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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운은 만렙이다-137화 (137/200)

< 세례를 받으라. >

한성은 드래곤 슬레이어가 대기하던 대기실로 향했다. 뒤로 제현 그룹의 길이현이 뒤따랐다. 그러던 도중 누군가 한성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십니까. 이한성님.”

“누구······?”

한성의 앞을 막은 이는 금발의 여인이었다. 고급스러운 정장 드레스를 입고 뒤로 수행비서와 경호원을 대동했다.

“반갑습니다. 저는 스타 케인즈의 구단주인 엘 로사라고 합니다. 마이크로 딘 기업의 소유주이기도 하죠.”

“그렇군요. 저야 뭐 아는 것 같고. 무슨 일이죠?”

아주 아름다운 외모다.

그녀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고 잘 이용하기도 했다. 그녀를 본 남자는 정말 게이가 아닌 이상 잠시 넋을 잃는 것은 물론이고 웬만한 남성은 단 번에 홀릴 정도였다.

게다가 묘한 향을 풍기고 있었다.

‘이능이군.’

매력 능력치가 상당히 높다. 70이면 웬만한 인간은 홀리지 않고 버틸 수 없는 수치다.

거기에 이성을 홀리는 이능까지 있다.

하지만 한성의 곁에는 릴리스의 화신체와 신격을 흡수한 성시연이 있다. 본래 매력이 70까지 올라가는 캐릭터인데 거기에 몽마의 마녀가 지닌 특성까지 흡수하지 않았는가.

그녀는 존재 자체만으로 재앙급의 매력을 지닌 여자다.

한성도 그에 못지않은 매력을 지녔으며, ‘관심’에 관해서라면 ‘권능’에 가까울 정도로 강한 모습을 보인다.

“할 말 없습니까?”

한성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경기에서 승리한 드래곤 슬레이어 팀을 보러 가야 하는데, 괜히 앞을 막고 있으니 짜증이 날 수밖에.

“아, 아닙니다. 정중하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엘 로사······. 그런 요청은 제현 그룹을 통해서 의뢰해주시길.”

한성은 뒤에 있던 길이현을 슬쩍 보며 말했다. 그러곤 엘 로사의 옆을 무심하게 지나갔다.

길이현은 그의 뒤를 따르며 싱긋 웃을 뿐이었다.

그곳에 남은 엘 로사는 수치심에 얼굴이 붉어졌다.

그런데 그 수치심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여, 역시 이한성님.”

아니, 그녀는 이한성이 이럴 줄 알았다는 듯 말하고 있었다.

*  *  *

이상한 만남을 마치고 한성은 드래곤 슬레이어가 대기하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몇몇은 치료 중이었으며 몇몇은 마력과 체력을 회복하는 중이었다.

한성이 들어가자 모든 구울이 일어나 인사했다.

“주인님을 뵙습니다!”

리더 로아가 대표로 외쳤다.

한성은 당연하게도 방송 송출 중이었는데, 채팅창은 난리가 났다. 현실에선 축구, 미식축구, 야구 등의 스포츠가 인기지만 이곳에서는 ‘영웅 대전’ 혹은 ‘구울 리그’가 대세다.

“편히 쉬어, 힘들게 싸웠는데 말이야.”

한성은 로아에게로 먼저 갔다.

“처음 뵙겠습니다.”

“나는 몇 번 보긴 했지.”

그들이 ‘건조’되기 전이다.

한성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구울은 창조 생명체다. 인형이라고도 불리는데 거의 인간과 같은 지능을 지니고 있기에 감정이라는 것도 있다. 그것은 잠재력이 높은 구울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나곤 한다.

그들은 주인인 한성을 보고 싶어 했다.

그들은 그렇게 설계된 존재들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주인이 강하면서 유명하기까지 해서 그런지, 다른 구울보다 주인을 더 바라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그들은 한성에 대한 그리움을 영상으로 해결하기도 했다.

그런 그들은 한성을 보자 한 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로아.”

