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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운은 만렙이다-101화 (101/200)

< 너도 관종이다. >

재앙이 시작되기 5시간 전.

성시연과 세르비체는 아마존에 도착했다. 후보생들이 모인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탐사를 시작했다. 쓸만한 지배종의 DNA나 부산물을 찾기 위함이다.

“어머, 이것 봐요. 식인 식생의 줄기 같아요. B등급의 마력을 지녔는데요?”

세르비체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그러자 줄기에서 가시로 이루어진 입 하나가 튀어나와 세르비체의 손가락을 아그작 아그작 씹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르비체의 손가락은 멀쩡했다.

“생각보다 힘이 강해요. 웬만한 검도 씹어 먹겠어요.”

“그런 것들 봐서 뭐해, 지배종이나 괜찮은 거 하나 있으면 좋겠지만.”

성시연은 그 모습을 보고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가 찾는 건 ‘지배종’이다. 단순한 몬스터를 넘어서 신격에 도전하는 영물(靈物). 하나의 인격을 지니고 있으며 영험한 기운을 가지고 있어 아마존의 최상위 포식 계열인 ‘종’을 말한다.

특정 ‘종족’ 전부는 아니다.

만약 오우거 중 특별한 한 마리가 성장하고 또 성장하면서 업적을 얻어 최소한의 격을 얻는다. 그리고 그것이 기연을 만나 1차 각성에 돌입하면 그게 지배종이 되는 것이다.

저 앞에 보이는 것처럼.

“뭔가 있다.”

성시연은 자세를 낮추며 손을 뻗었다. 세르비체는 그 신호에 마기를 갈무리했다. 둘이 보통 인간에 비해 강하다 한들 기습이 아닌 전면전으로 지배종을 사로잡기는 힘들다.

“곰과, 격은 ‘역사’에 올랐고 동물이 몬스터화 되고 그 몬스터가 지배종에 턱걸이한 정도. 키는 4m에 몸무게는 톤 단위로 예상.”

긴장이 살짝 풀린다.

아직 지배종이라 할 수도 없을 정도로 약한 녀석이다. 다른 곳에 가면 S등급이라 불릴 정도의 격을 지닌 녀석이지만, 이곳에서는 ‘잡몹’이라고 할 수 있다.

“빠르게 잡고 샘플이나 채취하죠.”

세르비체가 그렇게 말하며 마기를 뿜었다. 그녀의 손끝에선 검은 검날이 삐져나온다. 검은 마기로 만들어진 검강이었다.

성시연은 아직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하지만 세르비체는 빠르게 나아갔고 곰과 지배종이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목을 베어 넘겼다. 세르비체는 자연스럽게 블랙 키리윰으로 만든 주사기로 척수(脊髓)를 채취하고 마력석을 꺼낸다.

“젠장.”

그 모습을 보던 성시연이 자세를 들며 중얼거렸다.

세르비체의 뒤엔 20m가 넘어가는 거대한 지배종 한 마리가 서 있었다. 보통은 하나의 개체에 한정되지만, 몇몇 지배종은 하나의 종족을 이루기도 한다.

지상을 삼분(三分)하는 화룡, 붉은 귀 엘프, 빙조처럼.

푸확!

성시연은 뿔과 날개를 뿜어내며 마기를 폭발시켰다.

거대한 주먹이 세르비체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세르비체는 미처 반응하지 못할 정도의 속도였다. 하지만 성시연의 ‘격’은 대기를 뚫고 공간을 접듯이 날아 세르비체를 구해냈다.

“새끼였나 봐.”

“······어미랑 차이가 너무 나는 거 아닙니까?”

“그런 말 할 여유나 있냐.”

세르비체도 마기를 뿜어냈다. 인간의 형상에서 완전한 마왕의 몸으로 변한 것이다.

“후퇴하면서 싸운다.”

콰아아앙!

곰과, ‘킹 베어’라 불리는 지배종은 파리처럼 날아다니며 귀찮게 하는 두 인간을 쫓았다.

