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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운은 만렙이다-134화 (134/200)

<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

루시퍼와 무황의 싸움은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루시퍼 휘하의 72 악마. 그중 열의 악마가 이미 소멸된 상태였기에 총 62 개체가 전부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무황, 마룡, 포식자, 투신, 무희, 세이건, 패연 등의 강자는 속수무책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때가 왔다.”

루시퍼는 혼돈의 끝에 손을 뻗었다.

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었고, 루시퍼는 거침이 없었다.

화악.

강렬한 빛을 뿜는 작은 금속 조각이 루시퍼의 손에 닿았다.

치이익.

파편은 루시퍼의 마기에 저항했다. 하지만 그는 위대한 신격. 게다가 한때는 아홉 계급의 천사 중에 첫 번째 계급인 치천사였던 존재다.

그는 눈 한 번 깜빡거리지 않고 파편을 쥐었다.

그러자 파편은 저항을 멈췄다.

쿠우우웅.

동시에 혼돈의 끝이 갈라지며 천외천에서 강력한 신의 힘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루시퍼어어어!”

무황이 악마 한 마리를 소멸시키며 루시퍼에게 날아왔다. 그를 향해 다른 악마가 달라붙었지만, 무희와 마룡이 몸으로 막아섰다.

무황은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루시퍼의 코앞까지 도달했다.

하지만 루시퍼의 눈빛에 무황은 그 자리에 멈춰섰다.

그것은 파편의 힘이었으며, 루시퍼를 감싸기 시작한 천외천의 신의 힘이었다.

“후회할 것이다!”

“훗. 후회?”

후회했다.

셀 수나 있을까? 수만 번 이상 이 세계가 멸망하면서 얼마나 많은 선택을 했고, 그 선택에 후회를 했을까. 이제는 무뎌져 후회라는 것에 자극이 없다.

“끄으윽!”

무황은 온 힘을 다해 신격을 내뿜으며 루시퍼의 신격에 저항했다. 그의 강대한 신격을 뚫기 위해 손을 뻗었으며 그 손을 덮은 신격은 루시퍼의 신격에 갈려나갔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파편을 소모하여 저 혼돈을 닫으면 된다.

“가거라.”

하지만 그런 저항은 루시퍼에게 조금의 영향도 줄 수 없었다.

루시퍼는 무황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큽?”

그러자 무황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루시퍼는 그를 완벽하게 이 혼돈에서 내쫓아 버린 것이다.

다른 이들은 볼 필요도 없었다.

수십에 이르는 악마가 오직 루시퍼를 위해 싸우고 있으니까.

루시퍼는 파편을 그대로 삼켰다.

화아아악!

루시퍼는 천외천의 존재로 편입되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떨어져 타락했으며 신에게 버림받아 악마가 된 치천사 루시엘. 그는 이제 악마로써 다시 천외천에 입성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모두를 남겨두고 혼돈의 끝을 통과했다.

그러자 혼돈의 끝이 닫혔다.

“안 돼!”

패연과 세이건은 루시퍼가 사라지는 순간 주변의 모든 악마를 터뜨렸다. 루시퍼가 없으면서 본체도 없는 그들은 둘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때, 혼돈의 가장 밑바닥이 울렸다.

고오오오.

“뭐야, 무저갱이 열리고 있어.”

“젠장, 혼돈의 끝은? 입구는 얼마나 막혔어?”

“반쯤은 열려있는 거 같아. 천외천의 신격이 조금씩 세어 나온다.”

혼돈의 끝이 열리는 순간 무저갱까지 열렸다.

이건 더 보지 않아도 뻔하다.

지하 깊숙이 봉인되어있는 줄 알았던 티탄족이 천외천을 향해 움직이는 것이다. 그 말은 즉은, 혼돈과 지상은 거대한 전장이 된다는 것을 뜻했다.

천외천은 티탄을 막기 위해 혼돈의 끝을 막아낼 것이고, 티탄은 혼돈의 끝을 단기간에 뚫을 수 없기에 지상으로까지 흘러나가게 된다.

“방법을 찾아야 해.”

그들이 예상했던 세계의 멸망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거신. 태어날 때부터 신족으로 태어난 티탄신족. 그들을 막아야 했다.

*  *  *

진훈은 화면을 보다 탑에서 뛰쳐나왔다.

투신의 탑 50층 이상이면 탑에서 언제든 나갔다 와도 된다. 물론, 한 달 이내에 들어와서 다섯 번의 대전을 마쳐야 한다는 규칙이 있긴 하다.

“도대체 또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진훈은 탑에서 빌려주는 전용 헬기에 올라탔다.

홀로그램 화면에서 나온 것은 이상한 괴물이었다. 마족도 아니고 마수도 아니며 몬스터도 아니다. 검은 연기로 이뤄진 이상한 유령들.

