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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운은 만렙이다-140화 (140/200)

< 인류의 대표자. >

LA 중심 도시 밖에 있는 이들은 갑작스럽게 눈을 뜬 올드 원의 움직임에 한바탕 혼란이 찾아봤다.

하지만 그것은 주변에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았다.

그저 어디론가 이동할 뿐.

“뭐, 뭐야. 어디로 가는 거야?”

“미친, 나 다 죽는 줄 알았어.”

LA의 시민들은 처음 올드 원 토벌을 진행했을 때를 기억한다. 수 킬로미터 밖으로 모두 대피했었지만, 수만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랬던 올드 원이 움직이자 모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곳의 시민은 그 기억이 생생하다.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은 것 같은데 레벨 8의 영웅. 미국의 영웅이 그대로 쓰러지면서 주변 수만 명의 사람이 투두둑 쓰러져 죽었다.

그것은 신기였다.

올드 원이 스스로 잠들지 않았다면 그 무엇도 올드 원을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뭐지?”

LA의 시민들은 움직이는 올드 원을 그대로 두고 보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중심 도시로 향하자 군대를 비롯한 영웅들이 그것을 막고자 했다.

“막아야 해! 중심 도시로 향하잖아!”

“우리가 저걸 무슨 수로 막아! 레벨 8의 영웅도 죽었다고.”

“미친!”

하지만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았으며 공격한 이들은 올드 원의 눈빛에 그대로 절명했다.

게다가 이번엔 레벨 7 이상의 신격도 없는 상태였다.

올드 원은 너무나 쉽게 중심 도시 코앞에 도착 했다.

키잉-

올드 원은 뭔지 모를 특이한 힘을 발산하며 하얀 막을 뿜었다. 그것은 중심 도시를 감싸기 시작했다.

“아, 안 돼!”

그제야 심각성을 중심 도시 밖의 군대와 영웅들은 올드 원에게 공격을 쏟아냈고 하얀 막도 없애기 위해 마법사와 온갖 이능이 동원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실수였다.

그들의 공격이 올드 원과 하얀 막에 닿자마자 토벌 때의 기이한 파동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크어억!”

“커헉!”

그 파동을 맞은 이들은 마력이 흩어졌으며 이능을 사용할 수 없었으며 숨이 막히기 시작했다. 그것은 영웅, 군대, 일반인 모두에게 적용되었다.

그렇게 쓰러진 주변의 인간들은 사망했다.

하얀 막은 아주 작은 흠집도 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지이잉-

하얀 막은 중심 도시를 모두 집어 삼켰고 무언가를 시작했다.

우웅. 우웅. 우웅.

하얀 막의 위로 얇은 파란 물결이 일었다. 그것은 올드 원에게 흘러갔다. 중심 도시의 마력을 모조리 흡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 멀리서 수송기를 타고 날아오는 이가 있었다.

“젠장! 한성님!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제가 갑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것은 엘 로사였다. 그의 뒤로는 [드래곤 슬레이어]와 [스타 케인즈]라는 이름을 지닌 구울 월드 리그 팀이 따라오고 있었다.

다른 구울들과 다르게 엘 로사는 이곳에 있으면 위험하다. 하지만 한성이 위험에 처한 걸 그저 보고만 있을 순 없었다.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했다.

항상 너무 멀어 두고 볼 수밖에 없었던 한성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기회.

*  *  *

“자, 더 생각할 거 있습니까? LA를 구한다면 오리지널 노블레스 정도는 받을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이 중에 하나는 언터쳐블.

나머지 넷은 오리지널 노블레스다. 언터쳐블 한 명은 오리지널 노블레스 하나를 줄 수 있고 오리지널 노블레스 세 명이 모여야 노블레스 하나를 줄 수 있는 거다.

이들은 한성에게 오리지널 노블레스를 줄 능력이 충분했다.

그때, 라엘 카네기가 입을 열었다.

“그렇다고 그냥 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저도 그냥 받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그 신분의 무게를 모르지 않으니까요.”

“왜 그 신분이 가지고 싶은 겁니까?”

아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그녀는 진심으로 궁금해 하고 있었다.

“인류는 아주 큰 재앙을 맞이할 것이니까요.”

“······.”

한성의 대답에 라엘 카네기는 입을 다물고 한성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러자 모두가 라엘 카네기에게 고개를 돌렸다. 어떻게 할 거냐는 뜻이 담겨 있었다.

“간단한 면접을 하나 하겠습니다.”

그렇지, 라엘 카네기가 이번 회 차의 언터쳐블이다.

노블레스까지는 자산과 세력. 영향력과 무력이면 기본 자격은 갖춘 거다. 거기에 입 발린 말과 뇌물이면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오리지널부터는 다르다.

