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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운은 만렙이다-174화 (174/200)

< 네가 내 열혈팬이라고? >

한성과 이한나는 아주 쉽게 16강까지 올라왔다.

중간에 다른 비천한 신격을 한 명씩 만나긴 했지만, 어렵지 않게 이겼다. 그리고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질 때, 둘은 대기실에 있었다.

“생각보다 좀 하는데?”

한성이 이한나에게 말했다.

“그럼요. 오빠야말로 엄청나던데요?”

“내가 뭐 한 게 있다고.”

“오빠.”

“왜.”

“오빠는 언제쯤 끝날 거 같아요? 전 앞으로 6개월 정도가 한계 같은데.”

정상적인 플레이로. 그러니까 한 번도 죽지 않고 비천한 신격까지 올랐을 때, 대격변이 일어나는 중일 거다. 그랬으니까 비천한 신격에 올랐겠지.

게임 진행도는 어떻게 플레이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한성의 기준으로 봤을 때, 해룡에게 밤부를 얻으며 신격이 인류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대격변 시작된다. 이후엔 아마존에서 성배를 찾고, 용마족과 마룡족의 전쟁을 종식시키며 베리알을 죽이고 루시퍼를 만나고 가드니스에 천외천. 그리고 이계의 도시.

하긴, 이 정도까지 해서 이계의 도시를 소환했던 게 아주 빨랐던 거다. 다른 플레이어의 진도를 봤을 때 앞으로 최소 5년은 있어야 이계의 도시가 소환되겠다.

그러니 이 축제에 있을 때 DP에 목을 매지.

하여튼 막막하긴 하겠다.

한성도 그걸 다시 하라고 하면 할 수 있을까?

절대 못 한다.

운이 좋았고, 앞으로는 더 운이 좋아야 한다.

‘아무리 봐도 운에 몰빵했던 건 최고의 선택이었어.’

“지금이면 대격변이 시작될 땐가?”

“네, 전 번개 이능이 있어서 ‘토르’의 유산을 찾다가 대격변이 시작됐는데, 로키가 등장해서······.”

토르의 후예가 되는 루트가 있다.

그렇게 되면 로키부터 해서 아스가르드의 오딘이 다스린다는 총 9개의 세계와 싸우기도 해야 한다. 굉장히 극악의 난이도를 가졌기에 클리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목적이 클리어가 아닌 강한 힘을 갖는 거라면 말이 또 달라진다.

‘앞으로 6개월이 힘들다라.’

한성은 잠시 생각한 뒤에 입을 열었다.

“아마 아스가르드의 신격이 지구에 간섭하기 시작했으니까, 요툰헤임으로 가서 토르의 망치를 구한 다음, 로키의 군단에서 살아남아야······.”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

“······.”

“······?”

“튜브로 봤지.”

“3년 6개월 전에요?”

“그······렇지?”

생각해보니, 이걸 안 물었다.

이들은 이 세계 안에서 인터넷에 들어가고 튜브의 영상을 볼 수 있을까?

한성이 물으려는 찰나 이한나가 말했다.

“그걸 기억하시나. 튜브 많이 하셨나 봐요. 전 튜브 그거 보고도 기억할 자신 없어서 제가 한번 했던 플레이 따라가는 중인데.”

물을 필요가 없었다.

그럼 혹시, 처음에 한성이 얻었던 특성이나 이능은 있을까?

하지만 이한나는 한성의 속마음을 아는 것인지, 그냥 운이 좋았던 것인지 알아서 대답해 준다.

“전 처음에 운도 안 좋아서 특성 하나에 이능 하나씩만 있더라고요. 그것도 B등급이 최고였고, 스텟 주사위도 한 번 했는데 마력쪽에 치중해서······.”

역시나 없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다.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 사이는 아직 아니니까.

중요한 것도 아니고 말이다.

- 16강을 시작하겠습니다.

- 첫 번째 대전을 시작하시겠습니까?

한성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이한나가 올려다 봤다.

“먼저 시작하는 모양이네. 다녀올게.”

“화이팅해요!”

*  *  *

- 3, 2, 1!

- 대전을 시작합니다!

중앙에 홀로그램이 지나가고 한성과 플레이어 한 명이 마주했다.

검은 망토를 착용하고 검은 마력을 뿜는다. 허리춤엔 두 개의 검이 달려있었으며 목걸이는 마력 증폭과 마법 캐스팅에 도움이 되는 버프가 걸려 있다.

마검사.

그것도 마기를 사용하는 마검사다.

‘꽤 잘 키웠네.’

그의 신형이 한성을 향해 쏟아졌다. 마기를 사방에 풍기며 대련장 전체에 심어 놓는다. 언제나 함정이나 무기로 만들 기 위해서.

한성은 그의 검로를 읽었다.

뒤로 살짝 고개를 젖혀 검을 피한다.

스윽.

그는 뿌려 놓았던 마기로 마법진을 형성해 한성을 공격했다. 역시, 마법을 직접 배웠다. 마법진이 빠르게 형성되고 위력 또한 일반 이능 마법보다 훨씬 강하다.

