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15화 (15/200)

15. 고정 파티-2

다음 날 아침, 침대에서 눈을 뜬 진원은 손을 휘적거려 스마트폰을 찾았다.

누운 상태 그대로 스마트폰을 켜 플레이어 구인 구직 사이트에 들어갈 만한 파티 자리가 있는지 살펴본다.

‘음……. 역시 입장료가 너무 세다.’

C급 던전의 입장료는 1인 기준 1,500만 원.

C급 던전부터는 채워야 하는 최소 인원과 협회의 인증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혼자 들어갈 수도 없었다.

만약 혼자 들어갈 수 있다고 해도 나머지 입장료는 전부 본인이 부담해야 했다.

거기다가 현재 등급도, 직업도 없는 진원은 잘 들어가 본다고 해 봐야 D급 던전일 것이다.

짐꾼도 잠깐 생각해 보았지만, 입장료를 면제받는 짐꾼 같은 경우는 아이템 분배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지원하고 싶지 않았다.

거기다가 또 하나 걸리는 점이 있었으니…….

‘플레이어 카드? 이건 또 뭐지?’

파티에 참여하는 조건에 플레이어 카드 확인이라는 항목은 대부분 있었다.

뭔가 싶어 검색을 해 보니 플레이어 협회에서 발급받을 수 있는 카드로, 간단한 인적 사항과 함께 등급과 직업이 적혀 있다고 한다.

게다가 D급 던전조차 플레이어로서 참가 신청을 하게 되면 카드를 확인하는 파티가 많았다.

‘곤란한데. 지금 만들기도 뭐 하고.’

그렇게 페이지를 계속 넘기다가, 유독 눈에 띄는 모집 게시 글이 보여 그대로 들어가 본다.

[제목 : C급 던전 공략하실 원거리 딜 가능한 플레이어 한 분 모십니다!]

[내용 : 저희 파티는 예전부터 고정적으로 파티를 맺어 던전 공략을 해 왔습니다. 그렇기에 상황 대처 능력이 뛰어나며, 안정적으로 던전을 클리어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간단한 실력 테스트 후 같이 가시겠습니다. 플레이어 카드 없어도 실력만 있다면 누구나 환영합니다!]

‘원거리 딜러라. 딱이긴 하네. 거기다가 플레이어 카드를 확인한다는 내용도 없다.’

다른 플레이어의 수준이 얼마나 될지는 몰랐지만 딱히 자신이 뒤처질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분명히 사채를 쓰셨겠지. 미친 듯이 불어나기 전에 빨리 갚아야 한다.’

진원은 그대로 파티 지원을 하고, 바로 나갈 채비를 해 방을 나섰다.

“플레이어님, 여깁니다!”

진원이 미리 입장료를 입금한 후, 택시를 잡아타고 도착한 장소는 학생이 아무도 없는 것 같은 학교였다.

자세히 보니 수업이 끝나서 없는 것이 아니라, 아예 폐교가 된 상태.

‘이런 곳에도 학교가 있었구나.’

오랜 세월이 지났는지 생기를 잃은 잔디가 운동장에 빼곡하게 자라나 있었으며, 돌담에는 이끼 같은 것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안녕하세요. 원거리 딜러 지원자 김진원입니다.”

“네, 반갑습니다. 파티장 강동석입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지적으로 보이는 동그란 안경을 쓴 남성은 철로 된 흉갑을 걸치고 진원에게 인사를 했다.

그 이후 파티장의 안내를 따라 운동장 중앙으로 가니 남성 플레이어 3명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그중 2명이 등 뒤에 화살 통을 메고 있는 것을 보면 원거리 딜러 지원자인 듯하다.

“다른 파티원들은 조금 있다가 올 겁니다. 지원자분들이 조금 있어서요. 하하! 테스트를 하려고 미리 불렀죠. 그럼 간단하게 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호쾌하게 웃는 파티장의 말 뒤로 지원자들이 간단하게 인사를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직업은 궁수고 레벨은 17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도 궁수고 레벨은 21입니다.”

“저는 직업은 없고…… 레벨은 20입니다. 원거리 스킬이 하나 있습니다.”

“저도 직업은 없고 원거리 스킬을 하나 가지고 있어요. 레벨은 14입니다.”

‘C급 던전 공략인데 직업이 없다라……. 레벨도 낮고.’

