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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운은 만렙이다-158화 (158/200)

< 악마를 보았다. >

한성은 마굴의 왕을 바라봤다.

그도 마찬가지로 한성에게 시선이 고정되어 있었다.

화륵.

마치 무언가 타오르는 듯 사방이 일렁거린다.

그것은 마력이었다. 마굴의 왕이 이 모든 공간의 마력을 완벽하게 지배하고 있다는 증거. 그것은 어느 정도 떨어져서 싸우는 하얀이와 왕의 휘하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한성은 웃었다.

오랜만에 재미있는 놈을 만났다.

이런 놈이랑 싸우면 아주 재미있다.

왜 재미있냐고?

직접 보면 안다.

한성이 적에게 달려들었다.

화악.

눈으로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속도로 달려드는 순간, 마굴의 왕이 마력 그 자체로 회전하는 창 수백 개를 만들어 한성에게 날렸다.

과연, 빠르고 정확하고 강하다.

하지만 한성은 손을 저었다.

푸확.

수백 개의 창이 사라진다.

미안하지만, 마력 지배는 졸업한지 오래됐다.

마굴의 왕은 그 현상에 당황했지만, 틈 없이 바로 공격을 시도했다. 한성 주변의 마력이 붕괴하면서 강한 열과 빛이 뿜어졌다.

그걸 쉽게 말하면 핵폭발이라고 한다.

키잉.

콰아아앙!

“벌써 이것까지?”

마력 지배만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하긴, 그렇다 해도 레벨 8의 온전한 신격이라면 이 정도는 어렵지 않겠지.

하지만 마굴의 왕은 큰 실수를 했다.

바로 상대가 이한성이라는 것.

한성은 하늘 위에 태양처럼 폭발하는 빛의 향연 속에서 태연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아니, 오히려 웃으며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더 해 봐.”

한성의 말은 마굴의 왕에게 전달되었다.

한국어는 몰라도 의지를 읽었겠지.

그러자 마굴의 왕이 한성에게로 뛰어 올랐다.

한성이 아닌 그 누구도 보지 못할 속도로 한성의 뒤로 이동한 마굴의 왕은 전신의 마력을 주먹 하나에 밀집하곤 공간을 터트렸다.

콰아아앙!

하지만 그 주먹은 한성에게 닿지 못했다.

이미 한성은 마굴의 왕 뒤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뒤늦게 알아채고 고개를 돌렸을 땐, 이미 늦었다. 한성이 그의 뒷목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 했어?”

한성은 씨익 웃었다.

‘마력 지배’는 이미 ‘초끈’이 되어버린 한성에게 전혀 상대가 될 수 없었다.

*  *  *

성시연은 오랜만에 제대로 된 쇼핑을 시작했다.

원래 한성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쇼핑을 좋아했다. 아니, 카지노를 다니면서부터였을까. 거기에 돈을 모조리 꼬라박다보니 쇼핑을 잊고 살긴 했다.

돈을 잃었지만 쇼핑보다 도박이 재미있었다가 이후로 한성을 만나면서 많은 게 달라졌다.

그러다 이곳을 발견했다.

이계의 도시.

업적은 물론이고 장비나 무기를 살 수도 있다. 게다가 더 신기한 것은 소환수라는 것들. 몬스터를 테이밍하고 마력 입자로 저장한다.

그것은 신세계였다.

이계의 도시가 생긴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곳곳에서 희귀한 몬스터를 판다는 영웅과 용병이 많이 보였다.

그뿐이 아니다.

최근엔 이곳에서 테이밍 타투를 시작으로 영웅이나 용병의 길을 걷는 사람 또한 많아지고 있었다.

“여긴 정말 천국일 거야.”

성시연뿐만이 아니다.

안혜림, 얜 샤를, 나디아까지, 여자들끼리 모였다. 최근엔 혼돈에서 가드니스를 상대하기 위해 모였었지만, 그때는 대화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렇게 평화로웠던 시기가 또 있었을까.

“난 유니콘 같은 거나 한 마리 샀으면 좋겠어.”

얜 샤를은 이번에 오딘의 신화를 찾아 완성하면서 온전한 신격에 올랐다. 가드니스와의 전투가 그녀에게 하나의 초월 신화가 된 것이었다.

이제는 탈 것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업적이나 좀 사야겠어. 초기에 지금 직업이랑 상성이 좋지 않은 업적이 조금 있어서.”

안혜림이다.

다중인격이라는 특이하면서 사기적인 특성의 소유자.

지금의 그녀는 갤러해드의 후예이며 아서 왕의 유산을 쫓는 자였다. 고결한 기사라는 이명을 지닌 안혜림에겐 지니고 있으면 마이너스가 되는 업적이 있었다.

