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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운은 만렙이다-153화 (153/200)

< 피터 괴롭히기 대작전. >

성시연은 한성의 방송을 보면서 깔깔 웃었다.

죽이는 게 아니라 괴롭히는 거라더니, 완벽하게 괴롭히고 왔다.

단순히 고통을 주는 게 아닌, 신념을 흔들었다.

사람을 구하는 피터라는 이를 괴롭힌다길래 뭔가 했다. 한성은 그럴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완벽하고 현명한 방법으로 사람을 구하고 피터는 괴롭혔다.

채팅창도 난리였다.

- 와, 씨.

- 이건 미쳤다.

- 이름이 피터라고? 겁나 쎄 보이는데 한성은 더 쎄네.

- 한성 드높은 신격이라는 거에 들었음.

- 하긴, 드래곤도 잡았는데 저거 하나 못 잡겠음.

- 근데 아쉽다ㅜ 뭔가 다크 나이트 같은 느낌이었는데.

- 여리여리하고 잘생겼어······. 피터 팬 될 거 같아.

- 피터팬?

- 응, 재미없어.

- 미친, 근데 이한성 돈 얼마나 많은 거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말 계속 끊어먹어.

- 피터 불쌍해ㅜㅜ.

성시연은 옆에서 꾸준하게 무기를 만들고 있는 하얀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생각해보니, 친딸은 아니지만, 딸은 딸이다.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딸이 생긴 기분이랄까.

만약······, 한성이랑 계속 만나게 된다면, 언젠간 자식을 가질 텐데······.

“크흠. 아니, 무슨 생각을. 후······.”

성시연은 붉게 달아오른 볼을 식혔다.

시기상조다.

딱히 서로 그런 약속을 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아직 제대로 손도 못 잡은 것 같은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하얀이에게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혹시 모르니까.

“어? 안 돌아오나?”

성시연은 한성의 방송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 피터 도망갔는데, 한성은 왜 계속 저기에 있지?

- 은행 일 때문이 아닐까?

- 무슨 대표가 직접 움직이냐, 직원들이 알아서 하는 거지.

- 그건 그렇지만.

- 어? 움직인다.

성시연은 화면 속의 한성을 바라봤다.

그가 말했다.

“이곳에 온 김에, 근처 몬스터 좀 정리하고 가겠습니다.”

한성은 한 발을 내디뎠다.

쿵.

작은 진동과 함께 진한 파란색 마력이 퍼져나갔다. 그것은 수백 미터를 넘어 수 킬로미터의 경계를 물들여 나갔다. 마치 중력이 거꾸로 된 듯, 물방울처럼 맺혀 올라가는 마력들.

그것은 허공에서 마법진으로 변했다.

수만 개의 마법진.

이미 드높은 신격에 오른 한성이기에 사용할 수 있는 심(心)의 마법. 한성의 생각으로, 한성의 의지로 이뤄지는 마법의 향연.

그것은 불꽃이 되어, 얼음이 되어, 전기가 되어 전방으로 쏘아졌다.

콰아아아아!

영국이 전력을 다해 일주일 내내 노력해야 하는 영토를 한성은 단번에 수복할 수 있었다.

와아아아아!

경계에 사는 영국인들이 환호를 질렀다.

*  *  *

“젠장할!”

피터는 차원의 틈으로 들어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운도 더럽게 없다. 저놈만 아니라면 어떤 영웅이 와도 이길 자신이 있다.

그게 온전한 신격이면 어렵지 않고.

드높은 신격이라도 비벼볼 만하다.

그런데 저놈은 그게 안 된다.

“어째서!”

피터는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고개를 들었다.

주변에 훈련받고 있는 구울들이 보인다. ‘격’이라는 것에 대한 저항이 낮은 존재들. 마치, 초월종이나 지배종을 보는 듯했다.

태초의 인간이 저랬을까.

“마치 신인류 같잖아.”

요즘 바깥 뉴스는 신인류라는 키워드로 난리다.

가장 먼저 신인류를 양지로 끌어올린 게 [한국 영웅 아카데미]다. 한도석이라는 천마의 후예가 5인의 신인류를 직접 데리고 다니면서 그들의 힘을 알렸다. 그들은 빠르게 성장했고 아카데미 상위권으로 올랐다.

겨우 몇 개월 만의 일이었다.

그러자 세계 곳곳에서 신인류를 영입하기 시작했다.

“······저 구울은 신인류의 DNA로 만든 것.”

그래서 구한 거다.

