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행운은 만렙이다-178화 (178/200)

< 아스모데우스. >

- 34위 악마 푸르푸르를 해치웠습니다!

- 42위 악마 베파르를 해치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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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2 악마 중 10의 악마를 해치웠습니다.

- 업적을 세웠습니다!

- [72 악마 학살자]를 획득했습니다.

- 당신의 [신화 무리]에 [초월 신화] 하나가 추가됩니다.

- 축제용 아이템 사용을 감지합니다.

- 점수로 환산······, 축제 기간이 아닙니다.

- 점수는 오르지 않습니다.

한성은 악마를 해치우고 업적을 얻었다. 신화 무리에 하나의 초월 신화가 추가되면서 격이 부쩍 느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한성이 이곳에 없더라도 이곳의 시간은 흐르고 있었고, 한성이 조금만 늦었다면 메인 캐릭터 대부분이 죽을 뻔했다. 아주 운이 좋았다고밖에 할 수가 없었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었다.

소중한 친구들을 절대 잃고 싶지 않았다.

지금까지 한성이 너무나 빠르게 성장해서 그렇지, 지금 이 시기에 메인 캐릭터 전부가 온전한 신격에 오른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만큼 잘 키운······.

아니다.

알아서 잘 큰 거겠지.

이제 이곳은 게임 속이 아니다. 게임과 같은 세계였지만, 이것은 오래전 멸망했던 하나의 세계. 그리고 그 세계를 멸망에서 구하기 위해 끊임없이 같은 멸망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제 그 중심에 한성이 섰다.

다 실제하는 세상인 거다.

한성이 사는 곳도, 이 세상도.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다니.’

도대체 어떻게 선택하라는 것인가.

한성의 머리는 복잡했다.

“야! 이한성!”

성시연이 한성을 불렀다. 옆으로 이하얀이 한성에게 달려들어 안긴다.

전투는 너무나 허무하게 끝났다.

한성의 등장은 충격이었다.

그가 끌고 온 강아지들은 더 충격이었고 말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놈.”

“그렇게 걱정했는데, 뭐 이렇게 당당해?”

“그냥 미친놈 같은데.”

길성현, 진훈, 피터가 순서대로 말했다.

한성은 품에 안겨 우는 이하얀을 안고 있었고 뒤에서 팔을 잡고 떨어지지 않는 성시연의 손을 잡아줬다.

“오오오, 이게 뭐야.”

“둘이 뭐야뭐야. 왜 이렇게 달달······.”

진훈과 한별이 한성과 성시연을 놀리려다 살의 가득한 마왕 성시연의 눈빛을 보곤 고개를 돌렸다. 분위기를 환기해 보려는 진훈과 한별의 노력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하얀아, 괜찮아?”

“흐윽. 으아아아앙.”

계속 운다.

달래도 운다.

“격이 왜 이렇게 훼손됐어.”

한성은 이곳에 돌아오기 전에 이계의 도시에서 구한 업적 몇 개를 꺼냈다. 하얀이가 용혈 개방으로 잃은 격을 모두 회복할 수 없겠지만, 임시적인 치료는 가능할 거다.

- [용혈의 탄생]

- [드래고니안의 영웅]

- [격을 희생한 영웅의 혼]

몇 개 안 되지만, 신화급 하나에 전설급 두 개다. 이 정도면 급하게 하얀이의 ‘격의 하락’을 막을 순 있다.

운이 좋았다.

한성은 축제의 마지막 날, 이종현을 털고 한나와 함께 축제 도박장을 향했다. DP도 걸고 업적도 걸면서 플레이어와 이계인이 모두 함께 도박을 즐기는 거다.

위 세 개의 업적도 모두 그곳에서 얻었다.

마치 하얀이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예측한 한성의 [운] 덕분이 아닐까.

“미안해, 정말.”

한성은 모두에게 사과했다.

그리고 알려줬다.

그 찰나에 이계의 도시에서 구했던 아이템에 의해 이계의 틈으로 들어가 그곳에 갇혀 있었다고, 일단 ‘이계의 도시’라는 건 알려진 게 극히 드물기에 뭐든 설명이 되는 치트키나 다름없었다.

피터는 의심 가득한 눈빛을 보냈지만, 그는 한성을 감히 의심하지 못했다.

“그래서 선물을 준비했어.”

