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16화 (16/200)

16. 고정 파티-3

“형. 원거리 딜러는 근접 공격에 취약하다고 들었어요. 제가 꼭 완벽하게 방어해 드리겠습니다. 제 뒤에 잘 계세요. 그리고 물약 같은 거 필요하시면 사양 마시고 말씀해 주세요. 바로 드릴게요. 제가 따로 사 놨거든요.”

‘……거참 든든하네.’

부잣집 도련님이라고 하니 짐꾼으로 들어갔었던 파티의 싸가지 없는 도련님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대화를 나눠 보니 심성은 착한 것 같다. 다만 너무 착해 보여서 문제지.

그렇게 진원과 은식은 파티원들을 뒤따라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진원이 던전 안으로 들어갔을 때는, 먼저 입장한 파티원들이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너 라이트 있지? 라이트 좀 써 봐.”

“네. 형님.”

강동석의 지시에 마법사 계열 파티원 한 명이 빛나는 공을 머리 위로 띄웠다. 주변이 밝아졌다.

하지만 지난번 은지의 라이트에 비하면 출력이 약한 느낌이었다.

“흠, 좋아. 주위엔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안이 어두우니까, 라이트를 계속해서 유지해라. MP가 반 이상 떨어지면 말하고.”

“네, 형님.”

그렇게 파티는 서서히 앞으로 나아갔다.

툭!

“뭐야.”

뭔가를 발로 찬 듯한 느낌이 들어, 파티원 1명이 고개를 숙여 확인했다.

“이게 뭐지? 에이 씨, 기분 나쁘게.”

그것은 작은 두개골이었다. 크기가 작은 것으로 보아, 고블린 것인가 싶었다.

파티원은 다시 한번 두개골을 발로 찼다. 조용한 던전 안에서의 소리는 생각보다 오래 울렸다.

“야, 던전 안에서 행동 하나하나 조심하라고 했지.”

“죄송합니다, 형님. 저도 모르게…….”

강동석은 그런 행동을 보고 주의를 주었다.

두두두두-.

그때, 멀리서 많은 발소리가 들려왔다. 몬스터들이 한꺼번에 무리지어 몰려오는 듯했다.

“다들 진형 갖춰라! 대비해!”

“얼마 움직였다고 벌써 몬스터들이 떼로 몰려와?”

강동석의 다급한 말에 파티원들은 진형을 갖췄다.

“혀, 형! 걱정 마시고 제 옆에 붙어 계세요.”

“긴장 풀어라. 너 손 떨고 있다.”

“크르르르…….”

발소리와 함께 맹수의 울음소리가 같이 들려왔다.

“보인다! 정면! 이놈들 빠르다! 포지션 유지 잘해라!”

통로 저편에서 무리 지어 달려온 몬스터들은 웬만한 남성보다 훨씬 덩치가 큰 늑대들이었다.

검은 털을 휘갈기며 다가오는 늑대들은 짐승처럼 사족보행을 하는 것이 아닌, 이족보행을 했다.

[블랙 워 울프]

“형님! 블랙 워 울프입니다! 7마리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전방은 공격은 하지 말고 방어에만 집중한다! 원거리 딜러분들 스킬 준비해 주세요!”

강동석은 방패를 세우며 지시 사항을 전달한다.

“크르르르.”

가까이 다가온 놈들이 팔을 휘둘러 공격하는 것을, 강동석을 포함한 파티원들이 방패를 들어 올려 막기 시작했다.

투웅! 티잉!

“크아아!”

“크윽! 역시 이놈들 공격력이 장난 아닌 것 같습니다, 형님!”

“팔에 힘주고 집중해라! 충분히 잡을 만하다! 조금만 버텨!”

파티원 한 명이 놈들의 공격에 힘겨운지 팔을 덜덜 떨었다.

“우아아아아!”

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숨을 힘껏 들이마신 강동석은 ‘스킬 : 전사의 함성’을 사용했다. 소리가 얼마나 큰지 귀가 먹먹했다.

움찔- 움찔-.

그의 외침에 블랙 워 울프들은 일순간 멈칫했다.

“지금! 딜 넣어라! 놈들 방어력 내려갔을 거다!”

강동석의 신호에 나와 다른 파티원들은 각자 놈들에게 스킬을 사용했다. 마구와 화살, 마법들이 블랙 워 울프들을 향해 날아갔다.

쉬이익- 퍼억!

푹!

퍼엉!

“크아악!”

“크악!”