노블레스까지는 반쯤 장난이 가미된 공략이었다면, 오리지널은 메인 스토리의 향방을 바꿀 정도로 중요한 요소였다.

“모두 나가주십시오.”

라엘 카네기는 아까와는 전혀 다른 눈빛을 하고 있었다. 올드 원이 이 도시를 집어 삼키고 모든 에너지를 빨아들이고 있음에도 흔들림 하나 없었다.

그곳엔 라엘 카네기와 한성만 남게 되었다.

“나 라엘 카네기. 고귀한 피를 이은 인류의 지도자인 ‘언터쳐블’은 모든 위에 서는 특별한 신분을 인류의 수호와 균형을 위해 살아가는 한 명의 인간.”

라엘 카네기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그녀의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았으며 일반인이었던 그녀의 몸에 묵직한 ‘격’이 담겼다. 그것은 신격도 범접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하나의 종(種).

그것도 지구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류’를 대표하는 이들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업적과 격이라는 것은 반드시 영웅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일반인도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는 업적을 세운다면 충분히 격을 일으킬 수 있다.

라엘 카네기.

그녀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다.

“영웅 이한성. 당신은 오리지널 노블레스라는 신분에 관해 알고 있나요?”

“네, 알고 있습니다.”

보통은 모른다고 하겠지. 라엘 카네기는 놀라야 정상이겠지만,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으며 입을 열었다.

분명 그녀는 마력과 이능 하나 없는 일반인이었지만,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다.

“당신이 살아가는 목적은 무엇입니까.”

“악(惡)의 멸절(滅絶).”

“······.”

이번엔 조금 놀란 듯 보였다.

“당신이 생각하는 악(惡)의 정의는?”

“인류를 멸하려는 모든 존재.”

“그럼 인류는 악이 아닌가?”

“인류 중에서도 악은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그들 또한 멸절(滅絶)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예.”

한성은 흔들림이 없었다.

인간 중에서도 악은 있으며, 선(善)이라 불리는 진영에서도 악은 존재한다. 그들이 나눈 ‘진영’은 그저 하나의 명칭일 뿐이다.

“영웅 이한성, 당신은 선(善)인가 악(惡)인가.”

이 질문이 중요하다.

그녀는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오리지널 노블레스를 임명할 수 있는 힘을 지녔으며 인류의 대표 자격이 있는 언터쳐블이니 그 정도는 기본이었다.

한성은 답을 알고 있다.

하지만 진실로 포장하지 않아도 된다.

그 답은 한성이 지닌 생각과 완벽하게 일치하니까.

“필요하다면 악(惡)이 되겠습니다.”

“······영웅 이한성. 당신은 진실된 사람이군요.”

“그런가요?”

한성은 그제야 미소를 되찾았다.

라엘 카네기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아무리 자격이 된다 한들, 이 면접을 통과하지 못하면 오리지널 노블레스를 얻을 수 없다. 그게 아무리 공략을 알고 있는 플레이어일지라도 말이다.

“나, 라엘 카네기. 인류 수호의 무거운 책임을 지닌 모든 이들의 대표이자 세상의 모든 이들을 대신해 악(惡)이 되어 지옥에 떨어져야 할 ‘언터쳐블’. 나는 영웅 이한성을 또 한 명의 대리자(代理者)인 오리지널 노블레스를 임명합니다.”

그녀의 말엔 고고한 격이 흘러나왔다.

지금 만큼은 온전한 신격을 지닌 한성도 그녀에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 업적을 이뤘습니다!

- [오리지널 노블레스]라는 신분을 얻었습니다.

- 당신은 인류를 대표하는 신분을 얻었습니다. 모든 이들 위에 설 수 있는 권력(權力)과 동시에 모든 이들의 책임(責任)을 대신해야 할 의무를 얻습니다.

- 당신은 각국의 1급 보안 시설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얻으며, 세계 모든 나라에서 완전한 ‘면책 특권’, 대부분의 국가기관에서 인정하는 ‘사법 권한’, 특급 ‘살인 면허’, 도지사(道知事)급의 행정 권한, 입법 권한을 얻고 국가 비상사태에 억압받지 아니하며 모든 세계 정부의 의전 서열에 포함되며 상황에 따라 최대 2위에서 13위와 동일한 권한을 얻습니다.

- 그 외에 310가지의 특별 권한을 갖습니다.

- 당신은 그에 따라 인류의 수호를 위해 움직여야 할 책임을 갖습니다.

- 당신은 인류의 대표자 ‘언터쳐블’이 될 자격을 보유하게 됩니다.

한성은 이로써 [오리지널 노블레스]라는 인류 최상위 신분을 얻게 되었다.

