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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운은 만렙이다-173화 (173/200)

< 끝 이후엔 어떡하지? >

한성은 토너먼트가 시작되기 전까지 많은 생각을 했다.

가장 좋은 결과는 하나였다.

한성이 플레이하는 세계의 친구들과 함께 현실로 오는 것. 처음엔 생각지도 못했지만, 한성이 아는 아이템 몇 개가 떠오르며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간용 헤나 사용권(신화)]

설명 : 테이밍 타투에 ‘인간’을 담을 수 있는 ‘일 회’ 사용권. ‘온리 원’, ‘천외천’, ‘마계’, ‘현계’ 등 모든 차원을 이동할 수 있다.

보통 테이밍 타투에 ‘인간’은 적용되지 않는다. 사람은 테이밍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사용권을 사용하면 인간을 테이밍한 것처럼 문신에 담아 데려갈 수 있다.

일회용이기에 ‘테이밍’되는 게 아니라 그저 옮기는 것만 가능하다.

원래는, 게임사에서 인권 단체의 눈치를 보면서 그렇게 만들었다는 설정인데······, 이제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모르겠다.

문제는 가격.

1,000만 DP.

이게 과연 이 정도의 가치를 할까?

특히, 이게 하나의 게임에 불과했을 때는 굳이 이걸 이용할 필요가 없다. 싸다면 다량으로 사서 지원군을 기습적으로 부를 비밀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1,000만 DP라면 중요 캐릭터는 직접 데리고 다니는 게 났다. 공간 관련 이능이 없을 때는, 길성현처럼 캐릭터 한 명을 영입하는 게 빠르다.

이 시점엔······, 물론, 한성의 진도를 기준으로 했을 때. 다른 차원으로 이동할 수 있는 캐릭터는 얼마든지 있다.

‘10년 정도 지났을 땐 많이 쓰긴 했지.’

바로 이 [온리 원] 축제로 데려오기도 했다.

당연히 혼란은 컸다.

자신과 같은 이들이 수도 없이 많았으니까.

그때 메인 캐릭터가 정신적으로 무너지면서 전투 불능 상태가 되거나 죽었을 때, 플레이어들은 더는 데려오지 않았다. 몇몇 사이코들은 일부러 데려오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래서 물어봤다.

이한나라는 플레이어에게.

“데려올 수 있냐고요? 당연히 모르죠. 지금 이 시점에 누가 1,000 DP를 모아요. 그 DP는커녕 아직 이계의 도시도 소환하지 못했는데.”

하긴, 그걸 생각하지 못했다.

이한나가 한성을 묘하게 바라봤지만, 한성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돌렸다.

“그럼 현실로 돌아갔을 때, 장비나 아이템은 가져갈 수 있는 건가? 타투가 있다면 그 안에 있는······, 아직 타투있는 사람이 없겠구나.”

“네, 그렇죠. 아이템은 클리어 진도에 따라서 가져올 수 있는 양이 달랐어요.”

“얼마나?”

“초기 플레이어는 차고 있던 스마트 워치는 다 가져왔죠. 그게 또 혁명이긴 했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제가 이번 축제에서 협력하는 플레이어와 공유한 정보에는, 초기 플레이어가 6개월 만에 나왔을 때는 배운 이능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했어요.”

가장 최근에 들어온 플레이어가 확인했을 때는 3년 차가 자신의 몸에 있는 모든 이능과 능력치를 그대로 가지고 오는데 [비천한 신격]에 들어야 가능하다고 했다.

‘그 이전까지는 가진 힘의 일부만, 이후엔 모든 힘을 유지할 수 있는 거겠군.’

아이템은 그것과 또 다르다.

6개월 차가 [희귀] 세 개에서 [보물] 하나까지.

3년 차인 비천한 신격은 [전설] 세 개에서 [신화] 하나까지 챙겨올 수 있다고 했다.

“굉장히 한정적이긴 하네요.”

중요한 건 타투의 개수인데, 그걸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게 아쉽다.

한성은 또 다른 아이템을 떠올렸다.

[차원의 틈(신화)]

설명 : 크툴루의 권능으로 만들어진 차원의 틈. 사용자의 격에 따라 사용 가능한 공간이 확연하게 달라진다. 수많은 차원에 걸쳐 있기에 그 어떤 곳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 무생물, 생명체 모두 가능.

* 생명체는 한 달 이상 생존 불가.

* [신화] 등급 이상의 아이템 2개 이상 보유 불가.