몇 마리가 원딜러들의 공격을 맞고 쓰러지자, 남은 무리들은 행동이 더욱 거칠어졌다.

결국 방패를 들고 진영을 유지하던 파티원이 뒤로 넘어졌다.

“크윽!”

진원은 그것을 보고, 마구를 사용해 놈의 머리를 가격했다.

퍼억!

“크아악!”

놈이 머리를 감싸 쥐고 뒤로 물러나 있을 때, 다른 딜러들이 화살을 날려 놈의 머리에 적중시켰다. 놈은 피를 내뿜으며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앞쪽의 진영이 무너져 버렸으면, 어떻게든 시선을 끌어야 할 것이다. 물론 원딜러인 자신은 그럴 의무가 없었다. 파티장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지켜보기로 했다.

“으아아아아! 여기다! 망할 늑대 새끼들아!”

강동석은 일부러 소리를 크게 지르면서 방패를 치켜들고, 그대로 앞으로 돌진한다.

놈들의 어그로를 자신에게로 향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자 세 마리가 강동석에게 달려들었다.

동시에 ‘스킬 : 전사의 투지’를 사용해 몸에 하얀색 빛을 발생시켰다. 방어력을 올려주는 스킬이었다.

캉!

캉캉!

“크르르륵!”

강동석은 몸을 최대한 낮추고 방패로 몸을 지켰다. 얼핏 보면 그냥 무모하게 맞고만 있는 듯이 보였지만, 정작 본인의 표정에는 힘들다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탱커였나…….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는데.’

그렇게 그가 선두에서 버티고 있는 사이, 다른 원딜러들은 공격을 준비했고, 탱커 진영은 HP 포션을 꺼내 마시고 강동석의 추가적인 지시를 기다렸다.

‘이 정도 시간 끌었으면 됐다.’

“딜 넣어라!”

강동석의 짧은 외침이 끝나고 각종 마법과 공격이 블랙 워 울프들에게 쏟아졌다.

“형님, 조금만 참으십쇼!”

그와 동시에 전사 진영도 칼을 빼 들고 앞으로 돌진했다.

“크아악!”

“크에엑!”

세 마리의 몬스터가 처리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렇게 총 7마리의 블랙 워 울프를 모두 처치하니 레벨이 올랐다.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고정 파티라 그런지 이놈들 생각보다 합이 잘 맞네. 놈들을 같이 잡아서 경험치를 나눠가지는 건 아쉽지만.’

진원은 적당한 세기로 마구를 던지면서 파티원들이 어떤 식으로 전투를 하는지 뒤쪽에서 계속 지켜보았다.

몬스터들이 그렇게 세 보이진 않았다. 이름색이 빨강색이었지만, 이것은 자신이 따로 무기를 장비하지 않은 점이 크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면 단순히 레벨 차이 때문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파티장인 강동석 외에는 딱히 특출 나 보이는 플레이어는 없었다.

다른 파티원들이 한 번씩 실수하거나, 앞의 전사 진영이 쉽게 무너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형님, MP가 반 이상 떨어졌습니다!”

“라이트 그대로 유지하고 일단 MP 포션을 먹어라!”

“그리고 태민, 너 아까 진열 무너졌는데 HP 얼마나 남았냐?”

“죄송합니다, 형님! 방금 전에 HP 포션을 먹어서 만땅으로 회복했습니다.”

“그래. 따로 부상당하거나 특이 사항 있는 사람 있나? 숨기지 말고 말해라 괜찮으니까.”

“다들 괜찮은 것 같습니다!”

강동석은 파티장답게 상황 대처 능력이 좋았다.

전투가 끝나고 바로 상태가 어떤지 파티원들과 의사소통을 했다.

정확한 지시와, 그 지시를 즉각적으로 믿고 따라주는 파티원들. 역시 고정 파티는 다르긴 달랐다.

‘흠, 그런데 장비가 좋은 건지, 아니면 쟤가 실력이 좋은 건지…….’

진원은 한쪽에서 HP 포션을 마시고 있는 최은식을 쳐다봤다.

앞쪽 진열이 무너졌을 때, 바로 앞으로 달려 나가 빠진 진열을 그대로 채워 주었다.

앞으로 돌진하는 블랙 워 울프를, 방패로 밀쳐내고 검을 휘두르니 일격에 머리가 잘려 나갔다.

방금 장면을 보니 역시나 장비는 상당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션을 마시다가 진원과 눈이 맞춰진 은식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염병하네.’

그냥 가볍게 무시해버리기로 한다.

