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17화 (17/200)

17. 위협-1

“어?”

“와……. 미친!”

“대박이다! 오늘 날이네요, 형님!”

“아니. 그런데 이거 함정일 수도 있습니다. 조심히 살펴봐야 됩니다.”

커다란 빈 공간의 한쪽에는 죽은 지 수십 년은 지난 것 같은 해골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해골들이 전부 장비를 착용하고 있다는 점과, 바닥에는 마정석이 여러 개 흩어져 있다는 것.

“그래. 다들 너무 흥분하지 말고. 일단 주위를 천천히 살펴보자.”

말은 그렇게 했지만, 강동석도 역시 흥분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대충 둘러만 보더라도 상당한 아이템들을 얻어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파티원들은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땅이나 옆쪽의 바위를 살살 두들겨 보기도 했다.

“형님,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럼 이제 아이템 수거할까요, 형님?”

그렇게 한동안 살펴보던 파티원들은 장비들을 쳐다보며 강동석의 동의를 구했다.

“흠. 괜찮겠지. 다들! 돈이 될 것 같은 장비들은 모조리 긁어내라! 여기 중앙으로 모은다.”

“저, 형님.”

“왜?”

1명의 파티원이 강동석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뭐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듣던 강동석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최은식은 진원의 옆에 다가갔다.

“여기에 장비들이 생각보다 많네요. 그런데 정확하게 9등분 될 수량이 나올지 궁금하네요.”

“뭐. 고정 파티니까 알아서 잘 배분해 주겠지.”

“그렇겠죠? 그런데 저런 검들은 팔면 개당 얼마나 할까요?”

‘한 트럭 모아도 네가 가진 검에는 비비지도 못 할걸.’

진원과 최은식은 파티원들과 함께 해골들이 입고 있던 장비를 모으기 시작했다.

“오오, 역시 생각한 만큼 많이 나오네요. 형님.”

“크으, 이 정도면 오늘 거하게 마셔도 되는 날 아닙니까, 형님?”

“그래. 상당히 많은 양이 모였네.”

파티원들이 중앙으로 열심히 나른 장비들은 검이나 잡다한 무기류, 그리고 마정석이었다.

강동석은 뒤쪽에 있던 진원과 최은식을 살짝 쳐다보더니, 분배에 관해서 설명을 했다.

“자. 아이템이 이 정도 모였습니다만, 저희는 아직 던전 클리어를 하지 않았습니다. 수량이라든가, 어떤 식으로 분배할 건지는 보스를 클리어하고 정하도록 하죠. 물론! 최대한 공평하게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아이템은 여기에 두고 그대로 이동하죠.”

“그렇게 하죠.”

강동석의 말에 틀린 점은 없었다. 그만큼 수량이 많았기 때문에 보스를 처치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

그렇게 파티원들과 함께 이동하려 할 때, 한 명의 파티원이 강동석을 멈춰 세웠다.

“저…… 형님. 더 이상은 못 참겠습니다. 담배 좀 피우고 가면 안 되겠습니까?”

“맞습니다! 형님, 지금까지 잘 참았는데 한 개비만 핍시다.”

“저 정도로 득템했는데, 지금 이 기분에 담배를 피우면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파티원들의 애원에 강동석은 못 이기는 척 웃었다.

“하하. 그럼 이쯤 와서 쉬고 가도록 하죠. 저희는 담배나 좀 피우고 오겠습니다. 진원 씨와 은식 씨는 여기서 대기해 주세요. 금방 오겠습니다.”

파티원들이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담배를 꺼낸 뒤, 물고 다 같이 나가려고 하자 최은식이 애매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 그래도 던전은 기본적으로 단체 행동 아닌가요? 위험하지 않을까요?”

그 말에 강동석은 소리 없이 웃으며 말했다.

“주변을 철저하게 살펴보기도 했고, 딱히 몬스터들이 들이닥치거나 하지는 않을 겁니다. 고정 멤버들끼리 따로 할 이야기도 있고 해서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얘들이 생각보다 골초라서요, 하하!”

‘놀고 있네.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아무리 초보들이라고 해도 너무한 거 아닌가.’

방금 전까지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완전히 증발했다.

아까 전부터 하던 몇 개의 행동들이 미심쩍어 괜히 마음에 걸렸는데, 이로써 확신이 섰다.

[플레이어 카드를 확인하지 않는 파티는 거르세요.]

