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11화 (11/200)

11. 직업 체험권-2

퉁.

묵직한 쇳소리가 땅을 울렸다.

“허. 이게 장난감이라고?”

장난감이라기엔 생각보다 무게감이 있었다. 금빛으로 빛나는 장난감 망치. 잘못 휘두르면 사람 하나 보내는 건 우스운 수준일 듯하다.

망치를 몇 번 휘둘러 보고, 그대로 인벤토리에 넣었다. 추가적으로 하급 포션도 구매한다.

1시간이 지난 후 자동으로 귀환 포탈이 생성된다고 하니, 큰 걱정은 안 해도 되겠지.

진원은 바로 동묘앞역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거는 어떻게 사용하는 거냐?”

동묘앞역 안으로 들어온 것은 좋았지만, 정작 사용하는 방법을 몰랐다.

던전 입장 카드를 들고 이리저리 휘적거려 보고, 벽이나 기둥에 갖다 대어 보았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그런 진원을 이상한 눈으로 한 번씩 쳐다보았다.

삑- 삑-.

개찰구에 카드를 찍고 넘어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혹시……?

카드를 조심스럽게 개찰구에 대어 보았다.

띠링.

[인스턴스 던전에 입장하시겠습니까?]

Y/N

……방금 전에 했던 행동이 부끄러워졌다. 헛기침을 한 번 하고 손을 들어 입장 버튼을 누른다.

그러자 눈앞에 던전 포탈이 생겨났다. 주위를 잠시 둘러보았지만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아마도 포탈은 자신에게만 보이는 듯했다. 상점에서 구입한 아이템이라 그런 것일까. 들어가는 방법이 상당히 독특했다.

진원은 그대로 포탈 안으로 들어갔다.

**

인스턴스 던전에 들어가니 분위기는 별다를 바 없어 보였다. 건물의 상태도 그대로고, 불빛도 밝았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사람이 진원밖에 없다는 점과, 매우 조용하다는 점.

[남은 시간 : 59:55]

타이머의 시간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진원은 개찰구를 넘어 그대로 앞으로 걸어 나갔다.

걸어가다가 보니, 벽 쪽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성인 남성 2명 정도는 거뜬히 들어갈 수 있을 크기다.

“…….”

진원은 커다란 구멍을 발견하자 인벤토리를 열고 토르의 장난감 망치를 꺼내 들었다.

던전 안이 밝더라도 방심은 금물이다. 언제든지 기습 공격을 당할 가능성이 있었다. 혼자이기 때문에 그만큼 주의해야 한다.

개찰구를 지나고 화장실도 지났지만 여전히 조용했다. 계속해서 안쪽으로 이동해 보니 지하 상가들이 나왔다.

천정 쪽으로는 아까와 같이 커다란 구멍이 하나 더 뚫려 있었고, 옷가게나 신발가게 등은 사람이 없는 듯 조용했다.

형광등의 불은 그대로 밝게 빛나고 있었으며, 진열대에는 상품들이 가지런하게 올려져 있었다.

진원은 금방 청소라도 해 놓은 듯 매끈매끈한 타일 위로 걸어가며 천천히 주위를 탐색했다. 그러다가 팔에 뭔가가 걸렸는지 멈칫했다.

‘이건…… 거미줄이다.’

보통의 거미줄과는 달리 튼튼하고 끈적거려 힘을 줘야 끊어지는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거미형 몬스터일 가능성이 높다. 거미형 몬스터는 보통 밝은 곳을 싫어해 어두운 던전에서 출몰한다고 알고 있었다.

[남은 시간 : 48:51]

시간은 어느새 10분을 넘기고 있었다. 몬스터들이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진원은 주위를 살핀 후, 마구를 사용해 천정의 구멍 안으로 마구를 던져 보았다.

쿵!

파사삭

파인 구멍에서 돌조각이 조금씩 떨어졌다. 10레벨 마구라 그런지 생각보다 위력이 강했다.

쿵! 쿵!

마구를 세 개째 던지고 나니 반응이 왔다.

“크르륵!”

어디서 나타났는지 몸 전체가 하얀색을 띈 거미가 나타나 위협적인 울음소리를 냈다.

[화이트 타란툴라]

놈의 눈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고 덩치는 꽤 큰 편이었다.

하지만 딱히 위험해 보이지는 않았다. 이름의 색깔이 노란색이었기 때문에.

거리가 어느 정도 떨어져 있어 장난감 망치를 왼손으로 옮긴 뒤 와인드업을 하고, 마구를 사용했다.

퍽!

“끼엑!”

