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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운은 만렙이다-183화 (183/200)

< 태초로 향하는 길. >

이하얀은 용혈을 토해내며 마신의 군단을 저지했고 성시연과 그녀를 따르는 릴리스의 군단은 마신의 군단을 무너뜨렸다.

뒤이어 온 지원 병력.

진훈과 진솔의 황금빛 무리.

한구본의 정연, 소이현의 흑연, 언더월드의 용병과 구울, 안혜림의 원탁의 기사, 앤 샤를의 아스가르드 신의 후예들, 길이현과 라엘 카네기가 이끄는 인류의 전력.

세르게이와 검성, 니디아와 창신. 그들이 이끄는 세력과 한도석, 이정현. 그리고 그들이 키워낸 신인류까지. 몇몇은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최소 온전한 신격.

높게는 드높은 신격까지 보유한 이들이었다.

인류 대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전력이다.

이 모든 전력이 마신의 궁전을 공략했다.

이것에 올인 한 것은 이유가 있어서였다.

“네가 그럴 수 있을까.”

마신의 의문은 가능성의 여부다.

“한 가지만 대답해 주십시오.”

그런 질문을 한 한성이 참으로 별나단 표정으로 바라봤다. 지금 살려주는 것도 감지덕지해야 하는 인간이 도리어 질문을 하고 있다.

마신은 그런 인간이 재미있었다.

아니, 시간을 끄는 게 보였지만, 그것은 상관없다는 투였다.

“한 번 들어나 보지.”

“이 세계를 없앴을 때, 제 친구를 데려갈 수 있나요?”

“뭐? 아하하하. 욕심도 많구나.”

절대 안 된다는 반응.

하지만 이걸 마신이 알고 있을까?

모르는 게 맞다.

유추는 할 수 있겠지.

“불가능하다.”

“그걸 어떻게 아시는 겁니까.”

“반복되는 세상의 가치는 이미 저 멀리 사라진 뒤니까.”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그게 마신이 하고 싶은 모든 말이었는지, 고개를 돌린다.

한성의 친구들이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곳으로 손을 뻗었다.

저들은 마신의 궁전을 무너뜨렸으나, 마신의 힘이라면 저기 모든 이들을 한순간에 소멸시킬 수 있다. 이한성의 신격? 마신의 털끝 하나 건들 수 없다.

마신은 고개만 다시 돌려 물었다.

“그래서, 네가 이 세상을 없앨 수 있을까?”

많은 의미가 담긴 미소가 떠올랐다.

한성은 잠시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리고, 입을 열기 직전이었다.

- 당신은 ‘마신의 궁전’을 무너뜨렸습니다.

- [초월 신화의 무리]를 획득합니다.

- 당신의 신격이 한층 성장합니다.

기다리던 첫 번째 시스템 문구가 떠올랐다.

이것은 한성뿐만 아니라 이곳에 모인 모두가 받았을 거다. 곳곳에서 신격이 상승하는 게 느껴졌다. 이것은 보통 업적이 아니다.

초월 신화가 모여 하나의 무리가 된다면, 이것은 그런 무리가 모여 상위의 거대한 무리를 이룬 것이다.

- 만렙에 다다른 당신의 [운]이 영향을 끼칩니다!

- 당신의 [구사일생의 회귀]에서 마신의 행동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또한, 수많은 사람을 죽음에서 구원하였습니다.

- 사라진 회귀 속의 당신의 업적이 구체화됩니다.

- [초월 신화] : 멸망의 회귀에서 구원의 회귀로 이끈 자.

- 이것은 위대한 업적으로 기록됩니다!

- 당신은 또 하나의 죽음에서 삶을 되찾았습니다.

- 태초의 신격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 당신의 격의 [위대한 신격]이 한층 단단하게 성장합니다.

- 당신은 [태초로 향하는 길]이라는 업적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됐다.

이제 마신에게 비빌 최소한의 자격이 완성되었다.

하지만 한성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하나였다.

“네, 가능합니다.”

*  *  *

신호가 왔다.

예상과는 다른 신호였지만, 일단 공격하라는 신호는 맞았다.

“하라는 거 맞지?”

“응, 근데 최대한 빠르게. 깊숙이.”

무황의 물음에 이혜정이 대답했다.

조금 이상했다. 원래 신호는 ‘진입’ 정도였다. 그런데 쓸데없는 말이 붙었다. 괜찮다는 건가 위험하다는 건가는 모르겠다.

그래, 그거면 됐다.

하라면 하면 된다.

무황은 혼돈의 파편을 쥐었다.

그리고 혼돈의 끝을 열었다.

우우우웅!

검은 ‘끝’에 하얀 실선이 생긴다.

이제 돌이킬 수 없다.

