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행운은 만렙이다-108화 (108/200)

< 관종의 신 >

한성은 지저 세계를 빠르게 관통했다.

8층까지는 손쉽게 뚫었다.

9층에서 힘을 많이 뺐고 11층에서 세르비체가 남아야 했다. 13층에선 이정현이 남았고 17층에선 안톤이 남았다. 그리고 18층의 입구에서 성시연이 남았다.

마지막 18층의 끝.

그곳에 이한성은 안혜림과 서 있었다.

[성배]를 찾기 위해선 [갤러해드의 후예]가 있어야 했다. 업적 [성배의 구도자]를 지닌 진정한 갤러해드의 후예가.

“다 왔네.”

한성이 계획한 시간은 정확히 60분.

첫 번째 이유는 한성이 예상한 방어선이 버틸 수 있는 대략적인 시간이었며 두 번째 이유는 위층에 남은 이들이 버틸 수 있는 최대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지저 세계의 왕]이 눈을 뜨기까지 필요한 시간이 60분이었다는 거다.

[지저 세계의 왕]

단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성배] 지킴이다. 갤러해드의 후예가 지저 세계로 입장하면 마지막 층인 18층에서 굳어져 있던 왕의 몸에 활력이 돌기 시작한다.

이걸 안 것은 당연히 다른 튜버의 영상이었다.

그는 ‘종장’에 가까워질 때까지 아마존의 [성배] 에피소드를 깨지 않았었다. 당연히 종장에 가까워졌으며 그의 힘은 지저 세계의 18층까지 한성과 같은 편법을 쓰지 않고 단번에 뚫을 힘이 있었다.

그는 1층에서 18층까지 10분 만에 도달했다.

그런데 이 [지저 세계의 왕]이라는 육체는 석상처럼 굳은 채 움직이지 않았으며 바닥에서 올라오는 기이한 기운을 받으며 활성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그는 그 자리에 앉아서 계속 기다렸다.

그 시간이 정확히 60분이었다.

“60분이 지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안혜림이 물었다.

한성은 그 석상을 지나쳐 성배에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밖에 에프엘, 갈라윈, 이아인. 이 셋이 동시에 상대해도 죽이지 못할 적이 만들어지는 거지.”

한성은 [성배]를 쥐었다.

투박한 잔. 최후의 만찬에서 사용된 잔이었으며 예수가 죽을 때 그의 피를 담았던 [성배]. 그것은 생각보다 별 힘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한성이 쥐는 순간 환한 빛이 18층 전체를 밝혔다.

- [성배]를 소유하였습니다.

- [지저 세계의 왕]이 깨어나기 전에 성배를 구했습니다.

- 히든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

- 추가 보상은 [지저 세계의 왕]과 겨룰 수 있는 ‘가상 훈련장 입장권’입니다.

60분이 지나기 전에 성배를 얻은 것으로 ‘히든 퀘스트’를 클리어한 게 되었다.

그러면서 받은 훈련 ‘가장 훈련장 입장권’은 한성도 처음 보는 아이템. 한 번 써 봐야겠지만, 아직은 한성에게 큰 도움은 안 될 것이다.

물론, 이번 메인 시나리오를 클리어하면서 이명이 정해진 [신격]이 된다면 다르겠지.

- 당신은 [성배]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 당신은 [성배 전쟁]의 최종 승자가 되었습니다.

- 다섯 번째 메인 시나리오 [성배 전쟁]이 끝났습니다.

- [성배 전쟁]을 완벽하게 클리어하였습니다!

- 신화에 남을 만한 일입니다!

- 업적을 이뤘습니다!

- [성배 전쟁의 주인(초월 신화)]

- 초월 신화인 성배 전쟁을 마무리 한 사람. 당신은 모든 ‘지저 세계’의 ‘지배종’의 존경을 받으며 당신의 위명(偉名)이 모든 곳에 알려질 겁니다.

[초월 신화] 등급의 업적을 얻었다. 물론, 이 전쟁에 참여한 전부 이 업적의 지분을 나눠 같게 되기에 온전히 한성만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압도적인 성과를 냈으니 한성이 진행하던 [신화의 태동]을 완전하게 클리어할 수 있게 되었다.

