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12화 (12/200)

12. 직업 체험권-3

“꽝이라고 했던 거 취소.”

놈들이 도망쳤던 구멍이 뚫린 천정 밑으로, 포탈이 하나 생성되어 있었다.

포탈을 보고 짜증나는 기분은 사라졌지만, 막상 들어가려고 하니 지난번에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굳이 위험하게 포탈 안으로 들어갈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그러면 뭔가 도망친다는 느낌이 들었다.

진원은 왼손으로 뺨을 약간 세게 짝짝 때렸다.

‘저번에는 레벨 0의 어깨 부서진 플레이어였잖아. 그리고 그때도 안 죽었고. 하지만 지금은 레벨 14치고는 강력한 플레이어.’

경험치 획득은 불가능하지만 아이템 획득이 불가능하다는 말은 없었다.

화이트 타란툴라를 나름 많이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이템 하나 안 주니 감질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빨리 빚 갚아야지. 힘내자.”

진원은 토르의 장난감 망치를 양손으로 고쳐 잡고 포탈 안으로 들어갔다.

포탈 안으로 들어가니 나온 풍경은 똑같은 지하철역이었다. 다만 불이 다 꺼져 있어 안은 매우 어두웠다.

진원은 어둠에 익숙해질 때까지 잠깐 제자리에 서 있었다.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어 버리니 괜히 망치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시야 확보에 문제가 없어지고 난 뒤, 주위를 천천히 둘러본다.

지하철이 지나다녀야 할 선로에는 거미줄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으며, 초록색을 띤 끈적끈적한 액체가 흘러내렸다.

‘거미줄이라……. 또 거미냐……. 그런데 거미줄이 생각보다 크다.’

진원은 선로를 따라서 앞으로 계속해서 걸어 나갔다.

지하철이 지나다니는 곳의 벽이 움푹 파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한 곳에 여러 개가 파여 있는 것으로 보면 거미형 몬스터인 것 같다. 생각보다 거대한 놈일 듯하다.

그렇게 앞으로 나아간 지 10분 정도 지났을까. 멀리서 뭔가가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진원은 발걸음을 죽이고 조용히 접근했다.

[블랙 킹 타란툴라]

멀리서 꿈틀거리던 그것은 거대한 거미였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놈은 잠을 자고 있는지 규칙적으로 몸이 꿈틀거리고 별다른 행동은 없었다.

5톤 트럭을 타고 놈에게 들이박아도 죽지 않을 것 같은 크기였다.

놈의 이름 색을 들여다보니 빨강색이었다. 하지만 도망쳐야 되겠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다.

몬스터의 이름색이 빨강색이여도 검은색에 근접한 빨강색인지, 아니면 노란색보다 살짝 높은 빨강색인지에 따라 차이가 컸다.

‘아무래도 부가 스킬을 써야 할 것 같은데.’

진원은 주위를 둘러보고, 마구의 Max 부가 스킬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놈은 수면 상태에 빠져 있어 무방비한 상태! 스킬을 사용하기에 아주 좋은 상황이다.

혹시나 다른 몬스터들이 나타나 기습을 할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름 색이 빨강색인 이상 한 번에 최대한 HP를 깎아 놓을 필요가 있었다.

토르의 장난감 망치를 소리가 나지 않도록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낡아빠진 글러브를 꺼내 착용했다.

띠링.

[부가 스킬 발동까지 남은 시간 : 10초]

곧이어 와인드업을 하고, 부가 스킬을 발동했다. 근력 스텟은 좀 전에 30을 넘겼다. 지난번에 트롤에게 던졌을 때보다 강력할 것이다.

부가 스킬의 발동 시간이 줄어들수록, 손 위의 마구는 격렬하게 진동했다.

우우우웅-.

그렇게 무난하게 Max 스킬을 사용하나 싶었지만 위에서 작은 거미들이 진원의 팔 위로 떨어졌다.

툭. 투둑.

“제기랄. 앞으로 3초였는데!”

어쩔 수 없이 스킬을 취소하고 팔을 흔들어 달라붙은 거미들을 떨쳐 냈다.

“끼엑!”

“끼에엑!”

작은 거미들은 집요하게 진원에게 달라붙으려 했다.

“그냥 좀 떨어져라!”

진원은 토르의 장난감 망치를 들고 휘두르며 놈들을 떼어내려 했다.

파삭!

휘두르던 망치에 1마리의 거미가 터졌다.

그러자 나머지 1마리가 큰 울음소리를 냈다.

“끼에에에!”

“미친놈이! 그냥 죽어!”

그것을 본 진원은 기겁하며 빠르게 망치를 휘둘렀다.

