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레벨 업!-3
“양쪽으로 1마리씩 더 옵니다! 오른쪽은 제가 시간을 끌겠습니다!”
의문을 느끼기도 전에 양쪽에서 고블린이 나타나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파티장은 왼편의 고블린을 방패로 멀리 밀어냈다. 다른 파티원들도 지원을 하기 위해 진형을 만들었다.
진원은 3미터 정도 앞으로 뛰어가 와인드업을 하고, 놈의 머리를 조준해 던졌다.
휙!
“키엑!”
마구는 놈의 머리 위를 지나갔다. 불발이다. 머리에 두건을 쓰고 있는 놈은, 생각보다 날렵했다.
“아니, 저런 미친놈이?”
고블린이 슬라이딩을 하는 것은 처음 봤다.
“키에엑!”
놈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곤봉을 들고 뛰어왔다. 팔을 교차해 막으려고 자세를 취한 순간,
“진원 씨!”
어느새 고블린을 처리한 파티원들은 진원의 앞으로 가서 방패를 들었다.
티잉! 티잉!
“큭! 뭔 충격이!”
“크윽!”
방패에 상당한 충격에 가해졌는지 파티원 2명은 방패를 손에서 떨어트렸다.
“흡!”
그사이 파티장이 달려와 방패로 엘리트 고블린을 멀리 밀어냈다.
“라이트!”
“파이어볼!”
펑!
“키엑!”
은지와 지희의 스킬 연계에 놈은 파이어볼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맞아 괴로운 듯한 목소리를 냈다. 진원은 그것을 보고 와인드업을 해, 마구를 사용했다.
“흐읍!”
쉬익-.
퍽!
마구는 놈의 머리에 적중했다. 놈은 스킬의 충격에 쓰러졌다.
“지금이다!”
파티장의 신호에 파티원들이 달려들어 검으로 놈의 몸을 마구 찔렀다.
띠링.
[엘리트 고블린을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휴우…….”
몬스터가 처치되었다는 메시지를 보고서야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진원은 놈에게서 골드를 얻기 위해 슬그머니 엘리트 고블린의 시체로 다가갔다.
[180골드를 획득하였습니다.]
[아이템: 엘리트 고블린의 두건을 발견했습니다.]
[엘리트 고블린의 두건]
종류: 기타
두건치고는 꽤나 질기고 튼튼하게 만들어졌다. 머리에 두르기엔 아까워 보인다.
‘나이스. 180골드나 주네.’
다른 파티원들은 진원이 스킬을 사용했던 것을 눈치를 못 챈 듯했다. 하지만 파티장은 자신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허, D급 던전에 엘리트 몬스터라니……. 처음 봤습니다.”
고블린에게서 아이템을 줍던 파티원 1명이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 아까부터 신경 쓰이는 점이다. 모두들 긴장감을 가져라. 아까 같은 습격을 당할 수도 있으니.”
선두에 선 파티장은 아까와 같은 참사를 피하기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여러분, 파티장님, 여기 아이템을 발견했습니다!”
어느새 진열을 이탈한 파티원 1명이 구석진 바닥에서 뭔가를 발견한 듯 들어올렸다.
“이봐, 섣불리 아이템 건드리고 그러는 거 아니다.”
“아, 죄송합니다. 고블린 킹의 왕관이라고 있길래 저도 모르게……. 그런데 이거 고블린 킹을 죽여야 나오는 아이템 아니던가요?”
맞는 말이다. 그런데 저게 그냥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다?
뭔가가 이상했다. 고블린 킹이 보스라면, 저걸 머리 위에서 내려 둘 리가 없다.
그렇게 고민하던 시간도 잠시.
파티장의 표정에 다급함이 묻어나왔다.
“아니? 이봐, 그거 당장 내려놓고 도망쳐라!”
“아저씨, 도망쳐요! 빨리!”
파티장과 은지가 파티원을 향해 다급하게 소리쳤다.
“네? 갑자기 무슨…….”
뻐억!
파티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위에서 내려친 곤봉에 의해 순식간에 몸이 무너졌다.
“꺄악! 아저씨!”
“아니! 저놈이 여기 왜 있는 건데!”
쿵! 쿵!
놈은 돌로 만들어진 곤봉으로 땅을 내려치며 우리들에게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여긴…… 여긴 분명히 D급 던전이라고!”
“우린…… 다 죽었다…….”
파티원들이 놈을 보고 기겁하면서 뒤로 물러났다. 이미 전의를 반쯤 상실한 채다.
