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14화 (14/200)

14. 고정 파티-1

“우리가 잘 지켜 준다는데 그렇게 못 미더워? 좋게 말할 때 그냥 가지?”

“아,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신고할 거예요!”

그의 행동에 은지는 날카롭게 소리쳤지만 딱히 그것을 제지하거나 하는 플레이어들은 없었다. 아마 전부 한통속이겠지.

아무 상관도 없는 타인이라면 아마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같이 던전도 클리어했는데 한 번 도와주지, 뭐.’

진원은 딱히 글러브를 착용할 필요성도 못 느꼈다. 마구를 사용하고, 와인드업을 한다.

‘나와의 거리는…… 한 60미터? 이쯤이면 그냥 위협용으로 강약 조절 좀 해야겠네.’

그렇게 진원이 던진 마구는 덩치 큰 플레이어의 발 주변에 적중하고, 딱딱한 시멘트로 된 땅이 둥글게 파였다.

푸욱!

“뭐야? 이게 무슨…….”

이번에는 뇌 속성을 부여해 마구를 사용한다. 아직 직업 체험권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마치 언제라도 자신들을 골로 보낼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게 했다.

푸욱! 파지지직!

땅이 파이며 근처에 전기를 내뿜는 것을 본 무리들은 기겁하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야, 튀어! 이거 위험하다. 맞으면 x된다.”

“아, 뭔데 x발! 같이 가!”

진원은 도망가는 놈들에게 마구를 계속해서 사용하려 했다.

띠링.

[MP가 부족합니다.]

마구 레벨이 10이 되고 강력해진 건 좋은데, 겨우 몇 번 사용했다고 MP 부족이라니.

앞으로 마력 스텟을 중점으로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 이게 무슨…… 진원 씨?”

은지는 마구가 날아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았지만 이미 등 돌리고 뛰어가는 남성의 등만 살짝 보일 뿐이었다.

**

그 후 플레이어 거래소에 도착한 진원은 블랙 킹 타란툴라의 이빨을 등록하려고 시세를 검색해본다.

[검색 결과 없음]

‘음, 매물이 없다라……. 그래도 고생해서 잡았고 히든 던전인데 1천만 원 이상은 하지 않을까?’

다음으로 자신이 복용한 독주머니도 한번 검색해 본다. 검색 결과는 같았다.

[검색 결과 없음]

‘이건 뭐 비쌌어도 내가 먹었을 테지만.’

“저기요. 아이템 하나를 입찰식으로 등록하고 싶은데요.”

진원은 거래소에 근무 중인 직원 한 명에게 가서 아이템을 보여 주었다.

“네. 가능합니다. 아이템 이름이 뭔가요?”

“블랙 킹 타란툴라의 이빨입니다.”

“잠시만요. 흠……. 매물이 없군요. 입찰가를 얼마로 설정할까요?”

“1천만 원부터 시작으로 해 주세요.”

“등록해 드렸고요. 판매가 완료되면 바로 등록된 계좌로 수수료 20퍼센트를 빼고 입금이 될 겁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플레어어님.”

아이템이 등록된 것을 확인한 진원은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빠…….”

“왜.”

“저번엔 엽기떡볶이에 정신 팔려서……. 가 아니라 오빠 키가 갑자기 커진 거 같은데? 어깨도 넓어지고, 근육도 붙었고, 도대체 뭐야?”

지원은 오빠에게 다가가 어깨를 만지고, 주먹으로 배를 툭툭 친다.

진원은 그런 동생을 보며 피식 웃은 후, 손가락을 튕겨 딱밤을 때린다.

딱!

“아씨! 왜 또 때리는데!”

“운동 열심히 하면 된다. 그리고 엽기떡볶이 너무 자주 사 먹진 마라. 그거 되게 살찐다던데.”

“딱 한 번 먹었거든? 나 혼자 안 먹고 친구들이랑 같이 먹었거든요?”

“그래. 그럼 난 이제 들어간다.”

“아, 맞다. 오빠!”

지원은 방에 들어가려는 오빠를 멈춰 세운다.

“또 왜?”

“부모님이 안부 전해 달래서. 혹시 위험한 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으시길래 일단 아니라고 대답했어. 고맙다고 하시더라. 일은 잠시 쉬신다고 하셨어.”

“그래. 나머지도 조만간 갚아 드릴 거라고 해.”

사실 바로 갚을 자신은 없었다.

하지만 동생은 현재 고등학생. 한창 공부하고, 놀고 싶은 시기다.