하지만 한성에겐 안 된다.

따로 마력을 뿌리지 않아도 된다. 이미 한성의 감각에 걸리는 모든 마력은 한성의 지배 하에 있으니까. 그것은 마기라도 마찬가지다.

푸확.

플레이어가 만든 마법진이 그대로 풀린다.

한성은 적의 공격을 받고 간간이 반격하는 척하며 생각했다.

‘신기하네.’

전 회차에.

그러니까 이 균열에 빠지기 전에 그저 게임으로 플레이하던 시절에 [온리 원] 축제는 수도 없이 했다. 그곳에서 압도적인 랭킹 1위였던 게 바로 한성이다.

튜브 때문에 마법으로 시작했다.

마법으로 끝을 보겠다고.

모두가 욕했으며 절대 클리어하지 못한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한성이 마법을 직접 배우면서 사람들의 인식은 달라졌다. 마법으로 온리 원에서 랭킹 첫 우승을 했을 때는 우연이라고 했다.

하지만 [온리 원]을 기준으로 ‘랭킹’이 생기고, 한성이 1위를 5년 동안 한 번도 내주지 않았을 때, 사람들은 인정했다.

‘이한성이 최고다.’

‘마법이 비주류라고? 맞다. 하지만 한성의 마법은 주류다.’

‘마법은 기본 소양이다. 직접 배워라.’

‘그 어떤 걸 하더라도 마법을 배운 후에 시작해야 한다.’

별의별 말이 많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한성을 이렇게 불렀다.

[마법 대부]

모든 마법 플레이어들의 아버지였으며, 마법이 주가 아닌 이들까지 마법을 기본 소양처럼 배우게 만든 주인공이었으니까.

그리고 마법 대부의 특기가 바로 적의 마법을 자신의 마력으로 캔슬하는 것이다.

처음엔 사람들이 설마 했다.

“와, 무슨 마력을 저렇게 컨트롤하냐.”

“꼭 예전에 마법 대부 보는 것 같지 않냐?”

“그러게, 마법 쓰는 것마다 손가락 하나로 캔슬해 버리네.”

“마법 쓰는 건 또 어떻고, 저게 사람 캐스팅 속도냐.”

“마법 대부는 아니겠지?”

“에이, 대부는 이렇게 안 생겼음. 솔직히 저 플레이어는 너무 잘 생겼잖아.”

“그거야 매력 올리면 되는 거 아니냐.”

“매력이 올리고 싶다고 올라가냐.”

“하긴.”

아무도 이한성을 대부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마법 대부를 잘 아는 이한나의 생각은 달랐다.

‘역시!’

그녀는 양손으로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처음 봤을 때, 설마 했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긴가민가했다.

하지만 한나는 사람 보는 눈이 좋다.

특히, 자신이 오랜 시간 좋아하며 존경해마지 않았던 ‘스타’라면? 그의 손짓, 말투, 표정, 마법 사용법, 검술까지 모든 걸 기억한다.

‘이한성님.’

이름은 같다.

그걸 알기에 더욱 확신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녀는 한성의 팬이었다.

[WIRO]라는 이름을 가진 튜브 채널. 튜버 이한성의 채널. 52년의 [세상의 끝] 플레이를 편집해 채널에 올리길 9년이었다.

한나는 그의 초창기 팬이었다.

그 때문에 [세상의 끝]을 시작하기도 했으며, 그의 말대로 마법을 직접 공부하며 오딘의 유산을 찾아 헤맸다. 그러면서 강해졌다.

왜냐고?

그를 만나고 싶었기 때문에.

온리 원 축제에서라도 만나기 위해선 결승까지 올라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만나다니!”

한나는 눈물을 흘릴 것 같았다.

이곳 시간으로 3년. 그리고 현실에서 한 달 정도 전.

‘이한성님의 튜브는 멈췄다.’

그의 팬들은 걱정했다.

하지만 현실로 며칠이 지났을 때, 많은 이들이 균열에서 돌아왔다. 그때, 세상은 알았다. 균열은 [세상의 끝]이라는 세계였으며 그곳에서 게임처럼 플레이를 통해 힘을 얻어온다는 사실을.

이한성의 팬들의 마음은 ‘걱정’에서 ‘설레임’이 되었다.

그가 바로 마법 대부.

신격 사냥꾼.

용혈 사냥꾼.

온리 원 랭킹 1위.

그 누구보다 [세상의 끝]을 잘 아는 고인물이기 때문이다.

‘아직 안 나왔을 줄 알았어!’

한나는 대련장에서 아주 편한 얼굴로 적을 상대하는 이한성을 바라봤다.

밖에선 이젠 6개월이 지났을 거다.

균열이 무엇인지 밝혀졌을 때, 한나는 바로 준비를 시작했다. 어차피 죽지 않는 곳이다. 오히려 그곳에 가면 힘을 얻을 수 있으니 이건 기회였다.