커뮤니티에 돌아다니던 문구가 생각났다. 플레이어들을 죽이는 플레이어가 있다는 글이 커뮤니티에 괴담처럼 퍼져 나가 있던 것이 떠올랐다.

플레이어를 살해해도 몬스터를 죽일 때와 같이 경험치를 얻고, 레벨 업을 할 수 있다는 내용. 물론 사실인지 아닌지는 몰랐다.

‘고정 파티에 레벨 제한과 등급 제한이 없는 이유가 있었구만.’

자신도 그 부분은 생각을 해서 최대한 괜찮아 보이는 파티로 지원을 했다. 그리고 보기 좋게 한 번에 걸려 버린 듯했다.

강동석은 본래 같았으면 평범하게 던전을 클리어하고, 아이템을 분배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이템과 마정석이 널린 노다지를 발견했고, 파티원 하나가 귀띔을 해 주니 참을 수가 없었다.

‘당분간은 자제하려고 했는데. 저런 걸 발견해 버리면 자제할 수가 없단 말이지. 흐흐.’

진원은 그런 강동석이 자신들에게 어떤 식으로라도 해를 끼치려 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표정은 평소와 같이 유지했다.

아니, 오히려 이런 상황이 되니 자신의 스킬과 무기가 얼마나 센지 시험해 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초짜인 티가 풀풀 나는 최은식은 딱히 의심도 하지 않고 납득한 듯이 말했다.

“네! 그럼 다녀오세요. 저희가 여기서 아이템들 잘 보고 있을게요!”

‘넌 어떻게 의심을 안 할 수가 있냐. 에휴…….’

최은식의 대답을 들은 강동석은 웃으며 금방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나갔다. 그의 뒤를 고정 파티원들이 따라나섰다.

파티원들이 다 나간 것을 확인한 진원은, 손을 들어 최은식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탁!

“형, 왜 그러세요?”

“너 평소에 사람 좋다는 소리 많이 듣지?”

“어떻게 아셨어요? 자주 듣긴 하죠. 그런데 좀 걱정되는 게요…….”

“뭔데.”

“저 사람들은 우리가 아이템 들고 도망친다는 생각은 안 했을까요? 되게 착하신 분들인 것 같아요.”

“하아…….”

최은식은 아직도 여전히 상황 파악을 못 하는 듯했다.

‘하나하나 설명해 주려면 하루 종일 걸리겠다.’

이런 사람들은 본인이 직접 겪어 봐야 안다. 좀 매운맛으로.

**

담배를 물고 거리가 어느 정도 떨어진 것을 확인한 강동석은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였다.

“흠. 이번에는 그냥 평범하게 던전 클리어나 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다.”

“그렇죠. 아무래도 저 정도 아이템들이 있으면 아깝지 않겠습니까.”

“등급도 직업도 없는 초보들 2명이라 별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형님. 담배 다 피우면 돌아가서 처리할까요?”

“아니. 잠깐만. 방금 좋은 생각이 났다.”

손을 들어 파티원의 말을 끊은 강동석은 뭔가 재밌는 것이 생각났는지 실실 웃었다.

“오, 그게 뭡니까, 형님? 궁금합니다.”

파티원들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강동석에게 시선을 모았다.

“너희들도 아까 살펴봤겠지만, 그곳은 출입구가 하나였어. 다른 곳은 다 막혀 있었지.”

“그곳이라면…… 아까 아이템을 쓸어 모은 곳 말입니까?”

“그래. 그리고 아직 몬스터도 남아 있을 수도 있고.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보스지.”

“보스…… 말입니까? 형님. 설마!”

파티원의 반응이 재밌는지 강동석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

“그래. 우리가 보스 어그로를 끌어서 그놈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집어넣는 거지. 웬만해서 한두 방이면 죽지 않겠냐. 혹시나 운이 좋아서 대미지라도 좀 먹여 놓으면 우리야 더 좋고.”

그런 강동석의 말에 신중해 보이는 파티원 1명이 끼어들었다.

“형님, 저…… 그런데 보스가 생각보다 강력할지도 모릅니다. 좀 더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

“얌마! 천천히 움직이면 아무리 초짜들이라도 의심해. 하려면 빨리 해야지.”

다른 파티원은 그를 다그치며 빨리 행동하자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런 그렇고, 역시 형님은 머리가 좋으신 것 같습니다.”