벌써부터 돈 걱정을 하게 두고 싶지는 않았다.

“근데 오빠, 그…… 까먹고 말 안 한 게 하나 있는데, 원래 처음에 말했어야 했는데…….”

지원은 갑자기 뭔가가 생각난 듯 말끝을 흐렸다.

“뭔데 그래.”

“그게, 사실은 부모님이…….”

“부모님이 왜? 뜸 들이지 말고 말해 봐. 무슨 일 생기셨어?”

“처음에 우리 빚이 5억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그 뭐냐…….”

“왜? 이자 때문에 그래? 이자야 뭐 얼마나 된다고. 괜찮다.”

이자야 뭐 원금에 비하면 얼마나 되겠는가. 지원에게 별걱정 말라며 말하고 방에 들어가려고 했다.

“이자가 원금보다 더 크대. 돈 보내 준 건 정말 고맙다고 하시는데 이자가…….”

“뭐? 사채라도 쓰신 거야?”

“나도 오늘 처음 알았는데…… 우리 걱정할까 봐 그동안 말 안 하신 것 같아. 이자가…… 10억 원이 넘는다고 하셔.”

“……이자만 10억이라고?”

이거 참 산 너머 산이네. 도대체 뭘 하신 거야?

‘이자만 10억이 넘는다라…….’

부모님이 얼마나 빚을 지게 되었는지 정확한 액수에 대해서는 현재 모른다.

원금조차 5억이 아닐 수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원금보다 이자가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 사채다. 확실하게 사채다.

평소에 부모님은 해외에서 일을 하셔서 그런 건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자식들의 연락을 피하는 건지 우리 쪽에서의 연락은 잘 받지 않으셨다.

“오빠…….”

지원은 자리에 서서 가만히 생각하고 있는 진원이 화가 난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5억이던 빚이 15억 이상이 되어 버렸는데 과연 누가 가만히 있을까.

자신조차 이번에는 엄청 화가 나 전화 너머로 아빠에게 화를 냈다.

아빠에게 미안하다는 목소리를 들으니 화를 낸 자신이 순간 한심하게 느껴졌다.

부모님은 자기가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던 사업을 해서 실패했다.

회사원이셨던 분들이 장사에 대해서 뭘 알까. 그 결과 상당한 빚을 지게 되어, 해외로 일하러 가신 지 2년은 넘었을 것이다.

거기다가 그때 진원이 어깨를 심하게 다쳐 야구를 하지 못해 좌절하고 있던 상황이었을 것이다.

“괜찮아. 학생이 돈 걱정하는 거 아니다. 공부나 열심히 해라. 나 혼자 갚아 드릴 수 있으니까.”

진원은 동생을 안심시키려고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진짜 괜찮아? 뭣하면 내가 학교에 허락받고 아르바이트라도…….”

그런 지원을 보며 진원은 다시 한번 딱밤을 날렸다. 이번에는 덜 아프게.

딱!

“나이도 어린 게 무슨 알바야. 그리고 너 성적 좋은 거 나도 알고 있거든? 돈은 신경 안 써도 되니까 서울대 정도만 들어가라.”

“아, 아프다고! 내가 진짜 서울대 들어가면 오빠가 학비 감당할 수 있겠어? 서울대가 얼마나 비싼데.”

피식.

“합격이나 하고 말해라. 어쨌든 돈 걱정은 이제 하지 마라. 알겠냐?”

“알았어. 오빠도 좀 조심히 하고 다녀. 그리고 나 아직 대학교 가려면 멀었거든요? 이제 고등학교 1학년이거든요?”

“그래.”

동생과의 대화를 끝내고 방에 들어온 진원은 바로 침대에 누웠다.

‘흐음……. 타란툴라 이빨이 좀 비싸게 팔렸으면 좋겠는데.’

진원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스마트폰으로 정보 사이트에 블랙 킹 타란툴라를 검색해 봤지만 정보가 나오지 않았다.

히든 플레이스라서 딱히 정보가 없는 듯했다.

화이트 타란툴라도 마찬가지였다. 상점에서 구매한 아이템으로 입장한 던전이라 그런 듯했다.

“상태 창.”

진원은 독주머니의 효과가 제대로 적용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상태 창을 살펴본다.