그렇게 갑작스러웠던 전투가 끝나고, 파티원들은 잠깐 동안 그 자리에서 추가적으로 몬스터가 몰려오지는 않을까 싶어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경계를 시작한 지 10분 정도 지났을까.

“좋아. 이제 아이템들을 탐색하자. 괜찮은 것 같다.”

강동석의 신호에 파티원들은 신난 표정으로 제각기 블랙 워 울프의 시체를 뒤지기 시작했다.

“설렌다. 제발 좋은 거 나와라.”

“하나도 빠짐없이 다 챙겨라!”

“예. 형님!”

파티원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강동석은 떨어져 있는 진원에게 다가갔다.

“하하! 우리 파티원들이 좀 못 미덥죠? 그래도 상황 대처 능력이나 제 지시는 잘 따라줍니다.”

“네. 뭐, 괜찮네요.”

“그리고 진원 씨도 잘하고 계십니다. 그대로만 해 주면 충분할 듯합니다.”

“네. 그러죠.”

그렇게 서로 대화를 나누는 도중, 파티원 하나가 강동석을 불렀다.

“형님, 아까부터 생각했었던 거지만 뭔가 이상한 것 같습니다.”

그 말에 강동석은 파티원이 있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왜? 아이템이 하나도 안 나와?”

“아뇨. 그런 건 아닌데……. 블랙 워 울프의 시체가 겨우 7마리밖에 안 돼서요. 이놈들 무리 지어서 우루루 몰려다니는 놈들 아니에요?”

“흠. 그렇긴 하지.”

강동석은 블랙 워 울프의 시체를 천천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의 행동에 다른 파티원들은 조용히 숨을 죽이고 기다려 주었다.

그렇게 7마리의 시체를 살펴보고 나서, 입을 열어 말했다.

“시체를 하나하나 살펴봤는데, 딱히 상처도 없는 놈들이다. 확실히 개체수가 적기는 하네. 그래도 C급 던전인데.”

“그렇죠, 형님? 저도 그 부분이 신경이 쓰여서요.”

“흠. 그래. 일단은 던전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안쪽으로 더 들어가 봐야 되겠다.”

강동석은 손뼉을 치며 자신에게 시선을 집중시켰다.

“자자, 아이템 다 챙겼으면 안쪽으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HP나 MP 관리 계속해 주시고요.”

다시 진열을 가다듬은 사이 최은식이 진원의 근처로 다가왔다.

“형, 저 순발력 괜찮지 않나요? 방패로 한 번 막고 칼로 휘익! 블랙 워 울프가 그래 봤자 늑대죠!”

최은식은 검을 쥐고 아까의 장면을 재현하려는 듯 검을 이리저리 움직여 댔다.

진원은 그것을 옆에서 보다가 물었다.

“근데. 너, 그 칼이랑 방패랑 얼마짜리냐? 니 돈으로 산 거 아니지?”

“네? 형, 당연히 제 돈으로 샀죠! 물론 아버지가 주시는 용돈으로 제가 주식을 해서 불린 거지만요. 헤헤.”

“……용돈 얼마씩 받는데?”

“제가 나이로 치자면 아직 고등학생이라서 아버지가 돈의 소중함을 알라고 한 달에 500만 원씩 주셨어요.”

‘저걸 그냥…….’

순간 한 대 치고 싶었지만 청소년에게 그래봤자 뭔 소용이 있겠는가.

“그래. 그래도 조심은 해라.”

“걱정 마세요. 형.”

둘은 짧은 대화를 끝내고 안쪽으로 들어가는 플레이어들을 뒤따라갔다.

물론 놈들의 시체에서 골드를 획득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45골드를 획득하였습니다!]

[33골드를 획득하였습니다!]

[28골드를 획득하였습니다!]

그렇게 안쪽으로 들어간 지 20분쯤 지났을까,

“형님, 저기 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뭔가를 발견한 듯한 파티원의 말에 강동석은 지시를 내렸다.

“다들 발소리 죽이고 천천히 이동한다.”

그렇게 앞장서서 이동하던 강동석은 바위 옆쪽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몇 걸음 더 걸어가더니, 갑작스럽게 걸음을 멈췄다.

그 바람에 바로 뒤에서 조심히 따라가고 있던 파티원 한 명이 강동석의 등에 부딪혔다.

“아, 형님! 갑자기 멈추시면 어떡합니까! 저 코 박았습니다.”

“여기 위로 라이트 띄워 봐.”

강동석의 말에 마법 계열 파티원이 라이트를 조작해 천정 쪽으로 높게 띄워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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