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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운은 만렙이다-141화 (141/200)

< 신기(神器) >

한성은 건물에서 나오자마자 방송을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여기는 LA입니다.”

- 한성 방송 시작했다!

- LA야, 그럴 줄 알았다. 지금 LA난리 났잖아.

- 미친ㅋㅋㅋㅋ이놈은 무슨 사건만 나면 거기 있는 거야.

- 거의 코난의 아버지 김전일의 형님 남도일의 삼촌이야.

- 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쳤네, 근데 이것도 막을 수 있는 거임?

- 왜 혼자야. 하얀이는 어딜 가고?

“자자, 오늘의 방송은 ‘위기에 빠진 미국을 구하라!’”

한성은 또 특유의 자세를 취하며 카메라를 향해 인사했다.

- 미국? 무슨 소리야 그게.

- 여기 LA아님?

- 한성님, 원래 과장이 조금 있음ㅋㅋㅋㅋ

- 미국은 무슨ㅋㅋㅋㅋ

“제가 지금 무슨 말 하시는지 궁금하죠?”

한성은 그렇게 말하곤 허공에 떠서 도시 전체를 스캔했다. 외부로 향하는 비상 통로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 도시 전체에 시공간의 제약이 걸리며 워프 게이트마저 막혔다지만, 작동하는 하나의 통로가 있다.

그것은 지하로 통하는 [하이퍼루프].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종류의 이동수단이지만, 몇몇 국가에서 특수한 신기(神器)를 덧붙여 사용한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단 한 번은 작동할 수 있는 이동수단으로 말이다.

“여기 있네요.”

한성은 지하 깊숙한 곳으로 공간을 뚫고 이동했다.

몇 개의 공간 방어 결계가 있었고 마력과 이능마저 차단하는 마법진이 보였다. 역시 ‘신기’의 힘을 빌려 완성된 통로였다.

하지만 이미 [초끈]으로 성장한 한성의 공간 조종은 ‘지배’에 가까웠으며 마법에 있어서 최고였던 전적 덕분에 유유히 그 통로에 도달할 수 있었다.

휘이이이잉.

진공 상태의 통로에서 작은 진동이 울렸고 빠른 감속과 동시에 자동차 세 대 크기의 이동수단이 도착했다.

푸쉬-

문이 열리며 검은 정장의 인원이 내리기 시작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미합중국 대통령님.”

한성의 말과 동시에 채팅창이 터져나가려 했다.

- 뭐야. 미친!

- 아니, 대통령이 왜 여기 있어!?

- ㅋㅋㅋㅋㅋㅋㅋㅋ이거 실화냐?

- 기획력 쩐다. 이젠 대통령까지 섭외하냐?

- ㅋㅋㅋㅋㅋ미친 거 아니냐? 왜 대통령이 여기 있는 거야!

- 근데 진짜 미국에 위기가 온 거 아니야?

양 옆에서 레벨 6 정도로 보이는 SS등급 영웅 두 명이 한성을 경계하며 대통령을 보호했다.

“해치려는 뜻은 없습니다.”

한성은 영웅 신분증을 보여줬다. 아직 제대로 된 오리지널 노블레스의 신분증은 없었지만, 검은 장미가 감싼 작은 저울이 그려져 있었다.

“오리지널 노블레스.”

“네, 대통령님. 신분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신분증은 없네요.”

대통령은 경호원 두 명을 뒤로 물렀다.

그리곤 떨리는 눈동자로 한성을 바라보며 물었다.

“도대체 미합중국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걱정 마십시오. 제가 큰 일 없이 해결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필요한 게 있습니다.”

“해결할 수만 있다면.”

지금 미국은 정말 큰 위기를 맞이했다.

대통령이 이 비상 통로를 타고 이곳으로 대피했는데, 그마저 누군가 이미 알고 있었다. 그것은 미국의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백악관에 침입한 그가 원하는 게 있습니다. 백악관의 모든 ‘신기’를 유지하는 하얀색 금속. [신의 금속]이라고 불리는 그것을 제게 주십시오.”

한성을 제외한 이들은 신의 금속이라 불리는 금속의 정체를 모른다. 하지만 한성은 잘 안다. 그것은 [혼돈의 파편]이다.

그들은 그것을 ‘고작’ 다른 신기를 유지하고 활용하는데 사용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그 금속을 포기할 수 없다.

“그 금속을 알고 있는 것도 신기하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닌 상황이네요. 그 말에 책임을 질 수 있습니까?”

그게 없으면 백악관의 방어 능력은 대폭 줄어든다. 다른 에너지원으로 대체한다? 사실상 당장 몇 년간은 불가능한 일이다.

“네, 그게 있어야만 그를 막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게 있어야만 인류를 지킬 수 있습니다.”

