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레벨 업!-1
포탈 앞의 감시원에게 입장권을 넘겨주고 던전에 입장한 진원은 던전에 들어가 글러브를 착용하고 몬스터들을 앞에 두고 스킬: 마구를 사용해 보았다.
오른손에 야구공보다는 작은 검은색의 공이 생성되었다.
[아이템: 낡아빠진 글러브]
낡아빠져 착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 글러브.
종류: 무기
등급: 일반
공격력+2 마력+1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겠지.”
심호흡을 하고, 와인드업을 한 뒤, 힘껏 앞의 몬스터를 향해 던졌다. 엘릭서의 효과 덕분일까, 예전보다 구속이 훨씬 빨라진 느낌을 받았다.
쉬익! 푸확!
E급 던전의 미들웜이 스킬 한 방에 풍선 터지듯이 터졌다.
“오. 하급 스킬치고는 생각보다 센데? 한 방이라니.”
마구를 사용해 몬스터들에게 던지니 단 한 방에 터져 나가며 죽었다. 다시 마구를 사용해,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5마리를 연속으로 잡으니 연속으로 2레벨 업. 역시 1레벨의 플레이어는 레벨을 올리기 쉽다는 커뮤니티의 정보가 맞았다. 아마 이대로 3~4레벨은 순조롭게 올라갈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진원은 레벨 업 메시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마구를 던지려 했다.
하지만 마구가 생성되지 않았다.
[MP가 부족합니다.]
자신의 MP량이 너무 낮아 고작 마구 다섯 번에 0이 되어 버렸다.
진원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챙겨 온 하급 MP 포션을 꺼내 마셨다.
‘챙겨 온 건 10개니까, 앞으로 쉰 번은 더 던질 수 있다. 뽕을 뽑아 주지.’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렇게 미들웜들을 처리하고 하급 마정석을 몇 개 주은 뒤, 앞으로 나아가려는 순간 시체에서 메시지가 떠올랐다.
[9골드를 획득했습니다.]
[14골드를 획득했습니다.]
[22골드를 획득했습니다.]
‘골드? 상점이 열려서 주는 건가?’
몬스터에게서 나오는 건 장비류나, 다양한 아이템 종류로 알고 있다. 골드가 나온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상점 창을 열어 보니, 보유 골드에 45골드가 추가되어 있었다.
현재 구매 가능한 물품이 없어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앞으로 걸어 나간 지 5분쯤 지났을까. 눈앞에 살색 빛을 띠고 있는 거대한 빅웜이 느릿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보스 : 빅웜]
‘어우. 되게 징그럽게 생겼네.’
아무래도 보스 몬스터인 듯하다. 지난번에는 중간에 포탈로 빠져 버려서 보스가 얼마나 강한 놈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름에 노란색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 혼자서도 가능한 수준인 것 같다.
‘회색이 매우 약함, 초록색이 약함, 노란색은 적정, 빨간색은 위험, 검은색은 매우 위험이었나.’
“넌 몇 방이나 버티나 보자.”
그렇게 와인드업을 하고, 마구를 생성해 연속해서 던졌다.
“끼에엑!”
보스는 괴성을 지르며 잠시 행동을 멈췄다.
“그로기다!”
몬스터가 일정이상의 피해를 입으면 생기는 패턴, 그로기. 잠시 동안 몬스터가 공격을 하지 않고 방어도 하지 않는, 좋은 기회다.
“흐읍!”
진원은 팔에 힘을 최대한 실어, 마구를 던졌다.
푸확!
스킬을 맞은 보스의 몸이 터지며 메시지가 나왔다.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보스: 빅웜을 처치했습니다!]
“후. 보스 몹은 확실히 단단하네.”
MP 회복 포션을 4개를 사용하고도 네 번 더 마구를 던지고 나서야 놈은 괴성을 지르며 누런 액체를 내뿜으며 죽었다.
중간에 하얀 실 같은 것을 내뿜어서 상당히 귀찮았다. 빅웜의 실 같은 경우는 근력 스텟이 높지 않으면 혼자서 끊는 게 힘들었다.
보통 4인 파티 기준으로 E급 던전을 클리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0분 정도.
“1시간 30분이라. 많이도 걸리네.”
진원은 혼자다 보니 클리어하는 데 시간이 2배 이상 걸렸다.
[던전을 클리어했습니다!]
