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행운은 만렙이다-156화 (156/200)

< 마굴의 준동. >

한성의 방송은 전 세계를 강타했다.

그 파장은 결코, 적지 않았다.

수많은 영웅, 용병, 일반인까지 이계의 도시를 방문했다. 그저 구경하기 위해, 더 강한 힘을 위해 DP를 벌기 위해서 말이다.

영웅은 업적을 팔아 테이밍 타투를 새겼고, 용병은 마굴에서 나오는 몬스터를 잡아 현상금으로 DP를 벌었다. 일반인은 도시 안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현금으로 마굴 몬스터의 목을 사기도 했다.

일반인들이 이곳에서 DP를 버는 이유는 하나였다.

기존엔 ‘큐브’로 이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재능이 필요했고 이능이 있다고 해도 별 볼 일 없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능력치를 보는 것은 [1차 각성]을 한 이후에나 가능하다.

평범한 일반인이 훈련을 통해 강해지는 것은 한계가 있었고 흔하디흔하면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용병으로 살아가는 게 최선이었다. 그렇게 살 바에는 그저 일반적인 회사원이나 사업을 하는 게 더 질 좋은 삶을 살기 쉬웠다.

하지만 [테이밍 타투]는 아니었다.

일반인도 강해질 수 있다.

몬스터를 잡아 흡수하면 능력치가 상승하고 테이밍을 하면 직접 목숨을 걸 필요도 없었다. 게다가 몬스터의 테이밍은 어렸을 때 만화로만 보던 몬스터 친구를 만드는 것이었기에 호기심이 일기도 했다.

그것은 새로운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마굴이라는 새로운 몬스터 소굴은 또 다른 재앙이었다.

*  *  *

한성은 크라켄을 제압했다.

어려운 건 하나도 없었다. 도망치지 못하는 곳까지 몰아간 후에 신격을 개방해 전의를 상실하게 만들었다. 아주 깔끔한 사냥.

당연히 죽이진 않고 테이밍을 시도했다.

한성에게 전의를 상실한 크라켄은 그대로 마력 입자로 변해 한성에게 흡수되었다. 그러자 한성의 눈앞에 선택지가 떠올랐다.

- [고대 크라켄]을 테이밍하시겠습니까?

“당연히 예스.”

한성의 말과 동시에 팔에 새겨진 타투 위로 크라켄의 모습이 새겨졌다. 물 속성이기에 파란색이었으며 레벨 7의 비천한 신격을 지녔으므로 은은한 금빛 테두리가 생겼다.

레벨 8 이상은 보랏빛, 레벨 9 이상은 검은색 테두리가 된다.

“나와라.”

한성의 말에 팔뚝에서 타투가 흐려지며 마력 입자가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것은 거대한 고대 크라켄이 되었다.

쿠우우웅.

그 거대한 몸체에 바닷물과 바닥이 터져나갔다.

꾸우웅.

그리고 이상하게 귀여운 소리가 났다.

“······.”

꾸우웅?

마치 고래의 소리 같기도 하다. 하긴, 그렇게 이해하면 되려나. 물 속이기도 하고 워낙 크니까 몸 전체가 울리는 기분이다.

“나랑 몬스터 사냥 좀 가자.”

꾸우우웅!

분명 고대 크라켄이라면 수백 년은 살았을 것 같은데, 왜 이렇게 귀여운 느낌이 나는지 모르겠다.

한성은 태평양을 휘저으면서 적당하게 몬스터를 테이밍 해야겠다. 적당한 것은 팔고 적당한 것은 흡수한다. 하기야, 이곳에서는 테이밍으로 써먹을 만한 건 없고 흡수해도 아주 미미해서 소용이 없을 거다.

운이 좋아 레벨 8 정도에 든 온전한 신격이 등장하면 더 없이 좋으련만.

한성은 크라켄과 함께 태평양을 돌기 시작했다.

*  *  *

길이현은 이계의 도시에 남아있었다.

급하게 결성된 세계 정상 회담에 세계 20억 명이 보는 방송. 그런데 그런 방송에서 업적을 팔고 이능을 사며 테이밍 능력을 파는 것까지 나왔다.

당연히 충격이었다.

그 요소들만으로도 세계에 어떤 파장이 닥칠지 예상하기 힘들었다. 제현 그룹의 경제 경향 연구소를 총 동원해 연구를 시작했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당장 보이는 것만으로도 이 이계의 도시로 인해 지구의 자본의 흐름이 크게 변할 확률은 높았다. 아니, 높은 정도가 아니라 확실했다.

그런데 길이현은 한성의 대리자로 이 도시의 땅값 협상 자리에 나왔다.

