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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운은 만렙이다-161화 (161/200)

< 결(結)을 위한 전(轉). >

이한성은 카지노를 털었다. 아니, 털었다기보다는 정당하게 얻었다. 당연하게도 룰에 맞춰서, 아주 건전하게 이겼으니까.

하지만 카지노에선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저, 저, 이한성 영웅님.”

이 카지노의 지배인인 것인지, 중년의 고급스러운 정장을 입은 중년인이 한성에게 다가와 허리를 숙이며 정중하게 말했다.

“무슨 일이시죠?”

“······많이 피곤하실 것 같은데 제가 휴식할 호텔을 예약해 드렸습니다. 물론, 최고급 특실이며 선물도 준비했습니다. 아주 마음에 드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배인의 시선은 한성 앞에 쌓인 칩에 가 있었다.

한성은 룰렛으로 불린 칩을 블랙잭으로 다섯 배까지만 늘렸다. 그리고 바카라로 가서 다시 다섯 배. 마지막으로 가장 큰 포커판인 이곳으로 와서 그곳에 모인 플레이어를 한 번 싹 쓸었다.

그래서 번 칩은 총 20억 DP 정도 된다.

DP의 특수성을 따지지 않고 이계의 도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치를 따졌을 때, DP는 달러와 비슷하다.

한성은 처음 시작했던 100만 DP.

즉, 10억 정도의 돈으로 2조 원에 달하는 돈을 딴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러니 카지노 측에서 이렇게 나올 수밖에.

오늘 한성이 게임을 그만하지 않는다면 카지노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거다.

“아아, 감사하군요. 마침 피곤했는데.”

한성도 무리해서 더 할 생각은 없었다.

마지막 포커판이 다른 플레이어와 하는 게임이었기에망정이지, 딜러와 하는 게임이었다면 카지노는 오늘 문을 닫아야 했을 거다.

“다행이군요. 제가 직접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지배인은 한없이 예의 바르게 행동했다.

한성은 만족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카지노가 다른 이계인과 영웅들의 DP를 잔뜩 벌어들였을 때, 한 번 다시 와야겠다. 그때는 지배인이 이한성은 특급 VIP. 다른 말로는 블랙리스트에 올려놓을 테니 이 정도는 벌 수 없겠지만, 짭짤하긴 할 거다.

한성은 그렇게 지배인의 극진한 안내를 받아 카지노를 나왔다.

*  *  *

한성과 하얀이는 호텔 최상층에서 지배인이 준비한 선물을 열었다. 모두 1,000만 DP 정도 되는 선물 세 개가 있었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슬슬 경매장을 가볼까.”

“······네.”

하얀이는 아까부터 우울한 모습이었다. 빠칭코를 하다가 블랙잭을 하러 이동했는데, DP만 잔뜩 잃었기 때문이다.

“원래 카지노는 이런 곳이야. DP를 따는 게 힘든 구조인 거지.”

“아빠는 아니던데······.”

“나야 워낙 특별하고.”

한성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다 맞는 말이니까.

하지만 하얀이는 볼에 바람을 잔뜩 넣고 한성을 째려봤다.

“내가 선물 사 줄게. 가자.”

“진짜요?”

“그래, 아빠가 돈 많이 벌었으니까, 하나 사 줘야지.”

“히히.”

하얀이의 기분은 금세 좋아졌다.

참 단순하다.

둘은 경매장으로 이동했다.

DP도 잔뜩 벌었으니, 쇼핑을 제대로 해 볼 생각이었다. 처음엔 싸면서 아이템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숨은 보물만 찾을까 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천지인(天地人)(신화)]

설명 :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을 잇는 하늘 위의 중재자. 용의 모든 깨달음과 삶이 담긴 여의주. 하늘과 땅을 뒤집는 대재앙(大災殃)에 맞서 완전히 소모되었던 여의주지만, 용의 여의주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오호, 이거 좋은데?”

여의주는 한별이 쓰기 좋다.

요괴의 요술과 용의 도술은 한 끗 차이다. 한별이라면 아주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한성은 바로 입찰해서 낙찰 받았다.

20억 DP가 있다.

이 정도는 껌값이었다.

그리고 나온 [게헨나의 홍염]은 성시연에게 선물하기로 했다. ‘게헨나’는 지옥의 대공. 마기를 기반으로 ‘불’ 속성을 사용하기에 성시연이 잘 쓸 것 같았다.

줄줄이 나오는 경매 물품에서 친구들에게 선물할 용도로 구매했다.

모두 신화급에 오른 물건들.

예전이었다면 하나하나에 벌벌 떨었을 물건이지만, 이제는 다르다. [운]으로 인해 한성의 DP는 한도 끝도 없이 많았으니까.

전 회차에서도 이 정도로 DP를 펑펑 써 본 적은 없었다.

“아빠! 나 저거! 저거!”

하얀이가 소리쳤다.