이한성도 신인류와 같이 ‘격’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지만, 신인류도 그게 가능하다. 피터도 그런 신인류와 비슷한 힘을 지녔다.

하지만 부족할 뿐이다.

구울과 함께 움직인다면 이한성 영웅을 이길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잠재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한다.

“차원을······.”

피터는 아무것도 없는 옆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의 손이 어디론가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나머지 손을 넣어 밑으로 내렸다.

우우웅.

작은 구멍이 생성되며 그쪽으로 무언가 보이기 시작했다. 피터가 퍄퍄, 구투, 해짓 등의 이계의 생물을 데려온 곳이다. 그곳엔 거대한 숲과 뒤로 중세의 도시가 곳곳에 보였다. 저 숲엔 괴물들이 득실거리고 도시엔 이계의 사람과 다른 종족이 존재한다.

“아직은 아니야.”

그럴 능력도 못 된다.

이걸 소환한다면 수많은 소외계층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본인의 고통을 팔고 스스로의 목숨을 대가로 능력을 살 수 있다.

그것도 목숨을 저당 잡히는 게 아니냐고?

맞다.

하지만 당장 죽기 싫어서 희망 없는 빵 하나에 목숨을 거는 것과 자신의 미래를 바꿀 희망에 목숨을 거는 것은 다르다.

그런 환경을 강요하는 이 사회.

목숨이 아닌 ‘삶’을 앗아가는 소수의 사람.

피터는 그곳을 바라보다 벌어진 차원의 틈을 닫았다.

아직은 아니다.

“더 조용히 움직여야겠어.”

피터에게 영웅 심리가 남아있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시간을 끌었고 누군가를 돕기 위해 앞으로 나서기도 했다.

“쓸데없이.”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더욱 더 은밀하고 완벽하게 움직인다.

*  *  *

에딘은 거대한 무언가 한바탕 휩쓸고 간 은행 내부를 보면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옆에선 가녀린 소녀가 그의 팔을 붙잡고 있었다.

어떤 검은 정장의 사내가 와서 자신을 구해줬다.

그래서 뭐라 말하더니 금고를 통째로 뽑아 올렸다.

그때는 놀랐다.

대단했으니까.

저런 힘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런 불우를 보고만 있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물론, 말이 안 되는 망상일 뿐이다.

더 놀란 것은 그런 강자의 뒤통수를 때린 남자의 등장이었다.

이한성 영웅.

너무나 유명하기에 모를 수가 없었다.

그의 튜브를 보면서 꿈을 꿔왔다. 강해질 수 있다면, 그처럼 재능이 있고 누군가를 지킬 힘이 있다면, 이렇게는 살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그는 말도 안 되는 마법을 펼쳤다.

이 경계에 존재하는 모든 몬스터를 쓸어버린 기괴한 광역 마법. 수천 개? 아니, 수만 개의 마법진이 경계의 이후를 모두 쓸어버리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그는 그렇게 떠났다.

이 경계에 존재하는 은행을 이용해 사람들을 돕겠다고 선언하면서 말이다.

“에딘!”

누군가의 부름에 에딘은 화들짝 놀랐다. 어느새 정신을 차린 점장이었고 그의 곁에는 몇의 경비원이 붙어 있었다. 아니, 붙어 있던 게 아니었다.

경비원은 점장을 체포했다.

그리고 수십 명의 영웅이 등장했다.

“에딘, 당신의 용기에 찬사를 보냅니다.”

“당신이 원하신다면 저희 프랑스 헤번 마탑에서는 당신에게 마법을 가르쳐 줄 수 있습니다.”

“물론, 옆에 있는 소녀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저희 유럽 영웅 협회에서는 당신에게 명예 훈장을 드리겠습니다. 당신의 행동은 모든 사람을 감동시켰습니다.”

그들은 에딘의 행동을 실시간으로 봤던 사람들이었다.

영상을 보다가 점장의 횡포과 소녀에 대한 동정. 그리고 에딘의 용기에 찾아온 사람들이다.

이들이 직접 찾아오기 전에 한성이 모두 해결하고 갔지만, 이런 관심은 이곳을 변화시키기에 충분했다.

“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에딘은 소녀의 손을 붙잡고 눈물을 흘렸다.

*  *  *

피터는 은밀하지만,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영국의 중앙은행과 백악관을 터는 것은 실패했지만, 그곳 외라면 그 어떤 곳이든 빠르고 쉽게 털 수가 있다.

피터가 가장 먼저 간 곳은 31번 구역의 블랙 키리윰 광산이었다. 미국과 영웅 같은 곳을 가는 것보다 이런 곳이 한성이라는 놈이 예측하기 힘들테니까.