랭크: A
추가 보상: 하급 마정석 1개
던전 클리어 랭크가 A랭크 이상이면 추가보상을 획득할 수 있었다. 정확한 랭크 산정 기준은 모르지만 최고 랭크가 SS랭크인 것을 감안하면 좋은 랭크다.
하지만 E급 던전이다 보니 클리어 보상은 있으나 마나인 수준.
눈앞에서 떨어지는 마정석을 주워 챙겨 온 배낭에 넣은 뒤, 상태 창을 불러와 마력에 스텟을 전부 사용했다.
[스텟]
근력: 10 민첩: 15 체력: 20 마력: 30 ??: 0
미분배 포인트: 0
그렇게 해서 늘어난 MP는 300. 이제야 숨통이 트일 만할 수준이다.
‘스킬 포인트는…… 일단 던전을 클리어하는 데 지장이 없으니 세이브해 두자.’
진원은 던전 밖으로 나간 뒤, 협회로 가 다른 E급 던전 입장권을 구매한 뒤 다시 던전으로 향했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 뒤로 E급 던전을 추가로 두 번이나 더 클리어했지만, 겨우 1레벨이 더 올랐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하급 던전의 효율이 상당히 안 좋아졌다.
“아, D급부터는 입장료가 상당한데…….”
E급 던전은 200만 원이면 갈 수 있지만, D급부터는 800만 원으로 가격이 무려 4배가 오른다.
괜히 플레이어들이 길드 가입을 하는 것이 아니다. 길드원이 되면 입장료 지원과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하지만 그렇다고 성급하게 길드 가입을 할 생각은 없었다.
‘아직은 눈에 띄고 싶지 않은데.’
상점 이용이라는 특전이 노출되는 것을 최대한 피하고 싶었다.
현재 자신의 레벨이 너무나도 낮았기 때문.
‘남 잘되는 것을 보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꽤 있단 말이지.’
진원은 팔짱을 끼고 제자리에 서서 고민하다가, 뭔가가 생각났는지 스마트폰을 켜 플레이어 구인구직란을 살펴보았다.
“역시 D급 던전을 혼자서 가는 건 무리겠지.”
E급 던전을 클리어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 D급은 얼마나 오래 걸릴까.
그 이전에 클리어한다는 보장도 없다.
[D급 던전 클리어하실 짐꾼님 모십니다!]
체력 스텟만 20 이상이시면 누구나 환영합니다! 레벨 제한 없습니다!
C급 플레이어 2명과 D급 플레이어 4명으로 이루어진 파티입니다.
보수는 300만 원으로 당일 지급합니다.
‘이거라면 D급도 프리 패스로 갈 수 있겠는데?’
어느 등급의 던전이든 제한 없이 갈 수 있는 포지션 짐꾼. 하지만 던전 등급이 올라갈수록 당연히 위험도는 증가하기에 짐꾼의 지원율이 낮아지는 것을 뉴스를 통해 봤었다. 그 덕분인지 짐꾼은 입장료가 면제다.
‘D급 던전의 수준이 어떤지 확인해 볼 겸 가 보는 것도 괜찮겠지.’
짐꾼으로 참가를 결정한 진원은 지원 메시지를 보낸 뒤, 집합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
그렇게 해서 도착한 곳은 서울의 한 고속버스터미널. 사람들이 분주히 지나다니고 있는 와중에 유독 눈에 띄는 사람들이 보였다. 플레이어들이다.
“안녕하세요. 짐꾼 지원자 김진원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파티장입니다. 이야, 체력 좋아 보이시네요.”
우락부락한 몸과 스포츠 컷을 한 파티장이라는 남성은 등 뒤에 대검과 철로 된 원형 방패를 메고 있었다.
가죽으로 만든 흉갑까지 착용한 것으로 볼 때 전사 직업류로 보인다.
“와, 저사람 되게 괜찮다. 그치?”
“어차피 짐꾼이잖아.”
파티장의 어깨너머로 보이는 힐러 1명과 마법사 1명. 각자 겉으로 보면 직업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티가 난다.
각각 흰색 계통의 신관복과 보라색 계통의 로브를 착용하고 있다. 마법사 쪽은 왠지 조금 건방져 보인다.
이 셋을 제외하고 다른 파티원들은 그냥 평범한 플레이어 같은 느낌이었다.
“짐꾼 포지션에 레벨 제한은 없습니다만……. 레벨은 여쭈어 보아도 될까요?”
플레이어 간의 레벨은 제한이 있는 파티가 아니면 굳이 대답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딱히 숨길 이유도 없어서 사실대로 말했다.
“6레벨입니다.”