[대왕 도깨비의 방망이(초월 신화)]

설명 : 아주 오래전 ‘요계’를 지배했던 대왕 도깨비의 방망이이다. 전지전능할 정도로 많은 일을 행할 수 있는 물건이지만, 도깨비가 아닌 다른 존재가 사용한다면 [복제] 정도의 기능만 사용할 수 있다.

* [복제] : 사용자가 소유한 물건을 최대 10배까지 복제할 수 있다. 복제된 물건은 일정 시간 동안 진품과 같은 성능을 발휘한다.

* 복제품의 지속 시간과 배율은 사용자의 역량에 따라 달라진다.

하얀이가 좋아할 만한 물건이다.

특히, [게이트 오브 바빌론]이라는 애니 표절 기술을 사용할 때 이만한 것도 없었다. 지금까지 모은 보물을 순식간에 몇 배로 불려 사용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초월 신화]의 물건.

이것은 상상 이상으로 비쌌다.

- 대왕 도깨비의 방망이, 지금 2억 DP를 넘겼습니다!

- 2억3천만 DP!

- 2억4천만 DP!

‘초월 신화치고는 성능이 약한데.’

종족 한정이라는 것 때문이다.

하지만 이걸 한별이 사용한다면? 하얀이에게는 확실히 아쉬운 물건이다.

“하얀아. 이거 내가 사줄 테니까, 나중에 한별에게 종종 빌려줄 수 있어?”

“음, 음. 그 정도는 괜찮죠!”

한별에게 직접 사 주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그 정도까지 해줄 필요는 없다. 천만 DP도 아니고 억 단위의 DP니까.

한성은 바로 입찰했다

- 2억8천 DP 나왔습니다!

- 더 없습니까?

- 탕탕. 낙찰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이한성 영웅님.

이 정도 되니 주변에서 한성을 이상하게 보던 사람의 눈빛도 달라졌다. 이상한 정도가 아닌 경외를 담고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DP를 가졌을까 하는 의문.

하지만 아직 이르다.

한성은 제대로 시작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티탄 신족의 뿌리(신화)]

설명 : 태초의 신족이었던 티탄이 탄생했을 때 신들이 밟았던 나무뿌리. 드높은 신격과 그에 준하는 마법의 힘이 담겨 있다.

“이건 길성현이나 줘야겠다.”

걔를 본 지도 오래되긴 했지만, 조금은 챙겨야 하지 않을까. 아직 악(惡)으로 확 치우치지 않았고 길장현에게 붙지도 않았다.

이 정도면 선물을 줘도 될 것 같았다.

한성은 친구들의 선물을 모두 산 후, 스스로 사용할 장비를 찾기 시작했다.

며칠은 경매장에서 살아야 할 것 같았다. 아직 15억 DP 이상이 남아 있으니 이걸 다 쓰기 전까지는 말이다.

*  *  *

진훈은 DP를 모아 산 [최상급 소형 가상 훈련장(전설)]으로 훈련에 임했다. 지나간 시간은 일주일이었지만, 훈련장에서는 다섯 배인 35일이었다.

죽어라 훈련했다.

격의 압력과 10만 배에 달하는 중력 속에서.

투신의 탑에 오르면서도 훈련을 쉬지 않았다. 90층을 돌파하고 난 이후엔 한층 한층이 고비였다. 말도 안 되는 강자들이 즐비했고 진훈의 재능과 경험으로 이길 수 없는 상대가 많았다.

90층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으며 95층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훈련을 멈추지 않았다.

훈련하고 또 훈련했다.

몸의 혈관이 짓눌리는 고통 속에서, 숨이 막히고 폐가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는 중력 속에서 진훈은 오로지 한 가지만 보고 이겨냈다.

어머니.

자애롭고 다정했던 어머니.

그런 어머니가 악마가 되었고, 그 어머니를 위해 한평생을 바친 아버지. 그 모든 것에 치를 떨고 마계로 간 진훈의 형. 진솔.

진훈은 그것만 바라봤다.

어머니를 구하고 형을 되찾아야 한다.

그리고 한성과 함께 싸운다.

뒤로 뭐가 올지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한성은 말했다. 더 강해지고 싸워야 한다고, 천외천의 신격은 반드시 인류를 공격할 것이라고.

진훈은 그것만 생각하고 훈련에 임했으며, 막아서는 강자를 이겨냈다.

그때, 누군가 나타났다.

“안녕하십니까.”

“누, 누구십니까?”

투신의 탑. 그리고 90층 이상의 펜트 하우스에 이렇게 누군가 등장할 수 있을까? 공간을 뚫고 오는 것도 막혀 있는 투신의 탑이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계의 도시, 차원 경매장에서 온 파블럼이라고 합니다. 물건을 전해드리러 왔습니다.”

“물건이요?”

“맞습니다. 이한성 영웅님이 보내시는 선물이라고 합니다.”

파블럼이라고 하는 이계인은 품에서 액자 하나를 꺼냈다. 하늘보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악마에 맞서는 작은 인간. 그것은 진훈이 그토록 바라던 [악마 사냥꾼]이었다.

“이건······.”

