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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운은 만렙이다-145화 (145/200)

< 너는 혼자가 아니야.(7권 끝.) >

무황은 이렇게 신이 나는 게 얼마 만인지 기억나지 않았다. 루시퍼와의 싸움? 그것은 싸움이 아니었다. 루시퍼는 혼돈의 끝으로 들어가려 한 것이고, 무황과 일행은 그를 막으려 한 것.

게다가 루시퍼는 무황을 죽이지 않지 않았다.

하지만 케이플람이라는 드래곤은 달랐다.

한 마디, 한 마디에 ‘죽음’의 위협을 느꼈다. 케이플람의 격에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목이 떨어질 뻔했다. 그것은 살 떨리는 실제 전투였다.

콰와아아아아!

다시 한 번 케이플람의 브레스가 혼돈을 휩쓸었다.

이미 폐허가 된 혼돈이다. 어차피 생명체가 살기 힘든 극지. 그게 다시 한 번 쓸려나가도 상관없다. 오히려 지구에 영향을 주지 않기에 더없이 좋은 전장이었다.

무황은 케이플람에게 달려들면서 용혈 사냥꾼으로 용혈의 두꺼운 신격을 비집고 주먹을 내질렀다.

콰아아아앙!

출렁!

무황의 주먹 하나에 케이플람의 비늘이 후두둑 떨어지며 거대한 몸체가 출렁인다. 하지만 그것은 금세 회복되면서 반격이 날아왔다.

겨우 꼬리를 휘두른 것뿐이다.

그것은 혼돈은 부쉈고 용혈 사냥꾼을 쳐냈으며 무황의 늑골을 부러뜨렸다.

쿨럭.

무황은 피를 토했지만, 다시 일어났다.

“강하군.”

“강하죠.”

무황은 이한성을 특이하다는 듯 바라봤다.

그가 지녔던 힘은 이 정도가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새 훨씬 커져 있었다. 그리고 그가 검을 휘두르며 케이플람의 신격조차 깨지 못했을 때 실망했다.

하지만 그는 마법으로 케이플람에 대적했다.

인간은 드래곤의 마법을 따를 수 없다.

이한성은 달랐다.

인간의 몸으로 마법의 종주인 드래곤을 상대한다. 물론, 그것으로 위대한 신격인 케이플람에게 큰 상처를 입힐 순 없다.

하지만 그가 케이플람의 마법을 막는 것은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그의 이능.

‘격’이라는 것 자체를 사용하고 있었다.

시간과 공간이 비틀리고 차원의 틈이 벌어지며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강력한 폭발과 전기 에너지가 뿜어진다. 그것은 하나의 창을 만들기도 했고 거대한 방패를 만들기도 했다.

겉으로만 보면 ‘창조’와 같았다.

케이플람도 무황과 같은 걸 느꼈다.

- 그건 무슨 힘인가.

그리고 그것은 케이플람에게 굉장히 익숙했다.

“너희 신들이 인간에게 가한 제약.”

최초의 ‘인간’은 ‘신’이었다.

아담과 이브.

그들은 선악과를 먹으며 신의 믿음을 버렸고, 에덴에서 쫓겨나면서 ‘비천한 존재’가 되었다. 그게 최초의 ‘격의 차이’였다.

- ‘격’은 신들만의 힘이다.

“아니, 너희들이 인간을 두려워해 만든 ‘제약’이지.”

신은 인간을 두려워했다.

인간의 자유에 대한 열망을.

신들에겐 한낱 피조물이며 자식이자 애완동물이었지만, 인간은 그런 신들이 언젠가 인간이 필요 없어진다면 쉽게 없앨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인간은 살기 위해 신에게 끊임없이 대적했다.

신들은 그 인간의 마음이 자신들을 위협할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힘을 빼앗고 제약을 가했다.

인간은 손(孫)을 이어가면서 ‘격’이라는 제약이 점점 강해졌고 현대에 이르러서 인간은 격이 아예 없는 존재가 되었다.

- 인간은 스스로 그러길 바란 것이다.

용혈은 신에게 복종하고 맡은 바 임무를 잃지 않기로 신에게 맹세했다. 그렇기에 신격을 전혀 잃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그 ‘태초의 맹세’를 한 드래곤 중 한 명이 ‘케이플람 가드니스’였다.

“하하. 웃기는군. 지금 루시퍼와 함께 신에게 대적하는 드래곤이 할 말인가?”

- 난 내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이제 서로 할 말은 없다.

