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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운은 만렙이다-112화 (112/200)

< 드높은 신격. >

스토리는 간단하다.

한성은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다. 그래서 집에 틀어박혀 게임만 했으며 외부와의 소통은 무서워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천마]라는 게임을 하게 된다.

한성은 그때 깨닫는다.

게임 속의 능력을 현실에서도 사용할 수 있구나. 그의 검술과 현재 [파천신화공]은 그곳에서 얻은 거였으며, 이후 자잘한 게임을 거치면서 조용히 ‘능력’을 쌓아왔다.

물론, 따로 훈련하진 않았다.

그에겐 오직 게임뿐이었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튜브’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외부의 관심에 집착하게 된다. 그러면서 ‘튜브’이 ‘관종’이 되어 갔다.

그러다 16살이 되던 해에, 마족에 의해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혼자 남게 된다.

뭐, 흔한 클리셰였다.

한성은 17살이 되면서 [한국 영웅 아카데미]에 입학하게 되는 것이다. 서류상 육체 능력은 한없이 낮았지만, 여러 게임에서 능력을 총동원해 입학시험에 합격하게 되는 것.

그리고 본격적으로 훈련을 시작하게 되면서 두각을 드러내게 된다.

물론, 완성된 과거는 아니다.

중간에 ‘플레이했던 게임’을 비워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한성의 [과거의 잔상]이라는 상태창엔 많은 문구가 들어차기 시작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한성은 과거에 수많은 게임을 거치며 갖가지 게임 속 능력을 얻었지만, 아직 숙련도를 올리지 못한 상태. 라는 것이다. 거기에 앞으로 메워질 [전 회차 세상의 끝]이라는 공백이 남아 있는 것이고 말이다.

*  *  *

한성은 눈을 떴다.

육체는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앉아 있음에도 무릎과 척추는 덜덜 떨렸고 목은 비틀어져 부러지기 직전이었다.

그리고 밖으로 다른 친구들이 보였다.

한쪽 팔을 축 늘어뜨리고 전신에 피를 쏟고 있는 한도석이 가장 멀쩡한 상태였다. 오직 그만이 제대로 서서 제약에서 쏟아지는 괴수를 막고 있었으니까.

한성은 [시간의 장벽]을 허물었다.

느리던 세상은 빠르게 돌아왔고 한성을 짓누르던 강한 중력은 사라졌다. 삐그덕 거리던 육체는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힘이 쫙 풀렸다.

그냥 육체의 힘만으로 버틴 게 아니다.

한성의 [약력], [전자기력], [마력지배]로 시간과 공간으로 만들어낸 ‘시간의 왜곡’과 그로 인해 생긴 ‘중력’을 분리한 거다.

모든 부담은 다른 힘으로 분산시킨 것.

‘아.’

한성은 손을 쥐었다 폈다.

무언가 느껴진다.

마력도 아니면서 약력이나 전자기력도 아닌 게.

왜 이걸 몰랐지?

온 세상을 덮은 마력보다 더 강하고 진한 힘인데.

하지만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단단했고 희미했으며 자유로웠다. 한성은 그것에 영향을 주고 그 영향에서 벗어나는 게 육체와 영혼에 어마어마한 부담을 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꿈틀.

심연의 눈동자가 한성을 바라봤다.

이제야 목표를 눈앞에 뒀다는 느낌.

붕.

한성은 심연의 시선에 하늘로 떠올랐다.

이미 다들 쓰러졌다. 완전히 소멸되어 죽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그나마 한도석이 검붉은 천마의 형상으로 뒤덮여 있었기에 버텨낸 걸 거다.

‘제대로 각성했군.’

그래, 원래 이런 잠재력이 있는 캐릭터였다. 초반에 한성이 한쪽 팔을 지킨 것으로 이런 커다란 변화가 온 거다.

한성은 [과거의 잔상]이라는 상태창을 열었다.

[과거의 잔상]

1. 천마(무협)

2. 킹 오브 갓(대전 게임)

3. 판타지월드(판타지 RPG)

4. 성 지키기(디펜스)

5. 인첸트 첼린지(인디게임)

6 블랙스미스 타이쿤(제작, 경영 시뮬레이션)

.

.

.