그때, 창 밖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럼 저는 책임을 다 하러 움직이겠습니다.”

한성의 말에 라엘 카네기가 만족스럽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하늘 높은 곳에선 피터가 올드 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레이트 올드 원인 크툴루와 계약한 피터는 저 밑에 있는 올드 원과는 적대 관계다. 뭐, 특별히 원한이 있다기보다는 인간과 몬스터 정도의 관계랄까.

“잘 보십시오. 제가 어떻게 복수와 구원을 하는지.”

계약을 한 이후부터 크툴루는 묵묵부답이다.

피터의 힘이 너무나 나약하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피터는 그 힘마저 너무나 달콤했다.

다 죽어가던 육체는 멀쩡히 살아나 웬만한 영웅처럼 단단했으며 몸속에 마력인지 이능력인지 모를 이상한 힘이 흘러넘쳤다.

“구울이라. 머리를 잘 썼네.”

올드 원의 힘은 특수 능력에 특화되어 있다. 물리적 강함은 크지 않으며 에너지 그 자체와 인간의 정신에 간섭한다.

구울은 그 힘에 크게 영향을 받진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사용하는 것도 마력과 이능일 뿐이다. 중심 도시가 말라 비틀어지는 것은 시간문제.

피터는 공간의 문을 열었다.

그곳으로 들어간 피터는 LA에서 5,000 킬로미터 떨어진 워싱턴으로 이동했다. 그것도 백악관 앞으로 말이다.

딱.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백악관을 감싸는 무형의 결계와 마법진 수십 개가 무효화되었다.

위이이이잉!

경보음이 울렸고 백악관을 지키는 수백의 영웅. 그리고 견고하게 쌓인 방어시설이 올라와 피터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결계와 마법진이 해체되면서 실행된 무차별 방어 공격인 것이다.

콰아아아아!

곳곳에서 레일 건이 발사되고 수십 겹의 포박 마법과 이능이 발현되며 바닥이 움직여 피터와 백악관의 거리를 떨어뜨린다.

그게 끝이 아니다.

신화급 아티펙트에서 발산된 용언(龍言)과 신의 가호가 결합되며 대상에 대한 완벽한 격리를 시전한다.

딱-

하지만 그것 또한 피터의 손가락 튕기기에 무효화된다.

그에게 통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수십 갈래의 오러 블레이드, 알지 못하는 수십 종류의 이능의 끝까지 그를 막아섰다. 하지만 피터는 웃으며 하나하나 넘어갈 뿐이었다.

“역시 백악관은 백악관이야.”

미국이 몰락하고 있다고 해도 아직 세계관 최강국 중 하나다. 말도 안 되는 자금력과 수많은 인구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잠재력. 그리고 수많은 인재들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미국이라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쌓아온 저력.

그 모든 것의 중심은 백악관이었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비대칭 능력인 크툴루의 권능이라도 그것을 뚫기는 쉽지 않았다.

“너는 누구······!”

누군가 막아서면 피터는 그냥 돌아간다.

콘크리트 벽이든 마법진이든 영웅의 검이든.

모든 것은 피터에게 영향을 줄 수 없었다.

키이잉-

그때, 누군가가 피터를 스쳐지나가며 팔뚝에 상처를 냈다.

“오호라.”

“이곳은 더 이상 넘어갈 수 없다.”

“너의 이름은 무엇이지?”

피터는 호기심이 일었다.

수많은 영웅이 이곳을 향해 달려왔지만, 피터는 공간을 밀어 그들과 이곳의 거리를 수백 킬로미터로 만들었다.

“알 필요 없다.”

검은 정장을 입은 그는 피터에게 달려들었다.

검을 휘둘렀고 그것은 공간과 시간을 찢어 피터에게 다가왔다. 피터는 그가 찢는 공간과 시간을 되돌려 피해를 무효화했지만, 그는 그것마저 뚫어냈다.

피슛.

이번엔 피터의 어깨가 베었다.

하지만 피터는 여유가 넘쳤다.

“대단한 인재군.”

“너야 말로.”

그것이 둘의 대화의 마지막이었다.

피터는 웃으며 손가락은 한 번 튕겼다.

팟!

유일하게 피터에게 상처를 입힌 검은 정장은 그대로 사라졌다. 피터는 그를 죽인 게 아니다. 아무 먼 곳에 던져버린 것이다.

아무리 지금은 적이라고 해도 저 정도의 인재를 쉽게 버리고 싶진 않았다. 나중에 천천히 세뇌하고 복종시키면 꽤 괜찮은 손과 발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피터는 다시 발을 내디뎠다.

다시 한 번 미국의 영웅들이 그를 막아서기 위해 달려들었다.

< 인류의 대표자. >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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