어느 던전이든 변수는 존재했다. 다만, 우리는 조금 큰 변수에 해당되는 듯하다.
후욱- 후욱-.
놈은 거친 숨을 내쉬면서 천천히 앞으로 다가왔다.
딱딱하게 돌처럼 굳은 검은 피부, 2미터가 조금 넘는 키와 큰 덩치, 그리고 흉측한 얼굴. 그것은 트롤이었다.
보통 고블린들은 고블린 킹에 의해 체계가 잡혀 있어 집단으로 모여 다닌다.
고블린 킹이 트롤에게 죽었다면, 던전에서 발생한 변수에 대해서도 납득이 되었다.
“어, 어떡해! 지희야, 저거 어떡해야 돼?”
“모, 몰라! 나도 모른다고! 트롤이 왜 D급 던전에 있는 건데!”
파티원들은 트롤을 보고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났다.
“다들 진정해라! 어떻게든 살아 나갈 생각만 해라! 그리고 빨리 대형 길드에게 보고해!”
파티장은 어떻게든 파티원들을 진정시켜야 했다.
하지만 눈앞의 트롤은 그것조차도 기다려 주지 않았다.
부웅.
놈은 곤봉을 위로 들어 파티원들을 향해 강하게 내려찍었다.
“크윽! 지희, 마법 준비해라!”
파티장은 앞으로 나가 대검을 들어 놈의 일격을 받아 냈다.
다 큰 개체가 아님에도 완력이 상당한 듯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놈의 행동이 느릿하다는 점과, 단순하다는 점.
“스킬을 사용할 테니 나한테서 최대한 떨어져 있어라!”
파티장은 ‘스킬 : 광전사의 분노’를 사용했다. 눈이 붉게 물들고, 팔의 근육이 터질 것같이 부풀어 올랐다.
“크아아아!”
‘검은색이라…….’
현재 놈의 이름색은 검은색. 현재 자신의 레벨과 스텟으로는 잡을 수 없는 수준이라는 뜻이다. 놈의 위압감에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던 자신도 긴장이 되었다.
‘아껴두었던 스텟이랑 스킬 포인트를 여기서 전부 사용해야 되겠다. 자칫하다가 나까지 휘말리겠어.’
그렇게 파티장이 트롤과 전투를 하는 와중에 진원은 뒤로 빠져 상태 창을 불러왔다.
“상태 창.”
[스텟]
근력: 10 민첩 : 15 체력: 20 마력: 30 ?? : 0
미분배 포인트 : 20
[스킬]
마구 Lv.1
불굴 Lv.1
미분배 포인트 : 9
그리고 근력에 10포인트, 마력에 10포인트를 투자했다. 이어서 남은 스킬 포인트 전부를 마구에 사용했다.
[스텟]
근력 : 20 민첩: 15 체력: 20 마력: 40 ??: 0
미분배 포인트: 0
[스킬]
마구 Lv.10 (Max)
불굴 Lv.1
미분배 포인트 : 0
일단 포인트 배분은 끝났다. 겉으로 이렇다 할 변화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놈의 이름이 빨간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다음으로, 스킬을 살펴보았다.
[마구 Lv.10 (Max)]
액티브 스킬.
마력이 담긴 구를 생성해 날립니다.
자신이 직접 날릴 시, 플레이어의 기량에 따라 추가 대미지가 적용됩니다. (MP: 100 생성 개수 : 1개)
추가 대미지 +10%
Max 부가 스킬 : 마구가 10초의 충전 시간을 가지는 대신, 대미지가 150% 증가합니다. (MP: 400, 재사용 대기 시간: 1시간, 시전 중 이동 불가)
남은 스킬 포인트를 전부 투자해 Max 레벨을 달성했다. 그만큼 MP 소비량이 늘었지만 추가 대미지가 붙고 강력한 대미지를 가진 부가 스킬이 생겼다.
챙, 챙.
“크아아아!”
앞에는 괴성을 지르며 트롤과 싸우고 있는 파티장이 보였다.
그 뒤에서 강은지는 슬로우 힐을 사용해 계속해서 파티장의 HP를 회복시켜 주고 있었다.
“지희 씨, 마법으로 지원은요?”
진원은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는 지희를 보며 말했다.
“혹시라도 파티장님 맞으실까 봐……. 아직 세밀한 컨트롤을 잘 못 해. 나도 맘 같아선 되는 대로 마법 날리고 싶다고!”
지희도 답답한지 그저 자리에서 발만 동동 굴렀다.
“세밀한 컨트롤이라…….”