잠시 한눈파는 사이에 자식이 죽었다.

이성을 잃었다. 마력이 끓어오르며 육체 능력이 뻥튀기되며 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자식을 잃은 부모]라는 업적이 생성되며 두 인간에 한해 무력이 대폭 상승했다.

하지만 두 인간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그들은 끊임없이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며 후퇴했고 그 상처는 마치 역병이라도 잠들어 있는 것처럼 살갗을 뚫고 깊숙이 침투했다.

그것은 ‘마기’였다. 하지만 킹 베어는 몰랐다. 이 땅에서 마기가 사라진 건 아주 오래전이었으니까. 지저세계 깊숙한 곳에 가야만 볼 수 있는 힘이었다.

킹 베어는 점점 지쳐갔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자식을 잃은 부모는 자신의 생명을 태우며 분노와 격을 끌어내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도달한 어딘가.

두 인간은 멈춰 서서 자신을 상대했다. 아까는 작은 파리에 불과했던 인간이 지금은 거대한 포식자가 되어 있었다.

왜? 도대체 어떻게?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킹 베어는 이곳에서 자신을 죽을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것을 인지하는 순간 눈앞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몸속의 마력이 마기에 잠식되어 버린 것이다.

쿵.

“하, 무지막지하게 강한데?”

성시연은 거친 숨을 내쉬었다. 상위 지배종도 아닌, 하위 지배종 중 하나다. 자식까지 낳은 지배종으로 전설에 다다른 격을 지닌 개체.

성시연은 킹 베어의 옆구리에 무언가 쭉 갈라져 있는 게 보였다. 슬쩍 마기를 사용해 열자, 무언가 흘러나왔다.

“아공간 주머니인가?”

그곳엔 인간의 두개골, 어떤 생물의 마력석, 무기와 장신구도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큼지막한 알이 하나 삐져나왔다.

“뭔가 굉장히 익숙한 모습인데. 비늘처럼 뒤덮인 알의 표면. 강한 격과 짙은 마력 농도.”

“······이것도 용혈인가?”

성시연이 놀란 부분은 주머니 속에 있었을 때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주머니에서 빠져나오자마자 강력한 기운을 뿜기 시작했다.

“이 주머니가 더 탐나는데?”

성시연은 이 주머니를 분리해 사용할 방법이 없나 고심했다.

아무래도 굉장한 놈을 잡은 것 같았다.

*  *  *

화면은 순간 검게 물들었다.

해가 가려지고 붉고, 파랗고, 하얀 마력의 빛이 하늘을 뒤덮었다. 동시에 저 먼 곳에서 기다란 무언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주 멀었기에 하늘을 수놓는 실처럼 보이는 것들.

순간 그 모습이 크게 확대되었다. 마치 줌을 당긴 것처럼. 그것들은 온몸에 가시가 돋친 비늘을 지니고 있었으며 은색 빛에 푸른 눈을 가지고 있었다.

지저 세계 4층에 서식하는 ‘뱀룡족’이었다.

그것들은 어떤 것을 찾는 것인지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것을 막기 위해 세계수는 거대한 결계를 펼쳤고 화룡족은 불의 장벽을 만들었다.

화면으로 전송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 무슨 영화 같다.

- 근데 이거 실화 맞냐. 진짜 영화 아님?

- 스케일이 무슨 이따위야, 살벌하다.

몇몇은 멋있다며 이런 장면이 사실이냐며 물었고.

- 진짜임. 나 한성하고 같은 도시에 있는 용병인데, 지금 여기 난리남.

- 십선인 이안, 드몽, 이필모님을 중심으로 방어선이 형성되고 있음.

- 미친, 실화임? 그럼 그 도시는 어떻게 되는 거임?

- 아직 괜찮음. 이쪽 도시는 이 전쟁에서 중립이라.

- 그걸 네가 어떻게 앎? 관련잔가?

- 그건 말하기 힘들지만, 괜찮을 거임. 전쟁의 여파는 있더라도 ㅇ

- 뭐야, 말을 하다 말아?

