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리 원 축제. >
“뭐야······, 한성은?”
성시연이 아무것도 남지 않은 크레이터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하얀은 하늘로 날아 크레이터를 확인했고 한별과 진훈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모두 온전한 신격에 올랐기에 시공간 안의 격도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마법을 시전한 길성현도 같은 생각이었다.
“밖은, 밖에 재앙은 어떻게 됐지?”
“다녀올까?”
길성현의 동료 중 한 명이 말했다.
공간술사이자, 지구와 마계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다.
“그래주면 좋겠어.”
만약, 지구의 재앙이 사라졌다면 가미긴은 죽은 거다. 이한성이 말한 거니까 절대 틀릴 일은 없다.
그런데 가미긴이 죽었다면, 이한성은 살아있을 수 있을까?
“······불가능해.”
길성현은 조용히 말했다.
그 목소리를 들은 성시연이 길성현에게 소리쳤다.
“네가 했지, 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
“······.”
할 말이 없었다.
가미긴을 대상을 사용한 마법진이었지만, 이건 길성현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마법진이다. 오직 대인, 한 명을 죽이기 위해 설계되었다는 것.
온전하게 이 마법진 안에 있으면 아무리 위대한 신격이라도 죽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거기에 한성이 보조하고 강화했으며 용혈 이하얀이 마력을 더했다.
그래서 한성이 도왔던 거고, 가미긴이 탈출하지 못하게 직접 들어가 막은 것 아닌가.
“탈출 했을까? 이한성은 할 수 있을 텐데.”
진훈이 말했다.
심각하게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어떤 위험이 있더라도 이한성은 죽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가미긴과 함께 마법진 중앙에 있었더라도 걱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뭔가.
아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모두가 함께 싸워도 이기지 못한 가미긴을 죽이기 위한 마법이었다. 당연히 가미긴이 죽었는데 이한성 혼자 사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였다.
“······가능성은 있어.”
길성현이 입을 열었다.
“이 마법은 한 존재만을 죽이기 위한 마법. 대상은 가미긴이라는 악마였고, 이한성은 대상이 아니야. 그럼 이한성은 충분히 탈출할 수 있었을 거야, 단지.”
“단지?”
“가미긴이 가만히 있었을 경우에나 가능한 일이지만.”
다들 말이 없었다.
설마.
이한성이 죽었을까.
길성현이 말한 가능성은 절대 희망적이지 않았다.
그때, 그의 동료 한 명이 사라졌다. 지구에 다녀오기 위함이었다. 10분 정도가 지나가 그 동료가 다시 돌아왔다.
모두 그의 입을 바라봤다.
재앙이 사라졌으면 가미긴이 죽은 거다.
그렇다면 축하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가미긴이 죽었다면 이한성도 죽었을 확률이 높다.
“······재앙은 사라졌어.”
그의 말이 끝나자 이하얀과 성시연이 주저앉았다.
* * *
이한성은 정신을 잃었다.
마지막 순간 가미긴이 탈출하기 위해 몸을 마력 입자로 바꿨다. 이한성도 탈출해야 하는 순간이었지만, 가미긴을 잡기 위해 초끈의 힘으로 모든 마력을 단단히 붙잡았다.
그리고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마법진 밖에서부터 시작된 핵융합을 뛰어넘는 마력 플라즈마 폭발은 이한성은 물론이고 가미긴도 버틸 수 없는 수준의 것이었다.
가미긴에게 타겟팅이 되어 있었기에 가미긴을 누르는 압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는 스스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미긴의 눈빛이 바뀌었다.
잠깐의 방심으로 겨우 드높은 신격 하나와 온전한 신격들에게 죽게 생겼다. 그래, 그것은 어쩔 수 없다. 가미긴은 이한성을 붙잡았다.
자신의 모든 힘을 다해서.
그래서 이한성은 탈출할 수가 없었다.
가미긴의 격과 마기가 한성의 모든 것을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한성의 모든 것을 쏟아도 가미긴의 속박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때, 문구 하나가 떠올랐다.
- [과거의 잔상]이 87% 완료되었습니다!
- 나머지 과거는 아직 복구할 수 없습니다.
- ■■■ ■■가 시작되어야 합니다.
천외천에 재앙을 뿌리고 오면서 이뤘던 것. 지나간 과거를 진실로 만들며, 이 세계가 아닌 현실에서 이뤘던 과거를 실존하게 만들었던 이상한 경험.
[■■■ ■■]
가려져 있던 다섯 글자가 변했다.
[온리원 축제]
[세상의 끝]이라는 게임에서 한 번 온전히 종장을 끝내고 클리어했던 플레이어를 모아 온라인 플레이를 가능하게 했던 이벤트였다.
이 게임은 싱글 게임. 하지만 이 기간만 되면 다른 플레이어와 함께 사냥하고, 던전을 해결하며, 게임 속 삶을 즐길 수 있다.