“네, 주인님.”

“한성님이라고 불러.”

“알겠습니다.”

주인님이라는 호칭은 조금 이상하지 않은가.

한성이 채팅창을 의식하고 말한 건 아니다.

- 이야ㅋㅋㅋㅋㅋㅋ한성 인성 좋다!(이렇게 하면 되는 거죠?)

- ㅋㅋㅋㅋㅋㅋ눈치 보는 것 봐, 채팅창 보는 거 다 보입니다!

-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

- 와, 드래곤 슬레이어다! 로아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이야.

- 어차피 화면인데 가깝기는, 너 미국이냐?

- ㅜㅜ 나도 로아에게 주인님 소리 듣고 싶어!!

역시 반응이 좋았다.

한성은 채팅창을 옆으로 흘깃 보면서 이곳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요즘 미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팬을 생산하는 구울의 월드 리그다.

그중에서 팀이 생기고 최단기간에 우승 후보가 된 신성이기도 하고 말이다.

게다가 로아는 아름다운 외모로도 유명했다.

“오늘 잘 싸웠다.”

“가, 감사합니다.”

로아는 머리를 조아렸다.

구울은 자신의 소유주에게 완전하게 복종한다. 하지만 이렇게 존경을 보이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조금 부족하기도 했어, 알지?”

“네? 마, 맞습니다.”

- 뭐가 부족했다는 거지?

- 오늘 주인 왔다고 평소보다 훨씬 잘 싸웠는데ㅜㅜ

“잘 싸웠어, 오더도 잘했고 대처 능력도 좋았지. 그런데 가지고 있는 잠재력에 비해 잘못했다는 거야.”

“그······ 런가요?”

로아는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최대한 이해하려는 듯 한성을 바라보며 답을 구했다.

“나는 관종의 신이며, 너희들의 주인이다. 이런 너희를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제. 내가 가진 특별한 능력인 [세례]를 내려주겠다.”

당연히 [세례]라는 것은 없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친, 이게 뭐야.

- 세례?ㅋㅋㅋㅋㅋㅋ

- 아니, 형님. 그건 좀 너무한 거 아니오?

- 무리수 던짐.

- ㅋㅋㅋㅋㅁㄹㅅ

- ㅁㄹㅅ

- ㅁㄹㅅ

.

.

.

한성의 발언에 채팅창은 무리수라는 단어가 쭉쭉 올라왔다. 너무 갑작스럽게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해서 그런 거다.

하지만 한성은 진지했다.

“이리로 오라.”

로아는 존경하는 주인님의 손길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 한성은 그녀의 머리에 손을 얹고는 속으로 말했다.

[대상 개화]

오랫동안 쓰지 않은 스킬이다.

스스로 성장하기 바빠서 떠올리지도 못한 스킬. 하지만 이제 노력만 한다고 성장하는 시기는 지났기에 주변 캐릭터의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다.

화악.

한성의 손과 로아의 머리에서 빛이 뿜어졌다.

원래 곧바로 미개화 이능이 개화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로아는 이미 잠재력 대부분을 깨운 상태였고 미개화 이능이 꿈틀거리던 시점이었다.

거기에 한성의 신격이 크게 성장해 [대상 개화]도 그만큼 강해진 상태였다.

벌떡.

로아는 당황한 얼굴로 일어나 뒷걸음질 쳤다.

그리곤 자신의 손을 바라보다 무언가를 중얼댔다.

“공간 이동.”

팟!

로아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가 바로 한성의 앞에 등장했다.

로아는 공간 쪽에 굉장한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 큐브를 통해 배운 것도 아닌, 몸속에 잠재되어 있던 [공간 이동]이라는 고유 능력.

이 정도 재능이면 [공간 조정]과 같은 ‘특성’을 익혀도 굉장한 성취를 이룰 수 있을 거다.

“가, 감사합니다.”

로아는 다시 한 번 머리를 조아렸다.