여기서 중요한 건 누가 잘못했느냐가 아니다. 신은 신대로, 인간은 인간대로, 케이플람은 케이플람대로 신념이 있고 그 신념대로 행동하는 것뿐.

“난 스스로 격을 찾는다.”

한성의 몸에서 격이 터져 나왔다.

케이플람에 비하면 아주 적은 격이었지만, 이미 온전한 신격 정도로 볼 수 없는 거대한 격이었다. 그것은 한성이 [초끈]의 힘으로 ‘격’을 붙잡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거기에 수많은 시청자의 관심.

- 20억의 시청자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 인류의 관심이 당신에게 집중됩니다.

- 당신은 [관종의 신]입니다.

- 모든 존재력과 격이 3,000%로 상승합니다.

- 모든 능력치가 4,000%로 상승합니다.

- 당신의 ‘격’이 강제로 격상합니다!

- 당신은 [초끈]의 힘으로 격을 흉내 냅니다.

- 당신의 신격 ‘온전함’은 ‘드높은’에 닿습니다.

- 일시적인 경지입니다!

- 육체와 영혼에 강한 부담이 갑니다.

- 당신은 ‘강제 신격’을 오래 지속할 수 없습니다.

한성은 더욱 강해졌다.

케이플람의 격을 느끼며 그 격을 흉내 냈다. 강제로 육체와 영혼을 ‘격상’했으며 모든 정신력을 다해 그것을 붙잡고 있었다.

- 미련한 인간들아. 이제 와서 신의 힘을 탐내는가!

케이플람이 수천 개의 오러 블레이드로 이루어진 오러 폭풍을 쏟아냈다. 그 사이에는 수십 개의 마법이 섞여 있었고 그것은 용언과 심언으로 형성된 고위급 마법이었다.

모두 막을 순 없다.

무황과 한성은 용혈 사냥꾼으로 힘을 분산하며 몸으로 직접 부딪쳤다.

무황의 몸에선 황금빛 오라가 태양처럼 빛났고 한성은 고고하게 쌓아 올린 격을 방출했다.

콰아아아아!

혼돈 전체가 흔들린다.

이대론 힘들다.

한성은 용혈과 관련된 업적이 없다.

하지만 전 회차에는 있다.

‘과거.’

아직 완성되지 않은 과거를 마무리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과거의 잔상]을 진행할 순 없다. 그렇게 되면 케이플람에게도 영향을 줄 순 있겠지만, 혼돈 안의 모든 생명체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이한성도 포함이다.

- 이거 뭐야. 왜 드래곤이 또 나왔어.

- 한성은 진짜 코난이라니까. 가는 곳마다 사건이 터지네.

- 근데 저거 진짜임?

- 순혈의 드래곤은 없다고 하지 않았나?

- 아니, 있긴 함. 이 세상에 없는 거지 천외천이라는 신격의 세상엔 있음.

- 미쳤다. 드래곤이 위대한 신격이고 옆에 무황은 드높은 신격. 그리고 한성은 온전한 신격 아니야? 어떻게 저렇게 싸우고 있는 거지.

- 그거야 우리 한성느님이니까.

- 미친ㅋㅋㅋ 다 용혈 사냥꾼 덕분이다. 저게 용의 천적이거든.

- 그래도 이건 절대 못 이김.

- 당연하지. 위대한 신격? 뭔진 모르겠지만, 이름만 들어도 질질 싸겠다.

그때, 뒤에서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고 있던 하얀이가 달려들었다.

“안 돼.”

한성은 본능적으로 소리쳤다.

하지만 이미 하얀이는 케이플람의 신격 안으로 빨려 들어간 후였다.

“안 돼!”

하얀이는 이미 반 인간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날개와 뿔. 그리고 꼬리를 빼 들고 인간의 형상을 한 모습. 드래고니안의 본 모습이다.

- 나의 딸아.

케이플람은 하얀이에게 말했다.

무황과 한성의 달려드는 것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역시 위대한 신격에 든 드래곤. 게다가 [가드니스]라는 이름은 ‘방어’의 권능을 뜻한다.

그가 마음먹고 방어에만 집중한다면 그 무엇도 뚫을 수 없을 거다.

“아니.”

하얀이가 작은 입을 열었다.

100% 순혈. 거기에 아주 오래된 위대한 신격인 케이플람의 압박을 이겨내고 연 입이었다.

“당신은 내 아빠가 아니야.”

- 아니다. 네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너를 씨는 나의 것이다.

