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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운은 만렙이다-147화 (147/200)

< 역천의 마왕. >

성시연은 마왕의 육체를 지녔으며 릴리스의 신격을 ‘일부’ 계승했다. 그러면서 아마존에서 마계의 영역을 1/3로 줄이며 수많은 마족과 악마의 화신체를 죽이는 업적을 세웠다.

그뿐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을 구했으며 검은 땅의 아이를 거둬 키웠다.

블랙 키리윰으로 31번 구역을 두 배는 크게 늘렸으며 완전한 방어 기지로 만들었다. 이제는 하나의 도시가 되어 수십만의 사람이 사는 곳이 되었다.

그것은 성시연이 세운 업적이었다.

악(惡)에 대항하는 악(惡).

악마 사냥꾼.

검은 땅의 구원자.

마계의 역적.

수많은 업적이 그녀를 신격을 부여했다.

그리고 이제, 마계의 탑에서 소환된 발록왕을 만났다.

- 나의 왕이시여.

검은 영혼이었다.

오래전 마계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발록왕이 이곳에 현신(現身)했다. 성시연의 머릿속에서 흐릿한 발록왕에 대한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릴리스의 신격을 먹어치우며 그녀의 신격을 계승했기 때문이다.

“나는 너의 왕이 아니다.”

발록왕과의 기억은 흐릿하다.

아주 오래전, 릴리스가 신들과의 전쟁에서 명성을 떨치고 루시퍼의 아내로 있을 때, 발록왕은 릴리스에게 목숨을 구함받으며 충성을 맹세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릴리스는 전면에 발록왕을 세우고 신들과의 전장을 휩쓸었다. 그녀는 루시퍼의 곁에서 천사와 신을 죽였고 그들에게서 천외천 땅 일부와 마계를 지켰다.

하지만 결국 졌다.

악마는 패배했고 마계로 떨어졌으며 루시퍼는 돌변했다. 왜, 언제, 그렇게 변하기 시작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릴리스를 떠났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아 다녔다.

릴리스는 그렇게 홀로 슬픔과 분노에 미쳐가기 시작했다.

- 나의 왕이시여.

“아······.”

성시연의 눈가에 눈물이 흘렀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발록왕의 혼에게 손을 뻗고 있었다.

‘왕이시여.’

릴리스의 왕은 루시퍼였다.

‘왜 이렇게 변하셨습니까.’

릴리스가 루시퍼에게 물었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기에 릴리스는 끊임없이 물었다. 그의 눈빛은 차가웠다. 예전과는 다르게 단단하고 언제라도 깨질 듯 위태했다.

‘왜, 왜 저를 버리셨습니까.’

릴리스의 눈물이 루시퍼의 입을 열게 했다.

‘난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제가 함께 하면 안 되는 것입니까.’

‘네 임무는 여기까지다.’

그때 깨달았다.

아아, 나도 수많은 악마 중 하나구나.

이미 변해버린 그에게 나는 그저 계획의 일부에 불과했구나. 그리고 여기서 희생당해야 하는 순서구나.

릴리스는 피눈물을 흘렸다.

아.

아아.

‘왜, 왜 저를 버리셨습니까.’

‘난 해야 할 일이 있다.’

‘왜, 저를 버렸습니까?’

‘이 세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서다.’

‘왜 저를······?’

같은 장면인 것 같으면서도 서로 다른 장면이 겹쳤다. 수십 개, 수백 개. 그 장면이 연속되면서 변한 건 단 하나, 루시퍼의 표정이었다.

처음엔 그래도 따듯했다.

그리고 점점 차가워졌으며 딱딱하게 변했다.

마치 이미 죽어버린 것처럼.

성시연의 기억은 거기까지였다.

“왜······? 왜 이 기억이.”

성시연의 손은 이미 발록왕의 머리에 얹어져 있었고 그녀의 눈엔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 당신은 릴리스의 오랜 기억을 계승했습니다!

- 업적을 이뤘습니다.

- 당신의 릴리스의 신격을 온전히 계승합니다.

- 당신의 업적이 릴리스의 악명(惡名)을 완화합니다.

- 악(惡)에 대항하는 악(惡).

- 악마 사냥꾼.

- 검은 땅의 구원자.

- 마계의 역적.

- 당신의 이명이 결정됩니다.

.

.

.

- [역천(逆天)의 마왕]

- 당신의 이명이 결정되었습니다.

성시연을 눈을 떴다.

그녀의 눈은 붉게 물들어 있었고 슬픔에 젖었던 표정은 어느새 차갑게 굳어 있었다.

“한성을 만나야 해.”

머릿속의 복잡한 기억을 알려야 했다.

오직 ‘그’만이 이 세계의 멸망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  *  *

케이플람은 푸르게 빛나는 눈을 번쩍 뜨고 이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에는 항거할 수 없는 절대적인 권능이 담겨 있었다.

일촉즉발의 상황.

‘어머니.’

천사였던 어머니.

지금은 ‘아스모데우스’라는 악마가 된 어머니.

진훈은 그녀와 계약했다.

