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존. >
대한민국은 그 어떤 나라보다 빠르게 안정화되었다. 한별이 도깨비 신격을 잡아들이면서 해외에서의 러브콜을 수도 없이 받기 시작했다.
[신격]
하나의 존재로서 신좌(神座)의 격에 오른 이.
태어날 때부터 신이었던 존재, 신과 혼혈이었던 존재, 순수한 인간, 요괴, 영물, 몬스터 등등. 모든 존재가 오랜 세월 업적을 쌓아 신(神)이라는 이명에 걸맞은 능력을 갖춘 존재.
신격은 본래 저 하늘 위 어딘가에 존재하되, 마주할 수 없는 존재로 알려져 있었다. 극소수, 검은 땅과 같은 극지(極地)에서 활동하는 영웅들만이 마주한 게 전부였으니까.
모두 ‘계약’이라는 것으로만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계약이 대폭 증가한 것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강림하고 현신하는 게 종종 보일 정도가 되었다.
그것으로 많은 혼란이 왔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신격’의 강력함이었다.
인간은 대적할 수 없다.
신격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하위 용병과 영웅은 피를 토하고 쓰러지며, 신격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A등급 이상의 영웅의 마력이 역류한다.
그리고 그 존재의 기세를 정면으로 받을 수 있는 인간은 몇 없다.
그런데.
그 신격을 마주해 진정시키고, 그 신격을 불러내어 같이 싸우며, 또 다른 신격을 죽인 존재가 등장한 것이다. 게다가 최근 도깨비 신격을 마주해서 가지고 놀다시피한 존재.
아니, 원래 있었다.
하지만 소수의 영웅만 아는 게 전부.
이제는 대중 모두가 안다.
이한성.
그 이름의 유명세는 더없이 커지기 시작했다.
더불어 요괴왕이라는 이명을 지닌 어둑시니와 계약한 한별 또한 그랬다. 보통은 꽤 오랜 시간 전파를 타고 활약을 해야 유명질 수 있다.
하지만 이한성의 방송에 나오는 이들은 달랐다.
그저 한 번의 강력한 인상만 준다면, 순식간에 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다.
기본 조회수 수억.
구독자 3천만 이상.
거의 초당 수백, 수천씩 아직도 오르고 있다.
신드롬, 어떤 것을 좋아하는 현상이 전염병과 같이 전체를 휩쓸게 되는 현상. 그야말로 이한성 신드롬이었다. 그가 한 일은 전 세계의 30%가 알게된다.
조회수 수억.
거기에 파생된 영상과 뉴스 등에서 수천만.
그렇기에 한성은 폭발하는 인지도 포인트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었다.
“겁나 많이 쌓이긴 했네.”
유명세가 쌓일수록 인지도 포인트를 얻기 어려워진다. 새로운 사람이 한성을 인지하거나, 그 이미지가 무언가로 인해 대폭 변경되었을 때, 인지도 포인트가 오르게 되니까.
- 인지도 포인트 : 1,000,320
“백만이라.”
하급 100, 중급 1,000, 상급 1만, 최상급 10만 정도의 가격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100만이면 스페셜 상점에 진열된 상품을 구매할 정도가 된다.
그래서 한동안 인지도 포인트는 쓰지 않고 모았다.
- [스페셜 상점]
- [무기]
- [방어구]
- [장신구]
.
.
.
- [이능]
한성은 고민 없이 [이능] 카테고리를 눌렀다.
무기는 성검과 밤부면 충분하다. 방어구? 좋은 게 있지만, 직접 구할 수 있다. 나머지도 마찬가지, 하지만 이능은 웬만하면 찾기가 힘들다.
이 세계관의 많은 정보를 아는 한성도 마찬가지다.
아쉽지만 여기엔 랜덤이 없다.
게다가 특정 이능을 사기 위해선 직접 고르는 게 낫고.
한성은 이능 목록을 쭉쭉 내리다 원하는 것을 찾았다.
한 번에 100만이라는 어마어마한 포인트를 소모하는 것이었지만, 결코 아깝지 않았다. 스페셜 상점의 물건은 그만한 값어치를 충분히 하고도 남으니까.
[약력(F/SSS)]
- 약한 핵력이라고도 불리며 우주를 구성하는 4대 힘의 한 축을 맡고 있다. 쉽게 발하면 핵분열 에너지. 태양의 수소 핵융합 반응의 일부를 담당하기도 한다.
- 서로를 밀어내는 척력(斥力)을 지녔으며 자연계에서 3번째로 강한 힘이다.
중요한 것은 이게 우주를 구성하는 4대 힘 중 하나이라는 것. 그 뜻은 이 [약력]을 익힐 경우 우주를 구성하는 힘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한성은 그 이능을 곧바로 익히고 관조에 들어갔다.
선과 악.
진영에서 오는 상성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압도적인 파괴력이라면 굳이 상성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지금 너무 선(善)으로 치우친 한성이 ‘선’의 신격을 죽이기 위해선 이 방법뿐이었다.
그게 한성이 내린 결론이었다.
* * *
한별은 당당하게 [정연]으로 들어갔다.
SS등급이었으며 이번 신격 파동으로 다음 단계에 돌입하여 온전한 신화의 태동을 시작한 아버지 SSS등급 한구본.
양산박을 찾으며 검은 땅에서 온전한 [전설]의 격에 든 장남 한태, 장남의 뒤를 이어 [전설]을 걷기 시작한 차남 한곤.
역시 명가(名家)다웠다.
혈육 하나하나가 모두 신화를 위해 달리고 있다.
한별은 막내였으며 가장 약했다.
