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19화 (19/200)

19. 위협-3

“뭐야. 쟤 멀쩡히 걸어오는데요?”

“규태야, 너 마법 제대로 조준한 거 맞냐?”

“제가 분명히 맞는 걸 봤습니다, 형님.”

마법을 날렸던 규태가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히 제대로 조준했는데.’

일부러 캐스팅이 오래 걸리면서 대미지가 센 하급 마법을 사용했는데, 그냥 멀쩡히 걸어 나오다니. 다른 플레이어들은 한 방이면 대부분 나가떨어졌었는데.

진원은 강동석 파티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면서 다 마신 HP 회복 포션을 땅에다가 버렸다.

툭.

“지금이라도 절하면서 빌면 살려 줄 수도 있는데.”

그 말에 강동석 파티는 일순간 숨을 삼키더니,

“푸흡! 쟤 뭐랍니까?”

“너 인마, 그거 되게 안 어울리는 거 아냐?”

“거 어디서 망치 주워왔나 본데, 그걸로 되겠어, 형씨?”

진원의 말이 우스운지 서로 웃으면서 놀리기 시작했다.

‘표정 연습을 하든가 해야지.’

“아니, 너희들 말고 말이야.”

진원이 천천히 망치를 들어 강동석을 가리켰다.

“너. 네가 대표로 나와서 절하면서 빌어 봐.”

진원의 그 말에 강동석과 파티원들의 인상이 순식간에 험악해졌다.

강동석은 그것이 재밌는지 실실 웃었다.

“형님, 제가 교육 좀 하겠습니다. 물론 죽이면 형님이 재미를 못 보실 테니, 적당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살살해라, 태민아.”

그러자 전사 진영 쪽의 파티원 하나가 진원에게 다가왔다. 분명히 앞에서 진영을 무너뜨린 놈이다.

“너, 아주 재미난 말을 하더라? 응?”

태민은 실실 웃으면서 진원에게 다가왔다.

진원은 아무 말 없이 앞으로 다가온 재민을 토르의 장난감 망치를 들고 힘껏 내려쳤다.

‘보스도 아파한 장난감 망치다. 몇 대나 버티는지 보자!’

태민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재빨리 방패를 들어 막았다.

티잉!

“큭, 이게 무슨…….”

놈은 엄청난 충격에 손에 든 방패를 떨어트렸다.

그리고 바로,

퍼서석!

수박 깨지는 소리가 나며 놈의 몸은 앞으로 허물어졌다.

‘역시, 예상대로 강동석 말고는 전부 약하다.’

그 장면을 뒤에서 웃으면서 보던 강동석은 당황해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혀, 형님, 태민이가……!”

“다들 물러서서 진열 만들어!”

강동석은 당황하면서도 파티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진원은 그런 강동석 파티를 무심히 바라보며 서서히 앞으로 다가갔다.

촥촥!

망치에 튄 피를 털어내면서.

진원이 아무렇지 않게 눈앞의 플레이어를 죽이고 자신들에게 다가오자 괜히 긴장이 되었다.

태민은 D등급 플레이어이긴 하지만, 그래도 경험은 많은 편이었다. 그런데 겨우 일격에 죽어 버리다니.

‘등급도 레벨도 없다고 했다. 그리고 분명히 원딜러로 지원했을 텐데. 혹시……?’

눈앞에 보이는 저놈도 우리와 똑같은 레드 플레이어인 것일까.

‘아니. 그것은 일단 배제한다.’

강동석은 레드 플레이어끼리 마주칠 확률은 상당히 낮다고 생각했다.

“형님, 캐스팅 다 됐습니다!”

“그래! 진열 유지하고! 다들 긴장해라!”

수많은 마법과 화살 등이 진원에게로 날아들었다.

최은식이 앞으로 나와 방패로 공격을 막았다.

“크윽!”

모든 공격을 막을 순 없었는지, 뺨과 어깨에 상처가 생겼다.

‘지금이다!’

진원이 놈들의 공격이 끝나자마자, 앞으로 뛰어나갔다.

“어딜!”

강동석과 파티원들이 앞으로 나와 방패를 들어 막았다. 스킬을 사용했는지 하얀색 오라가 몸을 감싸고 있었다.

티잉!

“큭, 확실히 손이 저리군. 태민이가 한 방에 방패를 놓친 이유를 알겠다.”

그사이 다른 파티원들이 검으로 진원을 공격했다.

티잉! 팅!

놈들은 진원이 공격을 막기 어렵도록 양방향으로 공격했다.

‘이놈들, 역시 연계는 잘하네. 어느새 허벅지가 베었잖아. 일단 뒤로 물러나자.’