대통령은 잠시 고민했다.

그 위치에 있다면 당연한 일이다. 앞뒤 잴 일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를 막을 수만 있다면.”

한성은 손을 내밀었다.

미합중국 대통령은 그 손을 꽉 잡았다.

“일단 골든 에시앙에 가서 대기하고 있으시면 됩니다.”

“당신은 어떻게······?”

“전 이 도시를 구하고 백악관으로 이동하겠습니다.”

- 이야. 이게 뭐야.

- 무슨 상황인 거야? 왜 대통령이 여기 있어!

- 여기 LA아님?

- 아. 미친, 지금 뉴스 속보 나옴. 백악관 습격당했다고!

- 미국 방송사에선 안 나오는데 러시아, 중국, 유럽. 다 난리남.

- 이제 미국 방송에서도 나온다.

- 헐, 그래도 다행이네. 요인들은 다 탈출했다고.

- 근데 요인은 살아도 백악관 뚫리면 미국 X되는 거 아님?

- 한국을 제외하고 최고 수준의 방어시설이라고 했는데.

- 근데 그걸 한 명이 뚫고 있음? ㄷㄷ

“시간이 별로 없는 것 같네요.”

한성은 밖으로 이동했다.

저 올드 원을 빠르게 해치우고 백악관으로 이동해야 했다.

*  *  *

한성은 올드 원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서 온 힘을 다해야 했다. 다행인 것은 밖에서 올드 원의 시선을 끌고 있었던 엘 로사와 [드래곤 슬레이어]. 그리고 [스타 케인즈]였다.

아무래도 구울은 인공지능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올드 원에게 쉽게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올드 원이다.

플레이어가 꼽은 ‘까다로운’ 몬스터 1위.

가장 강력한 것은 아니다.

가장 까다로울 뿐.

한성은 하얀 막 안에서 올드 원을 바라봤다.

올드 원도 한성에게 눈동자를 돌렸다.

밖에서 올드 원에게 덤벼드는 존재들에겐 흥미를 잃었기에 모두 한 번에 내던져 버렸다. 올드 원이 그들에게 흥미를 가진 것은 그들이 지닌 ‘에너지’ 때문이다.

그들은 용혈, 발록, 삼오족 등의 강력한 존재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먹이가 등장했다.

이 도시를 하나 삼키는 것보다 이 남자를 제대로 흡수한다면 더욱 큰 에너지를 얻어 지구 곳곳에 잠자고 있는 올드 원을 모두 깨울 수 있을 만큼의 에너지······?

콰아아아앙!

한성의 손에서 발사된 [강력]의 힘.

쉽게 말하면 핵분열보다 강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핵융합의 힘이었다. 더 쉽게 말하면 손에서 핵폭탄이 수십 개 터지는 강한 폭발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그극.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꿈쩍하지 않았던 하얀 막에 금이 갔다.

올드 원은 당황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성이 더욱 탐났다.

지금 한성은 수십억의 관심을 받고 있는 중이었기에 온전한 신격 중에서도 최상급의 힘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올드 원은 스스로의 멸(滅)을 걸고서라도 한성을 원할 수밖에 없었다.

올드 원은 하얀 막을 제거하며 한성을 향해 촉수를 뿜었다. 그것에는 방금처럼 하얀 막이 씌워져 있었다. 한성은 그것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었기에 철저하게 피했다.

콰아아아!

콰과과과!

그 촉수에 닿는 것은 건물이든 마법이든 모두 깨졌다.

“미안하지만.”

한성은 올드 원의 약점을 너무 잘 안다.

그리고 그 약점을 파고들 능력도 충분했다.

팟.

한성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올드 원은 위험을 감지하고 시공간을 차단했다. 순간 올드 원의 시야는 멈춰진 세상이었으며 밖과 완전히 분리된 공간에 들어섰다.

이곳에서는 그 어떤 힘도 침투할 수 없다.

공간을 찢는다고 해도, 시간을 비튼다고 해도 막아낼 수 있는 완벽한 권능. 태초에 올드 원이 지구에 착륙하고 모든 대륙을 점령할 수 있었던······?

콰직.

한성은 어느새 그것의 공간 안으로 들어 서 있었고 그의 성검은 올드 원의 거대한 눈동자에 꽂혀 있었다.

“나는 그 공간과 시간에 제약을 받지 않지.”

이미 한성은 그 모든 힘의 위에 서 있었다.

[초끈]은 최상위의 힘이다.

콰지지직.

*  *  *

백악관은 난리가 났다.

난데없이 이상한 놈이 나타나더니 백악관의 방어선을 하나씩 부수며 접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 말도 안 돼!”

백악관의 경비실장은 화면에 비치는 장면을 보곤 기겁했다.