한성은 품에서 신격이 줄줄 뿜어지는 물건을 꺼냈다. 업적도 있었고 장비도 있었으며 소모품도 굉장히 많았다. 어차피 도박으로 딴 것이기에 아낌없이 나눠줬다.

한성만 강해진다고 되는 게 아니다.

앞으로 종장에 닿기 위해선 한 명 한 명 모두가 강해져야 한다. 지금까지 위기에서 성장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DP를 발라서라도, 아주 조금의 무력이라도 키워야 한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 선물에 화가 풀리는 친구는 없었다.

가장 아끼는 친구가 죽었다가 살아왔는데, 겨우 선물 몇 개 준다고 표정이 바뀌는······.

“넌 왜 이렇게 좋아하냐. 길성현.”

“크흠, 그런 적 없다.”

“요즘 좀 후달리나 보지.”

“······무, 무슨 소리냐. 그냥 네가 멀쩡히 돌아와서 좋은······, 아니, 그게 아니라.”

예전엔 굉장히 비호감이었는데, 최근엔 점점 귀여워지는 느낌이다. 진훈이나 한별도 그 모습에 웃긴 것인지 굳었던 얼굴이 조금씩 풀어졌다.

찌이잉.

한성은 그때 멀리서 무언가를 느꼈다.

아주 먼 곳이다.

하지만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신격이었다.

아주 위험하면서 익숙한 신격.

한성의 시선은 진훈에게 향했다.

“······오는군.”

진훈이 결연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기다렸다.

이 순간을 위해 이곳에 온 거다.

그리고 버텼다.

단 한 명의 악마였지만, 지금까지 왔던 그 누구보다 강력한 악마 아스모데우스. 진훈의 어머니이며 악마가 아닌 천사였던 그녀.

“진훈, 진솔.”

한성은 둘을 불렀다.

둘은 한성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둘이 해결해야 한다.

나머지가 돕는다고 해서 변할 건 없다.

한성이 챙겨 준 아이템. 진훈이 아껴두고 있던 [악마 사냥꾼]이라는 업적. 정화된 진솔. 그리고 두 형제의 시너지.

이 정도면 충분할 거다.

“우리는 마신의 궁전으로 가야 해.”

혹은 마신의 탑이라 불리기도 한다.

한성이 말이었다.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가미긴을 죽이면서 지상의 재앙은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마계와의 연결이 끊어진 것도 아니고 마계화가 중지된 것도 아니다. 이 마계에서 끝을 봐야 한다. 그래야 인류가 조금이라도 더 살아남고 종장에 다가갈 수 있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해봐야 한다.

물론, 곧바로 마신의 궁전으로 간다는 건 아니다.

밑 작업이 필요할 테니까.

한성은 피터를 바라봤다.

“같이 갈래?”

“뭐, 어딜.”

한성은 피터의 변화를 감지했다.

그래서 그런지 웃음이 나온다.

“세상을 구하러.”

“······미친놈.”

“갈 거야, 말 거야.”

“······원한다면 어쩔 수 없이 따라가 주지.”

피터는 이렇게 되는 캐릭터다.

그를 제압할 힘만 있다면 말이다. 원래 세상을 구하고 싶은 영웅이었지만, 그 영웅이라는 가식이 싫었기에 악역을 자처했다.

자신은 다크 히어로다.

그런 중2병 같은 생각으로 가득 찬 캐릭터.

무력만 압도하면 다루는 건 어렵지 않다.

그리곤 길성현을 바라봤다. 그는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직접 물어보면 싫다고 할 가능성이 크다. 그냥 알아서 따라올 거다.

그래도 정은 많은 친구니까.

“그럼 이동한다.”

진훈과 진솔을 이곳에 두고 이동한다.

한성은 초끈의 힘을 끌어올려 공간을 뚫었다.

*  *  *

한구본.

정연의 가주이자 [현세의 마왕]이라는 이명으로 활동하던 영웅. 지금은 온전한 신격에 올라 드높은 신격을 위해 혼돈에서 싸우고 있다.

쿵.

검은 용 한 마리가 바닥에 쓰러졌다.

용혈은 30%나 될 법한 마룡이었다. 이제는 하다못해 혼돈까지 마계가 연결되고 있다.

“싸울 놈들이 많아서 좋긴 하지만, 심각하긴 한 모양이네.”

재앙이 있기 전부터 이곳에 있었다.

그 정도 재앙은 본인이 없더라도 알아서 막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본신의 힘을 키우는 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인류에게 이득인 거다.