그녀는 과거에 도살자였으며 광전사였다.

그때 쌓았던 그녀의 업적은 현재의 그녀에게 마이너스가 된다.

단순히 업적을 사고팔 수 있다는 것을 떠나서 마이너스가 되는 업적을 없앨 수 있다는 것도 큰 이점이었다.

“······나는 업적보다는 무기를 하나 제대로 사고 싶은데.”

나디아는 처음 이곳에 오자마자 무기를 살폈다.

혹시나 했다.

나디아는 마력지체. 육체가 마력으로 흩어질 수 있는 사기적인 특성을 지녔다. 베어져도 베어지지 않으며 마력 자체를 태우지 않는 이상 절대로 죽지 않는다.

격이 올라가면서 마력 자체를 태울 수 있는 적들이 많이 생겼지만, 나디아도 놀고만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런 그녀의 약점은 바로 무기.

마력지체라는 특성을 따라올 만한 무기가 없다는 것이다. 그녀가 마력으로 흩어 질 때는 옷과 무기도 따라오긴 한다. 하지만 무기는 그 마력화를 몇 번 버티지 못한다.

“DP가 부족해.”

그런데 이곳에서 반드시 사야 할 무기를 발견했다.

[롱기누스의 창(신화)]

설명 : 전설적인 대장장이 몽글레이가 말년에 제작한 창. 그는 우주의 모든 금속으로 무기를 만들었지만, 금속은 금속일 뿐이었다. 그러다 죽기 직전에 손에 닿은 게 바로 마력 그 자체였다.

.

.

.

설명이 꽤 길다.

거의 대장장이 몽글레이의 연대기를 써 놓은 느낌이다. 하지만 ‘신화’에 다다른 등급의 무기라는 것이 그 긴 설명이 무언가 더 고급스럽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본래 롱기누스의 창이라는 것은 성배의 전설에서 예수의 성스러운 잔과 함께 등장하는 예수의 옆구리를 찌른 로마 병사의 창이다.

당연히 이 긴 설명에서, 그리고 이계에서 만들어진 이 창이 예수의 옆구리를 찔렀던 신화의 무기라고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긴 설명 끝에는 이런 게 있었다.

.

.

.

롱기누스의 창은 수많은 차원을 돌아다니며 ‘신화’를 쌓았다. 그 중에는 [신을 찌른 창], [마왕의 머리를 매단 창], [재앙의 구원자] 등이 있었다.

그리고 결국, 이 창은 다시 한 번 하늘을 찌르기 위해 주인을 찾아갈 것이다.

뭐, 다른 신화급 무기가 그렇듯이 과장이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디아는 그 창을 쥐자마자 알 수 있었다.

“그건 진짜였어.”

성시연이 아까 창 하나를 쥔 후에 계속 넋을 놓고 있는 나디아를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성시연이나 안혜림이 그 창을 쥐었을 때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말이 신화급이지 결코 신화의 힘을 낼 수 없을 거라고 생각될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나디아는 무언가를 느낀 모양이었다.

“······그런데 너무 비싸지 않았어?”

성시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디아는 다른 말을 할 때는 전혀 대꾸도 안 하다가, 그 창 관련된 이야기만 나오면 눈이 번쩍인다.

“1,500만 DP. 모으려면 모을 수 있어.”

“네 메인 업적을 팔아야 하잖아.”

사실 사려면 살 수 있다.

아무리 비싸더라도 나디아 또한 태초의 드래곤 케이플람 가드니스와의 전투에서 큰 공을 세우며 [초월 신화] 하나를 획득했으니까.

그것으로 온전한 신격에 살짝 걸치게 된 것이다.

아직 온전하지 않은 온전한 신격이지만.

“······알지, 그래서 지금 못 사고 있잖아.”

나디아는 다시 시무룩해졌다.

“당장은 못 사도, 한성처럼 몬스터 잡아다가 팔면 금방 벌 수 있을 거 같은데?”

“맞아······, 다른 사람이 사기 전에 내가 먼저 움직여야지!”

나디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눈빛이 돌아왔다.

그리곤 기존에 사용하던 창을 꺼내며 말했다.

“나 사냥 좀 다녀올게.”

“어디로 가게?”

“한성이 그랬어, 우리 지구엔 풍족하지만 다른 행성에는 부족할 만한 것. 물, 빛, 식물.”

한마디로 말하자면 정령형 몬스터다.