수많은 목록이 떴다.

헛웃음이 나왔다. 직접 과거를 구성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많았을 줄은 몰랐다.

물론, 그렇다 해도 당장 크게 도움이 될 만한 건 없다.

한성에게 가장 중요한 건 52년간 [세상의 끝]을 플레이했던 경험이다. [과거의 잔상]이 중단되었기에 그 과거를 집어넣지 못했다.

‘그건 정말 신중해야겠어.’

그 전의 과거를 넣는데 저만한 ‘제약’이 등장했는데 52년의 추가 과거를, 그것도 이곳과 같은 세계에서의 경험을? 그것은 완전히 ‘회귀자’나 마찬가지 아닌가.

아마도. 아니, 확실하게 이것보다 수 배는 강한 ‘제약’이 등장할 것이다.

‘그런 걸 서울 같은 곳에서 사용할 순 없지.’

잘만 사용하면 그것도 하나의 무기가 될 수 있다.

한성은 지금 사용할 수 있는 [과거의 잔상] 중에 가장 강력한 하나를 사용했다.

“파천신화공.”

한성이 지닌 과거 중에, 현재까지는 가장 강한 힘.

화르륵.

한성의 몸을 검붉은 ‘내공’이 뒤덮었다.

‘호신강기’가 한성의 몸을 보호했고 ‘검강’이 솟아났으며 한성의 걸음에 ‘천마군림보’로 인해 사방이 검게 변했다. ‘귀진진영보’는 한성의 존재는 하늘 위로 올려다 놨다.

그래, 이 힘이다.

[파천신화공]도 중요하다. 그러나 아직 숙련도 레벨 1 정도의 아주 약한 힘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것을 이루는 근간을 깨닫는다면 그 위력은 천차만별로 달라질 거다.

처음엔 뭐인지 몰랐다.

한성의 손에 잡힌 이 이상한 힘들.

우주를 구성하는 5대 힘을 하나로 잇는 ‘끈’이라고 불리는 것들. 최소 단위의 힘이며 약력, 강력, 전자기력, 중력, 마력 등을 구성하는 힘.

한성은 심연의 눈동자를 마주쳤다.

수많은 문장과 기억의 잔재들.

『 비켜서라. 』

한성의 음성에 대기가 움직인다.

마력이 움직였으며, 세계를 구성하는 물질 자체가 움직인다.

그것은 하나의 ‘규칙’이었으며 ‘이야기’였다. 그리고 한성의 음성은 ‘제약’인 ‘심연의 눈동자’가 쏟아내는 격을 빗겨냈다.

묵직한 격이 한층 거둬진다.

한성이 사용했던 [역행 마법]과 다를 바 없었으며 [업적]이 주는 힘과 일맥상통했다. 또, 그 ‘끈’에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느냐에 [격]이 결정되는 것이었다.

촤락.

거대한 심연의 눈동자.

그곳에서 기다란 촉수가 삐져나와 한성에게 다가왔다. 서로의 ‘격’ 차이가 이렇게 많이 나는데 앞까지 다가온 것 자체가 당황스럽겠지.

아니, 그런 것도 모르려나.

이 제약은 천외천의 드높은 ‘신격’에 맞먹는다.

하지만 그곳의 진정한 신격은 아니다.

인간으로 신격에 올랐으며, 드높은 신격과 계약하지도 않은 한성이 맞설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것은 ‘의지(意志)’가 없다.

그저 ‘격’ 덩어리일 뿐.

한성의 무게 추에 과거의 잔상이 올라갔기에.

이 세상의 무게 추에는 ‘제약’이 올라간 것이다.

촤륵.

거대한 촉수가 한성 지척에 닿았다.

한성은 [파천신화공]을 극성으로 운영했다. 원래는 3성 정도에 불과했어야 했지만, 한성은 그 기술의 근간을 이루는 힘을 다룬다.

대기가 울리며 힘이 모인다.

그것은 하나의 업적처럼 [파천신화공]의 위력을 배가했으며 하나의 [격]을 이뤘다.

“제 일식.”

한 번의 휘두름은 산을 부수고.

콰과과과과!

거칠고 강대한 파괴력이 촉수에 부딪힌다.