“아니, 내 아빠는 저기 있어. 이한성.”

하얀이는 부들부들 떨리는 팔과 다리를 억지로 부여잡으며 케이플람을 똑바로 바라봤다.

“조금 모자라고, 애정결핍에 중2병까지 있긴 하지만.”

한성은 문득 서서 둘의 대화를 들었다.

저건 욕을 하는 건지, 칭찬하는 건지 모르겠다.

“돈도 많고······ 크흠. 뭐, 특별한 건 없지만.”

한성은 웃다가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리 그래도, 말할 게 그렇게 없을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빠. 아빠야.”

- 그렇구나.

케이플람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눈을 번쩍 떴다.

고오오.

강렬한 살기가 이 공간을 지배했다.

- 그럼 그 아빠가 없어진다면 남은 부(父)는 나뿐이겠구나.

콰아아아아!

동시에 터진 격의 폭풍이 하얀이를 멀리 날려 보냈다. 그녀에게 상처를 준 건 아니다. 하지만 하얀이는 케이플람이 만들어낸 실드 안에서 의식을 잃었다.

“이 새끼가아아아!”

잔뜩 화가 난 한성은 케이플람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제대로 마음먹은 케이플람은 그야말로 신(神) 그 자체였다. 한성은 그의 근처에 도달하지 못하고 떨어져 나가며 모든 격이 벗겨졌고 무황은 한성을 보호하려다 피를 토했다.

다행인 것은 돌연변이 ‘마룡’과 ‘투신’. 그리고 ‘무희’가 보조하는 것이다.

마룡은 케이플람의 격과 마법을 집어삼키며 방어했고 무희는 무황과 쓰러진 한성을 중심으로 결계를 세웠다.

딸랑.

무희의 춤에 수많은 신이 반응했다.

신의 사랑을 받는 자, 그 사랑으로 신들의 힘을 빌리는 자. 그게 ‘무희’다.

우우웅!

강력한 신의 결계가 두 사람을 보호했다.

그 와중에 케이플람이 다시 한 번 공격하려 했지만, 혼혈 ‘발록’인 ‘투신’이 달려든다. 몸을 쓰는 것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 하는 종족이며 마력과 마법에 대한 저항력도 신급에 가까운 존재.

그들 모두가 힘을 합해 케이플람의 공격에서 한성과 무황을 보호했다.

“다시 나가겠습니다.”

한성이 어느새 일어나 말했다.

“아직 안 된다.”

무황이 한성을 막았다.

무황의 시선은 한성의 복부로 향해있었다. 이미 장기는 망가졌고 부러진 뼈는 한두 개가 아니다. 그 강대했던 격은 이미 벗겨져 한없이 나약했다.

조금씩 치유가 되고 격이 덧씌워지고 있었지만, 당장은 안 된다. 시간이 필요했다.

“나 먼저 나간다.”

“저도 나가야 합니다.”

“넌 얼마 버티지 못하고 죽는다.”

“아마 투신과 무황 둘이 힘을 합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걸요. 셋이면 조금은 더 버티겠죠.”

한성은 활활 불타오르는 눈동자로 말했다.

무황은 피식 웃었다.

어쩜 이렇게 자기랑 비슷한 건지, 진훈과 함께 지내서 그런 걸까. 아니면 원래 이런 놈인가. 싸우고 싶어 하는 눈이다. 거기에 저 소녀를 대신한 분노도 함께 있다.

“무희, 결계를 거둬라.”

“네? 아직 그건······.”

“괜찮아.”

무황은 황금빛 오라를 뿜었다.

한성도 격만 겨우 복구한 채 기세를 방출했다.

그때였다.

“야! 이한성어어엉!”

검은 빛줄기였다.

콰아아아앙!

그것은 케이플람을 그대로 들이박았다. 격이 한 꺼풀 벗겨지며 케이플람이 휘청거린다. 투신은 그것을 놓치지 않고 합공을 시작했다.

기다란 두 개의 뿔, 보랏빛의 찰랑거리는 머리, 쭉 뻗은 날개와 아름다운 몸과 얼굴. 이것은 자세히 보지 않아도 성시연이었다.

이상한 게 있다면 그녀의 몸에 덧씌워진 특이한 신격.

그것은 ‘발록’이었다.

“얻었구나.”

[릴리스를 섬기던 발록왕의 혼].

오랜 준비가 필요했다. 성시연이 온전한 신격에 도달해야 했으며 666명의 악(惡)의 제물이 필요했다. 그러면서 릴리스까지 완벽하게 없앤 상태.