한성은 성배를 바라봤다.

[성배(신화)]

설명 : 예수의 피를 받았던 고귀한 술잔. 신화에 기록되고 신화 속에 잠겼던 초월 신화의 중심. 이 술잔에 담기는 모든 것은 압도적인 신의 힘이 깃들게 된다.

* 이곳에 담기는 액체는 ‘최상급 신성력’을 지니게 된다.

(단, 일주일이라는 숙성 시간이 필요)

* 성배는 절대로 부서지지 않는다.

* 무한(無限)한 마력이 응축되어 담긴다.

* 지저 세계의 지배종들에 대한 명령권 1회.

* 지저 세계의 존재에게 공격받지 않는다.

* 소원권 1회(사용 시 성배 소멸)

이 지저 세계의 모든 존재가 이 ‘빛’이라는 것을 찾는 이유는 마지막 [소원권]과 [초월 신화]를 같게 된다는 게 컸다.

하지만 성배는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가치를 지녔다.

[최상급 신성력]은 말 그대로 [성수]가 된다. 아픈 자를 치료하고 무병장수하게 되며 하나의 ‘영약’이 되기도 한다. 또한 악(惡)을 물리치고 잡귀와 요괴 등을 태운다.

또한, 이 [성수]는 ‘최상급 엘릭서’를 제조하는 재료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보물을 찍어내는 공장.

또한 ‘무한한 마력이 응축되어 담긴다’라는 것도 응용하기 나름이지만, 엄청난 ‘현상’이고 ‘절대로 부서지지 않는다’라는 것도 최강의 방패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성배를 방패로 사용할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한성이라면 못할 것도 없다.

“일단 최대한 빠르게 위로 올라간다.”

한성은 안혜림의 손목을 잡으며 말했다.

둘은 17층으로 내려가는 입구로 공간을 접어 달렸다.

지금 성시연을 비롯해 안톤, 이정현, 세르비체 등이 위험하다. 그들은 자기보다 강한 지배종을 상대하고 있었으니까. 그것은 지상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지원군을 많이 불렀다고 하더라도 피해는 없을 수 없다. 게다가 지배종이라는 것들은 이 [성배]에 미쳐있었으며 그 수는 끝도 없이 많았다.

한성은 위로 올라가면서 일행을 한 명씩 구했다.

이제 지저 세계에서 한성의 상대는 없다.

상대는 한성을 적대할 수 없지만, 한성은 공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신화가 기록되는 중입니다.

- [성배 전쟁]의 끝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았습니다.

이 두 가지 문구가 허공에 떠 있었다.

한성이 지상의 전쟁을 끝내야 한다.

그리고 그때까지 받은 모든 업적을 합산해 한성의 [신화의 태동]이 끝날 테고, 그래야 완전한 이명과 함께 신격의 부여될 것이다.

한성은 올라가면서 성시연, 세르비체, 이정현, 안톤 등을 구했다.

그리고 지상에 도달했다.

*  *  *

중요한 건 연출이다.

60분을 송출 화면에 걸어놓은 것도.

이 대규모 전쟁을 한눈에 보이도록 시점을 멀리 잡은 것도.

지저 세계의 입구를 폭파하며 올라와.

[관종은 어디에나]로 한성의 모습을 그대로 복사해 거대한 모습으로 띄우고 5분 정도 남았던 걸 기다려 0초에 등장한 것도.

모두 연출을 위해서였다.

『 전쟁은 끝났다. 』

역행 마법으로 전장 전체에 목소리를 전달했다.

거기에 [성배]에 있는 ‘지저 세계 지배종에 대한 명령권 1회’를 썼다. 아무리 한성이 성배를 얻었다고 해도 한창 뜨거운 전쟁의 열기가 바로 식지는 않으니까.

몇몇 지상의 욕심있는 놈들은 한성을 죽이려 할 수도 있었다.

『 성배는 나에게 있다. 』

한성은 성배를 들어 올렸다.

지배종들은 움직임을 멈추고 한성에게 고개를 숙여 보인다. 명령권과 성배가 가진 힘이며 [초월 신화]의 종장(終章)이었다.

『 원탁의 기사들이여. 』

이것도 빼먹을 순 없다.