단 번에 부서지진 않는다.

“제 이식.”

두 번째 휘두름은 바다를 가르고.

키이잉.

일식과는 다른 부드럽고 날카로운 예기.

촉수가 토막 나 사라진다.

한성은 [천마군림보]를 이용해 ‘제약’의 격을 부수며 접근했다.

“제 삼식.”

마지막 세 번째 검격은 하늘을 벤다.

아무 소리도 없다.

그것은 단순히 물리적인 검격이 아니다. 하늘은 가른다는 것은 세상의 규칙을 벤다는 뜻이며, 그것은 하나의 [신격]을 뜻 하는 것이었다.

‘맞아.’

이 힘이다.

드높은 격과 비천한 격의 차이는 이것이었다.

단순히 이 ‘끈’이라 명명한 힘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그 힘에 얼마나 저항할 수 있는지.

한성의 세 번째 검격이 ‘제약’의 중심에 닿았다.

하지만 두께만 수백 미터에 달하는 수백 개의 촉수가 겹치고 겹쳐 한성의 검을 막아냈다. 수십 개의 촉수가 사라졌으며, 수백 개의 촉수가 상처입었다.

하지만 결국 본체는 건들 수 없었다.

그것은 다시 한 번 촉수를 만들어 한성에게 쏘아냈다.

한성은 조용히 손을 뻗었다.

‘끈’의 힘을 다른 ‘이능’에 적용해 보기 위해서였다.

[약력]

쉽게 말하면 핵분열.

더 쉽게 말하면 핵폭탄을 만드는 것과 같다. 물질의 중심인 ‘핵’을 분열하는 것. 그리고 그 분열하면서 생겨난 엄청난 에너지를 분출하는 것까지.

파사사삭.

한성의 손에 닿은 촉수가 분해된다.

아주 작은 먼지로. 아니, 그보다 작은 단위로.

그리고 반대 속을 눈동자로 향했다.

키이이잉-

강력한 열 에너지가 한성의 손에 모여든다.

‘핵폭탄’은 핵의 ‘분열’에서 삐져나오는 에너지로 형성되고 그것을 ‘전자기력’으로 열 에너지로 변환시킨다. 한성은 그것을 분리해 양손으로 해내고 있는 것이었다.

번쩍.

콰아아앙!

한성의 손에서 발사된 한줄기 빛줄기는 제약의 눈동자에 부딪혔다. 순간적으로 수억도 이상의 높은 온도의 광선(光線)을 수초 이상 쏟아냈다.

물론, 그게 ‘격’의 차이가 있다면 제대로 먹히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한성이 ‘끈’의 힘을 이용해 서로의 격을 좁혔다.

파사사삭.

거대한 제약 한쪽이 사라졌다.

하지만 제약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수십, 수백 개의 촉수를 다시 쏟아냈다.

역시 이 정도로 무너질 일은 없었다.

한성은 ‘귀진진영보’를 이용해 촉수 사이를 피해 다녔다. 엄청난 덩치와 안 어울리게 굉장한 속도를 지닌 촉수는 한성에게만 집중했다.

지상의 괴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제약’의 상처를 메우기 위해 이곳으로 몰리고 있다.

‘그래, 이게 낫지.’

모든 걸 홀로 감당한다.

매번 그래선 안 되지만,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다. 지금 이것을 상대할 수 있는 건 한성뿐이다. 한성에 의해 만들어진 제약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검붉은 검강이 쭉 올라왔다.

수십 미터에 이르는 검강. 그것은 촉수를 부쉈고 한성은 전진했다. 어떤 것은 ‘천마군림보’를 이용해 밟아 부쉈고 어떤 것은 다시 ‘약력’을 사용해 부쉈다.

그렇게 한성은 ‘눈동자’에 도달했다.

이걸 한 번에 어떻게 해 볼 순 없다. 한 시간? 아니, 하루? 그것도 아니다. 일주일, 한 달 정도는 싸워야겠지.

한성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시간의 장벽.”

공간의 왜곡, 시간의 늘어짐, 중력의 증폭.

괴이한 현상이 한성과 하늘의 ‘제약’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이제 둘 중 하나가 죽기 전까지 아무도 이곳을 나갈 수 없을 거다.