관련자로 보이는 누군가는 채팅을 치다 끊겼다.

그리고 3초 후, 강렬한 마력의 파동이 도시를 덮쳤다.

뱀룡족과 화룡족이 부딪치며 생긴 파장이었으며, 세계수의 결계를 공략하기 시작한 빙조들과의 충돌에서 생긴 파동이었다.

그 영상은 그대로 송출되었다.

동시에, 먼 곳에서 폭발이 발생했다. 하늘을 가를 듯한 기다란 선. 그것은 점점 공간을 벌려가며 무언가를 향해 내려쳤다.

화면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하늘을 가른 자의 얼굴을 비췄다. 그는 십선(十善) 중 하나인 [검은 검의 기사]인 랜슬럿이었다. 어떻게 화면이 바뀌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하지만 그 화면에서는 검은 갑주와 검은 검을 지닌 기사가 하늘을 쪼개고 이 도시로 향하는 화룡족과 뱀룡족 수백 마리를 베는 영상이 흘러나왔다.

그와 계약한 신격은 원탁의 기사 랜슬럿.

엑스칼리버를 쥔 아서왕과도 맞먹을 정도의 무력을 지녔으며, 원탁의 기사 중에서도 최강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배신의 기사’라는 오명에 그는 스스로의 입을 막는다.

이안은 랜슬럿과 계약하기 전부터 스스로의 입을 막았었다. 어찌 보면 운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한 운명을 살아온 그.

“그는 스스로 죄를 변명하지 않기 위해 입을 막았으며, 친우이자 라이벌인 가웨인에게 용서를 구하기 위해 이곳에 머물며 인류를 위해 싸우는 기사입니다.”

한 편의 영화와 같았다.

자연스러운 나레이션에 시청자는 그 화면에 푹 빠져들었다. 화려한 액션, 장대한 스케일, 생생한 화면 구성. 게다가 오래전부터 내려왔던 익숙한 ‘신화’가 재현되는 상황.

재미있지 않을 수가 없었다.

- 근데 이거 도대체 뭐임?

- 목소리는 이한성이 분명한데, 이건 어떻게 연출한 거지?

- 연출은 무슨, 그냥 와서 찍으면서 대사치는 것 같은데?

- 미친ㅋㅋㅋ지금 전쟁 아님?

- 이게 가능한가? 아, 이한성이 한성한성 한다는데 불가능할 게 있나.

- ㅋㅋㅋㅋㅋㅋㅋㅋ인생이 튜브다.

- 내가 봤을 때, 이 아마존도 컨텐츠 찍으려고 온 거임.

- 아니, 이 전쟁도 컨텐츠 때문에 발생시킨 거 아님?

- 흡사 컨텐츠에 미친놈.

콰과과과!

그 어떤 지배종도 이 경계선을 넘을 수 없다는 듯, 강한 격을 뿜어내며 화룡족과 뱀룡족을 막아내고 있었다. 뒤늦게 도시에서 출발한 영웅과 용병은 이안을 돕기 시작했다.

전투는 더더욱 처절해졌다.

한성은 계속 이야기했고, 시청자는 점점 늘어났다. 수억의 시선이 그들에게 향했으며, 그들은 이 순간 ‘전설’에 버금가는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중이었다.

화악!

랜슬럿의 계약자인 이안의 몸에서 빛이 뿜어졌다.

이안은 자신의 몸에서 일어난 기이한 현상에 시선을 돌렸다. 한성과 잠시 눈이 부딪쳤지만 달려드는 지배종을 상대하기 위해 움직여야 했다.

그것은 단연 이안만이 아니었다.

이곳으로 몰려든 모든 영웅과 용병은 ‘전설’의 일부가 되었다.

오래전 사라졌던 신화가 재현되었다. 그 재현은 인류를 위해 희생하는 영웅은 현세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렸고, 그것은 그들에게도 업적을 주었다.

“그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를 지키기 위해 이곳에서 싸웠습니다.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소중한 사람을 잃고, 누군가는 불구가 되었음에도 이곳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웠습니다.”