살면서 공을 몇 번이나 던져 봤던가. 겨우 조금 휘는 정도의 공을 던지기 위해서. 정확한 위치에 공을 꽂아 넣기 위해서.
“어쩔 수 없지.”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더 이상은 숨기기 어렵겠지. 진원은 낡은 글러브를 꺼내 착용한 후 와인드업을 했다.
“어디 레벨 10짜리 마구 한번 맞아 봐라!”
그리고 최대한 팔에 힘을 실어 놈의 머리에 마구를 날렸다.
쉬익- 빠악!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고 진원이 던진 마구는 놈의 머리에, 정확히는 이마 쪽에 적중했다.
“너…… 짐꾼 아니었어?”
그 장면을 본 지희가 놀란 표정으로 진원을 쳐다봤다.
“크워어!”
마구를 맞은 놈은 갑작스러운 고통에 손으로 머리를 움켜쥐었다.
“으아아!”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파티장은 대검으로 놈의 가슴 부근을 찔렀다.
푸욱!
단단한 피부를 뚫고 검이 박히는가 싶었지만, 놈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 그대로 공격을 강행했다.
“크어!”
퍽!
놈이 발을 들어 파티장을 밀쳐냈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대비를 못 했는지 배에 적중했고, 그대로 벽 쪽으로 날아갔다.
“크윽!”
어느새 스킬 유지 시간이 끝났는지 파티장의 붉게 물들었던 눈은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충격이 상당했는지 입가에 피가 흘러내렸다.
“파티장님, 이리로! 어그로 좀 끌어주세요!”
파티원 1명이 빠르게 다가가 어깨를 일으켜 뒤로 빠진다.
“아이스 랜스! 파이어볼!”
트롤이 접근하지 못하게 지희는 미리 캐스팅해 둔 마법을 사용해 견제를 시작했다.
“트롤의 약점이 뭐지?”
진원은 지희와 함께 마구로 다가오지 못하게 견제를 계속하면서 놈의 약점에 대해 물어보았다.
“너 대체…….”
지희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말을 멈추고, 설명을 시작했다.
“딱히 없어. 방어력도 높고, 재생력도 뛰어나. 굳이 하나 꼽자면, 밝은 걸 싫어하는 것 정도? 그래서 무슨 방법이라도 있어?”
“방금 생각났어. 은지 씨, 치료는 나중에 하고 라이트로 최대한 시간 좀 끌어 줘요!”
“네? 네!”
은지는 진원의 말에 라이트를 사용해 놈의 머리에 띄웠다.
“크어어어!”
우리에게 다가오던 놈은 한 손으로 눈을 가리며 곤봉을 이리저리 휘둘렀다.
그사이 진원은 미리 챙겨 온 하급 HP 포션을 파티장의 입에다가 연속해서 넣었다.
“정신이 좀 드세요? 일어나자마자 죄송한데, 시간 좀 끌어 주셔야 되겠습니다. 정면에서 10초 정도. 가능하시겠어요?”
4개째를 넣고 나서야 파티장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켰다.
“후우……. 진원 씨? 갑자기 시간은 왜…….”
파티장은 의아한 눈으로 진원을 쳐다봤다.
“시간이 없습니다. 저를 믿어 주시면 던전을 클리어하는 데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파티장은 진원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으로서 딱히 방법이 없긴 하다. 한번 믿어 봐야겠군.’
“방어만 집중적으로 하면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그런데, 오래는 못 버틸 겁니다.”
“네. 그런데 기회는 한 번뿐이라 빗나가면 끝입니다. 제가 피하라고 하면, 몸을 최대한 낮추세요.”
“해 보겠습니다.”
파티장은 몸을 일으켜 방패를 두 손으로 들고 트롤에게 향했다.
“죄, 죄송해요! 더 이상은 MP가 없어서…….”
은지는 힐로 상당한 MP를 소모했는지 라이트를 유지하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다.
“괜찮다. 이제 내가 맡겠다. 그럼 진원 씨, 부탁드립니다.”
“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상당히 지쳐 보였다. 시간을 길게 끌면 안 된다.
라이트가 사라지자, 놈은 다시 날뛰기 시작했다.
“진원 씨, 지금입니다!”
진원은 파티장의 신호에 마구의 부가 스킬을 사용했다. 현재로서 돌파구는 이 부가 스킬밖에 없었다.
띠링.
[부가 스킬 발동까지 남은 시간: 10초]
MP가 한 번에 빠져나가니 순간적으로 현기증이 올라왔다. 잠시 비틀거렸지만 이내 중심을 잡는다.
손에서 생성된 마구가 천천히 진동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