“음……. 그렇군요. 뒤에 잘 빠져 계시면 아무 문제없을 겁니다.”
“네. 혹시 파티원분들 레벨이 어떻게 되시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진원은 D급 던전을 공략하는 파티원들의 평균 레벨이 궁금해 파티장에게 물어보았다.
“물론이죠. 저와 저기 마법사는 26레벨 23레벨, 힐러분은 20레벨입니다. 나머지는 10레벨 대고요. 다들 레벨은 충분합니다.”
파티장은 그런 진원이 던전 클리어를 할 수 있을까 불안감을 가지는 듯 보여 친절하게 답변해 주었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그렇게 말을 끝낸 후, 인원을 체크하고 파티원들에게 주의 사항을 전달했다.
“지금부터 D급 던전에 입장한다. 미리 브리핑한 대로 고블린들이 주로 나올 것이며 특히 빨간색을 띄고 있는 레드 고블린은 꼭 먼저 처치해야 한다. 전방은 레드 고블린에게 다가가지 말도록. 마법사 포지션은 원거리 공격을 하는 고블린들을 맡는다. 전방은 나와 미리 정해 둔 3명이 맡는다. 질문 있는 사람?”
파티장의 말에 진원은 손을 들어 레드 고블린에 대해 물어보았다.
“쉽게 말하자면, 살아 있는 폭탄 같은 놈이죠. 그냥 고블린들만 있다면 10레벨대 정도로 D급입니다. 그런데 가끔씩 몸에 색깔을 가진 놈들이 나옵니다. 레드 고블린은 평균 레벨이 20대 이상이므로 꼭 멀리서 처리해야 합니다. 폭발 반경이 생각보다 넓거든요. 주의 사항은 이 정도입니다. 아, 그리고 거기 너!”
그렇게 말을 끝맺으려다가 손가락으로 뒤쪽의 플레이어 1명을 지목하면서 말을 이었다.
“내가 앞머리 자르라고 하지 않았나? 그렇게 길면 시야에 방해된다니까!”
“……네. 다음에 꼭 자르겠습니다.”
확실히 앞머리가 콧등까지 내려와 얼굴 반이 가려져 있다.
등에 철로 된 커다란 사각 방패를 메고 있는 것을 보면 전방을 담당하는 듯하다.
그렇게 말을 끝내고 파티장이 대표로 포탈 앞의 감시원에게 입장권을 주고, 1명씩 포탈 안으로 들어갔다.
던전에 들어가니 보이는 풍경은 식물 줄기가 어지럽게 뻗어 있는 버스터미널.
밝았던 풍경은 어둡게 변해 있었으며 달걀 썩은 내 같은 냄새가 올라왔다.
“음……. 여긴 인스턴스 던전이다. 예상했던 던전이 아니지만, 일단 포지션은 그대로 유지한다. 맵이 넓게 트여 있어 기습 걱정은 할 필요가 없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주의하도록.”
파티장의 말에 파티원들은 마법사와 사제를 후위에 두고, 전사 직업류가 전방에 서는 포지션을 형성했다.
진원은 제일 뒤에서 파티원들의 짐을 짊어지고 주위를 천천히 살폈다.
버스 터미널을 기반으로 한 인스턴스 던전이다 보니, 확실히 맵이 넓게 트여 있다. 놈들의 주특기인 기습은 불가능할 듯하다.
넓은 장소부터 탐색하기로 하고, 파티는 상점가 방향으로 이동했다.
지나가면서 본 상점가들의 내부는 엉망으로 어지럽혀져 있었다.
또한 깨진 창문과 금이 간 벽들을 보니 오래전 폐업한 건물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천천히 상점가를 지나치고 있을 때, 파티원의 외침이 들렸다.
“고블린! 위쪽에 고블린입니다!”
그의 외침에 모두 고개를 들어 확인했지만, 어느새 모습을 감췄는지 아무것도 없었다.
“놈의 무장이 어떤지는 확인했나? 놈의 색상은 어땠지?”
“머리만 빼꼼 내밀어서 확인을 못 했습니다. 색상은 확실치는 않지만…… 그린일 겁니다.”
“흠. 강은지 씨, 라이트의 출력을 강하게 해서 고블린이 나타났다는 위치에 띄워 주세요.”
“네……. 네!”
파티장의 지시에 강은지라고 불린 사제는 긴장감이 맴도는 목소리로 대답을 한 후, 라이트를 사용한다.
볼링공만 한 백색의 구가 생성되어 서서히 위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