- ㅅㅂ 이거 뭐야.

- 진짜야?

- 손에 큐브 있었던 거 아님?

- 미친, 이제 능력까지 준다고?

- 이한성 이 상상을 초월하는 놈ㅋㅋㅋㅋㅋㅋㅋ

- 내 상식에 혼란이 오고 있다.

- 미쳤네, 로아 유일한 약점이 맷집이 약한 거였는데, 그거 완전히 해결된 거 아님?

- 예상, 로아 구울 등급 SS에서 SSS등급으로 떡상한다.

- 이건 개떡상이지

- 아니, 도대체 이게 어떻게 가능해?

한성은 그런 채팅창에 만족을 느꼈다.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은 것은 이 능력으로 많은 적이 생길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간이 친구들에게나 사용했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이것 또한 컨텐츠로 사용하기에 아주 좋은 소스니까.

“이참에 구독자 이벤트 한 번 하겠습니다. 구독과 좋아요를 눌러주시고 댓글로 이메일을 적어주시면, 딱 한 분 정해서 세례를 내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잠재된 능력이 없다면 세례를 받는다고 해서 무언가 생기진 않습니다.”

아무 재능도 없으면 너무 슬플 것 같으니, 무언가 생기지 않는다면 괜찮은 아이템을 하나 주기로 했다.

- 와, 미쳤다. 나 레벨 5에 정체된 영웅인데, 이거 받으면 레벨 올릴 수 있나?

- 나 혼돈 들어가는 길이었는데 다시 되돌아간다!

- 응, 그냥 가던 길 가. 어차피 20억 중에 한 명임. 절대 안 뽑혀.

- 이건 못 먹어도 고지.

- 무조건 참여한다. 댓글 혼자 천 개 이상 달아도 되나요?

“한 명당 단 하나씩만 적어주세요.”

한성은 그렇게 말하곤 드래곤 슬레이어 팀원 전원을 바라봤다. 로아처럼 눈에 확 보이는 변화는 없겠지만, 잠재력의 일부를 올려주거나 이능을 한 단계 성장시킬 순 있을 거다.

한성은 돌아다니면서 하나하나 모두에게 세례. 아니, [대상 개화]를 시전했다.

우승하기 위해선 여러모로 손 볼 곳이 많은 팀이었다.

물론, 이 잠재력 상승으로 충분하지 않다.

각자의 무기와 방어구도 상당히 부족했으며, 실전 경험도 부족하다. 하얀이가 세이건의 딸과 잠시 시간을 보내기 위해 LA에 늦게 도착한다고는 했는데, 하얀이가 오면 진짜 드래곤 사냥으로 실전 훈련을 해야겠다.

“그리고 또 필요한 게 있으려나······.”

그러다 문득 떠올랐다.

‘아니, 굳이 우승할 필요 있나?’

그냥 훔치는 게 아무래도 빠르고 편할 것 같았다. 구울 리그 협회에서 보관하고 있을 텐데, 한성이 혼자 쓱 갔다 오면······.

“한성님, 지금 표정 상당히 음흉하고 이상한 거 아시나요?”

옆에 있던 길이현이 한성의 생각을 멈췄다.

- ㅋㅋㅋㅋㅋ아씨, 음흉한 수컷 두더지처럼 생겼음ㅋㅋㅋㅋ

- 응? 그 두더지는 도대체 어떻게 생긴 거야ㅋㅋㅋㅋ

- 저게 잘 생겨서 그렇지, 예전이었으면 토 나왔을 듯.

- 예전 영상 봤음? 어떻게 사람 얼굴이 그렇게 못생겼다가 이렇게 변했는지 궁금함.

-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그것보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거야.

- 분명 로아 본 거 같은데?

- 아님, 길이현님 보고 있었던 거 같음.

- 변태 한성.

- 개변태네.

- 와, 한성 인성 뭐임. 그런 이상한 상상을 한다고?

“아니, 내가 무슨 생각한 줄 알고 변태라는 겁니까!”