<플레이어>

이름 : 김진원

레벨 : 14

직업 : 미정

등급 : 미정

업적 : 없음

칭호 : 없음

HP : 300

MP : 400

[스텟]

근력 : 20 민첩 : 20 체력 : 30 마력 : 40 ??: 0

미분배 포인트 : 0

# 플레이어 중 유일하게 상점 기능이 개방됩니다.

# 모든 대미지 10퍼센트 감소 효과가 적용됩니다.

[스킬]

마구 Lv.10 (Max)

불굴 Lv.1

미분배 포인트 : 5

[상점]

Lv.2

‘좋아. 제대로 적용되어 있구만.’

상태 이상 효과로 곤혹을 치루긴 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스텟을 보니 근력이 10 떨어져 있었다.

‘그건 그렇고……. 어렵다, 어려워.’

??의 스텟만 아니었으면 마력을 기준으로 적절히 스텟을 배분할 생각이었다.

나머지 하나의 스텟이 뭔지 도저히 감조차 잡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제일 싫어하는 수학 문제를 눈앞에 던져 주고 풀라고 한 느낌이다. 거기다가…….

‘나머지 하나의 스텟이 힐러나 마법사 같은 직업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면…….’

체력이야 올려서 나쁠 건 없다지만, 근력과 민첩에 투자를 많이 해 버리게 되면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모든 스텟이 골고루 어우러진 게임 캐릭터가 있다면, 보통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이렇게 부르지 않을까.

‘똥캐나 망캐. 이대로 스텟을 적당히 올리면 안 되겠다. 최대한 스텟을 보존해 두는 쪽으로 가든가, 아니면 하나를 집중적으로 올리든가 해야지.’

스킬 포인트는 일단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 올릴 수 있는 스킬이 없기도 했고, 무엇보다 불굴은 레벨 1 자체로도 상당히 좋은 효과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불굴이 Max 레벨이 된다면 어떤 효과를 가질지 궁금하긴 했지만, 나중으로 미룬다.

‘다음은 상점.’

지난번에 구매했던 ‘토르의 장난감 망치’ 같은 경우는 상당히 강력했다.

혹시 구매 가능 횟수가 채워져 있지 않을까 하고 장비란을 둘러봤지만, 한 번 구매하면 끝인 것 같았다.

[보유 골드 : 645골드]

‘인스턴스 던전에서 골드도 벌었겠다, 글러브 새로 하나 장만할 때도 되었지.’

[아이템 : 반반하게 생긴 글러브]

야구 선수들한테 팔거나 쥐어 주지 말자.

공격력 +5 마력 +4

수량 : 1개

가격 : 150골드

진원은 글러브의 효과를 다시 한번 읽어 보고, 구매 버튼을 누른다.

눈앞에 빛이 잠깐 일더니, 검은색을 띈 글러브가 떨어졌다.

인벤토리에서 낡아빠진 글러브를 꺼내다가, 토르의 장난감 망치에 느낌표가 떠 있는 것을 확인하고 꺼냈다.

띠링.

[내구도가 낮아져 무기의 성능이 저하됩니다.]

‘내구도라……. 그런 것도 있었구나. 글러브를 사용할 때는 내구도가 낮아졌다는 알림이 오지 않았었는데, 글러브가 특수한 경우라 그런 건가.’

[상점에서 수리가 가능합니다. 수리 비용은 105골드입니다. 수리하시겠습니까?]

“아오……. 버는 족족 나가네. 아주 그냥 돈 먹는 하마야.”

150골드를 방금 전에 사용했는데, 105골드를 또 사용해야 된다니.

그래도 그만한 값을 했으니 수리를 해야겠지.

수리 버튼을 눌러 수리를 하고 장난감 망치를 인벤토리에 다시 집어넣었다.

[보유 골드 : 440골드]

“흠……. 혹시 이거 팔 수 있으려나?”

처음 스타터 팩에서 나왔던 낡아빠진 글러브. 이제는 쓸모가 없어졌다.

상점에서 팔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들고 상점에 대 보았다.

[판매가 가능한 아이템입니다. 판매 금액은 0골드입니다. 판매하시겠습니까?]

“……안 팔고 만다.”

그대로 글러브를 한쪽에 던져 놓고 방금 전에 산 반반한 글러브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아무리 그래도 0골드는 좀 심하잖아.’

그 후, 그대로 침대에 누워 있던 진원은 플레이어 구인 구직란을 살펴보려다가, 그만두었다.

아무래도 한밤중이다 보니 구인 글이 별로 많지 않았다.

지원에게서 들은 막대한 빚 때문에 괜히 조급해지는 느낌이다.

‘모르겠다. 일단 잠이나 좀 자자.’

침대에 계속 누워 있었기 때문일까, 아까부터 졸음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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