원래 반년에 한 번, 일주일 동안 진행됐었다.
그 기간 동안엔 기존 세계관에 없던 여러 컨텐츠를 즐기며 특별한 이능, 아이템, 장비 등을 구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구한 것을 싱글 세계관으로 가져가 사용할 수도 있고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이 안 되지 않은가.
기간으로 따지면 대충 맞다.
5배에서 10배 사이로 플레이하는 게 정상이기에 이곳에서 3년 6개월이라는 시간은 현실에서 반년도 지나지 않았을 테니까.
그런데.
그런데 이곳은 게임이 아니다.
아니, 게임과 같은 세상은 맞다. 하지만 다른 플레이어가 있을 리 없지 않은가.
‘도대체······.’
하지만 한성은 선택권이 없었다.
저곳이라도 들어가야 살아남는다.
한성은 극도로 느려진 세상에서 다가오는 폭발의 벽을 바라보곤 손을 뻗었다.
그게 한성이 정신을 잃기 전 마지막 기억이었다.
* * *
- [과거의 잔상] 진행 중.
- 87%······, 88%······.
온리 원 축제의 가장 큰 이벤트라면 [온리 원]이라는 이름의 PK 리그다. 플레이어끼리 토너먼트로 붙으며 올라가는 거다.
두 번째 장점이라고 한다면, 다른 플레이어들끼리의 거대랄까. 이 축제가 진행되는 대륙엔 1급 [이계의 도시]가 있기에 그 어떤 것이든 거래가 가능하다.
이외에 이곳에만 있는 던전, 몬스터, 마굴 등도 큰 장점 중 하나다.
“역시.”
이한성은 이곳에서 눈을 떴다.
하지만 예상대로 이곳엔 아무도 없었다.
그저 NPC만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상하다. 결국, 이 온리 원이라는 축제가 있는 대륙은 게임사에서 특별하게 제작한 장소였으니까.
그래, 처음부터 인지도 포인트를 이용해 시스템 상점에 들어가고 시스템 문구가 뜨며 시스템 카메라를 사용하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됐다.
그거 때문에 한성은 이 세계가 결국은 게임이라고 생각했던 거니까.
이 축제의 현장이 있어도 별 다를 건 없는 거다.
“그래도······.”
살짝 기대를 했었다.
한성과 같은 이들이 더 있을까. 혹은 운영자라든지 누군가에게 말해 접속 해지가 안 된다는 호소를 할 수 있지는 않을까.
그러면서도 불안했던 건 사실이다.
만약 이곳이 진짜 게임이었고 지금까지 만났던 친구들이 진짜 캐릭터에 불과했더라면 어땠을까.
상반되는 두 생각이 한성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젠 정말 모르겠다.”
도대체 뭐가 진실인지 알 수가 없었다.
뭐가 게임이고 어떤 게 사실인지. 왜 이곳에서 한성이 현실에 있었던 과거까지 복구가 되는 것인지. 릴리스는 어떻게 이한성이 이뤘던 신격 사냥꾼이나 용혈 사냥꾼을 알고 있었던 것인지.
루시퍼가 말한 것은 무엇이고 베리알이 전했던 말은 무엇인지.
“운이 좋다면 이곳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겠지.”
설정이 같다면.
그러니까 원래 싱글 게임을 하다가 온리 원 축제로 왔을 때는 싱글 게임의 시간이 멈춰진다. 사실 축제를 와서 그랬다기 보다는 접속을 끊으니 당연한 현상이었다.
운이 좋다면, 이곳에서 한성이 많은 시간을 보내더라도 진훈이 있는 마계는 아무런 일도 없을 거다.
그렇다고 확인하지 못한 사실을 토대로 이곳에 아주 오래 있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필요한 건 얻어 가야지.”
이 세계에 관한 힌트가 있다면 좋다.
하지만 당장 마계 구간을 클리어하기에 가장 필요한 것들을 찾으면 최고다.
이한성은 이계의 도시에 진입했다.
1급이라 그런지 어마어마한 규모의 도시였으며 최첨단이었다. 이곳은 대부분이 NPC라 그런지 딱히 사람이 없다는 느낌은 없었다.
밖에 있을 때는 허전하다 못해 황량했으니까.
“으음······.”
한성은 플레이어 리그에 참가 신청을 먼저 하기로 했다.
참가 신청은 이곳에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접수할 수 있는 곳은 많기에 이곳에 사람이 없다고 해서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참가 신청을 하자 신음이 절로 흘렀다.
- 참가 인원 : 1명.
한성 혼자였다.
- 우승 상품 : [초월 신화] 업적.
“······일단 대기해 볼까?”
이걸 얻을 수 있을까.
혼자 신청하면 혼자 우승이다.
다른 플레이어가 잔뜩 있다고 해도 우승할 자신이 있었는데, 이 정도 되니 정말 사기 같다.