천외천과 혼돈. 그리고 현계는 천외천과 연결된다.

실선이 사람 키만큼 벌어졌을 때, 무황과 케루빔이 안으로 들어갔다. 패연과 세이건이 뒤를 따랐고 무황의 동료. 그리고 용혈들이 천외천으로 진입했다.

번쩍.

천외천이다.

그들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폐허.

하늘엔 검은 재앙이 뒤덮여 있었고 땅엔 아무것도 살지 못하는 회색빛 대지가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눈앞의 신들.

그들은 하나같이 멀쩡한 이들이 없었다. 누구는 팔이 없고 누구는 상처투성이였으며 누구는 이미 죽어버린 시체 같았다. 하지만 그들의 눈은 독기를 품고 있었다.

그런 신격이······, 최소 수백.

그들은 죽어가는 천외천에서 벗어나 현계로 오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전투가 시작되었다는 거다.

화악.

케루빔이 시작이었다.

그녀는 타락하면서, 그리고 되돌아오면서 잃었던 격을 되찾기 시작했다. 한없이 순수하며 인류의 탄생에서 가장 가까웠던 신격.

화려한 여섯 쌍의 날개는 활짝 펼쳐졌다.

성스러운 기운이 주변을 감싼다.

마신이나 창조신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태초의 신격]이다. 한없이 순수한 그녀의 신격은 독기에 찬 수백의 신격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리곤 무황이 변했다.

평범한 인간이었던 진강철. 끊임없이 무를 추구했고 나중엔 이혜정을 만나 사랑과 영혼을 나눴다. 그러면서 이 황금빛 마력을 이어받게 되었다.

타고난 게 아니다.

그래서 직접 마계로 갈 수 없었다.

아니, 이미 한 번 갔다가 실패했었다.

그래서 진훈과 진솔에게 기대었다.

“이젠 다를 거야.”

이혜정이 그렇게 말했다.

진강철은 고개를 끄덕일 여유도 없었다.

화악.

신체가 새롭게 바뀐다. 육체가 신들이 인간에게 뿌린 제약을 벗어던지고 천외천에 알맞은 모습이 된다. 그리고 영혼까지 태초의 모습으로 변한다.

뒤에 있던 그의 동료도 마찬가지였고 패연과 세이건. 그리고 나머지 용혈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육체의 한계를 깨부쉈다.

영혼도 탈각(脫却)하며 ‘신’이라는 태초의 경지에 올랐다.

화악.

이혜정. 지금은 완벽한 케루빔이 눈앞에 도열한 신격에게 달려들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위대한 신들의 땅.

천외천에서의 [종장(終章)]의 시작.

*  *  *

진훈은 뒤를 바라봤다.

마신의 궁전은 무너졌다.

그 대가로 [초월 신화 무리]를 얻으며 격이 한층 상승했다. 온전한 신격에서 드높은 신격에 가는 길목에 있었던 진훈은 드높은 신격 최상위에 올랐다.

그 정도로 마신의 궁전을 부순 것은 엄청난 일이었다.

분명 이곳에 모인 전력은 인류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고, 그 전력으로도 한참을 걸려 무너뜨렸다. 그것도 한성이 마신의 시선을 끌고 있는 사이를 틈타 말이다.

쿠우우웅.

마신의 궁전은 아직도 무너지고 있다.

마신의 군단은 이미 끝났고 마신의 궁전에서 나온 이상한 마물과 괴수들도 거의 마무리 직전이었다.

“성공한 건가?”

진훈은 문득 뒤를 돌아봤다.

한성은 마신과 담판을 지으러 갔다.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며, 힘으로 막을 수 없는 그를 대화로 시간을 끌어보겠다고 했다.

다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렸지만, 그 말을 한 사람이 한성이었기에 모두 동의했다.

이젠 정말 한성이 해가 서쪽에서 뜬다고 해도 고개를 끄덕일 정도다.

그의 말이라면 누구든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 그 믿을 또 한 번 지켰다.

이곳의 모두가 마신의 궁전을 무너뜨리는 동안 위대한 신격보다 배는 강력하다는 [태초의 신격]을 지닌 마신은 등장하지 않았으니까.

오랜 시간 준비한 작전이다.

진훈과 진솔은 아스모데우스를 정화하고 어머니 이혜정을 되찾았다. 그러면서 둘의 신격은 한층 상승했다. 그리고 나서도 한성의 작전을 위해서 마계 곳곳을 돌아다녔다.

악마를 상대하는 힘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옆에 있는 한별도 마찬가지였으며 얜 샤를, 안혜림, 세르게이, 나디아, 길이현과 라엘 카네기라는 사람. 그리고 정연의 한구본, 흑연의 소이현, 언더월드의 심우주.