하지만 그 힘은 악마의 힘. 진훈은 단 한 번도 계약한 신격의 힘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녀와 계약한 것은 언젠가 어머니를 악에서 구하기 위해서였다.

무황이 입을 열었다.

“네 어머니의 원래 이름은.”

무황의 입이 열릴 때, 케이플람은 점점 관리자의 힘을 개방하고 있었다. 그는 중재자이자 이 세계의 관리자. 이곳에 있는 ‘낮은 존재’는 그저 말 한마디로 소멸시킬 수 있다.

“케루빔.”

천사의 계급 아홉 중에서 첫 번째인 치천사.

태초에 아담과 이브가 에덴을 떠날 때, 불의 칼로 그들이 돌아올 길을 막았던 천사.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신을 수호하고 제1천사군단을 지휘했던 사령관.

“지금의 너라면 그녀를 깨울 수 있을 거다.”

깨울 수 있다라.

“내가 도와주겠다.”

아마 무황은 이때를 기다린 것인지도 몰랐다.

그는 황금빛 마력을 지니고 있다. 이것은 ‘순수함’과 ‘정의’의 상징. 다른 악(惡)을 정화하는 특성을 지녔고 치료와 순수한 힘에 치중되어 있다.

하지만 ‘격’이라는 게 있다.

무황의 경지가 아스모데우스보다 낮다.

이젠 거의 따라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힘들었다. 그래서 무황은 아들인 진훈이 ‘온전한 신격’ 이상의 경지에 다가오길 바랐다.

이 황금빛 마력을 사용하는 건 무황의 핏줄이 전부니까.

게다가 진훈은 아스모데우스와 연결되어 있다.

지금은 가능할 거다.

“함께 한다.”

“알겠습니다.”

번쩍.

케이플람의 입에서 미지의 권능이 혼돈에 퍼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하나의 ‘소멸’. 창조와 반대되는 개념이며 중재자로서 주신(主神)의 ‘창조’와 ‘소멸’의 권능 중 하나를 이어받은 것이다.

이것은 마법이나 이능으로도 막을 수 없는 것.

하지만.

「 나 릴리스. 」

케이플람의 권능을 막아선 것은 릴리스의 신격을 이어받은 마왕이자 악마.

바로 성시연이 진언(眞言)이 격의 향연을 시작했다.

“시간이 없다. 우리도 바로 시작해야 해.”

“알겠어요.”

진훈은 눈을 감고 계약으로 연결된 어머니. 아스모데우스의 힘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답이 없었다. 이미 이성을 상실하고 악(惡)에 점령당한 후였으니까.

하지만 진훈은 끊임없이 문을 두드렸다.

「 태초의 마녀이자 몽마였으며, 」

릴리스는 아담의 아내였으며 아담에게 배신당하면서 악마가 되었고 뱀으로 변해 아담에게 선악과를 먹였다.

그러면서 그녀는 모든 인간의 적이 되었으며 신의 반대편에 서게 되었다. 신이 세운 규율에 반하며 신과 같은 역할의 중재자의 권능을 거부하는 존재가 되었다.

콰아아아아.

케이플람의 강대한 권능은 작은 여인, 성시연에게 막혔다.

『 나 케이플람 가드니스는, 이 세계의 중재자이며 관리자. 』

「 하늘을 뒤집기 위해 태동한 신화, 역천의 마왕. 」

화악!

성시연의 모습은 완전하게 변했다.

이제는 인간의 모습이 전혀 없는 악마 그 자체의 모습. 그 위에 씌워진 발록왕은 이미 케이플람만큼이나 거대해 진 채 그를 막아서고 있었다.

『 신에게 버림받고, 세계의 외부자인 악(惡)이여. 』

케이플람은 권능으로 성시연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원래라면 성시연 혼자는 버틸 수 없는 거대한 힘이었지만, 이미 케이플람 또한 신에게 대항하는 자였다. 그는 이미 진짜 ‘중재자’는 아니었다.

게다가 성시연은 악(惡) 그 자체.

중재자의 힘이 덜 미치는 존재다.

쿠우우우.

권능의 힘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거대한 두 존재의 권능의 충돌은 공간을 무너뜨리고 시간을 비틀어 아지랑이처럼 작열(灼熱)했고, 그것은 눈에 보일 정도로 유형화된 상태였다.

때문에, 다른 이들은 이미 저만치 물러나 있었다.

그 광경을 보던 한별이 허탈하게 입을 열었다.

“분명 처음엔 내가 쟤보다 강했는데.”

아마 아카데미 졸업하기 전까진 항상 그러지 않았을까.

그의 옆에 있던 얜 샤를과 안혜림이 한마디 했다.

“······난 거의 따라잡은 줄 알았어. 그래도 오딘의 무기도 얻었고!”

“나도······, 충분히 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한별은 두 사람 말에 충분히 공감했다.

이들이 전부 모여도 상처 하나 줄 수 없었던 존재가 바로 저 드래곤이다. 지금은 그보다 훨씬 강해진 상태였다. 절대적인 권능으로 이곳을 쓸어 버릴 힘을 보였다.