“······.”
이한성은 문득 드는 생각에 주변을 둘러봤다.
이계의 도시에 사는 이계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한다. 그냥 NPC였으니까. 그렇다는 것은 이번 축제에서 얻을 수 있는 업적, 이능, 아이템, 장비 등은 한성이 독점할 수 있게 되는 것 아닌가.
“그래도 되나······.”
이것도 운의 영향인 것인가.
당장 생각나는 이벤트만 해도 서른 가지가 넘는 이벤트가 있다. 하나하나가 신화급에 달하는 보상에 초월 신화도 세 개나 된다.
그것뿐인가.
‘운’ 요소가 많은 영향을 주는, 아니. 전부라고 해도 될 정도의 도박장이 또 있다.
한성은 자그마하게 외쳤다.
“대박.”
그때였다.
한성이 토너먼트 신청을 끝내고 뒤로 돈 순간, 무언가가 바뀌었다.
- 참가 인원 : 2명.
- 참가 인원 : 4명.
- 참가 인원 : 8명.
* * *
피터는 방송을 켜고 전 세계의 재앙을 몰고 다녔다.
그때, 하늘에 빛줄기가 떨어졌다. 검은 구름 사이로 빛이 스며들기 시작한 것이다.
“됐나?”
이한성이 부탁한 것은 피터에게 재앙에서 사람을 구하고, 재앙을 끌고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라는 것이었다. 아무리 피터라도 재앙 자체를 소멸시킬 순 없다.
그래서 이한성은 시간을 끌어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예상보다 훨씬 빨랐지만, 마계에서 재앙의 근원을 없앤 모양이었다.
- 어어? 구름 사라진다.
- 해가 다시 뜬다!
- 미쳤어, 결국 해낸 거냐.
“크크큭. 해냈다. 내가 해냈어.”
피터가 채팅창을 보며 뿌듯한 것인지 웃으며 중얼거렸다.
- 응, 아니야.
- 이한성이 했지, 네가 뭘 했냐ㅋㅋㅋㅋㅋ
- 어디서 생색이야.
- 응, 다음 이한성 노예.
- 우리의 영웅 이한성이 다 했다!
“뭐? 이놈들이! 내가 얼마나 한 게 많은데!”
- 이 새끼들이라고? 어디서 욕질이야.
- 너 신고한다.
- 이거 신고 1,000개만 들어가도 정지야 정지.
- 이 계정 이한성 소유인 건 알지?
- 이한성이 어떻게 하나 보자.
- 신고 가즈아!
- 신고! 신고!
“아, 아니거든? 내가 언제 욕했어! 이놈이라고 했지. 그건 욕 아니야.”
- 흐음, 분명 아까 이 새끼들이라고 한 거 같은데.
- 새끼라고 했음. 내가 분명 들었어.
“야! 아니라고! 아니야! 진짜 아니라니까!”
시청자는 피터의 반응이 좋으니 계속 놀렸다. 며칠 동안 방송을 계속 하면서 피터의 성향을 깨달은 거다. 아, 이놈은 놀리면 재미있구나, 타격감이 좋구나. 약점은 이한성이구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타격감 쩐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바보.
- 개웃기네ㅋㅋㅋㅋㅋㅋㅋ재앙 때문에 우울했는데 네 덕분에 웃는다.
- ㅋㅋㅋㅋㅋ미친놈들, 지금 이 시점에 웃을 때냐?
- 응, 너부터 웃었어.
- 재앙도 사라지는 중인데, 웃으면 좀 어떠냐.
- 남이 웃는 것 가지고도 ㅈㄹ이야.
“저, 저기요. 싸우면 안 돼요. 또 누가 신고하면 어떡합니까!”
- 괜찮아. 신고 안 함. 넌 가만히 있어봐.
- 야, 우리는 집을 잃었다. 그런데 웃음이 나와?
- 응, 이번에 집 잃은 사람 더 좋은 집으로 이사. 이한성이 지어준다고 했음.
- 난 내 친구 잃었어. 그렇게 웃으면 좋냐?
- 그럼 이걸 왜 보고 있는 거야. 가서 애도나 표해.
- 상황 좀 보려고 했다! 난 슬픈데 다들 웃고 있으니 배가 꼴 뵈기 싫어서!
- 어휴, 또 싸운다.
“아니, 저기요. 제발요. 응?”
피터가 사라지는 재앙에 나는 것을 멈추곤 카메라에 하소연을 했다.
그때였다.
먼 곳에서 누군가 공간을 뚫고 나와 말했다.
“피터씨죠?”
“······네, 그런데요?”
“당장 마계로 가야할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죠?”
“이한성 영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피터씨라면 시공간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고······.”
찾아온 남성은 말을 끝낼 수 없었다.
붉게 타오르는 피터의 눈빛 때문이었다.
< 온리 원 축제. >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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