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13화 (13/200)

13. 직업 체험권-4

파지지직-.

검은 공에서 전기가 내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와인드업을 하고, 놈에게 뇌 속성이 부여된 마구를 힘껏 던졌다.

“이제 좀 죽어라!”

쉬익- 파지지직!

“키에에에에!”

몸통 한가운데에 스킬이 적중하자, 놈은 상당히 고통스러운 듯 잠시 발버둥을 치다가, 움직임을 멈췄다.

띠링.

[‘블랙 킹 타란툴라’를 처치하였습니다.]

[경험치 획득이 불가능합니다.]

[아이템 : 블랙 킹 타란툴라의 이빨을 발견하였습니다.]

[아이템 : 블랙 킹 타란툴라의 독주머니를 발견하였습니다.]

[300골드를 획득하였습니다.]

[히든 플레이스 : 블랙 킹 타란툴라의 둥지를 클리어하였습니다.]

[귀환 포탈이 생성됩니다.]

“허억……. 아, 생각할수록 되게 아깝네. 저놈 잡았으면 레벨 엄청나게 올랐을 텐데.”

진원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놈의 사체로 향했다.

경험치 획득이 불가능한 것은 알면서도 아쉬웠지만, 아이템이 두 개나 나왔다. 거기다가 300골드까지.

진원은 아까 전의 공격에 대한 고통을 느끼고 인벤토리에서 하급 HP 포션을 꺼내 마셨다.

“후우……. 이만큼 고생했으니 제발 쓸 만한 것이길 바란다.”

진원은 이빨과 독주머니를 들어서 확인해 보았다.

[블랙 킹 타란툴라의 이빨]

킹 타란툴라의 거대한 이빨이다. 이빨 안에 독이 남아 있어 취급에 주의해야 한다.

무기로 사용한다면 할 수 있겠지만, 본인도 독에 중독될 수 있다. 어린이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잘 보관하자.

종류 : 기타

기타로 취급되는 아이템이면 무기는 아니고 그냥 재료 수준인 것 같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그저 그런 수준. 이빨은 플레이어 거래소에 팔기로 했다.

다음으로 독주머니를 확인해 보았다.

[블랙 킹 타란툴라의 독주머니]

킹 타란툴라의 배에 있는 독주머니. 터지지 않고 원형 그대로 나오는 독주머니를 획득할 확률은 낮은 편에 속한다. 정제되어 있지 않은 독주머니는 그대로 먹게 되면 강인한 저항력을 얻게 되지만, 힘이 영구적으로 내려감과 동시에 상태 이상에 걸렸다.

종류: 비약

레벨 제한 : 10, 스텟 제한 : 힘 30 이상

‘킹 타란툴라의 강인한 저항력’ : 받는 모든 대미지 10퍼센트 감소.

부작용 ‘힘의 저하’ : 힘 -10 , 일정 시간 동안 무작위 상태 이상 효과가 적용됩니다.

‘와……. 이건 대박이네.’

힘 스텟이 10이나 내려가지만, 되돌아오는 효과는 파격적이었다. 물리 대미지도, 마법 대미지도, 상태 이상 대미지도 아니다.

그냥 “모든 대미지” 10퍼센트 감소. 엄청난 효과에 진원은 다시 한번 처음부터 찬찬히 설명을 읽어 보았다. 확실히 좋은 효과였다.

일정 시간 동안 상태 이상 효과가 적용된다지만 그게 뭐 어때서. 스텟이야 레벨을 올리면 그만이다. 이 정도면 충분히 감수할 만하지.

진원은 귀환 포탈에 들어가면서 타란툴라의 독주머니를 몇 번 나눠서 씹어 먹었다.

**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분주한 동묘앞역. 개찰구 근처에 갑자기 사람 하나가 생겨났고, 그 사람은 갑자기 땅에 쓰러져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띠링.

[‘블랙 킹 타란툴라의 독주머니’를 복용했습니다. 받는 모든 대미지 10퍼센트 감소 효과가 상시 적용됩니다.]

[힘 스텟이 10 감소합니다.]

[상태 이상 : ‘강력한 마비’ 효과가 적용됩니다. 마비 상태에 빠져 한동안 움직임이 제한됩니다.]

지나가던 직장인 1명이 그런 진원을 보고 깜짝 놀라 가까이 왔다. 서류 가방은 한쪽에 내팽개쳤는지 서류가 쏟아져 나왔다.