하지만.

“젠장할!”

“여기 내 땅이라는 거 몰랐냐!”

이한성은 이미 이곳에 도착해 있었다.

미리 안 것일까.

아니면, 알아채자마자 이곳으로 이동한 것인가.

아무리 빨라도 이 정도의 공간을 단번에 뛰어넘을 순 없다. 그게 아무리 피터나 이한성이라도 말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온 건데!”

“문답무용!”

“에라이!”

피터는 다시 차원의 틈으로 도망쳤다.

씩씩거리던 피터는 이때가 기회다 싶어 최대한 먼 곳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지구의 정 반대편, 이 정도면 한성이 알고 오는 것에도 시간이 걸린다.

피터는 다시 차원의 틈을 이용해 남미로 향했다.

아주 큰 돈은 아니지만, 희귀 금속을 가공하는 공장과 은행 몇 개를 털 수 있다. 게다가 음지의 무법자인 마피아들도 제거하고 말이다.

휘리릭.

피터는 그 자리에서 다시 사라졌다.

하지만 역시나.

“여기로 올 줄 알았다!”

그곳엔 이한성이 있었다.

“빌어먹을! 도대체 어떻게 안 거냐!”

“뻔하잖아.”

“뭐가 뻔해!”

“가장 멀리 가자고 해서 왔겠지.”

“······제기랄!”

당연하긴 했다.

가까이 가면 당연히 한성이 바로 올 테고, 멀리 가면 안다고 해도 가는데 시간이 걸리니까. 아무리 공간을 접고 시간을 비틀어 이동한다고 하지만, 세상에는 깨지지 않는 법칙이 있는 법이다.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

“어디 또 도망가 보시지!”

“이 또라이 새끼!”

피터는 그렇게 외치면서도 결국 차원의 틈으로 들어갔다.

차원을 완전히 닫아버린 피터는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도저히 이놈을 떨칠 수가 없다. 아니, 그건 그렇게 왜 이렇게 따라다니는 것인가.

“나한테 원한이 있나?”

그게 아니고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부의 재분배! 권력의 재분재!

소수의 사람에게 저당 잡힌 사람의 삶을 돌려주는 것.

누군가를 도우려 하는 일이지 않은가!

“그놈도 똑같은 놈이야.”

이한성. 그도 지배계층이다.

엄청난 부와 권력을 지녔고 그것으로 전 세계를 살피고 있다. 어떻게 인간 하나가 이런 힘을 지녔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대단한 놈인 것은 분명했다.

그게 정상적이든, 또라이든 말이다.

“기습하자.”

시간을 두고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이한성도 인간인 이상 잠은 잘 거다. 그리고 다른 일도 많지 않겠는가.

“다른 곳에 일을 벌여?”

한성이 직접 움직일까? 그렇다고 그 정도의 일을 벌이는 건 피터도 직접 움직여야 가능하다.

결국 시간을 두고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

*  *  *

며칠 후.

“헉, 헉. 개새끼. 미친 또라이!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피터는 며칠 동안 하루에 5번에서 7번까지 움직였다. 하지만 한성은 한 번도 놓치지 않고 피터를 찾아내 쫓아왔다. 정말 다른 일은 안중에도 없는 사람처럼 말이다.

그는 오로지 피터만을 찾아다녔다.

미친 사람 같았다.

꼭 피터를 괴롭히는 것만이 삶의 목표인 듯 말이다.

“젠장, 어쩔 수 없다.”

이것만큼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고 싶었다.

[이계의 도시]

이것을 소환하면 많은 사람이 기회를 얻을 수 있을 테지만, 그만큼 큰 희생이 필요하다. 피터도 한성을 피하기 위해 무엇이든 했지만, 죄 없는 사람이 죽는 것만큼은 피했다.

그래서 이것도 남겨두고 싶었다.

더 강하고 끔찍한 몬스터가 등장한다.

그것에 죽는 사람이 생기고, 더 많은 전쟁고아가 생기겠지. 자신처럼 고통받고 괴로움에 하루를 살아가는 이들. 불구가 되고 친구를 잃고 가족을 잃을 이들.

하지만.

그래도 해야 했다.

빌어먹을 이한성 영웅 때문에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했지만, 어차피 해야 할 일이었다.

“이계의 도시를 소환하겠습니다.”

피터는 허공에 말했다.

저 높은 곳에서 보고 있을 크툴루에게.

< 피터 괴롭히기 대작전. >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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