아마존에서 강성한 지배종의 전쟁이다.

이곳은 화룡족과 뱀룡족의 전장.

그곳에 애매하게 끼인 게 인간이고.

그런 작은 여파에 불과했지만, 아군은 피해가 없을 수 없었다. 화룡족의 화기에 불타오르고, 뱀룡족의 음파(音波) 공격에 두 눈과 코에서 피가 터지며 죽어간다.

그런 모습들이 화면에 잡힌다.

시청자는 그것을 보며 감정이입을 시작한다.

한성은 카메라를 들고 이동했다.

공간을 접어 빠르게.

랜슬럿과 라이벌이자 무력으로 쌍벽을 이루었던. 그리고 랜슬럿에게 동생을 잃은 불운한 기사 가웨인. 그와 계약한 드몽이 있는 곳이었다.

이곳은 뱀룡족을 막는 세계수의 엘프들과 그 엘프를 공격하는 빙조의 전장이었다.

드몽은 ‘빛의 기사’라는 이명답게 환하게 빛나는 전신 갑주와 ‘갈라틴’이라는 이름의 신화급 무기를 지니고 있었다. 게다가 아침부터 점심 사이엔 세 배나 강해지는 말도 안 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안 그래도 아서 왕과 맞먹는 무력을 지닌 랜슬럿과 라이벌이다. 그런데 그것의 세 배라는 사기적인 특성.

하지만 지금은 저녁이다.

그런데도 그는 밀리지 않고 방어선을 지켜내고 있었다.

“아서 왕의 조카이자 후계자. 랜슬럿에게 동생을 잃은 비운의 기사. 그는 이곳에서 자신의 동생을 벤 랜슬럿을 용서하기 위해서 싸우고 있습니다.”

잔잔한 한성의 목소리가 방송을 탔다.

그는 붉은 머리칼의 청년이었으며 잘생긴 미남이었다. 이미 매력 50을 넘긴 한성보다도 잘 생겼다. 그래서 그런지 긴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업적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모든 여성의 기사, 가웨인.]

[인류를 지키는 백마탄 기사.]

“랜슬럿은 모드레드가 아서 왕에게 반기를 들었을 때 가웨인에게 용서를 구하고 도움을 요청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가웨인은 이미 사망해 버렸죠.”

죽음 때문에 이루지 못한 두 사람의 우정은, 그들과 계약한 두 사람에 의해 다시 쓰이고 있었다. 그것은 이곳에서 인류를 위해 싸우는 두 영웅과 겹쳐졌다.

소수의 몇 명만 알던 이야기.

하지만 한성은 그것을 수억 명에게 전달했다.

거기에 화려한 장면들의 향연까지.

번쩍!

가웨인. 아니, 드몽의 몸에서 빛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수십 개의 역사 등급 업적이 생기고, 몇 개의 전설 등급 업적이 생긴다.

이미 온전한 ‘신격’을 이룬 그들에게도 전설 등급의 업적은 소중하다. 그들은 한층 강해졌고 그 여파는 주변 영웅들에게도 전달되었다.

- 개 멋있네. 이런 게 영웅인가.

- 와······ 나도 영웅되고 싶다.

- 젠장, 왜 눈물이 나지.

- 저런 사람이 있는 줄 몰랐어. 저렇게 강한 놈들을 상대로······.

- 이겨라!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응원밖에 없다!

- 이겨라! 이겨라!

- 힘내라! 힘내라!

한성은 조용히 읊조렸다.

[나는 관종이다]라는 SSS등급 특성의 효과 중 하나. 특정 대상으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으며, 그 이야기로 관심을 끌어냈을 시에 업적 발현 가능성 상승과 능력치 증폭을 발생할 수 있는 보조 특성.

[너도 관종이다]가 발동되었다.

번쩍.

환한 빛이 이안과 드몽. 그리고 방어선을 이루는 모든 영웅과 용병을 감싸 안았다.

< 너도 관종이다. >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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