“저기요. 왜 그러세요! 괜찮으세요?”

“괘아하여. 히겨 흐히 마헤호.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아저씨, 저 사람 이상해요! 빨리 구급차 불러요!”

다급한 직장인의 말에 지나가던 여학생까지 달려와 합세했다.

“하. 괘아하이 카오. 흐아 가헤오. (아. 괜찮다니까요. 그냥 가세요.)”

독주머니의 마비 효과 때문인지 온몸이 말을 듣지 않았고, 발음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조금만 참으세요. 구급차가 곧 올 겁니다. 저기요! 거기 학생분! 이럴 때 환자분이 의식을 잃지 않도록 말을 걸라고 눼이버 쥐식인에서 봤어요! 빨리 어떤 말이든 걸어 봐요! 거기! 지금 뭐 합니까! 사람이 쓰러져 있는데 사진 찍을 생각이 듭니까? 당장 치우세요!”

……시민 정신이 뛰어난 분인 것 같다. 그런데 그거랑 별개로 자신이 다 부끄러웠다. 제발 그냥 가 줬으면 좋겠다.

“네? 아, 네! 저기 오빠, 눈 감지 마시고 조금만 참으세요. 구급차 불러서 곧 올 거래요. 어……. 그리고…….”

‘……제기랄. 상태 이상이 하필 마비냐.’

진원은 구급차가 도착해 들것에 들려 이동하는 동안 상태 이상에 대해 좀 더 생각하지 않은 자신에 대해 반성했다.

소란 속에서 병원에 도착한 진원은 현재 새하얀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 있는 중이다.

자신이 응급 환자처럼 보였었는지, 구급대원들이 응급실로 빠르게 옮겨 주었다.

진원을 본 간호사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의사를 호출했다.

“선생님, 빨리 이쪽으로 오세요! 환자분 상태가 심각해 보여요!”

“허 괘하아오. 괘하아히카오! (저 괜찮아요. 괜찮다니까요!)”

“환자분, 조금만 참아 주세요. 괜찮을 겁니다.”

간호사의 호출에 달려온 의사는 진원의 상태를 보고 서둘러 간호사에게 뭐라고 말을 했다.

그 말에 다른 간호사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진원에게 주사를 놓고, 팔에 링거를 꽂았다.

“…….”

이것이 약 30분 전에 있었던 일이다. 마비효과가 풀려 가는지 슬슬 몸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약물의 효과인지, 아니면 원래 지속 시간이 끝날 때였는지 알 방도가 없었다.

띠링.

[상태 이상 : ‘강력한 마비’ 효과가 해제됩니다.]

10분 정도 더 기다리고 나서야 마비 효과가 완전히 해제되었다는 알림이 왔다. 몸을 조금씩 움직여 보았다.

진원은 마비 효과가 완전히 풀린 것을 확인하고, 팔에 꽂혀 있는 링거를 뗐다.

‘드디어 마비가 풀렸다. 빨리 나가야겠어.’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나자, 누군가 소리를 치며 달려왔다.

“아니, 환자분!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마침 병실을 지나가던 간호사가 그런 행동을 하는 진원을 발견했는지 가까이 다가와 팔을 잡고 다시 링거를 꽂으려고 했다.

“괜찮습니다. 자, 봐요.”

진원은 괜찮다는 표시로 팔을 이리저리 돌려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 다녔다.

“이상하네. 조금 전까지 굉장히 심각하셨는데…….”

“플레이어라 그래요. 플레이어가 다 그렇죠, 뭐.”

“그러고 보니 저번에 입원하신 분이네요. 진원 씨 맞으시죠? 왠지 익숙해서 누군가 했네. 저, 그런데요…….”

“네?”

“원래 플레이어분들이 몸이 좋아요? 저번에도 그랬지만 근육이 되게 탄탄하시네요.”

“아. 네……. 모든 플레이어가 꼭 그런 건 아니고요.”

진원은 갑자기 화제를 돌리며 몸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간호사를 뒤로하고 병실을 나왔다.

여기저기 찢어지고 피 묻은 옷을 입고 걸어 다니니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병원 밖을 나가려 할 때, 원무과에서 직원이 진원을 멈춰 세웠다.

“저기요! 환자분! 계산은 하고 나가시는 건가요?”

“…….”

그대로 병원 밖을 나가려던 진원은 직원의 말에 몸을 돌려 데스크로 갔다.