강한 속성력을 지녀 하나의 자연을 이룰 수 있는 정령형 몬스터. 한성이 이번에 잡았던 해양 몬스터는 생명체의 기본이 되는 해양 몬스터였지만, 나디아는 물속에서 그리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으니 다른 것을 생각해 봐야 한다.

“아마존이 좋을 것 같아.”

예전엔 초월종 때문에 벅찬 곳이었지만, 지금의 나디아라면 사냥꾼처럼 초월종들을 사냥하러 다닐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가격에 꽤 나갈 것이고.

“나 다녀올게!”

나디아는 그렇게 한 줌의 마력으로 흩어졌다.

급하긴 한 모양이었다.

그 모습을 보던 성시연과 안혜림. 그리고 얜 샤를은 가만히 보고 있다가 조용히 움직였다. 뭐, 어디 가서 쉽게 죽을 친구는 아니니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시연아, 넌 뭐 사고 싶은 거 없어?”

얜 샤를은 유니콘과 같이 탈 것.

안혜림은 업적 정리.

성시연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난 그런 거 있으면 좋겠······. 아니다. 말 안 할래.”

“왜에, 뭔데?”

“맞아. 궁금하게 우리한테도 말 못 하는 거야?”

둘이 성시연을 재촉했다.

그러자 성시연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말을 해도 될 것 같은데 부끄러워서 말을 못 하겠다는 뉘앙스. 하지만 안혜림과 얜 샤를이 계속 묻자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그런 거 있잖아. 사랑의 물약 같은 거.”

“꺄악! 뭐야뭐야.”

“어떻게, 그런 것도 있나? 있으면 누구한테······, 아. 이······?”

“꺅! 안 돼! 말하면 안 돼.”

셋은 호들갑을 떨었다.

주변에 듣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지만, 그래도 조심해야 한다는 듯, 쉿쉿 거리며 입을 막았다.

정말 별 것도 아닌 걸로 꺄악 거리며 웃는 걸 보니 다들 아직 소녀는 소녀인 것 같았다.

한 명은 마왕, 한 명은 오딘의 후예, 한 명은 갤러해드의 후예로서 세상을 한 번씩은 지켰던 영웅들의 소소한 모습이었다.

*  *  *

[여명의 검]이 봉쇄하고 있던 마굴은 한별의 등장으로 위기를 넘겼고, 한성의 등장으로 의외로 쉽게 끝이 나 버렸다.

특히, 한성의 활약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한 마디로 하자면.

“아니, 쟤 혼자 다른 세상 사람이야?”

맞는 말이긴 하다.

한성은 다른 세상 사람이었으니까.

누군가 엄청난 감으로 한성의 정체를 맞춰버렸지만, 아무도 놀라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뿐이었다.

그가 보여준 무력은 엄청났다.

예로, 주변에서 레벨 7의 괴수와 싸우던 하얀이는 꽤 힘들었던 모양인지 몸에 상처까지 보였다. 결국엔 모두 이겨 잡아들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한성은 전혀 아니었다.

뭔가 시작했나? 라고 생각했던 찰나.

이미 한성은 마굴의 왕이라는 것의 뒷덜미를 잡고 복날 개 패듯 마굴의 왕을 패기 시작했다.퍼억! 퍼억! 퍼억!

끄으으윽!

마굴의 왕은 반항도 못 했다.

한성은 신경 쓰지도 않았다. 오히려 부족하다는 듯 계속 주먹을 휘두를 뿐이었다. 마굴의 왕이 반항하겠다고 마력을 모으기만 하면 더욱 강한 주먹이 명치에 박히니 이제는 정말 꼼짝도 하지 않고 맞기만 하고 있었다.

“불쌍해······.”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분명 마굴의 왕이 악당이고 이한성이 영웅인데도 마굴의 왕을 불쌍하게 만들고 있었다.

퍼억! 퍼억! 끄으으윽!

그래도 마굴의 왕······, 이라서가 아니라 마굴의 왕은 얼굴이 없기 때문에 소리를 못 내는 것이었다.

“자, 이제 나에게 테이밍 될 마음이 생겼니?”

끄덕끄덕.

분명 위아래로 끄덕였다.

그러고 싶다는 의사.

눈은 없었지만, 눈물이 흐르는 착각이 보였다.

“아, 아직이라고? 그럼 조금만 더 맞자.”

하지만 한성은 다르게 본 모양이었다.

퍼억! 끄으으으윽!

퍼억! 퍼억!

도리도리.

“아직도 테이밍 당할 생각 없다고?”

도리도리.

분명 아니라는 모습.

하지만 한성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누가 이기나 해 보자.”

그날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은 악마를 보았다.

진정한 악마를.

< 악마를 보았다. >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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