먹을 수 있는 업적은 모조리 빤다.

쪽쪽.

끝까지.

『 너희들의 임무는 끝났다. 』

한성의 그 말에 죽지 않고 남아있는 원탁의 기사가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그들에게 빛이 내렸다. [초월 신화]의 지분을 받으며 그에 상응하는 업적이 생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저들은 이제 이 [성배 전쟁]에서 얻은 [원탁의 기사] 타이틀을 영구히 지닐 수 있게 되었다.

『 나는 』

마지막 한 마디.

이게 가장 중요하다.

『 관종의 신, 이한성이다. 』

그것은 한성이 전쟁을 종결하자마자 주르륵 뜬 업적. 끝이 난 [신화의 태동]에 의해 한성에게 주어진 ‘이명’이었다.

살짝 쪽팔리긴 하다.

이명을 줘도 이렇게 주다니.

‘빛의 구원자’라던지, ‘전쟁의 종말자’. 혹은 ‘악의 심판자’와 같은 멋진 것들도 있는데 말이다. 아니, 멋진 건 아닌가? 하여튼 ‘관종의 신’보다는 나을 것 같다.

아무리 한성이 관종이라도 민망한 건 어쩔 수 없다.

뭐, 그래도 잘 됐다.

이곳에 모인 모두에게.

그리고 이 화면을 보는 수억 명에게 이름을 알렸으니까.

한성은 다시 한 번 말했다.

『 전쟁은 끝났다. 』

전장의 모든 존재가 한성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  *  *

[대격변]이자 [신격의 태동]이라 불렸던 메인 시나리오는 아마존에서 한성이 [성배]를 차지하면서 끝이 났다.

물론, 전 세계에서 신격의 준동은 그대로였기에 혼란은 여전했다. 그래도 영웅들이 2차 계약을 맺거나 격을 지닌 새로운 영웅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안정을 되찾아 나가고 있었다.

“아함-”

한성은 정말 오랜만에 뒹굴고 있었다.

오늘은 아카데미 수업도 없고 목숨을 위협하는 위험도 없다.

- [성배 전쟁의 종말자(신화)]

- [아마존의 왕(전설)]

- [모든 관심의 독점자(전설)]

- [성배의 주인(전설)]

- [살아있는 관종의 신(전설)]

이번에 얻은 업적들이다.

이것 외에 역사 등급으로 10개 정도.

그 모든 업적이 하나가 되어 한성은 [신화의 태동]을 완성했고 온전한 신격을 얻으며 하나의 이명을 완성했다.

- [신화의 태동을 완성하였습니다.]

- 이명 : [관종의 신]

- 당신은 세상의 그 어떤 존재보다 사람들의 관심을 추구합니다. 당신보다 뛰어난 ‘관종’은 찾을 수 없으며, 당신은 다른 이들에게 ‘관종력’을 전파하는 일까지 가능합니다.

- 당신은 지금껏 없던 ‘이명’을 얻었습니다!

- 당신의 ‘새로운’ 신화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보통은 ‘신화가 계속됩니다.’ 정도로 끝나는데, 그래도 최초의 키워드인 ‘관종’을 사용하게 되었다고 ‘새로운’이 달렸다.

그것은 과거의 역사에 의해 ‘약점’이 잡힐 리 없는 장점이 있지만, 그 과거의 역사에 의한 ‘장점’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한성은 만족했다.

조금 민망한 이명이긴 하지만 말이다.

- 당신의 성향은 선(善)의 중립(中立)입니다.

- 중립(中立)은 언제든 선(善)과 악(惡)으로 치우칠 수 있습니다.

중립은 지켰다.

‘천사’를 죽였거나 그에 준하는 선(善)의 신격을 죽였다면 완전한 ‘중립’이 될 수 있었는데 아쉽기는 했다. 아니, 오히려 잘된 일일 수도 있다.

지금 당장은 악(惡)이 가장 큰 적.

당분간은 선(善)의 비호를 받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그리고 받은 새로운 퀘스트.