나는 정말로 도움이 필요 없었고, 병원까지 갈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말조차 제대로 안 나오는 ‘강력한 마비’에 걸린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같은 행동을 하겠지.

“얼마죠?”

“12만 7,800원 나왔습니다.”

‘아오. 병원비는 또 왜 이렇게 비싸.’

어쩔 수 없이 직원에게 카드를 건네주고 계산을 했다.

상태 이상 효과를 대충 넘긴 자신의 잘못이라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병원 밖을 나오고 나서 시간을 확인해 본다.

‘한밤중이라……. 뭐, 이 정도면 이제 전화해도 괜찮겠지. 짜식이 인기는 많아 가지고.’

그러고 나서 스마트폰으로 영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불타는 나의 야구 빠따는~ 홈런을 칠 때마다~]

강렬한 남성의 노래가 진원의 귀를 때렸다.

‘이놈은 또 언제 통화 연결 음을 바꿨냐. 노래하고는.’

그렇게 10초 정도 지났을까, 연결음이 끊기고 영호가 전화를 받았다.

“어. 경기는 잘 봤냐? 홈런 치려고 했는데 좀 힘들더라.”

“그래. 팝콘 들고 끝까지 봤다. 너 이번 시즌 성적 좋더라? 상대 팀이 미친 듯이 걸러내던데. 그리고 슬라이더 꽤나 날카롭더라. 나도 저렇게 휘는 공은 못 던질걸.”

‘예전의 나라면 말이지.’

영호는 그 후로 직접 만나지는 않았다. 그래서 내 어깨가 완전하게 완치되었으며, 모습이 변화했다는 것을 모르는 상태다.

하지만 딱히 지금의 상태로 야구를 다시 시작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나쁘진 않지. 근데 4할 이상의 타율이 내 목표라서. 아직 멀었지.”

“그건 또 뭐 하는 괴물이냐? 지금도 스카웃 제의 미친 듯이 들어오고 그러는 것 아냐? 미국에서 너 데려가려고 아주 난리더만.”

진원의 말에 영호는 뭔가 뿌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 그렇긴 한데. 나는 돈보다는 일단 의리라서. 감독님 잘 만난 것도 크고. 아! 나 이제 연습하러 간다. 나중에 또 연락하자.”

“너도 참 대단하다. 하루를 안 빼먹네. 나중에 경기하면 또 보러 갈게.”

“그래.”

그렇게 짧은 통화를 마치고, 플레이어 거래소에 아이템을 등록하러 가기 위해 코코아 택시를 호출하려 했다.

‘택시 요금이 2만 원이 넘네. 그냥 가볍게 뛰어가야겠다.’

진원은 가볍게 운동도 할 겸 조깅으로 거래소까지 가기로 하고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달리기 시작한 지 30분쯤 지났을까, 플레이어끼리 뭔가 문제가 생겼는지 다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신경 쓰지 않고 지나치려 했지만, 아는 얼굴에 발걸음을 잠시 멈췄다.

“저기요, 분명히 D급 던전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말이 다르신데…….”

은지는 조금 불안한 기색으로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말했다.

“아, 괜찮아요. C급이긴 한데 C급치고는 약한 놈들이라서요. 힐러님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죄송해요. 전 D급 던전이라고 해서 파티에 참가한 거예요. 다른 분 구하셔야 될 것 같네요.”

은지는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려 파티에서 나가려고 했지만, 당연히 파티원들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힐러를 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힐러님, 저희만 믿고 따라오세요. 뒤에 빠져 계시면 잘 지켜 드리겠습니다. C급이 보상도 더 좋아요.”

덩치 큰 플레이어 하나가 앞으로 나와 은지를 설득하려고 했다.

최대한 인상을 좋게 하며 달래는 듯한 말투였다.

“그럼 지금이라도 D급 던전으로 들어간다면 파티에 참가할게요.”

“아, 저희가 원래 D급 던전으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말이죠. C급치고는 생각보다 입장료가 저렴한 던전을 발견해서요. 거기다가 마력 수치도 그렇게 높은 편도 아니랍니다. 은지 씨에게 아이템 분배 비율을 높게 드리겠습니다.”

“죄송해요. 그냥 다른 분 구하세요. 말이 안통하시네요.”

더 이상 말이 안 통하는 것을 느낀 은지는 한숨을 내쉬고 등을 돌렸다.

덩치 큰 플레이어는 인상이 험악하게 변하며 은지의 어깨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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