하나하나가 말도 안 되는 유명인이다.

강자이며 인류를 대표하는 이들.

원래 악당이었던 피터도 있었고 거의 천마와 다를 바 없는 힘을 지니게 된 한도석과 마도사 이정현. 그리고 그 둘이 키워낸 신인류 후보생들.

이 모두가 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 중심에는 물론, 한성이 있었고 말이다.

아직 잔당이 남았다.

몇몇 살아있는 악마도 발버둥 친다. 그들도 하나의 생명이라고,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움직이는 거다. 하지만 진훈은 그런 것에 동정하는 예전의 진훈이 아니었다.

적을 살려두면 친구가 죽는다.

그리고 가족이 죽는다.

직접 나서서 모두 죽여야 한다.

번쩍.

진훈의 주먹에서 황금빛 마력이 퍼져나갔다.

이 마력은 악(惡)에게 쥐약이다. 그리고 진훈이 얻은 [악마 사냥꾼]과는 엄청난 상성적 시너지를 일으키며 악마에 관해선 천적이라도 해도 될 정도가 되었다.

최근 5개월 동안 마계 곳곳을 다니면서 했던 일이, 이 악마 사냥꾼과 같은 상성 좋은 업적을 얻기 위해서였다.

그런 과정 끝에 이 정도까지 성장했다.

수준은 드높은 신격 정도에 불과하지만, 악마를 상대하는 것만큼은 옆에 있는 진솔과 비교해도 전혀 떨어지지 않는 무력이었다.

“후, 마무리해 볼까.”

그때였다.

옆으로 누군가 내려와 쓰러졌다.

털썩.

“성시연?”

진훈의 눈에 보인 것은 눈물을 흘리며 쓰러진 성시연이었다. 무엇이 그렇게 힘이 든 것인지 숨을 헐떡이며 얼굴이 파랗게 질려 있었다.

“무슨 일이야. 괜찮아?”

마신의 궁전은 무너졌고 이제 적은 없다.

성시연은 큰 상처 없이 마신의 군단을 무찔렀다.

“흐, 흐윽.”

성시연은 마음을 추슬렀다.

과거를 봤다.

아니, 모두가 죽는 장면을 봤다.

마신이 한성을 죽이고 이곳에 모든 이들을 손 한 번 뻗은 것으로 모조리 쓸어버리는 것을 봤다.

성시연은 죽기 전으로 되돌아와 싸우고 있었다.

앞에 마신의 군단이 있었으니 억지로 싸웠지만, 싸우는 도중에도 그 충격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다. 그러다 전투가 끝나자 모든 것을 쏟아내듯 쓰러진 것이다.

그리고.

“이대론 안 돼.”

그 장면 외에 또 다른 장면도 봤다.

성시연은 고개를 위로 쳐들었다.

그 ‘과거’는 아직 벌어지지 않은 것인가? 그렇다면 그건 과거가 아닌 ‘미래’인것인가. 머릿속이 까맣게 변할 정도로 복잡했다.

저 위에 한성과 마신이 있다.

이제 곧, 한성은 마신에게 죽을 것이다.

이건 아까처럼 되돌아오지 않는다.

그 이후에 본 장면은 아무것도 없는 흑색이었으니까. 한성이 죽음은 되돌릴 수 없는 무언가에 막혀 있었다. 그것을 구할 수 있을까?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곳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순 없다.

“안 돼.”

성시연은 눈물이 뚝뚝 흘러내리는 얼굴로 날아올랐다. 진훈과 한별이 그녀를 바라보곤 뒤를 따랐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한성이 위험한 것 같았다.

그때였다.

저 위에, 정확한 형상이 보이지 않는 높은 돌산 위에서 거대한 파장이 일대를 휩쓸었다.

콰아아아아!

“안 돼!”

성시연은 몸이 잔뜩 비틀리며 소리를 질렀다. 절규에 가까운 비명이었다.

그러면서도 올라가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진훈과 한별. 그리고 다른 친구들도 전장을 정리하다 말고 이곳으로 고개를 돌려 향했다. 아주 빠른 속도로 말이다.

콰아아아아!

다시 한 번 거대한 파장이 그들을 덮쳤다.

이번 파장은 드높은 신격에 든 친구들도 튕겨 나갈 정도였다. 마신의 힘인 것인지, 다가가는 것조차 힘든, 말도 안 되는 거대한 힘이 그들을 옥죄였다.

성시연은 날고 또 날았다.

투신과 게헨나의 화염을 모두 끌어올려 돌산 높은 곳에 도달했다.

“······아.”

성시연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다리에 힘을 풀려 도저히 일어나 있을 수 없었다.

< 태초로 향하는 길. >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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