제한이 몇 개 있지만, 이거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이건 몇 년 후에 피터가 만드는 물건인데, 한성이 관여하면 훨씬 빠르게 만들 수 있을 거다.

외에도 차원 이동에 관련된 아이템을 찾아다녔다.

중간에 이한나에게 이것저것 묻기도 했다.

“한나씨는 기업에 소속된 플레이어입니까?”

“네, 크지는 않은 기업이에요. 플레이어 대부분은 소속된 플레이어죠.”

“왜 다들 소속돼서 오는 거죠? 잘만 하면 몸값을 훨씬 높일 수 있을 거 같은데.”

“아시잖아요. 1년 안에 100번 죽으면 평균이고······, 아무리 클리어 한 번 했던 기존 플레이어도 비천한 신격에 오를 때까지 한 번도 죽지 않는 게 얼마나 힘든지.”

[비천한 신격]

이제 막 신화를 이룬 격.

이 게임 세상 속에서야 별거 아닌 경지다. 물론, 한성도 비천한 신격을 이루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죽을 위기를 넘겼는지 셀 수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흔하디 흔한 영웅 중 하나인 거다.

현실에서도 그럴까.

예전에 그런 생각을 한 적 있었다.

[세상의 끝]을 플레이할 때, 이 힘을 현실로 가져갈 수 있다면, 그러면 홀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마 최강이 되어 모든 걸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것도 홀로 힘을 가졌을 때다.

기업과 정부 등의 많은 단체에서 그 힘을 얻으려 발버둥 치고 있다. 그리고 이미 많은 힘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나갔을 때 상황도 생각해야겠군.’

지금은 신경 쓸 것도 없다.

한성은 드높은 신격이고.

지금 지구의 인류 최강이라고 불리는 이들도 겨우 비천한 신격에 불과하니까. 한성이 데리고 있는 구울도 그들보다는 강할 거다.

“아, 깜빡하고 말 안 한 게 있어요.”

“뭔데?”

“최근 3년 동안 균열로 들어간 사람이 150만 명에 육박하는데 현실로 돌아온 비천한 신격은 30명이 전부에요.”

“······그럴 만하지.”

“게임 속에 있는 비천한 신격은 더 많긴 하지만요.”

이 세계에서 한 번도 안 죽고 비천한 신격에 올랐다.

그거야말로 천재들이다.

30명인 것도 신기할 정도.

앞으로 이 세계관을 클리어할 사람이 나올까?

‘아마 내가 아니면 안 되겠지.’

사실 지금도 불안하다.

가미긴을 겨우 이기긴 했다. 그런데 가미긴은 앞으로 만날 적에 비하면 정말 말단에 불과하다. 앞으로 아스모데우스를 정화해야 하며 72 악마는 물론 마신에게 도달해야 한다.

그 이후에는?

천외천을 쓸어버리고 창조신과 대면해야 한다.

그 모든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죽지 않아야 한다.

‘가능할까.’

모르겠다.

확신이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 왔다.

운이 좋긴 했다만. 아니, 그래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거다.

앞으론 어떻게 될지 모른다.

*  *  *

토너먼트가 시작되는 아침이 되었다.

한성은 일찍 콜로세움 앞에 나왔는데, 이한나도 나와 있었다. DP 때문인지, 아니면 무언가 더 필요한 게 있는 모양인지 한성을 계속 따라다닌다.

한성도 궁금한 게 있을 때, 한나에게 물어보는 게 편했기에 가만히 뒀다.

“오! 오빠 왔어요?”

“아, 예.”

“말 편하게 하시라니까요. 저 아직 23살이에요. 저보다 나이도 훨씬 많으시면서······.”

“맥이는 겁니까?”

“에이, 맥이다니요. 그냥 편하게 말 놓으시라고 하는 거죠. 삼촌.”

“아.”

“아니, 아저씨?”

“······그만 이동하시죠. 아주머니.”

“아니, 설마 삐지신 건 아니죠?”

한성은 고개를 저으며 이동했다.

토너먼트는 중요하다.

[초월 신화]라는 업적이 걸려 있는데, [신화]도 아니고 [초월 신화]는 드높은 신격에게도 격을 한층 높여줄 수 있다. 그리고 [초월 신화]를 모아 [신화 무리]를 이루게 되면 [위대한 신격]에 도달할 수 있다.

본래, 드높은 신격에도 초월 신화를 모아 ‘무리’를 형성해야 했지만, 한성은 특이한 방법으로 드높은 신격에 올랐기에 위대한 신격에 오르려면 ‘무리’ 형성은 필수다.