퍼석!

그리고 빠르게 고개를 돌려 블랙 킹 타란툴라의 상태를 확인했다.

“하……. 개망했네.”

규칙적으로 꿈틀대던 놈의 몸이 크게 꿈틀거리더니 이내 괴성을 질렀다.

“크에에에!”

잠에서 깬 놈의 울음소리가 얼마나 큰지 귀가 멍멍했다. 진원은 서둘러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미리 구매해 둔 MP 포션을 꺼내서 연달아 마시기 시작했다.

스킬을 도중에 취소해도 사용된 MP량은 똑같았기 때문. 순간적으로 현기증이 몰려와 살짝 몸을 비틀거렸다.

그렇게 3개쯤 마셨을까. 놈이 도약을 해 순식간에 자신과의 거리를 좁혔다.

나는 빠르게 움직여 바닥에 내려 둔 토르의 장난감 망치를 들고 놈의 공격에 대응했다.

덩치가 커서 타격할 수 있는 부위는 기껏해야 다리 정도였다.

퍼억!

[블랙 킹 타란툴라가 스턴 상태에 빠졌습니다.]

운이 좋았는지 단 한 방 만에 놈이 스턴 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다리 한 개에만 스턴 효과가 발생했다.

거미의 다리는 총 여덟 개. 나머지 일곱 개는 건재했다. 놈은 나머지 다리로 진원은 콕콕 찍어 누르기 시작했다.

파사삭. 팅! 팅!

놈의 빗나간 공격은 땅을 움푹 파이게 할 정도로 강력했다.

거기다가 얼마나 공격이 묵직한지 장난감 망치로 막은 손이 상당히 저렸다.

“크윽!”

진원은 연속된 공격을 방어하기만 하다가 끝이 없다는 것을 느껴 공격을 강행했다.

“큭!”

놈의 다리는 진원의 옆구리 쪽을 스치고 지나갔고, 진원의 망치는 놈의 다리를 가격했다.

퍼억!

“크르륵?”

놈은 진원의 반격이 의외였는지 순간 공격을 멈췄다.

진원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바로 거리를 벌리기 위해 뒤로 달렸다.

놈은 다시 공격해 오지 않고 사나운 울음소리만 냈다.

“크르르르르.”

HP : 140/200

공격을 스치기만 했는데 HP가 60이 한 번에 빠져나갔다.

스친 공격이 이 정도라면, 직격이라도 했다가는 위험해진다.

진원은 상태 창을 열어, 남은 스텟을 전부 체력에 투자했다.

[스텟]

근력 : 30 민첩 : 20 체력 : 30 마력 : 40 ??: 0

미분배 포인트: 0

HP : 240/300

이 정도면 한 방에 죽지는 않을 것이다. 거기다가 ‘스킬 : 불굴’까지 있으니 그나마 안심이다.

진원이 멀리서 상태 창을 열고 스텟을 올리는 동안에도 블랙 킹 타란툴라는 진원에게 달려들지 않았다.

아마 의외의 충격에 놀라서 경계하고 있는 것 같았다.

‘놈에게 타격을 입히려면 어떻게든 움직임을 막아야 되는데……. 어떻게 해야 막을 수 있을까.’

진원이 고민하고 있는 와중에 놈이 이빨에서 뭔가를 뱉어 냈다.

푸슉!

초록색을 띄는 액체. 놈의 침이다. 맞으면 위험할 것 같아 몸을 돌려서 잽싸게 피했다.

푸슉! 푸슉! 푸슉!

놈은 제자리에서 침을 계속해서 뱉었다. 거리가 어느 정도 떨어져 있기도 했고, 생각보다 날아오는 속도가 빠르지 않아 피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진원이 계속해서 블랙 타란툴라의 침을 피하자 놈은 공격을 멈추고 다리를 오므렸다.

‘기회다.’

블랙 타란툴라의 다리를 오므리는 동작이 생각보다 크고, 길었다. 그만큼 공격 후 놈에게 빈틈이 생긴다는 말!

진원은 아예 두 팔을 벌리고 와 보란 듯이 도발했다.

“야, 너 덩치만 크고 별거 없네. 뭐 하냐?”

스킬이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한 도발이었다.

“크르르륵!”

파사삭!

놈은 지면을 힘껏 박차고 진원을 향해 스프링처럼 튀어나갔다. 박찬 지면은 깊게 파였다.

푸욱!

놈의 다리 두 개가 진원의 어깨와 옆구리를 살짝 뚫고 지나갔고, 진원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끄어…….”

HP : 120/300

띠링.