그사이 연계를 끝마친 원딜러들이 다시 진원에게로 공격을 쏟아부었다.

“형, 제 뒤로 오세요!”

최은식은 그것을 보고 진원의 앞으로가 방패를 들고 막았다.

투웅! 팅!

“큭!”

최은식은 힘겨운지 이를 꽉 깨물었다.

‘제기랄. 이러면 끝이 없는데.’

한 놈씩 잡으면 금방일 것 같은데, 강동석이 전방으로 나와 원딜러에게 접근할 틈을 주지 않았다.

“흐흐흐, 고정 파티를 무시하면 안 되지. 그냥 포기하고 이쪽으로 오시지. 그럼 최은식 너는 살려 주겠다.”

“절대로 가지 않겠다! 망할 새끼들!”

“쯧, 귀찮게.”

완고한 최은식의 태도에 강동석은 혀를 찼다. 실수로라도 최은식을 죽여 버리면 돈줄이 없어지는 것이라 나름 세기 조절을 하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잘 버텼다.

“얘들아, 준비해라!”

강동석의 지시에 원딜러들이 다시 공격을 준비했다.

진원은 스킬 창을 열어 스킬 목록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아직 직업 체험권의 시간이 남아 있다. 근접이 안 통한다면, 원딜이지.’

진원은 인벤토리에서 반반하게 생긴 글러브를 꺼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강동석을 포함한 파티원들의 눈이 커졌다.

“어? 저게 무슨…… 형님! 놈이 허공에서 아이템을 꺼내는데요?”

“역시 뭔가가 있는 놈이 맞구만. 다시 캐스팅 준비해라! 어서!”

지금까지의 감이 자신에게 말하고 있었다. 저놈은 위험하다. 뭔 짓을 하기 전에 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은식아!”

“네, 형!”

“10초 동안. 놈들의 공격, 막아 줄 수 있겠냐? 네 도움 없이는 안 될 것 같다.”

“꼭 막겠습니다!”

진원의 말에 최은식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놈들한테는 절대 넘어가지 않을 거다. 차라리 형을 믿는 것이 낫지.’

진원은 고개를 끄덕이는 최은식을 보고, 뒤로 빠져 마구의 부가 스킬을 사용했다.

10…… 9…….

“크헉!”

MP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며 현기증이 올라왔다. 꾹 참고 인챈터의 뇌 속성 스킬을 마구에 사용했다.

우우웅- 파지지직-.

자신의 천천히 진동하던 마구에서 전기가 튀기 시작했다.

7…….

“아니? 저게 뭔…….”

강동석은 진원이 뒤에서 스킬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눈이 커졌다. 테스트 때도 레벨이 낮은 것치고는 괜찮은 대미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완전히 오산이었다.

“이런 x발! 얘들아! 저놈이 스킬을 못 쓰게 막아! 지금 당장!”

강동석은 방패를 들어 다른 파티원들과 함께 진원에게로 돌진했다.

“그렇겐 안 되지!”

그것을 본 최은식이 방패를 들며 진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으며 검을 휘둘렀다.

‘큭! 장비의 힘인가……. 세 명이서는 부족하다.’

2…….

“형님! 캐스팅 다 됐습니다!”

씨익.

“내가 먼저다, 멍청이들아.”

진원은 속으로 비웃으며 격렬하게 진동하며 전기를 내뿜는 마구를 들고 와인드업을 했다.

“은식아, 최대한 옆으로 비켜라!”

“네? 헉!”

최은식은 뒤에서 전기가 튀기는 것을 보고 바로 옆으로 빠졌다.

파지지지직!

“이런 x발! 저게 도대체 뭐야!”

그것을 본 강동석과 다른 파티원들 역시 급하게 옆으로 빠졌다.

“흐읍!”

쒜에에엑! 푹! 파지지직!

원딜러 1명이 땅에 떨어져 있던 방패를 들어 막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으아아악!”

“아악!”

방패를 여유롭게 뚫고 파티원의 몸에 박힌 마구는, 전류를 내뿜으며 다른 파티원까지 공격했다.

놈들은 극심한 고통에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뭐야. 죽은 건가? 경험치를 주다니.’

진원은 레벨 업 메시지를 보고 씁쓸하게 웃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지만, 딱히 죄책감이라든가, 몸이 덜덜 떨린다든가 하는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현재의 상황이 그렇게 만들지 않았다.

‘우리가 죽을 뻔했는데, 어쩌겠어. 정당방위지.’

진원은 MP량을 확인하고, 주머니에 미리 넣어 두었던 MP 회복 포션을 꺼내서 마셨다.

‘원딜러들이 한꺼번에 다 죽었다. 미친 새끼!’