진원의 말을 마지막으로 강동석은 뭔가 생각하는 듯 잠시 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지원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네 분 중 한분만 저희와 함께하실 수 있습니다. 아이템 분배는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대한 공평하게 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강동석은 손가락을 들어 거리가 떨어져 있는 돌담을 가리켰다.

“저기 돌담 보이시죠? 여기 이 자리에서 저기 돌담 쪽으로 한 번씩 공격 부탁드립니다. 어차피 이 건물은 폐건물이라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그렇다고 건물을 무너트리지는 마시고요. 하하!”

그의 말에, 레벨 17의 궁수가 먼저 앞으로 나와 활시위를 당겼다.

쉬익! 푹!

날아간 화살은 돌담에 무난히 박혔다. 그다음 20레벨의 궁수도 마찬가지. 두 사람의 3레벨 차이가 났지만 위력은 별다르지 않았다.

“흠. 좋습니다. 일단 궁수님들은 대기해 주시고, 다음으로 진원 씨 부탁드립니다.”

진원은 집합 장소에 가는 도중에 글러브를 꺼내 둘까 말까 고민했지만, 앞의 두 사람을 보니 딱히 필요 없어도 충분할 것 같다.

‘흠……. 조금 세게 던져야겠네.’

확실하게 파티에 들어가고 싶었기에, 와인드업을 하고, 마구를 사용했다. 직업 체험권의 시간이 남아 있었지만, 눈에 띄고 싶지 않아 직업 스킬은 따로 사용하지 않았다.

훅! 퍼서석!

진원이 던진 마구는 돌담에 꽂혔고, 둥글게 파였다. 그 주위로 돌조각이 조금씩 떨어져 내렸다.

그 장면을 본 강동석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훌륭합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네요. 다른 분들은 수고하셨습니다. 진원 씨만 남고, 나머지는 돌아가 주시면 됩니다.”

“어? 저, 저는 아직 안 했는데요…….”

14레벨의 플레이어가 손을 들어 강동석에게 말을 걸었다.

“진원 씨보다 더 강력한 스킬이시면 한번 보여 주셔도 됩니다.”

“……그냥 가겠습니다.”

진원의 스킬을 본 다른 세 명의 플레이어는 딱히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바로 학교 밖으로 나갔다.

‘풀 파워로 던졌으면 좀 그랬겠네.’

원래 원거리 딜러 수준이 저 정도인지, 아니면 자신이 규격 외로 강한 것인지 아직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그 뒤로 30분쯤 기다렸을까, 파티원으로 보이는 플레이어들이 하나둘씩 학교로 도착했다.

“자. 파티원들도 다 모였고 하니 이제 슬슬 브리핑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전에 간단히 인사나 나누죠.”

강동석의 말에 파티원들은 한 명씩 간단하게 자신들을 소개했다. 고정 멤버 중 강동석을 포함한 2명이 C등급, 나머지 5명이 D등급이라고 했다.

레벨 같은 경우는 강동석이 30레벨, 나머지는 20레벨대라고 했다.

그렇게 간단하게 인사를 끝낸 뒤, 파티원들은 어떤 식으로 던전을 공략할 건지 자기들끼리 열심히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진원은 그동안 적당히 뒤에 빠져 있었는데, 누군가가 가까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혹시 진원 씨도 지원해서 오신 분이에요?”

자신과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 보이는 남성도 진원과 같은 처지인 듯했다.

이름은 최은식. 열아홉 살이라고 했나. 보통이라면 한창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을 나이다.

밝은 인상을 하고 인사를 건네는 최은식에게 가볍게 대답을 했다.

“아, 그러니까 형님, 저 원거리 딜러가 쓸 만하다고요? 아무리 그래도 등급도 없고 직업도 없는데 C급 던전은 좀 그렇지 않습니까?”

“형님이 테스트해 봤다잖냐. 넌 뭐 그리 의심이 많냐.”

“실력은 내가 봤으니 충분할 것 같다. 아, 진원 씨, 기분 나쁘라고 하는 소리 아니니까 흘려들으세요.”

대화를 나누던 도중, 파티원 1명이 불만을 표출했으나 진원은 딱히 개의치 않았다. 충분히 그럴 수 있었으니까.

“괜찮아요.”

“자자, 브리핑도 끝냈으니. 이제 슬슬 던전으로 가 보자. 진원 씨는 원딜러랑 같이 포지션을 같이 잡으시면 되겠고……. 최은식 씨는 혹시 모르니까 원딜러들 근처에 붙어 계시죠.”