그래야 얻을 수 있는 힘이었다.

그리고 그게 끝이 아니었다.

황금빛 빛줄기 하나가 투신과 성시연 사이로 날아왔다.

콰아아아아아아!

그것은 케이플람을 살짝 밀어내는 정도가 아니라 몇 발자국 뒤로 무르게 했다.

“젠장! 또 나만 빼고 이런 재미있는 싸움을 하고 있단 말이야! 그것도 우리 아빠랑!”

키는 이미 185cm가 넘어간 건장한 청년. 황금빛 오라를 바다와 같이 품고 있는 강인한 ‘신격’. 그는 진훈이었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인 악마와 계약했지만, 온전하게 황금빛 마력을 간직하고 있었다.

무희는 무황을 바라봤다.

무황은 고개를 끄덕였고.

결계는 제거되었다.

한성과 무황이 다시 날아올랐다.

“시간 좀 끌어 주십시오.”

“많이는 못 번다.”

“딱 10분. 그거면 됩니다.”

한성의 시선에 무황은 잠시 머뭇거렸다. 10분. 짧아보이지만, 케이플람 앞에서는 영겁과도 같은 시간이다. 지원군이 왔지만, 이 정도로는 택도 없다.

그러는 와중에 혼돈을 밝히는 천둥이 휘몰아쳤다.

콰과과과광!

수천 개의 번개가 케이플람을 때리고 어둠을 몰아냈다. 거미줄처럼 퍼지는 수많은 번개 사이에서 한 여인이 내려왔다.

오딘의 신화를 쫓으러 간 얜 샤를이었다.

“이젠 10분 가능하겠죠?”

“흐음.”

무황은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아예 뒤를 돌아봤다.

또 안 오냐는 듯 말이다.

한성은 그 모습에 같이 돌아봤다.

“안혜림하고 한별이 오려나.”

이렇게 다들 올 줄 몰랐다.

생방송으로 알 수 있다고는 해도 이 정도로 성장한 상태로. 케이플람을 상대로 조금이라도 버틸 수 있을 정도의 ‘신격’을 얻었는지는 몰랐다.

하긴, 다들 주인공들이다.

이 세계에서 역대급 재능을 지닌 이들.

쿵. 쿵. 쿵.

“오, 뭔가 온다.”

무황의 말이었다.

저 멀리서 거대한 덩치들과 함께 달려오는 가녀린 남자가 보인다. 붉은 갑주가 인상적인 그들은 레드 오우거. 이제는 한별이 대장이 되어 세상의 모든 재앙을 막으러 다니는 괴력 집단이었다.

그리고.

“한 명 더 오네요.”

차캉! 차차차차캉!

은빛의 향연. 날카롭게 뽑히는 칼날의 소리. 가장 앞에는 아더왕의 유물 몇 개를 지닌 안혜림이 보였고 뒤로는 아마존에서 활동하던 ‘원탁의 기사’들이 보였다.

두 그룹은 한성을 지나쳐 케이플람에게 그대로 들이박았다.

케이플람은 어이가 없다는 듯 죽음의 마법 수천 개를 쏟아내며 수천 개의 오러의 폭풍으로 혼돈의 하늘을 덮었다. 그것과 동시에 위대한 신격이 폭발하며 ‘낮은 것들’을 압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 한성도 잊었던 두 명이 더 도착했다.

키이이이! 콰아앙!

완치된 세르게이의 스피어 블레이드. 그것은 수백 미터까지 치솟아 하늘을 덮은 케이플람의 오러 폭풍을 막아냈고 뒤이어 도착한 나디아는 케이플람의 마법을 마력으로 흩어 흡수했다.

그 상황에 놀란 것은 세르게이와 나디아였다.

아무리 그들이 기습적으로 들이닥쳤다고는 해도 둘의 격으로는 막을 수 없는 종류의 공격이었으니까.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고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진훈, 한별, 안혜림, 얜 샤를, 성시연. 그리고 한성과 이름 모를 이들까지 한팀이 되어 케이플람의 공격을 막아낸 것이었다.

한성은 웃었다.

강대한 적이 앞에 있는 것과는 상관없이, 친구들이 곁에 있다는 게 너무나 든든했다.

무황이 문득 말했다.

“이 정도면 10분, 아니 30분도 버틸 수 있겠군.”

< 너는 혼자가 아니야.(7권 끝.) >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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