그런데.

“저걸 단신으로 막는다고?”

이미 그녀는 마왕(魔王), 그 자체였다.

악(惡)과 마기는 둘째다. 살갗이 저릿한 권능 그 자체가 이곳에 모인 모두를 압도하고 있다.

도대체 언제 이렇게 차이가 벌어진 것일까.

“씨, 저건 또 뭐야.”

안혜림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한별과 얜 샤를의 시선이 안혜림을 따라갔다.

그곳엔 검은 마기로 점철된 진훈과 그의 아버지인 무황이 보였다. 그들을 감싼 마기는 점점 커졌고 진훈은 모습까지 변하기 시작했다.

“뭐하는 거지?”

끼야아아아!

진훈의 입에선 기다란 비명이 들렸다.

그때, 케이플람의 권능이 성시연을 밀어내고 있었다. 아무리 케이플람의 힘이 약해졌다고는 하지만 ‘격’의 차이는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이쪽에도 아군이 생겼다.

그것은 바로 진훈.

무언가와 싸우는 것 같았던 진훈은 안정을 찾았다.

마치 드래곤볼의 초사이언을 보는 듯, 부스터처럼 타오르는 마기는 진훈의 전신을 감싸고 눈은 시뻘게져 있었다.

그의 기세는 혼돈의 하늘을 찔렀다.

푸확.

진훈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콰아아아아앙!

『 중재자의 신념으로 너희를······ 꾸엑! 』

명치를 제대로 맞으면 저런 소리가 난다.

성시연은 때를 놓치지 않고 권능을 몰아쳤고 진훈도 쉬지 않고 케이플람을 육탄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케이플람의 권능은 일반적으로 뚫을 수 없지만, 지금의 진훈은 달랐다.

『 중재자의······, 크흑. 이놈들이! 』

「 이게 바로 명존쎄······, 아차. 」

“이제 시작이다. 이 개새끼야!”

성시연은 오랜만에 시원하게 욕을 하며 달려들었다.

*  *  *

한성이 인도의 성역에 도착했을 땐, 이미 거신과의 전쟁이 한참이었다.

수만 년 동안 잠들어 있던 거신은 약해졌지만, 태초의 신격이었으며 그 세월 동안 잠재된 분노와 전의는 상상을 초월했다.

물론, 인도의 신화는 더 강하다.

하지만 다른 신화의 신격은 서로를 돕지 않는다.

그랬기에 인도의 신격들은 거신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었다. 가이아와 우라노스 사이에서 태어난 티탄 12신 중 [광명의 신] ‘히페리온’. 그리고 그의 자식 중 [하늘을 달리는 자]라는 ‘헬리오스’까지 참여한 것도 큰 이유였다.

“인도의 신화가 지진 않겠지만, 피해가 꽤 크겠는데?”

3대 주신과 8방위 신인 라카팔라가 있고 그 아래로 수십의 강대한 신격이 있는 인도의 신화다. 그래서 우주적인 스케일이라 불린다.

오딘과 토르가 있는 [북유럽 신화].

우라노스와 올림푸스가 있는 [그리스 신화].

[크툴루 신화]까지.

그 세 가지 신화와 맞먹을 정도로 강대한 신화가 바로 인도의 신화다.

“가장 큰 문제는 네 개의 신화 모두 사이가 철저하게 안 좋다는 것.”

하지만 이대로라면 인도의 신화가 이길 것이다. 전장엔 3대 주신인 시바,비슈누, 브라흐마가 ‘아직’ 참여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이곳에 도착하기 전엔 긴장했다.

[세상을 보는 일천 개의 눈]이라 불리는 ‘인드라’가 한성의 접근을 모를 리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전장은 거신이 승기를 잡고 있었기에, 인드라는 미처 이곳을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다.

이것도 운의 일종일까.

“과거를 부르기 딱 좋은 날이구만.”

한성은 적당히 떨어진 곳에서 느긋하게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동시에 [초끈]으로 공간을 차단하고 시간을 길게 늘어뜨렸다.

- [과거의 잔상]을 시작합니다.

인도의 신격들이 아직 큰 죄는 없다.

그나마 얌전한 신격이라 인간 세상에 많이 관여하지도 않고 말이다.

하지만 결국 종장에 가선 한성의 ‘적’이 된다.

미안하지만 미리 전력을 확 줄여놔야겠다.

- 당신이 지닌 과거가 ‘제약’을 일으킵니다!

- 세계의 규칙을 크게 무너뜨리는 행위가 감지됩니다.

- 신들의 세상인 [천외천]에 비례해 ‘제약’의 크기가 커집니다.

- 사용자 이한성의 신격에 알맞게 ‘제약’이 강해집니다!

한성은 극단적으로 늘어난 시공간 속에서 과거의 잔상을 진행했고, 인도의 성역 위엔 알 수 없는 ‘제약’. 즉, 신들조차 두려워하는 재앙이 도래하기 시작했다.

< 역천의 마왕. >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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