[HP가 40퍼센트 이하가 되어 스킬 : 불굴이 발동됩니다. 3초 동안 피해 면역이 적용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이 적용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 1일]

상당한 고통이었지만, 불굴이 발동되며 순간적으로 고통이 없어졌다. 예상했던 대로 놈에게 빈틈이 생겼다.

지면을 박차고 도약해 놈의 배 위로 올라탔다. 그런 후 토르의 장난감 망치를 양손으로 고쳐 잡고, 힘껏 내려찍었다. 최대한 빠르고, 최대한 강하게.

퍼억!

“크에에엑!”

놈은 갑작스러운 고통에 몸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진원은 놈이 그럴수록 떨어지지 않게 중심을 잡으며, 다시 망치를 힘껏 내려쳤다.

퍼억! 퍼억! 퍼억!

“제발 그만 좀! 뒈져라! 더럽게 안 죽네!”

놈에게 올라타 힘껏 배에다가 망치를 힘껏 내려찍은 게 다섯 번.

“끼에에엑!”

놈은 비명을 지르며 다리를 힘껏 오므렸다. 그리고 그 상태로 힘껏 천정을 향해 뛰어올랐다.

쿠웅!

“컥!”

진원은 예상치 못한 놈의 행동에 그대로 피해를 입었다.

HP : 10/300

스치기만 해도 정말로 죽는 HP가 되어 버렸다.

다행히 놈도 상당한 위협을 느꼈는지 진원에게 달려들지 않고 뛰어서 거리를 뒀다.

진원은 서둘러 HP 포션을 꺼내 마셨다. 다행히 놈도 피해가 있었는지 그로기 상태에 빠져 있었다.

HP : 260/300

급한 불은 어떻게든 껐지만, 놈은 도저히 혼자서 잡을 수 없을 만큼 강했다.

‘불굴도 없다. 정말 아깝지만 사용할 수밖에. 일단 살아야지.’

진원은 인벤토리에서 직업 체험권을 꺼내 사용했다.

띠링.

[직업 체험권을 사용하였습니다. 24시간 동안 인챈터로 직업이 변경됩니다.]

[직업 스킬 : 속성 부여-뇌를 획득하였습니다.]

[직업 스킬 : 속성 부여-풍을 획득하였습니다.]

직업 체험권을 사용해서 생긴 스킬은 2개.

[속성 부여-뇌 Lv.1]

액티브 스킬.

자신이 가진 스킬이나 장비에 일정 시간 동안 전기 속성을 부여합니다.

속성 추가 대미지 +10퍼센트

감전 확률 : 10퍼센트

MP : 50

지속 시간 : 1분

[속성 부여-풍 Lv.1]

액티브 스킬.

자신이 가진 스킬이나 장비에 일정 시간 동안 바람 속성을 부여합니다.

속성 추가 대미지 +5퍼센트

공격 속도 +5퍼센트

넉백 확률 : 10퍼센트

MP : 50

지속 시간 : 1분

“크르륵!”

스킬을 확인하던 사이 어느새 정신을 차린 블랙 킹 타란툴라는 진원에게 도약해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속성 부여!”

진원은 망설이지 않고 토르의 장난감 망치에 뇌 속성을 부여했다.

놈은 다리로 위에서부터 진원을 찍으려고 했지만, 체력이 떨어져 있는지 확실히 느렸다.

파지지직.

몸을 틀어 공격을 피하고, 전기가 흐르는 망치를 잡아 놈에게 후려쳤다.

“크에엑!”

백색의 전기가 놈의 몸을 흐르며 괴롭히는 듯했다.

‘확실히 효과가 있네. 이 기세를 몰아친다!’

진원은 괴로워하는 놈을 향해 계속해서 망치를 휘둘렀다. 놈은 그 와중에도 공격을 계속했다.

부웅- 파지직!

파삭!

“허억……. 이놈은 도대체 HP가 얼마나 많은 거냐!”

어느새 속성 부여의 지속 시간이 끝났다. 놈의 HP도 많이 빠져 있겠지만, 이쪽도 힘든 건 마찬가지. 승부수를 걸어야 했다.

“크르…….”

놈은 감전의 영향 때문인지 몸이 굳어 있는 듯했다.

진원은 풍 속성을 다시 부여하고 토르의 장난감 망치를 야구 배트 쥐는 것처럼 쥐고, 포즈를 취했다.

“흐읍! 날아가라! 망할 놈아!”

부웅- 퍼억!

진원의 공격에 블랙 킹 타란툴라는 괴성을 지르며 벽 쪽으로 날아갔다.

“크에에!”

그리고 바로 마구를 사용해, 뇌 속성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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