그렇게 말하면서 커다란 배낭을 은식에게 건네준다.

“안에 장비라든가, 간식거리라든가, 포션 같은 것이 좀 들어 있습니다. 포션이 깨지기 쉬우니까 신경 좀 써 주세요. 저희 생명줄이거든요.”

‘힐러가 없나 보네. 그건 그렇고, 짐꾼 취급인데 저건.’

힐러 직업을 가진 플레이어가 귀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C급 던전인데 힐러 없이 클리어하는 것은 무모하지 않을까.

너무 대충 파티 구성을 짠 듯한 느낌이 들었다.

거기다가 짐을 맡기고 힐러가 없다는 듯한 말을 했는데도 딱히 최은식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초보 티가 아주 풀풀 나는구만.’

“자, 그럼 들어갑시다!”

강동석이 크게 손뼉을 치며 선두에 서서 파티원들을 이끌었다.

그렇게 파티는 던전 포탈이 생성된 장소로 향했다. 폐교된 학교 뒤쪽이었다.

포탈 앞에는 감시원 한 명이 서 있었다.

“학교에 포탈이 생기다니. 허, 얼마 전에는 버스 터미널에도 생겼다던데.”

강동석은 포탈을 보며 어이가 없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깨진 창문 안으로, 부러진 의자나 책상들이 교실에 쓰레기처럼 버려져 있었다. 밤에 무엇인가 튀어나올 듯한 그런 분위기.

“여기는 밤에 혼자 오면 정신 못 차릴 거 같아요. 형도 그렇게 생각하죠?”

뒤에서 걷던 최은식이 어느새 진원의 옆으로 다가와 있었다.

게다가 어느새 형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 학교에 이상한 사건들이 잇달아 발생했다고 해요. 그래서 학생들이 한꺼번에 전학 가고 하다 보니 폐교가 되었대요.”

‘이 자식은 왜 이렇게 친한 척이야.’

최은식은 별로 궁금하지도 않는데 옆에서 야구 해설자처럼 자세하게 설명했다.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플레이어들은 고정 멤버라 그런지 같이 어울리기는 힘든 듯했다.

“아, 제가 너무 무섭게 말했죠? 무서운 거 싫어하는 거면 제가 나쁜 짓을 했네요.”

“안 무섭다. 그런데 너는…… 아니다.”

“네? 말하셔도 돼요.”

말을 말자. 본래 성격이 저런 건지, 아니면 그냥 생각 없이 사는 건지.

옆에서 친근하게 구는 최은식을 보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도착했다. 여기다.”

그렇게 던전 포탈 앞으로 먼저 도착한 것은 강동석. 그리고 뒤에 도착한 파티원들은 포탈을 살펴보더니 말을 꺼냈다.

“형님, 그런데 C급 던전 포탈치고는 좀 작은데요?”

“포탈 크기랑은 무조건 상관이 있는 건 아니지. 마력 수치가 C등급이 맞다고 했으니까 걱정 마라. 걔들도 돈 벌자고 하는 건데 거짓말이라도 하겠냐?”

다른 플레이어나 일반인들이 포탈을 먼저 발견하게 되면, 플레이어 협회나 대형 길드가 나서서 마력 측정을 한 후 등급을 결정했다.

당연히 먼저 발견한 사람들에게는 포상금을 준다.

목숨이 아깝지 않은 이상 호기심에서라도 먼저 들어가 보거나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 그럼 입장합시다. 원거리 딜러는 제일 나중에 입장합니다.”

강동석이 감시원에게 플레이어증과 입장권을 주고, 앞서 포탈 안으로 들어갔다.

장비를 꼼꼼히 정비한 파티원들도 그 뒤를 따라 차례로 들어갔다.

그렇게 진원은 파티원들이 하나둘씩 포탈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는데, 옆에서 최은식이 장비를 꺼내기 시작했다.

가방에서 나오는 장비는 누가 보더라도 억 소리 나오는 그런 장비들이었다.

금으로 만든 것 같은 방패와, 영화에서나 볼 법한 검. 초보는 절대 구입할 수 없는 것들.

‘허, 부잣집 도련님이었나? 생긴 것은 평범하게 생겼는데.’

부잣집 도련님이라는 말을 떠올리니 예전의 싸가지 없었던 다른 한 놈이 생각났다.

그런 자신의 시선을 느꼈는지 최은식은 장비를 들고 진원의 옆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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