“한나씨 정도면······.”

“말 편하게 하시라니까요.”

“알겠어. 하여튼, 너 정도면 여기서 우승할 수 있겠어?”

“음.”

한나는 잠시 고민했다.

지금까지 한성이 쭉 둘러본 결과, 이 도시에 있는 플레이어 중에서 [비천한 신격]은 이한나를 비롯해 12명 정도가 전부였다.

그중 한나는 꽤 상위권이었다.

전투 센스만 있다면 우승을 노려볼 정도.

“한성님만 없다면 가능할지도.”

그녀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한성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곤 콜로세움으로 들어갔다.

와아아아!

콜로세움의 열기는 엄청났다.

이계인이 대부분이었고 플레이어 참가자만 120명이 넘었는데, 이한나가 말한 비천한 신격 12명을 제외하곤 다 고만고만했다.

‘하긴, 나한텐 비천한 신격도 고만고만하지만.’

거기서 거기다.

굳이 신경 쓸 필요조차 없는 놈들이랄까.

[초월 신화]가 필요해서 참가하긴 했지만, 한성의 머릿속엔 이 세계를 클리어하고 친구들을 어떻게 데려갈 수 있을지에 관한 고민뿐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시합이 시작되었다.

- 온리 원 토너먼트, 첫 번째 대전을 시작하시겠습니까?

한성 눈앞에 띄워진 문구.

이한나를 바라보자 그녀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빠르고 올라간다.

*  *  *

이종현 대표는 콜로세움 VIP 좌석에서 토너먼트를 구경하고 있었다.

이미 계획은 완성되었다.

16강에서 비천한 신격만 남으면 된다. 이후에 이한성이 떨어지는 순간 뒤를 친다. 운이 좋아서 그놈이 우승하면 더 좋다.

[초월 신화]까지 빼먹을 수 있으면 그건 대박이다.

아직 비천한 신격에 불과한 플레이어들에게 [초월 신화]는 어머아머한 힘이다. 당장 초월신화 하나만 있다면 온전한 신격에 다다른 힘을 얻을 거다.

그렇다면 본래 스토리로 돌아가서 당장 반년은 죽을 걱정 없이 히든 퀘스트를 선점해 인류 최초로 [온전한 신격]에 다다를 수 있겠지.

“그렇게만 되면······.”

이종현 대표는 씨익 웃었다.

LGI라는 대기업 가문의 삼남으로 태어나 계열사 몇 개를 부리다 장남에게 모든 걸 빼앗길 위기에 닥쳤다. 그때, 마침 균열이라는 게 생성되었고, 이종현 대표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모든 힘을 다해 균열에 관한 정보를 파악하고 [세상의 끝]이라는 게임의 랭커를 모아 계약하고 훈련시켰다.

이종현 본인도 같이 공부하고 훈련했다.

그리고 여기까지 도달했다.

저들과 같은 비천한 신격은 아니다.

이종현은 그럴 재능도 없었고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돈을 벌었다.

그는 처음부터 아카데미 입학을 목표로 훈련했다. 입학 후에는 아카데미 랭킹은 후순위였다. 언더월드를 넘나들며 사업을 시작했다.

재벌가의 삼남이지만, 무능력하진 않았다.

오히려 수많은 전문가 사이에서 경험하며 배우며 쌓아왔던 노하우. 그리고 많은 플레이어가 알려준 ‘세계의 흐름’을 기반으로 이종현만을 위한 테스트 포스 팀이 만든 공략집을 이용해 3년째인 지금 대한민국을 휘어잡는 대기업을 만들 수 있었다.

그렇게 이종현은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메인 캐릭터를 키웠다.

그게 이종현의 공략 방법이었고, 덕분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

‘이 축제만을 기다렸지.’

온리 원 축제가 생길 거라는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모든 가능성을 상정한 계획이었고, 운이 좋게도 온리 원 축제는 개최되었다.

“초월 신화. 반드시 갖는다.”

그것만 있으면 뒤처졌던 무력을 따라잡을 수 있을 거다. 그리고 밖으로 나갔을 때, 대한민국을 휘어잡을 수 있을 거다.

그 과정엔 이한성이라는 놈처럼 가질 수 없는 이들은 없애는 것도 있었다.

와아아아아!

그때 환호성이 들렸다.

16강이 시작되었고, 비천한 신격끼리 대전이 시작되었다.

이전의 전투와는 차원이 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이종현은 자세를 고쳤다.

이한성.

계획이 시작되기 전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한다.

< 끝 이후엔 어떡하지? >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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