“흐흐. 그래. 정했으면 빨리 움직이지.”

“네, 형님!”

강동석은 담배를 땅에다가 던지고 발로 밟아 끈 뒤, 보스가 있는 장소로 향했다.

**

진원과 최은식은 현재 벽면에 등을 기대고 서 있었다.

“……형.”

“왜.”

“흡연하는 분들은 담배를 저렇게 오래 피우나요? 벌써 30분 가까이 된 것 같은데.”

진원은 그동안 함정이라도 설치하려고 했지만, 가진 아이템이 없어 그만두기로 했다.

‘에이 씨, 이래서 돈이 필요해.’

강동석이 배신할 확률은 99퍼센트다. 던전 안에서 30분씩 흡연하는 플레이어가 있을 리가 없다. 분명히 무슨 개짓거리를 계획하고 있겠지.

“너는 플레이어 죽일 수 있냐?”

“네?”

갑작스러운 진원의 이상한 말에 최은식은 잘 못 들었는지 다시 한번 되물었다.

“방금 저 사람들이 나쁜 놈들이면 죽일 수 있냐고.”

“저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인가요? 저를 죽이려 든다면…… 죽여야 되겠네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그렇게 안 보이던데요?”

‘퍽도 잘 죽이겠다.’

진원의 대답에 궁금해진 최은식은 어떤 이유로 그런 결론을 냈는지 물어보려 했다.

“……그워어!”

그때, 멀리서 짐승 울음소리 같은 것이 들렸다. 작은 소리였지만, 진원은 그 소리를 놓치지 않았다. 바로 자세를 잡고, 인벤토리를 열어서 토르의 장난감 망치를 꺼냈다.

“온다! 준비해. 그리고 놈들은 이제부터 적이라고 생각해라. 죽이지 못할 거면, 적어도 방어는 잘해라.”

“네? 그게 오다니 뭐가…… 아니! 형, 그거 뭐예요? 스킬이에요?”

진원이 허공에서 팔을 휘적거리더니 망치 같은 것이 딸려 나왔다.

분명히 자신이 보기엔 원거리 딜러였는데 망치라니. 무슨 특수 효과라도 있는 것일까.

하지만 그런 의문도 잠시, 발소리와 짐승의 울음소리가 가까워지자 최은식도 눈치를 채고 검과 방패를 들고 자세를 잡았다.

쿵! 쿵! 쿵! 쿵!

육중한 발소리가 크게 울린다. 가까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타다다닥!

그 앞으로 강동석의 파티원들이 빠르게 지나치며 뭔가를 던지고 갔다.

툭.

“야, 잘해 봐라!”

“네? 아니, 여러분들 지금 뭐 하시는?”

최은식의 말이 끝맺기 전에 굉음이 울렸고, 깨진 돌 파편들이 휘날렸다.

“그워어어어!”

몬스터는 잔뜩 성이 난 울음소리를 냈고, 그대로 우리가 있는 장소로 들어왔다.

‘어그로가 우리에게 끌렸다.’

[보스 : 부패한 워 베어]

거대한 덩치를 가진 보스는 갈색 털을 휘갈기며 안으로 들어왔다.

“크워어어!”

몸 여기저기가 시체 썩은 것처럼 부패되어 있었다. 시체 썩은 냄새가 코를 찔렀다.

“형, 뒤로 빠져요! 제가 최대한 막을게요!”

‘빨간색이라…….’

놈의 이름색은 다행히 검은색은 아니었다. 검은색이었으면 마구의 부가 스킬을 먼저 사용해야 승산이 있을 수준이었기 때문에.

진원은 최은식보다 빠르게 앞으로 달려 나가며 토르의 장난감 망치를 양손으로 고쳐 잡았다.

그리고 놈의 옆구리를 힘껏 가격했다.

뻐억!

“크워어!”

‘효과가 있다.’

망치의 타격에 놈은 고통스러운 울음소리를 냈다.

“이게 무슨……. 형, 원딜러 아니세요?”

“원딜러는 무슨. 너 저놈 공격 버틸 수 있겠냐?”

놈은 뒷다리 두 개를 들어 사람처럼 곧게 섰다.

키가 3미터는 가뿐히 넘을 듯했다.

‘갑자기 왜 서는 거지?’

그런 의문도 잠시, 놈은 앞발을 위로 들어 진원을 향해 내려쳤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