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9화 (9/200)

9. 레벨 업!-4

9…… 8…… 7…….

“크워어!”

팅! 팅!

트롤은 잔뜩 화가 났는지 곤봉으로 계속해서 방패를 내려쳤다. 파티장은 이를 악물고 놈의 공격을 받아 내고 있었다.

6…… 5…… 4…….

손에 생성된 마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강하게 진동했다.

진원은 눈을 부릅뜨고 놈의 머리만 계속해서 응시했다.

자신에게 다른 사람들의 목숨이 달려 있으니 긴장되는 건 당연했다.

“하아…… 나도 MP가 다 떨어졌어.”

지희는 연속된 마법 사용에 지쳤는지 자리에 주저앉았다.

3…… 2…… 1.

우우우웅!

격렬히 진동하고 있는 마구를 쥐고, 와인드업을 했다.

“피하세요! 흡!”

진원의 외침과 동시에 파티장은 방패를 든 채로 몸을 최대한 낮추었다.

‘제발! 효과가 있기를!’

진원은 속으로 기도하면서 진동하는 마구를 트롤을 향해서 던졌다.

쉬이이익!

공기가 날카롭게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푸욱!

“크어아아!”

머리를 노렸지만 놈이 몸을 이리저리 트는 바람에 마구는 가슴팍을 움푹 파고들었다. 하지만 놈은 상당한 대미지를 입었는지 비명을 지르며 곤봉을 손에서 떨어트렸다.

“그로기다! 다들 공격해라!”

“으아아아!”

“아이스 랜스!”

파티장의 신호에 다른 파티원들은 힘을 쥐어짜 내 공격 스킬을 사용했다. 놈은 생명력이 얼마나 질긴지 대미지를 입은 와중에도 난동을 부렸다.

진원도 하급 MP 포션을 꺼내 마시고 트롤에게 마구를 사용했다. 부가 스킬을 사용한 영향인지 살짝 어지러웠다

“크어어어!”

쿵!

그렇게 30분 동안 공격을 더 퍼붓고 나서야 놈의 몸이 앞으로 쓰러졌다.

[보스 : 강인한 피부의 트롤을 처치하였습니다!]

[370골드를 획득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상점 레벨이 올랐습니다!]

[던전을 클리어했습니다!]

랭크 : C

“후우…….”

던전을 클리어했다는 메시지를 보고 나서야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보스 하나에 레벨이 3이나 올랐다. 거기다가 상점 레벨까지.

“살았다……. 트롤이 나온 던전을 클리어하다니.”

전방에 있던 파티원은 다리에 힘이 빠졌는지 바로 주저앉았다.

“와……. 진짜 트롤이 죽었어…….”

“대단하십니다, 진원 씨! 솔직히 저는 반 정도 의심했습니다만…….”

파티장의 말에 다른 파티원들이 일제히 진원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게 무슨 말이죠? 방금 스킬은 지희 씨의 것이 아니었나요?”

“아니요, 제 옆에 있는 짐꾼 거예요.”

지희는 손가락으로 진원을 가리켰다.

“네? 진원 씨는 짐꾼이신데 어떻게…….”

진원은 파티원들의 의문에 대답해 주기로 했다, 아주 간단하게.

“짐꾼이야 뭐, 던전 입장료가 면제라 지원했습니다. 던전을 혼자 클리어하려니 돈이 부족해서요.”

“허, 이게 무슨…… 혹시 레벨이 어떻게?”

“방금으로 12레벨이 되었죠.”

파티원들은 진원의 대답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게임같이 변해 버린 이 세상은 레벨이 전부가 아니라고는 알고 있었다.

플레이어 간의 빈부격차가 심하다는 것도, 밸런스가 맞지 않다는 것도. 그러나 실제로 눈앞에서 저런 플레이어를 보니 그냥 웃음이 나왔다.

“다들, 약속 하나 해 줄 수 있으신가요?”

진원은 파티원들에게 시선을 맞췄다.

“오늘 있었던 일을 비밀로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네? 진원 씨 정도의 능력이면 대형 길드에서 서로 데려가려고 하실 텐데…….”

진원의 말에 강은지가 아쉽다는 듯이 말을 했다.

“네. 진원 씨도 무슨 사정이 있으시겠죠. 꼭 비밀로 하겠습니다. 너희들도 꼭 지켜 주길 바란다.”

‘짐꾼까지 자처하면서 파티에 들어왔다는 것은 피치 못할 이유가 있다는 것이겠지.’

파티장은 진원과의 관계를 좋은 이미지로 남기고 싶었기에 앞서서 말했다.

