.
한동안 고민하던 진원은 결국 알약을 먹기로 결정했다.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자. 100억을 한 번에 먹는다고 생각하니 손이 떨리네.’
꿀꺽꿀꺽.
미지근한 생수였지만, 방금 전의 전투 때문이었는지 진원에게는 시원한 물을 마시는 느낌이었다.
알약이 목을 타고 넘어가자, 알림 음이 들려왔다.
띠링.
[하급 스킬 : 순간 가속을 획득하였습니다.]
바로 스킬 창을 켜서 어떤 스킬인지 확인해 본다.
[순간 가속 Lv.1]
액티브 스킬.
순간적으로 자신의 이동 속도를 높입니다.
이동 속도 증가량 +10퍼센트
(MP: 50) (지속 시간 : 5초, 재사용 대기 시간 : 30분)
하급 스킬치고는 괜찮은 스킬이다. 여러모로 쓰일 용도가 많은 것 같아, 스킬 포인트를 투자하기로 했다.
“먼저 4포인트를 투자해 보자.”
그러자 지속 시간은 1레벨에 0.5초가량 늘었고, 이동 속도 증가량이 50퍼센트로 높아졌다. MP 소비량은 70으로 늘었다.
‘음……. 현재 남은 스킬 포인트는 5. 딱 맞게 순간 가속을 10까지 올릴 수 있다.’
MaX 레벨이 마구처럼 10인지를 알 수 없었으나, 투자할 만한 가치를 느껴 그대로 남은 스킬 포인트를 전부 사용했다.
[순간 가속 Lv.10 (MaX)]
액티브 스킬.
순간적으로 자신의 이동 속도를 높입니다.
이동 속도 증가량 +100퍼센트
(MP: 100) (지속 시간 : 10초, 재사용 대기 시간 : 30분)
순간 가속도 또한 최대 레벨이 10이었다.
‘하급 스킬은 최대 레벨이 10인 건가. 이 정도면 상당히 쓸 만하네. 부가 스킬이 없는 것은 아쉽지만.’
“형. 스킬 좋은 거 얻으셨나요? 제가 다음부터 물은 시원하게 아이스박스에다가 담겠습니다.”
“아이스박스는 무슨. 스킬은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네. 그런데 방금 여기서 일어난 일은…….”
“절대 말 안 할게요! 절대로요! 제가 이래 보여도 입은 엄청 무겁거든요!”
진원이 말을 다 끝맺기도 전에 최은식이 호들갑을 떨며 빠르게 말했다.
“내가 널 잡아먹기라도 하냐? 그런데 왜 그렇게 하얗게 질려 있어?”
“아, 아니에요, 하하. 방금 보스가 좀 무서웠거든요.”
‘흠, 그건 그렇고 등급 없고 직업 없는 초보자 2명이서 C급 던전을 클리어했다는 건 좀 그렇겠지?’
그럴싸한 알리바이가 필요했다. 물론 어떻게든 정당방위로 인정받을 수는 있겠지만, 그 절차가 너무나 까다로웠다.
띠링.
[아이템 목록이 추가되었습니다!]
[구매 조건을 만족한 칭호가 있습니다!]
상점은 진원에게 빨리 열어 보라는 듯이 재촉했다.
“에이 씨, 귀찮게. 나중에 연다니까.”
최은식은 귀찮은 듯이 손을 휙휙 내젓는 진원을 보고 조심스럽게 다가가 말을 했다.
“형, 아까 전에도 말했다시피 저는 입이 정말로 무겁습니다!”
“응? 아, 그래.”
최은식이 처음에 자신을 지키려고 방패를 들어 스킬을 최대한 막아 준 것을 알고 있었다. 오늘 있었던 일을 마음대로 떠벌리고 다니진 않겠지.
하지만 그러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필요한데…….
‘저걸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최은식을 처리할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그럴 이유가 없다.
그저 자신처럼 초짜로 들어왔을 뿐이고, 운이 조금 나빴을 뿐이다.
“흠. 몸속에 폭탄이라도…….”
최은식은 진원의 말에 얼굴이 창백해졌다.
“야, 야, 농담이야. 내가 설마 진짜로 그러겠어?”
“…….”
진짜로 그럴 것 같았기에 최은식은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혀, 형, 저기 저 사람들이 가진 아이템이나 장비, 그리고 던전 안에 모아 두었던 장비요! 아무래도 혼자서는 힘들지 않을까요? 제가 사실 힘이라면 자신 있습니다!”
방금 장면으로 최은식은 확신했다. 분명한 레드 플레이어다. 그것도 상당한 실력자!
최대한 심기를 건드리지 않아야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뭔가가 더 있어야 한다. 재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형, 제가 산 이 장비들요!”
“어. 나한테 준다고?”
“네? 아, 물론 달라고 하면 드리겠지만요.”
최은식은 진원의 말에 시무룩해하면서도 장비를 건네주려고 했다.
“아니, 됐다. 하려던 말이나 마저 해 봐.”
“네. 이 장비들이라면 초보자들이라도 어찌어찌 C급 던전을 클리어했다는 것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까 생각해서요.”
“흠, 그렇지. 그런데 그거 얼마짜리길래 그래?”
“세트로 24억쯤 해요, 형. 아, 물론 세트 할인을 받아서.”
“…….”
24억이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그럼 일단 나가서 네가 신고하고, 상황을 잘 전달해 봐. 그리고 알리바이 짜는 데 도와주고.”
“물론이죠, 형! 제가 이래 보여도 사실 머리가 좀 좋아서요.”
진원은 대답 대신, 주위를 살피더니 마구를 사용했다.
퍼석!
“아, 저기 뭔가가 있는 것 같아서. 몬스터인 줄 알았지.”
최은식은 그 장면을 보고 식은땀을 흘렸다.
‘입조심해야겠다, 정말로.’
“우리 둘이서는 아무래도 다 가져가는 것은 힘들 테고, 최대한 담아 보자. 최대한 비싸 보이는 걸로만 잘 담아 봐. 알겠지?”
“네, 형! 비싸 보이는 것만 알뜰하게 골라서 담을게요!”
진원의 말이 끝나자마자 최은식은 보스가 쓰러져 있던 장소로 뛰어갔다.
“그럼 수금을 해 볼까.”
[84골드를 획득하였습니다!]
[106골드를 획득하였습니다!]
[100골드를 획득하였습니다!]
“뭐야. 왜 이렇게 많이 줘?”
진원은 플레이어의 시체에서 나온 골드를 보고 놀랐다. C급 던전의 몬스터를 잡아 봐야 나오는 골드는 30골드 남짓.
그런데 플레이어에게선 100골드에 가까운 돈이 나왔다.
‘뭐, 그렇다고 해서 레드 플레이어가 될 생각은 없지만.’
이번 경우는 죽이지 않으면 역으로 자신이 죽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행여나 1,000골드를 준다고 해도 무차별적으로 플레이어들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
‘아, 맞다. 지갑도 챙겨야지. 한 푼도 놓칠 수는 없지.’
진원은 강동석을 시작해, 땅에 널브러져 있는 다른 파티원들의 주머니를 열심히 뒤적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