- [‘관종의 신’의 역사]

- 당신은 ‘신화’를 이룩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하격(下隔)’에 불과하고 ‘초월 신화’는 불완전합니다. 또한, 출신성분(出身成分)이 불분명하기에 신격의 류(類)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 당신의 과거를 완성하십시오.

- 또 다른 ‘초월 신화’를 이룩하십시오.

- 중격(中隔)으로 승급할 수 있습니다.

- 이명이 업그레이드됩니다.

“과거 완성의 퀘스트가 나왔네.”

생각보다 골치 아픈 퀘스트다.

한성의 과거.

한성은 17살의 나이로 [한국 영웅 아카데미]에 입학하면서 이 세계에 자리를 잡은 거다. 그 뒤의 과거는 아예 없는 것. 하지만 만들 수 있다.

시스템이 도울 거니까.

“어떤 것으로 해볼까.”

할 수 있는 건 많다.

한성이 전 회차에서 했던 건 [100년 전 냉동된 서유럽의 귀족]이라는 컨셉이었다. 마법사로서는 참 나쁘지 않은 컨셉이었다.

특히, 마탑이 많은 서유럽이었기에 그 과거를 가지고 갑질도 하고 이것저것 많이 얻었다. 유사시에 마법 PMC(민간군사기업)의 도움도 많이 받았고 말이다.

어떤 튜버는 [검은 땅의 아이]가 되어 다른 검은 땅의 아이를 쉽게 영입했고 어떤 튜버는 [지배종에게 키워진 아마존의 타잔]과 같은 컨셉으로 지배종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하려면 할 수 있는 건 많다.

문제는 저런 과거를 만들다가 죽으면······ 플레이 때는 괜찮다. 다른 과거를 만들거나 다시 시도하면 되니까.

한성은 안 된다.

“한 번에 성공해야 하며······ 웬만한 과거로는 안 되겠지.”

한성이 터무니없이 신격을 얻어 버렸고 [대격변]도 너무 이르게 시작되었다. 진훈을 비롯한 친구들도 이번에 [초월 신화]의 영향을 받고 [원탁의 기사]라는 타이틀까지 생겨서 너무 빠르게 격을 얻어 버렸다.

앞으로 한성에게 어떤 재앙(災殃)이 내릴지.

한성도 알 수가 없었다.

그것을 위해 과거 또한 완벽하고 대단해야 한다.

“하아, 조금 더 생각해 보고.”

한성은 생방송 마지막에 달렸던 댓글을 보려다 거실에서 나는 인기척에 몸을 일으켰다. 원래 하얀이와 헤일렌과 같이 살았기에 2명의 인기척이 익숙했었다.

근데 지금은 하얀이 뿐이지 않은가.

한성이 거실로 나가자 오랜만에 하얀이가 마법 무기를 만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주방에······ 앞치마만, 아니, 앞치마도 입은 성시연?

“크흠······ 네가 왜 여기 있냐.”

“어? 일어났어?”

“아프리카에 안 갔어?”

한성은 하얀이 옆에 앉으며 물었다.

“나 복학하게.”

“······진짜?”

“응, 격도 얻었으니 모습 숨기는 것도 어렵지 않고. 발록의 백을 가진 블랙 바실리스크가 깨어나면서 드래곤 슬레이어 팀도 완성되어 가고.”

하긴, 이제 성시연이 굳이 검은 땅에 있을 필요는 없다.

매일 같이 전쟁이 일어나는 31번 구역이지만, 장벽이 무너질 일 따위는 거의 없을 테니까. 게다가 이번에 치안대장 ‘칼’이나 안톤도 상당히 강해져서 더욱 안전할 거다.

“밥 먹어. 된장찌개 끓였어.”

“······너 요리도 할 줄 알아?”

“요즘 배우고 있지.”

“누구한테?”

“세르비체랑······ 아니, 빨리 먹기나 해!”

“성질은.”

“쳇. 내가 이런 거 아무한테나 해 주는 줄 아냐.”

“감사히 먹겠습니다.”

한성은 오랜만에 된장찌개에 흰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요리를 잘했다. 중간에 성시연이 ‘사람 써는 거나, 요리 하는 거나 크게 다를 게 없네.’와 같은 식욕 떨어뜨리는 발언만 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 관종의 신 > 끝

ⓒ [동주]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