드높은 신격이 코앞인데 닿을 수가 없다.

이한성은 이미 드높은 신격에 올랐다고 알고 있다. 자신의 아들인 한별도, 그의 친구인 진훈과 성시연 등등. 이제 막 아카데미를 졸업한 20살의 어린 친구들이 모두 온전한 신격에 올랐다.

아무리 한구본이 검은 땅을 떠나 전투를 그만둔 지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났다고 해도 아들한테 따라잡힐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대격변.

신격의 준동.

마계의 연결.

그런 큼지막한 일이 있을 때마다 어린 친구들은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졌다. 비천한 신격에 드는 건 어느 정도 재능이 있고 계약만 잘하면 어렵지 않게 된다.

“아직 부족하다.”

싸울 수 상대가 필요하다.

그리고 현계에선 격의 한계가 있다. 그나마 혼돈이 낫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이곳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마계인가.”

벽에 다다른 사람은 더 높은 곳을 찾는다.

천외천이면 좋겠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는 것도 안다.

그곳엔 무황과 용마족, 마룡족 등이 버티고 있으니까. 드높은 신격에 든 이 무력의 정점들이다. 아무리 한구본이라도 그들을 이기고 천외천으로 건너가는 건 불가능하다.

아니, 가능하다고 해도 굳이 시도할 생각은 없었다.

이미 한별에게 많은 것을 들었으니까.

오히려 그들을 돕는 게 낫다.

“마계로 가자.”

한구본은 그렇게 결심했다.

또한, 재앙이 점점 줄어드는 와중에 마계로 이동하는 사람은 많아졌다.

흑연의 소이현도 그러했고 언더월드의 심우주도 그랬다. 세르게이와 나디아, 얜 샤를과 안혜림도 마찬가지였다.

한 명씩, 마계로 향하기 시작했다.

*  *  *

진훈은 진솔과 함께 자리를 지켰다.

멀리서 다가오는 거대한 기운이 자신의 어머니인 아스모데우스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한성도 자리를 피해줬다.

아쉬웠고 불안했다.

지금까지는 한성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일 거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편했다.

한성이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정도면 거의 광신도 아니냐?”

“그냥 믿는 거지. 광신도는 무슨.”

“내가 악마였을 때, 마신도 그렇게 안 믿었다.”

“한성이랑 한 달만 있어 봐. 그럼 이렇게 될 걸?”

“걔가 무슨 신도 아니고.”

“신은 신이지. 종천의 구도자.”

“······어떻게 형한테 한 마디도 안 져요.”

“다른 건 져 줘도 한성에 관한 건 져 줄 수가 없지.”

진훈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웃음이 났다.

형과 이런 대화를 한 게 얼마 만인가.

일주일 전, 진솔이 악마였을 때. 그가 정화되고 인간으로 돌아왔을 때도 어색했다. 그리고 바로 한성이 죽은 줄 알았기에 사이는 가까워질 수 없었다.

진훈의 감정이 너무 가라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젠 다르다.

악마와 싸우면서 함께 했기 때문이다.

“하여튼, 잘해.”

“이게 형한테?”

“엄마가 형은 많이 아꼈잖아.”

“그럼 너는 안 아꼈냐? 다 똑같았지.”

그래도 진솔이 어머니를 더 좋아했다.

같은 악마였기에 그랬을지도 모른다. 진솔은 악마가 되었고 같은 악마였기에 유일한 가족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젠 그런 게 중요하지 않다.

아스모데우스는 혼자 이곳으로 향했다.

누구의 의지일까.

신의 사자이자 천사들의 사령관이었던 케루빔일까.

악마이자 72 악마 중 하나인 아스모데우스일까.

그것도 아니면 그들의 어머니인 이혜정일까.

“중요한 건, 모두 우리 엄마라는 거지.”

진솔이 그렇게 말했다.

사람이 변하긴 변한 모양이다.

진훈은 황금빛 마력을 뿜었다. 진솔은 파란 마력이었지만, 은은하게 노란빛을 띠고 있었다. 그것은 무황도, 진훈도 전혀 알지 못했던 진솔 고유의 마력이었다.

쿠우우우.

거대한 기운.

최상급 악마의 신격.

드높은 신격을 넘어선 위대한 신격.

아스모데우스가 진훈과 진솔 앞에 도착했다.

< 아스모데우스. >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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