“네. 감사합니다.”

‘사실은 진짜 입장료가 면제라 지원한 거지만.’

현재로서는 주의가 필요했다. 이 세상이 얼마나 험난한 세상인데, 대형 길드에게 잘못 찍혔다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적어도 직업은 가지고 생각해야지.

그렇게 대화를 끝내고 전방의 파티원이 보스의 시체에서 곧바로 아이템을 탐색했다.

“트롤의 돌가죽이 2개, 중급 마정석이 1개 나왔습니다.”

“뭐야, 트롤이 아이템을 저거밖에 안 줘?”

지희는 그렇게 고생해서 잡았는데 아이템이 고작 저 정도밖에 안 나왔다는 것에 불만감을 표시했다.

파티장은 아이템 탐색을 끝나고 조용히 진원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다른 파티원들도 진원을 쳐다본다.

“아이템 배분 우선권을 진원 씨에게 드리겠습니다. 불만 있는 파티원들은 없을 겁니다.”

솔직히 전부 달라고 해도 넘겨줄 생각이었다. 애초에 진원이 없었으면 클리어 자체가 불가능했으니까. 던전을 클리어한 것만 해도 어디인가.

“흠. 그럼 돌가죽 1개랑 중급 마정석 1개를 받을게요.”

“그것만으론 부족합니다. 이것도 드리겠습니다.”

파티장은 진원에게 다가와 아이템을 고블린의 두건을 추가로 건네주었다.

“그럼, 이제 다들 나가지.”

그 후 파티원들은 눈앞에 생성된 귀환 포탈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피닉스 길드의 부사장실.

똑똑.

“들어와.”

송진호의 대답에 문을 열고 길드원 1명이 들어왔다.

“부사장님, 전에 말씀하셨던 김진원은 트롤이 발견된 D급 던전에 짐꾼으로 지원했다고 합니다.”

D급 던전에 트롤이 출현했다는 신고가 들어왔지만 송진호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길드에게 별일 아니니 가지 말라고 자신이 직접 다른 길드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여기서도 놈이 던전을 클리어하면 더더욱 주시해야 되겠군.’

다른 파티원들의 스펙을 살펴봤지만 절대 트롤을 잡을 수 없는 스펙이었다.

송진호는 고가의 진실의 수정구라는 아이템을 진원에게 사용했음에도 여전히 찝찝한 기분을 느꼈다.

‘분명히 놈은 뭔가 숨기고 있다.’

**

“드디어 나왔네.”

“아……. 나 당분간 던전 못 들어갈 거 같아.”

“아니, 근데 구조 요청 보냈는데 왜 아무도 없어? 소규모 파티라고 무시한 거 아냐?”

“다들 고생했다. 그리고 미안하다. 내 능력부족으로 파티원들을 희생시켰다.”

파티원들이 밖으로 나와 살아 있다는 것에 기뻐하는 도중, 파티장은 몸을 돌려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어? 괜찮아요! 그걸 어떻게 예측해요!”

“맞아요, 파티장님! 너무 탓하지 마세요. 파티장님을 탓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은지와 지희는 그런 파티장을 위로해 주었다.

“김진원 씨, 정말 감사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제 이름을 안 가르쳐 드렸군요.”

파티장은 오른손을 내밀어 진원에게 악수를 요청했다.

진원은 그 손을 맞잡고 가볍게 악수를 했다.

“제 이름은 김호영입니다. 본래라면 식사라도 같이하고 싶지만, 파티원 1명이 사망해서 협회에 신고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당분간 제 자신에 대해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네. 괜찮아요. 파티원분의 일은, 안 좋게 됐습니다.”

고정 파티인지, 아니면 1회성으로 급조된 파티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던전 공략 중 파티원 1명이 사망했고, 본인의 부주의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곤 해도 기분이 편할 리가 없었다.

진원은 그 뒤로 간단한 대화를 나눈 뒤 파티원들과 헤어지고, 스마트폰을 꺼내 거래소에 들어가 돌가죽의 시세를 검색해 보았다.

“이 정도면 괜찮네.”

돌가죽의 가격은 1억 2천만 원. 수수료를 빼고 1억 원 정도 이득이다.

“다음은 엘리트 고블린의 두건.”

그냥 두건이라 별 기대 안 했는데 가격이 7천만 원이나 했다.

진원은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플레이어 거래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원은 집에 들어온 오빠의 몰골을 보고 놀랐다. 어디 싸움이라도 하고 온 것 같았다.

“오빠, 요새 뭐 하고 다니길래 옷이 그렇게 너덜너덜해?”