공격하려면 지금이 기회겠지만, 방금 전의 광경을 본 강동석 일행은 오히려 뒤로 물러나며 경계를 했다.

“너 레드 플레이어냐?”

강동석은 거리를 충분히 두고, 긴장감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닌데.”

“큭! 이봐, 지금까지 우리 파티원 죽인 것은 없던 일로 할 테니까 지금이라도 손을 잡는 것이 어때. 물론 너에게 배율은 높게 주겠다. 아직 던전을 클리어하지도 못했잖아. 지금이라도 협력을…….”

진원은 대답 대신 손에 마구를 생성했다. 와인드업을 하고, 강동석의 옆에 서 있는 파티원을 향해 던졌다.

쉬이익-.

“커헉!”

배를 맞은 원딜러는 입에서 피를 쏟으며 쓰러졌다.

“흠, 제구력이 좀 아쉽네. 머리를 노렸는데.”

‘이게 무슨…….’

강동석은 절망에 빠졌다.

분명히 스킬을 사용했을 텐데, 도대체 뭐지?

설마…… 고레벨 레드 플레이어인 건가?

이건 말도 안 된다. 자신이 이 파티원들을 모으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한순간에 죽어 버렸다고?

진원이 고개를 돌려 강동석을 응시하자, 강동석은 재빠르게 두 팔을 들어 올려 싸울 생각이 없다는 것을 밝혔다.

“잠깐만, 내가 졌다. 제발 살려만 줘라. 저기 파티원들 장비들이랑 내가 가진 것도 다 주겠다.”

진원은 그런 강동석을 그저 무표정하게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좋아. 두 가지 조건을 따라 준다면 살려 주지.”

강동석은 살려 준다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첫째, 목숨 값으로 100억을 내놔라. 10분 이내로. 두 번째, 비밀 유지를 위해서 네 몸속에 폭탄을 설치한다.”

“뭐, 뭐라고? 그게 지금 말이 되는 조건이라고…….”

저놈은 처음부터 자신을 살려 줄 생각은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마지막 수를 쓰는 수밖에.

“너, 아무리 네가 고레벨이라도 이러고도 살아 있을 것 같아? 내 뒤에 백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냐? 지금이라도 넘어가 줄 테니…….”

“마지막 수라는 게 겨우 고자질이냐? 나잇값 좀 해라!”

부웅-.

“큭!”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다가온 진원은 망치를 잡아 올려 공격을 강행했다.

강동석은 재빠르게 방패를 들어 공격을 막기 시작했다.

“야! 스킬 준비해! X발! 빨리!”

“히익!”

옆에 있던 파티원 하나는 몸을 덜덜 떨면서 오히려 자신에게서 멀어졌다.

‘젠장! 쓸모없는 놈!’

티잉! 티잉! 티잉!

‘크윽! 말도 안 되는 충격이다. 뭔 이런 놈이…….’

강동석의 방어는 오래 가지 못했다.

[플레이어가 스턴 상태에 빠졌습니다.]

“이제야 스턴 터지네.”

파사삭!

“커억…….”

그렇게 강동석의 몸은 허물어졌다.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촥촥-

“후우…….”

망치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당방위가 입증되면 던전 안에서의 살인도 무죄라고 했었지.’

물론 정당방위를 입증하려면 말도 안 되게 까다롭지만, 차라리 이대로 최대한 살살 넘어가는 편이 좋았다.

‘흠, 그래도 인원이 인원이다 보니 신고는 해야겠지.’

나중에 일이 더 커지면 자신만 귀찮아진다.

진원은 어떤 식으로 알리바이를 만들까 생각하던 찰나에, 멀리서 비명이 들려왔다.

“아악!”

“크워어어어!”

반대 방향으로 도망치던 파티원이, 어느새 나타난 블랙 워 베어에게 몸을 뜯기고 있었다.

최은식은 그 장면을 보고 머뭇거리며 진원을 향해 걸어왔다.

‘거 봐라, 내가 못 죽일 거라고 했지.’

“형, 어떻게 하죠, 저거…….”

“어떻게 하긴, 어떻게 해서든 잡아야지.”

하지만 진원과 최은식은 생각보다 지쳐 있었다.

“크워어!”

‘제기랄. 저놈을 잡으려면 마구 부가 스킬은 맞춰야 할 것 같은데.’

하지만 부가 스킬은 이미 강동석 파티에게 사용해 버렸다. 현재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은, 부여 스킬과 마구뿐.

“은식아, 너 그 검 비싼 거지? 줘 봐라!”

“네? 이걸로 뭘 하시려고…….”

“저놈 잡아야지. 빨리 줘 봐!”

진원의 다급한 말에 최은식은 얼떨결에 검을 넘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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