- 시간 끌지 말고 마계로 가 있어, 나도 금방 갈게.

이계인은 한성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진훈은 떨리는 눈동자로 액자를 받았다.

아직 부족하다.

직접 투신의 탑 최상층의 주인이 되지 않는 한, 이것을 가질 자격이 없다.

진훈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한성의 생각은 다른 것 같았다.

“제 임무는 여기까지입니다.”

그렇게 파블럼은 사라졌다.

진훈은 손에 들린 [악마 사냥꾼] 업적이 담긴 액자를 바라봤다.

그리고 품에 넣었다.

선물, 고맙게 사용한다. 그리고 나중에 배로 갚아 줄 거다. 하지만 이것을 사용하는 것은 투신의 탑 꼭대기에 올랐을 때다.

*  *  *

“파블럼이라고 합니다.”

길성현에게도 파블럼이 도착했다.

차원 경매장 VIP 중에서도 특급 VIP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다. 지금 이한성은 차원 경매장 전체를 털다시피 움직이고 있었으니, 자격이야 차고 넘친다.

“이걸······, 이한성이 저에게 주라고 했다고요?”

“네, 맞습니다. 이것을 완드로 사용한다면 상당히 괜찮을 거라고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제 임무는 여기까지입니다.”

파블럼이 사라지려고 할 때, 길성현이 그를 붙잡았다.

그에게 이런 걸 받을 수 없다.

가지고 싶긴 했다. 이런 물건은 1,500만 DP로도 살 수 없다. 최소 2,000만 DP 이상은 했을 거다. 경쟁자가 있었으면 3,000만 DP까지 할 물건이다.

이것을 선물이라고?

아니다.

이건 빚이 되고 한성에게 발목 잡힐 것이다.

“아닙니다. 그에게 이런 걸 받을 수 없습니다. 다시 가지고 가십시오.”

“······.”

“진심입니다. 혹, 그가 반드시 전해주라고 했더라고 다시 가지고 돌아가 주십시오.”

직접 DP를 모아 살 거다.

그렇게 되면 또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어쩔 수 없다. 스스로 실수를 한 것이기에 스스로 책임져야 했다.

파블럼이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만······.”

“정말입니다. 도로 가져가셔야······.”

“그게 아닙니다. 가져가는 건 문제 없습니다만, 반납을 위해선 DP가 필요합니다. 이 정도의 물건은 배달비만 10만 DP를 지불하셔야 합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

길성현은 손끝이 떨렸다.

굴욕이다.

지금은 단 1만 DP도 없다.

수천 DP만 남아 있을 뿐이다.

“반납하시겠습니까?”

“······크흠.”

“괜찮습니다. 반납하셔도 됩니다.”

파블럼은 손을 내밀었다.

물건을 다시 달라는 말이다.

“······다시 생각해보니, 이런 건 직접 전해주는 게 좋겠네요. 반납은 따로 하지 않겠습니다.”

길성현의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파블럼은 신경 쓰지 않고 인사하고 돌아갔다.

“빌어먹을 이한성!”

길성현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리곤 거친 뿌리를 슬쩍 바라봤다.

설명을 읽지 않아도 이 안에 담긴 힘이 느껴진다. 처음 사려고 했던 여의주보다도 좋은 물건이다. 특히, 마법이 주인 길성현에겐 더없이 완벽하다.

길성현은 자기도 모르게 뿌리를 쓰다듬었다.

그는 곧 침이라도 흘릴 것처럼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쓰읍.”

곧 정신을 차렸지만, 뿌리에서 손을 뗄 순 없었다.

“이번만이다. 이건 받은 게 아니라 빌린 거야. 맞아. 이한성은 나에게 환심을 사려고 이런 물건을 바쳤지만, 난 그가 불쌍해서 한 번 써 주는 거라고. 돌려주는 건······. 아니야 굳이 돌려줘야 할 필요는 없지. 공물이라는 건 원래 환심을 사려고 바치는 거니까.”

길성현은 아무도 듣지 않는 말을 중얼거렸다.

그렇게라도 자기 위안을 해야 했다.

*  *  *

이렇게 한 명씩, 마계로 들어갈 준비가 되어가고 있었다. 아직 부족한 신격이다. 한성을 제외한 모두는 아직 온전한 신격이니까.

하지만 이곳에서 더 높은 신격을 획득할 수는 없다.

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

한성조차도 천외천으로 들어갔다가 얻은 드높은 신격이다.

온전한 신격에 오른 한성의 친구들은 그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고, 몇몇은 그 신격을 위해. 몇몇은 자기만의 목적을 위해 마계로 향할 준비를 완성해 가고 있었다.

그리고 한성은 이야기의 ‘결’을 위한 ‘전’에 돌입했음을 알고 있었다.

대격변 이후로, 인류가 막아야 할 최악의 재앙.

마계와의 연결.

한성은 그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할 수 있는 것은, 그 연결에서 일어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

한성은 그것을 위해 움직였다.

< 결(結)을 위한 전(轉). >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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