“응? 아, 별거 아냐. 아, 그러고 보니 부모님 빚이 얼마라고 했지?”

“……갑자기 빚은 왜?”

“어쩌긴. 갚아야지 빚.”

“풉. 오빠 진지하게 그 말 하니까 웃긴 거 알아? 빚이 적어도 5억 정도 될걸? 오빠나 나나 앞으로 뼈 빠지게 일을…….”

진원은 통장을 펴서 웃고 있는 지원에게 내역을 보여 주었다.

“어? 뭐야? 진짜? 이거 진짜야?”

처음에 장난인 줄 알았지만 말도 안 되는 금액이 적혀 있어 통장을 낚아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래. 부모님 해외에서 관광하고 좀 쉬시라고 해.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을 테니까. 1억 5천 정도 보내 드려. 나머지도 언젠가는 꼭 갚아 드릴 거야.”

그리고 따로 인출해 둔 현금도 지원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이거. 너 이거로 교재 사거나 필요한 것 사거나 하고. 넌 알뜰하게 돈 잘 쓰니까 뭐…… 알아서 잘 쓰겠지.”

동생은 지금껏 내색은 안 했지만 먹고 싶은 1천 원짜리 떡볶이조차 참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오빠…….”

“왜. 감동했냐?”

“이거 사실 오빠 몸값이고 그런 거 아냐? 나중에 배 타러 막 사라지고……. 그래도 뭐 오빠 몸값치고는 꽤나…….”

진원은 그런 동생의 이마에 딱밤을 먹였다.

딱!

“아, 왜 때리는데!”

“사라지긴 무슨. 그리고 시장떡볶이 말고 엽기떡볶이 사 먹어도 된다.”

그렇게 말을 끝내고 진원은 자신의 방으로 유유히 들어갔다.

“뭐야. 내가 그렇게 티냈나? 그래도 한 번 정도는 사 먹어도 되겠지? 히히.”

**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두운 새벽. 진원의 방만 유난히 밝다.

“1분 남았다. 집중하자!”

진원은 방 안에서 노트북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것은…….

[일쥐 vs 심송 경기 티켓 판매까지 남은 시간 : 1분]

야구 경기의 좌석 예약이었다. 스마트폰으로 타이머 어플을 켜 시간을 맞췄다. 마우스에 손을 올리고, 그대로 기다렸다.

“지금!”

타다다닥!

1분이 지나고 마우스의 클릭 소리와 키보드의 타자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아오! 앞자리는 도대체 어떻게 걸리는 거냐!”

그렇게 고생해서 얻어 낸 자리는 딱 중간보다 약간 뒤에 있는 자리였다.

띠리리-.

때마침 전화가 걸려왔다. 보나마나 영호겠지. 타이머를 끄고, 그대로 스마트폰을 들어 받는다.

“이번엔 예매 성공했다.”

“오? 성공했냐? 앞자리 잡았냐?”

영호는 진원의 말에 의외라는 듯한 대답을 했다.

“앞자리는…… 어떻게 잡는 거야, 도대체? 눈 깜빡하니까 그냥 사라지던데.”

“앞자리는 다 그렇지 뭐. 그래도 이번엔 성공했다니 다행이네. 홈런 한번 칠까.”

“네가 그렇게 말하면 진짜 칠 거 같다니까. 어쨌든 이번엔 보러 간다. 홈런 칠 거면 공은 꼭 내 쪽으로 날려.”

“노력해 볼게. 일단 난 이만 끊는다. 감독님이 부르셔서.”

그렇게 서로 간에 짧은 대화가 오가고 통화가 끊어졌다.

경기 시작까지 남은 시간은 7시간. 시간적으론 여유로운 편이다.

진원은 침대에 앉은 후, 상태 창을 열어 자신의 상태를 점검해 보았다.

<플레이어>

이름: 김진원

레벨: 12

직업: 미정

등급: 미정

업적: 없음

칭호: 없음

HP: 200

MP: 400

[스텟]

근력: 20 민첩: 15 체력: 20 마력: 40 ??: 0

미분배 포인트: 15

# 플레이어 중 유일하게 상점 기능이 개방됩니다.

[스킬]

마구 Lv.10 (Max)

불굴 Lv.1

미분배 포인트 : 3

[상점]

Lv.2

현재 자신의 레벨은 12. 플레이어 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단기간에 이 정도 레벨 업이면 괜찮은 편이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나머지 스텟 하나는 언제 개방되는 거냐. 궁금해 죽겠네.”

상점의 레벨은 올랐지만 물음표로 표시된 스텟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정보 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하고, 글을 하나 올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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