그것들은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으며, 그곳은 그 검은 연기보다 더 검은 곳이었다.

“혼돈······.”

진훈은 본 적이 있었다.

예전 아버지와 형이 들어갔던 곳이었으니까. 아주 어렸을 때였으며, 아버지는 모두를 지키겠다며, 소중한 사람을 지킬 힘을 얻겠다며 혼돈으로 들어갔다.

형은 그런 아버지의 뒤를 따른 것이고.

진훈은? 굳이 그 뒤를 따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옆에 진훈이나 한별과 같은 친구가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가게 되다니.’

- 비상, 도움이 필요함.

한성에게 온 연락이었다.

다른 친구들이 함께 있는 단체 메시지에서도 모두 언제 도착할 거냐는 연락이 왔다. 몇몇은 올 수 없지만, 대부분 온다다고 했다.

웃음이 났다.

그리고 설렜다.

아직 한성에게는 안 되겠지만, 탑에서 많이 강해졌다.

이제 그의 발목을 잡지 않고 한 사람 몫은 할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다른 친구들을 항상 함께하던 전장에서 보는 것도 참 기분 좋은 일이었다.

또한.

그와 함께 싸우던 곳에선 심장이 뛰었다. 한성과 함께하면 세상 어디에서도 겪을 수 없는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 여러 가지의 의미로 말이다.

지금도 방송을 하고 있지 않은가.

화면에서 그는 시청자에게 인사하곤 옆에 있던 여성 마족을 소개하고 있었다. 특유의 멘트와 자세를 취한 뒤였기에 여성 마족이 한성을 벌레 보는 표정으로 째려보는 것도 매력 포인트였다.

- 마족처럼 보이죠? 아닙니다. 거신 사냥꾼이라는 티탄족을 사냥하기 위해 탄생한 종족입니다. 인사하세요! 짝짝짝!

- 네? 아, 안녕하세······ 이게 뭐 하는 거야!

- 왜, 말 듣기로 했잖아. 차기 족장이 될 네가 열심히 해야지 다른 거신 사냥꾼이 살아남을 수 있는 거라고!

저 여자는 순진한 건지 바보인 건지, 한성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인사를 한다.

그녀를 마족으로 본 시청자 몇몇은 악플을 쏟아냈지만, 마족이 아닌 다른 종족이라는 것을 알리자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확실히 아직도 마족은 인간의 적이라는 인식이었다.

물론, 성시연과 세르비체는 제외다.

- 마족인 줄 알았는데.

- 거기서 거기인 거 아니야?

- 다르지, 넌 인간이랑 엘프랑 같냐.

- 성시연님은 마족이면서도 인간이잖아?

- 아니지, 인간이면서 마족인거지.

- 그게 뭔 비유야.

- 와, 존예.

- 하여튼 중요한 건, 지금 티탄족이 봉인에서 풀려나고 있고, 그 때문에 우리가 위험하다는 거 아니야? 그래서 한성이 저 여자를 데려 온 거고.

- 미친, 티탄이면 거신족 아니야? 태초에 신들하고 싸우다 져서 신의 자리를 박탈당했다는.

- ㅇㅇ그거 맞음.

- 그거 그냥 신화 아니었음?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게 뭐야, 우리 관신 스케일 무엇.

- 이제 신하고 맞짱 뜨는 거임?

- 근데 신격하고 신하고 뭐가 다름.

- 같은 거임. 근데 거기서도 단계가 다른 거지. 위대한 신격을 신이라고들 하지.

채팅이 주르륵 올라간다.

덕분에 진훈은 상황 파악을 마쳤다.

저 유령처럼 보이는 것은 거신 사냥꾼의 몰이사냥을 위한 소환수였다. 그리고 그 소환수 위 곳곳에 다른 거신 사냥꾼들이 타 있는 것이고.

그리고 곧 거신이 나온다는 것까지.

- 저 거신은 불안전한 위대한 신격이라고 불립니다. 태어날 때부터 완벽한 신족이었던 그들은 신좌에서 밀려났으며 지하 깊숙한 곳인 ‘무저갱’에 봉인되면서 모든 이들에게 잊히고 있었기 때문이죠.

- ······잊히고 있다라.

옆에 있던 거신 사냥꾼은 한성의 말에 무언가 깊이 생각하는 듯했다.

- 여러분이 저희에게 힘을 줄 수 있습니다.

한성은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 거신이 잊힘과 동시에 거신 사냥꾼도 잊히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은 사라져 가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한성은 항상 한 발 더 간다.

-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십니까!

- 심장이 총알에 뚫렸을 때? 아니면 불치병에 걸렸을 때? 그것도 아니면 맹독의 스프를 먹었을 때? 아닙니다!