이곳은 레벨 8 이상의 신격이 오더라도 어렵지 않게 막을 수 있는 수준이다.

레벨 8이면 비천함을 벗어 던진 온전한 신격이다.

레벨 9인 드높은 신격과는 상상할 수 없는 격차가 있긴 하지만, 레벨 9의 신격 또한 한 시간 이상 막을 수 있는 수준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걸 이렇게 쉽게 뚫고 들어온 다고?”

다행히 한 번에 뚫린 것은 아니기에 대통령을 비롯한 요인은 지하 벙커에서 다른 장소로 대피 중이었다. 워프 게이트와 하이퍼루프를 이용해서 말이다.

그때,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저 이상한 능력자의 목적은 대통령과 요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

백악관을 이렇게까지 효율적으로 해체하고 들어오는 사람이 대통령이 비상 상태 이후 5분이면 이곳에서 5,000km 이상 떨어진 도시로 이동한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국가 기밀이다.

5,000km까지는 아니더라도 이곳에 대통령이 없다는 사실은 잘 알 거다.

“······설마?”

백악관엔 미국이 100년 간 모은 수많은 신기(神器)가 잠들어 있다. 모든 신기는 유사시에 방어에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지금 백악관 앞에 펼쳐지는 모든 결계의 폭풍과 이능의 발현은 그 신기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것을 원하는 것인가?”

그 신기 하나하나는 수십조 원이 있다고 해도 구할 수 없는 것들이니까.

경비실장은 레벨 8의 영웅이다. 백악관에는 경비실장을 제외하고 레벨 8의 영웅이 2명 더 존재하며 레벨 7의 영웅 또한 다섯 명이 존재한다.

이들이 한 번에 나간다면 저자를 제지할 수 있을까?

경비실장은 고개를 저었다.

저 안에서라면 백악관의 [8인의 히어로]조차 5분 이상 버틸 수 없다. 그런데 저자는 하나하나 차분하게 부수며 들어온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5분이면 백악관은 뚫린다. 아니, 그냥 뚫리는 정도가 아니다. 낱낱이 해부당해 벌거벗겨지는 거다.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미국의 몰락은 가속화된다.

이 사건은 단순히 백악관이 뚫린 게 아니다.

미국이 뚫린 것이다.

세계 수십 개 나라가 지켜보고 있을 거다.

이 장면만으로 백악관에 설치된 신기들을 모조리 파악할 것이며, 미국의 명성은 바닥으로 떨어진다. 지금 겨우 최강국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지만, 저자를 막지 못한다면 타이틀 또한 지키지 못할 거다.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실장님, 경호 실장님도 내려왔습니다.”

그 말은 [8인의 히어로]가 백악관 최전선인 이곳으로 온다는 것을 뜻했다.

경비실장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지금 보이는 저 힘이 저자의 전부라면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지금으로부터 10분만 버티면 미국 각지에 있는 레벨 7 이상의 영웅을 한껏 모일 거다.

하지만······ 그게 의미가 있을까?

그저 백악관을 비우고 피하는 게 가장 현명한 일일 수도 있다.

그들 몇 십 명을 모아 봐야, 저자 한 명을 감당할 수 있을 확률은 극히 적으니까. 훗날 미국을 수호해야 하는 인재가 이곳에서 갈려나간다면 미국의 미래는 확답할 수 없다.

겨우 백악관을 수십 분 더 지킨 대가치고는 너무 잔인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런 상황의 매뉴얼은 있다.

[백악관의 모든 요인이 대피해야 하는 상황이 닥쳤을 때, 1급 이상의 모든 방어 및 보안 시설이 파훼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그래, 단순하게 몇 명이 목숨보다는 미국의 위상이 더 중요하다. 그 위상은 미국 시민 수천만 명을 지켜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백악관을 끝까지 지킨······.”

경비 실장은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앞에서 무언가 날아와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

콰아아앙!

백악관의 물리, 마법 실드 수십 개가 깨졌다.

밝은 빛에 시야를 잃은 카메라가 잠시 후 복원되었다.

그곳에 보이는 것은 익숙한 영웅, 관종의 신 이한성이 침입자의 뒷목을 잡고 뒤로 집어 던지는 모습이었다.

분명 경비실장과 같은 레벨 8의 영웅이다.

그가 세운 업적에 비교할 순 없지만, 이들도 미국의 영웅이며 수십 번이나 미국을 구해냈었다. 하지만 저자를 막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가 보인 힘은 이제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미지의 힘이었으니까. 최근 크툴루 신화가 내려왔음에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한성 영웅은······.”

그 힘을 파훼하며 침입자와 당당하게 맞서고 있었다.

< 신기(神器) >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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