요즘은 조 단위로 돈을 쓰고 있지만, 이 협상 자리는 길이현도 식은땀을 흘리게 했다.

“······그래서 팔지는 않으시겠다는 거군요.”

거구의 중년인. 이 도시 상인 연합회의 회장이라고 한다. 말이 상인 협회 회장이지, 거의 이 도시의 시장이라고 봐도 될 정도의 권력을 지니고 있었다.

태생이 모두 차원 상인이라 그런 듯했다.

“네, 대신 땅값 사용료를 받았으면 합니다. 당연히 무리하게 받을 생각은 없어요. 좋게좋게 가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3등급 도시인 이곳에서 나오는 월 수익의 1%를 드리는 게 정석입니다. 아직 이용자가 많지 않아서 매출은 나오지 않지만, 몇 개월만 지나도 월 1,000만 DP 이상은 지급될 겁니다.”

“확실히 많긴 하군요.”

한성이 너무 처음부터 많은 DP를 벌어서 그렇지, 1,000만 DP는 어마어마하게 크다. 게다가 길이현의 계산에 따르면 앞으로 6개월만 지나도 월에 4,000만 DP 이상은 들어올 거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한성에게 들어서 따로 협상할 건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도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었다.

“혹시 정기적인 거래도 하십니까?”

그 말에 상인 연합회 회장이 씨익 웃었다.

“아주 반가운 소리군요. 당연히 환영이지요.”

“저희도 괜찮은 물건이 상당히 많습니다.”

거래는 하기 나름이다.

월 1%의 수익은 당연한 것.

그 이상의 수익을 내는 게 길이현이 해야 할 일이다. 게다가 다른 기업은 아직 엄두도 내지 못하는 정규 무역. 이걸 당장 시작할 수만 있다면 엄청난 이점이 될 거다.

아니, 이점 정도가 아니겠지.

제현 그룹이 세계 모든 자금의 흐름 중앙에 설 수 있게 될 것이다.

한성이 원하는 것.

길이현이 제현 그룹의 꼭대기에 서서 지구의 모든 자금을 동원해 그를 보조하는 것. 그가 생각하는 전쟁의 끝에서 반드시 승리하기 위함이었다.

길이현은 지구에서 흔하지만 이계에서는 희귀한 것. 반대의 가치를 지닌 것까지 모든 물량을 독점하기 위해 거래를 시작했다.

*  *  *

진훈은 무황과 함께 혼돈 깊은 곳에서 재활했다. 무희가 진훈을 치료했고 무황의 진훈의 영혼을 정화했다. 다른 무황의 동료는 주변을 지켰다.

아무리 큰 적이 사라진 혼돈이라고 해도 끊임없는 혼돈의 힘에 심연의 악마, 혼돈의 악마 등은 계속 생겨난다. 그리고 그것들은 생명체라면 모든 게 적이다.

진훈의 상처는 심각했다. 당연히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지만, 진훈은 달랐다.

신력지체.

만독불침.

금강불괴.

그것에 정화의 마력인 황금빛 마력.

그것이 하나가 되어 진훈은 빠르게 재활에 성공할 수 있었다. 며칠이 지나 진한 아스모데우스의 마기가 빠져나갔고 찢어진 영혼은 다시 붙었다. 그리고 육체까지 회복이 되었을 때, 진훈은 일어났다.

“아버지, 제가 직접 가겠습니다.”

무황은 아무 말 하지 못했다.

마계로 들어가겠다는 말이다. 무황도 그게 가능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한성이 그런 말을 했다. 당연히 거짓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100% 믿을 수도 없었다. 게다가 마계에서의 위험? 당연히 그 어떤 곳보다 위험한 곳이다.

하지만······.

“난 갈 수 없다.”

“잘 압니다.”

무황이 이곳에 있는 이유는 신격의 침공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심연에서 천외천으로 가는 통로를 뚫을 이들을 막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무황이 없으면 이곳은 루시퍼와 같은 또 다른 신념을 지닌 이들에게 뚫릴 수밖에 없다.

“제가 직접 갑니다. 한성과 같이.”

“당장은 안 되는 거 알고 있지?”

“네, 알아요. 이번엔 형을 찾아보려고요.”

“······.”

진훈의 형.

진솔.

아버지인 진강철의 아들이다. 하지만 그는 황금빛 마력을 지니지 못했다. 오히려 타락한 악마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마계에 있다.

“형과 저라면 어머니를 구할 수 있을 겁니다.”

“형을 설득할······, 아니, 이길 자신은 있느냐?”

이미 한 마리의 악마가 된 형이다.

이겨야 설득할 수 있으며, 이겨야 대화를 할 수 있다.