놈은 마구를 맞더니 성이 났는지 자신에게로 달려왔다. 그리고 진원은 다시 한번, 마구를 던졌다.

“끼에엑!”

생각보다 단단한 놈이다. 토르의 장난감 망치를 든 손에 힘을 싣고, 놈이 가까이 왔을 때, 힘껏 내려찍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망치가 놈의 머리를 강타했다.

퍼억!

파사삭!

[화이트 타란툴라를 처치하였습니다!]

수박 깨지는 소리가 들리며 장난감 망치를 한 방 맞은 타란툴라는 비명을 지르지도 못한 채 그대로 죽어 버렸다.

“와……. 생각보다 진짜 세네. 장비 빨도 무시 못 하겠는데?”

하지만 무기의 감상에 빠져 있던 순간도 잠시, 천장의 구멍에서 타란툴라 3마리가 추가로 나와 나에게 달려들었다.

“뭐야. 친구 죽였다고 화났냐?”

놈들은 자신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잔뜩 성을 내며 달려든다.

“크르륵!”

진원은 앞으로 달려가 선두에 있는 놈을 망치로 힘껏 내려찍었다.

퍼억!

“끼에엑!”

놈은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면서도 다리를 들어 자신을 노렸다.

다시 한번 재빠르게 망치로 놈의 턱 부분을 힘껏 쳐올린다.

띠링.

[화이트 타란툴라가 스턴 상태에 빠졌습니다.]

메시지가 뜨며 놈의 행동이 일순간 멈추었다. 진원은 망치를 들어 타란툴라를 힘껏 내려쳤다. 놈은 그대로 허연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화이트 타란툴라를 처치하였습니다!]

단 세 방 만에 놈을 쓰러뜨리자, 다른 타란툴라 두 마리는 달려들지 않고 천천히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

상점에서 장비 하나 샀을 뿐인데, 장난감 망치의 파괴력은 상상 이상으로 강력했다. 공격력 9가 이 정도의 힘을 발휘하다니.

거기다가 거미의 공격도 생각보다 빠르게 느껴지지 않았다.

레벨 12가 되고 스텟을 올리고 나니, 확실한 몸의 변화가 체감된다.

스턴 효과가 발생한 건 좋았지만, 딱히 없었어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생각은 잠시 접어 두고 뒤로 물러나는 타란툴라들을 잡으려 했을 때, 놈들은 천정을 통해 도망치고 있었다.

스스슥-.

“아……. 저놈들 2마리만 잡으면 레벨 업 할 것 같았는데.”

아쉬운 마음을 가지며 골드와 아이템을 얻기 위해 놈들의 시체로 다가갔다.

[32골드를 획득하였습니다.]

[38골드를 획득하였습니다.]

아이템은 나오지 않았지만 70골드가 나왔다. 나쁘지 않다.

[남은 시간 : 38:21]

진원은 고개를 살짝 들어 타이머의 시간을 확인하고 뒤를 돌아 걸어갔다.

그때 진원의 등 뒤에서 뭔가가 날아왔다.

슉! 슉!

“응? 뭐냐?”

뭔가 끈적끈적한 느낌이 들어 장난감 망치를 잡고 있는 손을 보니 거미줄이 달라붙어 있었다.

거미줄로 만든 접착제 같은 느낌이다. 뒤를 돌아보니 천정으로 도망친 거미가 머리만 빼꼼 내밀고 거미줄을 뱉고 있었다.

왼손으로 떼어내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튼튼했다.

“흠…….”

바로 상태 창을 열어 근력에 5포인트를 사용했다.

쩌저저적.

거미줄이 뜯어지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힘을 많이 줘야 했다. 남은 스텟 5포인트도 근력에다가 사용해 버렸다.

이로써 근력 스텟은 30. 이 정도면 수월하게 뜯어질 것 같다. 바로 거미줄을 뜯어내려다가, 잠시 멈칫했다.

이대로 수월하게 거미줄까지 뜯어내면 놈들을 잡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었다.

아무래도 제한 시간이 있는 던전이다 보니 놈들이 도망치든가 하면 골치 아파질 수 있다.

문득 생각이 떠오른 진원은 마치 자신이 거미줄을 도저히 못 떼어 낼 것 같은 연기를 시작했다.

“억! 이거 뭐야! 왜 안 떨어져!”

진원은 손에 달라붙은 거미줄을 손톱으로 박박 긁어 보기도하고, 낑낑대며 떼어내 보려고도 했다.

그런 행동들이 효과가 있었는지, 거미가 한 마리씩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키에에에!”

“크르르르!”

“키에에!”

조급했던 진원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떠올랐다.