*  *  *

서울 중심에 구멍이 뚫렸다.

거기서 나온 고개를 내민 포악하고 드높은 ‘신격’은 서울 전체를 마비시켰다. 그게 준 피해는 어마어마했다. 비행기가 추락해 건물이 무너지고 자동차는 말할 것도 없었다.

일하다 쓰러져 죽고, 무언가에 깔려 죽고.

또, 괴수에게 직접 소멸당한 사람도 많았다.

그나마 [대격변]으로 인해 많은 드높은 신격과 계약한 영웅이 많아졌기에 버티고 있는 것이었다.

“빠르게 수습하세요! 방어선 유지에 모든 병력을 쏟아 넣고······!”

길이현은 통제실에서 서울 전체를 주시하고 있었다.

정부에서 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 이 재앙은 정부에서 온전히 막을 수 없다. 각 지역을 길드와 그룹이 나눠 막고 있었으며, 정부는 군으로 하늘 위의 재앙 그 자체를 막으려 하고 있었다.

“방어선은 이미 막을 수 없는 수준입니다! 빌어먹을 괴수들은 어떤 공격도 먹히지 않고 무작위로 사람과 건물을 씹어 먹고 있습니다!”

“남은 병력은?”

“S등급 영웅 300명에 SS등급 이상 20명입니다. 이하 영웅은 시민 대피와 구조에 들어갔습니다.”

“최대한 뒤로 무르면서 시민이 많은 쪽으로 몰도록 해주세요. 방어선을 형성을 건물을 무너뜨리는데 전혀 망설임 없도록 해주시고.”

“길이현 사장님! 지금 정부에서 마력 핵을 발사한다며 방어 결계 형성에 집중해달라고 합니다!”

“미친 새끼들! 절대로 쏘면 안 된다니까!”

“묵묵부답입니다. 저걸 어떻게 해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젠장!”

길이현은 책상을 내려쳤다.

안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아무런 공격도 통하지 않는다. 바닥에 떨어진 약해 보이는 잔챙이들도 마찬가지다.

거의 무적이다.

SS등급 이상의 온전한 ‘격’을 지닌 영웅도 그것에게 상처를 남길 수 없었다. 마법, 이능, 검. 그 무엇도 통하지 않았다.

“······이게 바로 드높은 신격인 건가.”

말로만 들었던 드높은 신격의 본체.

화신체로 온 것도 아니며.

지금까지처럼 ‘격’만 보낸 것도 아니다.

본체가 직접 강림(降臨)한 것이다.

그때, 멀리서 누군가 검붉은 마력으로 쌓인 채 그 ‘신격’에 접근했다. 아주 먼 곳이었지만, 길이현은 알 수 있었다.

“이한성······.”

그였다.

“당장 마력 핵 발사 멈추라고 해!”

“듣지 않습니다! 정부에서는······.”

“젠장할.”

길이현은 스마트 워치로 자신의 인맥에서 가장 높은 의전서열을 지닌 사람에게 연락했다.

통화음은 간다. 하지만 받지 않는다.

멀리 이한성이 보인다.

그는 괴상한 검격······ 한도석 강사의 검?

“저게······.”

저걸로 막을 수 있을까? 아무리 [신격]에 오른 이한성이라도 저걸 해할 순 없다. 서울에 [신격]에 오른 영웅이 없을 리 없었다.

당연히 그들도 방어선에 투입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한성보다 오래전 신격에 오른 이었음에도 불과하고 말이다.

그런데 한성은 촉수를 벴다.

베고 부수고 폭발시키고.

그는 접근하지 시작했다.

아무도 도달하지 못한 거대한 눈동자에게 말이다.

“연결되었습니다!”

“오랜만입니다. 국무총리님.”

길이현은 차가운 얼굴로 홀로그램으로 올라온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길이현이 비빌 수 있는 상대는 아니다. 하지만 ‘제현 그룹’이라면 달라진다.

거기에 최근 이한성이 길이현과 제현 PMC에 실어준 힘이라면 더욱.

길이현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는 지금 제현 그룹의 명운을 걸고, 그리고 31번 구역의 모든 힘을 걸고 요청하는 겁니다.”

< 드높은 신격. >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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