게다가 이한성님은 절대로 일찍 오지 않을 거라 확신했기에 도전할 수 있었다.

“결국, 결국, 이렇게 만나다니.”

한나는 한성의 손짓에 아무것도 못 하고 쓰러지는 적을 보며 손을 들고 환호를 질렀다.

“꺄아아아아! 이겼다! 이겼어!”

*  *  *

이한성은 어렵지 않게 결승에 올랐다.

그리고 한나를 결승에서 만났다.

“오빠.”

“왜.”

“사랑해요.”

“뭐?”

“팬이에요.”

“······?”

“위로 스튜디오.”

“······!”

“이한성님, 마법 대부, 신격 사냥꾼, 용혈 사냥꾼, 온리 원 랭킹 1위, 히든 포식자, 그리고 관종······.”

“그만!”

한성은 당황했다.

“어떻게 안 거지?”

“그걸 제가 모르겠어요? 저 ‘위로냥이’에요.”

“······진짜?”

‘위로냥이’라는 닉네임을 모를 리 없다.

한참 방송을 시작하고 [세상의 끝]을 시작하고 시청자가 10명도 채 되지 않았을 때부터 항상 지켜봐 주던 열혈 시청자다.

초반엔 대화도 많이 했다.

한성도 우울증에 대인기피증이 있었고 그녀도 한성과 비슷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방송 초기에 친목을 좋은 게 아니었지만, 그때는 그것도 몰랐다.

하여튼 아주 초기부터 거의 끝까지 함께 했던 시청자라는 거다.

“······아니, 여긴 어떻게······.”

“한성님이 초기 각성자. 그러니까 균열이 열릴 때 빠진 거라 확신했어요. 당연히 금방 나오지도 않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고요.”

“그래서 따라온 거야?”

“네! 역시! 이렇게 만날 줄 알았어요!”

그때였다.

결승을 시작한다는 문구가 떠올랐다.

“일단 한 판 붙어볼까?”

“좋죠! 붙을 기회만 기다리고 있었어요!”

한나의 번개가 터져나갔고 한성의 파란 마력이 막을 만들어 번개를 막아섰다. 그리곤 무언가 북 터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두 사람이 부딪혔다.

콰아아앙.

지금까지는 차원이 다른 전투가 펼쳐졌다.

*  *  *

“······대표님.”

“······.”

“계획······, 그대로 하실 겁니까?”

“······내가 지금 잘못 보고 있는 건 아니지?”

“네, 확실합니다.”

이실장은 침음을 삼켰다.

보인다. 확실히 보인다.

그저 비천한 신격이면, 다 같은 비천한 신격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결코, 비천한 신격 정도로 볼 수 없는 무력이다.

하나도 아니고 둘 다.

이한나라는 여자는 삼송 소속 대표다. 굉장히 긴 [세상의 끝] 경력을 지니고 있었으며 클리어 경험까지 있는 엘리트 중에 엘리트.

강할 줄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비천한 신격 맞아?”

이종현 대표가 물었다.

“확실합니다. 온전한 신격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비천한 신격이 맞습니다. 삼송 쪽에서 직접 들은 정보입니다. 정보 열람 특성에서도 비천한 신격으로 나옵니다.”

“그럼 저 상대는, 이한성이라는 놈은.”

“······정보가 열람되지는 않습니다만, 비천한 신격이 맞을 겁니다.”

“하긴, 그게 아니면 저렇게 대등하게 싸울 수 없겠지. 정보 열람에 저항하는 특성이 있을지도 모르고.”

이종현 대표는 조용해졌다.

차이가 크다.

하지만 비천한 신격 4명을 동시에 보낸다고 해도 이길 수 없을까?

“이실장 생각은 어때.”

“둘이 떨어뜨려 놓으면 가능할 겁니다.”

“어차피 여기 와서 만난 놈들이라며.”

“맞습니다.”

“그럼 떨어뜨려. 그리고 하나씩 처리해.”

“알겠습니다. 완벽하게 해결하겠습니다.”

이종현 대표는 찝찝한 느낌이 들었지만,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비천한 신격이다. 둘은 힘들 수도 있는 차이지만, 하나씩이야 어렵지 않다.

삼송이라는 배경?

조금 타격은 있을 거다.

하지만 얼굴을 가리면 된다. 이능과 무기를 보면 누구인지 특정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심증에 불과하다. 아무런 증거도 없이는 삼송이라도 LGI에게 크게 항의할 수 없다.

게다가 플레이어의 수는 삼송에 비해 그리 적지 않다.

삼송도 여자 하나 때문에 LGI와 척을 지진 않을 거다.

“우승자가 결정됐군요.”

“······생각보다 강한 친구였군, 이한성이라는 자.”

“바로 계획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래, 확실하게 하도록.”

이종현 대표는 가만히 콜로세움을 들여다봤다.

이실장은 그런 대표를 두고 밖을 나섰다.

< 네가 내 열혈팬이라고? >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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