계속해서 뒷걸음질 치며 연기를 하니 모인 거미의 수는 적어도 15마리 이상. 많으면 30마리 정도는 되지 않을까.

“니들 머리 좀 쓰더라?”

진원은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는 거미줄을 힘을 줘서 한 번에 떼어냈다.

찌이익!

“니들이 그래 봐야 거미 대가리지.”

경험치를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에 오른손의 망치에 힘이 들어갔다.

그 상태로 땅을 박차고 놈들에게 뛰어들었다. 한 마리도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그러나 놈들이 생각보다 잽싸다. 놓치지 않으려고 중간에 마구까지 활용해 가며 잡았지만 15마리 가까이 도망쳐 버렸다.

그중 몇 마리는 아예 동료를 도망치게 하기 위해서 공격은 하지도 않고 거미줄만 미친 듯이 뱉었다.

[화이트 타란툴라를 처치하였습니다!]

[화이트 타란툴라를 처치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2레벨이 오르면서 놈들의 이름색이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그래도 3레벨 정도는 오를 줄 알았는데, 이름색이 초록색으로 바뀌면 아무래도 레벨 업 효율이 떨어졌다.

거기다가, 최소 10마리 이상은 잡았는데 아이템을 하나도 주지 않았다.

결국 놈들의 시체를 뒤지면서 얻은 것은 280골드. 상점을 열어 보유 골드를 확인해 보았다.

[보유 골드 : 345골드]

회복 물약과 장난감 망치를 사서 그런지 보유 골드는 여전히 네 자릿수를 넘기지 못하고 있었다.

[남은 시간 : 18:21]

이제 남은 시간은 18분 남짓. 도망쳤던 화이트 타란툴라들은 모습을 숨겼는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레벨 업과 함께 아이템 박스 이상의 골드를 벌었지만 뭔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찝찝했다. 놈들이 도망친 천정의 구멍 안으로 마구의 부가 스킬을 사용해 볼까 생각했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저번에 트롤을 잡기 위해 한 번 사용해 봤지만 순간적으로 MP가 0이 되고 현기증이 생겼다.

잠시 동안 빈틈이 생기는 것이다. 아무래도 혼자다 보니 신중해질 필요가 있었다.

타이머의 시간이 줄어들수록 괜히 조바심이 생겼다.

빠른 걸음으로 1층에서 2층으로, 다시 1층으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며 몬스터가 없는지 확인했다.

그러다가 지하상가 안으로 들어가 한 번씩 둘러보기도 했다.

“허, 이놈 봐라? 팔자 좋다?”

지하상가 세 곳을 둘러보고 들어간 곳은 규모가 커 보이는 옷가게였다.

화이트 타란툴라 1마리가 천정에 달라붙어 죽은 듯이 가만히 있었다. 죽은 건지 잠을 자는 건지 모르겠다.

아까 근력 스텟에 자그마치 10포인트나 투자했다. 힘을 실어 힘껏 때리면 아마 한 방에 죽지 않을까.

장난감 망치를 든 오른손으로 놈의 머리를 겨냥한 뒤, 힘을 주었다. 그리고 조용히 놈의 근처까지 다가가 망치로 힘껏 쳐올렸다.

“흡!”

뻐억!

파사삭.

띠링.

[화이트 타란툴라를 처치하였습니다!]

놈은 비명을 지르지도 못하고 그대로 머리가 터져 나가며 죽었다.

근력 30의 힘이 체감되는 순간이었다.

[남은 시간 : 4:12]

시간을 확인하며 열심히 돌아다녔지만 겨우 1마리의 몬스터만 추가로 처치했다.

놈들이 도망 다닌다는 것은, 그만큼 지능이 있다는 것일까.

진원은 더 이상의 탐색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해 처음 자리로 되돌아가서 귀환 포탈이 열리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남은 시간 : 0:00]

띠링.

[던전 입장 시간이 만료되었습니다. 경험치 획득이 불가능합니다.]

[귀환 포탈이 생성됩니다.]

타이머의 숫자가 0이 되고 알림 음이 나오며 귀환 포탈이 생겨났다.

“하아……. 완전 꽝을 뽑아 버렸네. 거미 놈들은 도망치기만 하고.”

눈앞에 귀환 포탈이 생겨났지만, 왠지 바로 돌아가기가 싫었다. 다시 한번 던전을 둘러보고 싶었다. 이대로 나가기엔 너무나도 아쉬웠다.

진원은 귀환 포탈을 뒤로하고 다시 밑으로 내려가 뭔가 달라진 것은 없는지 둘러보았다.

그렇게 계속 둘러보다가, 뭔가를 발견했는지 자리에서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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