진훈은 얼굴을 쓸어 내렸다. 채팅창도 마찬가지였다. 왜 항상 부끄러움은 한성이 아닌 다른 이들의 몫인가.

그런데 예상 외로 옆에 있던 에필리아는 감동한 표정으로 한성의 얼굴을 아련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 바로 사람들에게서 잊혀졌을 때입니다!

- 아아······.

당연히 감동한 사람은 에필리아였고, 채팅창은 제발 그만 좀 하고 거신이나 사냥하라고 난리였다.

진훈은 헛웃음이 나왔다.

민망한 건 둘째치고 한성의 스케일은 상상 이상이다.

“거신을 사냥한다니.”

그는 화면에서 시선을 뗐다.

그새 헬기가 북극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쏴아아아.

검은 유령들이 보였다. 그리고 하늘 높은 곳에 뚫린 구멍을 향해 날아가는 게 보인다. 그곳에선 서늘하고 강렬한 존재감이 퍼져 나왔다.

그때였다.

한성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옆에 있던 여자도 혼돈으로 향했다.

- 치익, 지금부턴 더 들어갈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여기서 내리겠습니다.”

진훈은 안전벨트를 풀고 헬기의 문을 열었다.

타다다다다.

거친 바람에 옷과 머리가 휘날린다. 진훈은 눈을 번쩍 뜨곤 바로 뛰어 내렸다.

쐐에에엑!

번쩍.

진훈의 몸을 황금빛 마력이 감싸 안으며 그의 몸이 앞으로 뻗어나갔다. 바람과 저들의 존재감을 뚫고 한별과 레드 오우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상공을 날아 한별 옆으로 착지했다.

“왔구나.”

“응, 이번에도 살벌한데?”

“한성이니까.”

“그렇지, 한성이니까.”

둘은 그렇게 잡담하면서도 혼돈을 향해 들어가는 유령들. 그리고 뒤를 따라가는 한성과 거신 사냥꾼들을 바라봤다.

자기들끼리 싸우려고 하는 걸까?

아직 한성이 아닌 진훈, 한별 등의 친구들은 혼돈에 들어갈 수 없다. 들어가더라도 혼돈의 힘에 정신이 침식당하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번쩍.

콰아아아아아앙!

막 들어갔던 유령들이 굉음과 함께 밖으로 튀어나왔다.

쿠우우우.

혼돈의 구멍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검고 거친 표면에 단단한······ 그것은 손톱이었다. 뒤로 손바닥이 나와 혼돈의 경계를 붙잡았다.

“저건 대체······.”

누군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아무도 뭐라 할 수 없었다.

모두 같은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거대하다는 말로도 부족했다. 발 하나가 산과 같았고 그것의 머리는 흉측하면서도 하늘에 닿을 듯했다. 말 그대로 거신족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튀어나온 하나의 거신족은 자신을 에워싸는 유령들 간단하게 소멸시켰다.

그저 손을 움직였을 뿐인데 말이다.

고오오.

거대한 신격.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는, 태어날 때부터 신으로 태어났던 존재들의 압도적인 존재감이 이 지역을 지배했다.

“저걸 어떻게 잡으라는 거야.”

그것은 이 장면을 보는 시청자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저런 게 수십에서 수백. 대부분 혼돈의 끝을 향해 가겠지만, 몇은 혼돈을 지킬 것이고 몇은 지상을 공격할 것이라 했다. 그리고 그 말대로 거신이 현세로 꾸역꾸역 나오고 있었다.

쿠우우웅.

가볍게 발을 디뎠을 뿐이다.

지진이 나며 빙산이 무너졌고 주변에 있던 검은 유령들이 먼지로 변했다. 멀리 있던 진훈과 한별에게까지 강렬한 파장이 전달되어 휘청거렸다.

그때, 거신 사냥꾼이라는 이들이 거신에게 날아갔다.

그들에게서 뿜어진 거대한 사슬은 거신을 휘감기 적당한 크기, 간단하게 말하면 어마어마한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가볍게 날아 거신을 휘감았다.

기우뚱.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 강력해 보이던 거신이 넘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였다

켜 놓았던 방송에서 한성의 말이 들렸다.

- 보셨죠? 제가 누굽니까. 이한성 아닙니까. 이 거신이 우리 인류를 위협할 걸 딱! 알고 미리 준비한 겁니다.

한성은 이런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아니, 정말 자신이 있는 것인가?

- 지금부터 거신 사냥을 시작하겠습니다.

한성의 말을 시작으로 하늘을 뒤덮고 있던 유령들이 산개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바닥에서 거대한 마법진이 올라오며 거신 사냥꾼을 보조했다.

그들 앞에 상상도 못할 광경이 펼쳐지기 시작한 것이다.

<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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