“네, 있습니다.”

당장은 힘들다.

하지만 한성과 함께라면 전혀 무섭지 않다. 그리고 이번에 등장한 [이계의 도시]라는 것 덕분에 새로운 힘을 얻을 기회도 있다.

“투신의 탑에 올라가 최상층에 도달할 겁니다.”

“그래, 그게 먼저겠지.”

이해한다.

자기도 그랬으니까.

무황은 이렇게 커 버린 아들, 진훈을 보면서 말 못할 묘한 기분이 들었다. 자기가 해야 할 일은 아들이 하고 있다. 아내를 구하는 것은 본인이었어야 한다.

안다.

혼자 다 할 수 없는 것을, 그래서 더 미안했다.

그런 무거운 짐을 아들에게 맡겼다는 것이.

그러면서도 자랑스러웠다.

“그래,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

진훈은 바로 움직였다.

테이밍이라고 했다. 아직 타투를 받지 않았지만, 이 심연엔 수많은 몬스터와 악마들이 있다. 그것도 밖에선 레벨 7 이상의 힘을 내는 심연의 악마가.

한성이 알려줬다.

이런 악마는 비싸다고.

이 혼돈도 누군가 있다고 혼돈 앞에 작은 마을이 생겼다. 일단 그곳으로 가서 타투를 받고 이 악마들을 잡아야겠다.

그리고 나서 투신의 탑을 끝까지 오른다.

진훈은 굳은 몸을 풀기 시작했다.

만약 악마를 사냥해 흡수한다면, 마기에 저항할 수 있을까? 이 정화의 힘은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 이제 후퇴란 없다. 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해야 한다.

*  *  *

마굴(魔窟).

이계의 도시가 생기면서 따라온 몬스터 소굴이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몬스터가 득실거린다. 더 강하고 더 괴기한 몬스터.

이것에도 등급이 있다.

작은 마을 옆에는 작은 마굴이.

한성의 땅 근처에 생긴 3급 도시 옆에는 그만큼 커다랗고 강한 마굴이 존재한다. 그것은 한없이 깊고 또 깊었다. 마치 아마존의 지저세계를 보는 듯 말이다.

쿠르르르르.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마굴의 괴물.

인간이든 몬스터든 식욕을 폭발시켜 이성을 마비시켜 모든 것을 먹어 치우게 만드는 전염성 액체 몬스터 [에페티], 어둠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나타나는 가시 몬스터 [토니클], 포자로 이루어졌으며 포자로 번식하는 [스포어].

3대 질병 재앙.

더불어 레벨 7 이상의 괴물들.

그리고 그들을 지배하는 레벨 8 이상의 괴물.

그들인 준동하기 시작했다.

원래는 한참을 잠들어 있어야 했지만, 비정상적인 도시의 규모와 급격한 이용 인구의 증가로 인해 이계 상인들의 차원 이동 빈도가 늘어나면서 마굴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키르르르르.

땅속에 잠들어 있던 최상급 마굴의 입구가 경기도 근처에 출몰했다. 그리고 그 입구에서는 수도 없는 마굴의 몬스터가 쏟아져 나왔다.

쿠아아아아.

재앙의 출현이었다.

*  *  *

“빌어먹을 시스템!”

태평양에서 해양 괴수를 잡아들이고 있던 한성은 오랜만에 올라온 긴급 퀘스트에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아직 열릴 때가 아니다.

3급 도시를 목표로 잡았으면서 이것 또한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다. 하지만 때는 지금이 아니었다. 최소 6개월 이상. 수백만의 사람들이 이계의 도시를 이용하게 되면서 열린다.

그런데 벌써 열렸다는 것은 시스템이 다시 한성을 저격하기 시작했다는 말과 같았다.

“한동안 조용하다 싶더니.”

한성은 고대 크라켄을 시작으로 11마리의 해양 몬스터를 잡았다. 어려운 건 없었다. 다들 팔기 위한 테이밍이었으니 한성보다 약한 놈들이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잘됐다.”

이참에 한성이 직접 써먹을 레벨 8짜리 신격을 하나 잡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것도 최상급 마굴에서 나온 신격이라면 나중에 마계에 들어가서 꽤 쓸모가 많을 것이다.

아니면 흡수해도 된다.

다른 이들은 신격을 흡수하면 거대한 부작용에 시달리겠지만, 한성은 다르다. [신격을 먹는 자]이기도 하면서 [신격 사냥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성은 테이밍한 몬스터를 타투로 돌리고 공간을 접어 이동했다.

팟.

이미 수많은 영웅이 나와 마굴의 괴물들을 막고 있는 전장의 위였다.

< 마굴의 준동. >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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