한성이 발끈했다.

그런 생각은 전혀 안 했다고!

하지만 순교자의 심장을 훔칠 생각을 했다고 말할 순 없었기에 시청자와······ 길이현, 로아의 오해를 풀리지 않았다.

*  *  *

미국 LA의 아침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바다엔 인간의 말을 하는 종족이 생겨나 바닷길 대부분이 막혔고 도심 중앙 하늘엔 올드 원이라는 이상한 신화의 강력한 존재가 떠 있었다.

아직 그것들이 직접 움직이진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시한폭탄이다. 언제 움직여 LA를 멸망시킬지 모르는 핵폭탄.

엘 로사의 기업인 마이크로 딘은 LA에 본사가 있다. 대부분의 인재가 LA에 살고 그들의 주요 시장도 이곳이다. 그렇기에 LA를 포기할 수 없었다.

“많은 영웅이 실패했다.”

하늘에 떠 있는 올드 원이라는 것은 물론이고 바닷속의 괴상한 생명체. 가끔 등장하는 기괴한 신격도 마찬가지다.

하나하나가 무지하게 강하다.

미국에 있는 레벨 7의 영웅과 레벨 8의 영웅. 그러니까 비천한 신격에 오른 이와 비천함을 벗어나 온전한 신격에 이른 미국의 영웅도 올드 원을 죽이는데 실패했다.

그 실패의 대가로 수십 만이 사람이 죽었다.

“그는 가능할 거야.”

사실, 엘 로사는 이한성의 팬이었다.

그의 방송을 즐겨 보며, 그가 지닌 힘이 어디까지인가를 가늠하길 좋아했다.

단순하게는 레벨 8의 온전한 신격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가 지닌 힘은 신격이 전부가 아니었다. 어떠한 상황에 어떤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은 그를 결국 승리로 이끈다. 영웅이 되고 신격에 이르면 단순한 무력(武力)이 전부가 아니다.

“그는 어떤 위기도 헤쳐나갈 영웅이니까.”

그래서 그에게 접근했다. 하지만 그는 엘 로사를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대표님, 제현 그룹을 통해 의뢰를 넣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당연하게도 한성이 그렇게 하라고 했으니까.

하지만 엘 로사를 그럴 생각이 없었다.

“안 돼. 내가 그 사람한테 후원을 얼마나······.”

엘 로사는 입을 닫았다.

그녀가 한성의 팬이고 그에게 얼마나 많은 돈을 후원했는지 다른 이들이 알면 안 된다.

왜? 이유는 별거 없다.

부끄러우니까.

이 얼굴과 매력. 그리고 그 많은 돈으로도 가질 수 없는 남자가 바로 이한성이다. 게다가 세상의 어떤 무력으로도 무너지지 않는 남자.

이한성은 완벽한 남자다.

엘 로사는 붉어진 얼굴로 말했다.

“다시 만나봐야겠어.”

직접 부탁하고 인연을 만들어야 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멀리서 지켜만 볼 수 없으니까.

크흠, 그렇다고 올드 원을 토벌하려는 이유가 한성을 만나기 위해서는 아니다. 그 정도로 한성에게 빠진 건 아니기 때문이다.

라고, 엘 로사는 스스로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그가 혹할 만한 보상을 들고 와.”

“알겠습니다. 철저하게 조사해서······.”

“절대로 그가 기분 나쁘지 않게. 알았지? 뭐, 뒷조사해도 관심받는 거라고 좋아할 사람이긴 하지만.”

“네?”

“아니, 아니다 그냥 철저하게 조사해. 아무래도 그걸 더 좋아할 거 같으니까. 그냥 뒷조사가 아니라 대놓고 조사하라고. 무슨 말인지 알겠어?”

“······알겠습니다.”

수행비서는 도대체 엘 로사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시키는 대로 해야만 했다.

그리고 엘 로사의 선택은 탁월했다.

< 세례를 받으라. >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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