게다가 [정연]이라는 가문은 ‘마법’의 명가. 당연히 한별은 가문 내에서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그렇기에 더욱 노력했고 오래지 않아 마법이 아닌 이능으로 어느 정도의 인정을 받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이능은 이능, 정연에서 마법이 아닌 이능으로 인정받을 순 없었다. 한성이 나서서 한별을 놔 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한별은 가문에서 당당히 인정받길 원했다.
그리고 이번에 온전한 [역사]에 올랐으며 신격과 신력(神力)을 받아들여 순간적으로 온전한 [전설]에 이를 수 있는 한별은 당당하게 가문의 요청으로 본가에 들어올 수 있었다.
“한국 정부에서 정식으로 지원을 요청했다.”
한구본이 한별에게 말했다.
일본은 ‘오니’에게 중국은 손오공의 분신에게 분탕질당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빠르고 피해 없게 막을 수 있는 건 현재 한별뿐이었다.
아니, 그와 계약한 [요괴왕]이 필요한 거겠지.
“의뢰입니까?”
한별의 대답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하던 의뢰. 지금이라고 다를 거 있나. 대가를 받고 받은 만큼 일해주면 된다.
“일본은 10억 달러. 중국은 25억 달러.”
“일본은 신격 처리까지 가능하고, 중국의 신격은 아직 제가 감당할 수준이 아닙니다. 대신, 계약자 정도는 처리할 수 있습니다.”
한별의 대답에 한구본은 숨을 들이켰다.
그것은 한태와 한곤도 마찬가지였다.
‘신격’이라는 것을 처리할 수 있다니, 최근 한별이 등장했던 영상에서 한국의 ‘도깨비’ 신격을 잡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당연히 모두 믿지는 않았다.
뒤에 한성이 있었고, 그가 먼저 도깨비를 상대하고 있었으니까.
“······오니의 신격이라.”
그나마 약한 격이긴 하다. 하지만 압도적인 상성을 지니고 있지 않다면 아직 [신화의 태동]을 진행 중인 한구본이라도 ‘처리’할 수 있다는 말은 못 한다.
지지 않을 순 있다.
죽지 않을 수도 있고.
하지만 한별은 처리한다고 했다.
“다음 주에는 수업 가야 하니까, 3일 이내로 처리하고 오겠습니다.”
“······일본?”
“둘 다요.”
한별은 그렇게 말하곤 방을 나왔다.
지금까지 그 어떤 순간보다 당당했다. 그 당당함은 여유에서 나오고, 그 여유는 지닌 힘에서 나온다. 지금 한별은 힘을 가졌다.
한구본. 그리고 두 형은 그걸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한별은 큰 감흥이 없었다.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친구를 지키기 위해선 힘이 필요하다. 죽이고 또 죽여서, 누군가의 원한을 산다고 해도 계속 죽일 거다.
그 모든 죄를 감당한 채로 강해질 거다.
요괴왕이 그랬듯, 한별도.
* * *
진훈이 겪은 [시련]은 전투였다.
[금안의 외팔 무투사]라는 이명을 지닌 그의 아버지와의 전투. 앞의 아버지가 실제인지 환영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끊임없이 진훈을 공격했다.
단순한 주먹 지름.
그것을 막으면 양팔이 부러졌고 갈비가 나갔으며 척추가 뒤틀린다. 하지만 진훈의 의지는 꺾이지 않는다.
- [쓰러지지 않는 투지(D/S)]와 [신력지체(B/SS)]가 당신의 의지에 반응합니다.
- [시련] 속에서 당신은 죽지 않습니다.
- [시련] 속에서 당신의 의지는 더욱 강해집니다.
- [육체 강화(B/A)]와 [과부화(B/S)]가 발동합니다!
진훈의 두 눈은 금색으로 물들었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특유의 황금색 마력이다. 그것은 진훈의 이능들과 합해져 그의 몸에 가득히 차올랐다.
그리고 그것은 부서진 진훈의 몸을 치료했다.
- [자가치료(F/S)]가 생성되었습니다.
아버지의 주먹과 발은 멈추지 않았다. 진훈은 무너지고 일어서고를 반복했다. 하루, 이틀, 삼일. 체감으로는 그랬다. 현실의 시간은 느껴지지 않았고 인고의 전투만 계속될 뿐이었다.
- 당신의 정신력이 한층 강화됩니다.
- [쓰러지지 않는 투지(D/S)]의 등급이 올랐습니다!
- [무너지지 않는 정신력(F/S)]이 생성되었습니다!
그것은 진훈의 의지를 보조했고 튼튼한 정신의 벽을 생성했다. 그런데도 아버지의 전투는 계속되었다.
진훈은 웃었다.
이런 전투, 항상 꿈꾸던 아버지와의 전투였다.
지금은 만날 수 없지만 나중에 신격이라는 것을 갖추면 만날 수 있는 아버지. 오래전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떠난 아버지는 그렇게 ‘계약’을 위한 이명으로 마주했다.
그리고 지금은 [시련]이라는 이름으로 진훈에게 가르침을 내리고 있다.
- [자가치료(F/S)]
- [무너지지 않는 정신력(F/S)]
- [육체 강화(B/A)]
- 세 이능이 서로 반응합니다!
- 말도 안 되는 의지로 인해 세 이능이 서로 합해집니다.
- [금강불괴(金剛不壞)(F/SSS)]가 완성됩니다!
- 금강불괴,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 육체와 정신을 보유하게 됩니다. 마력, 이능, 영력, 마기, 신력 등 모든 힘은 당신을 무너뜨리지 못합니다.
- 완전한 금강불괴를 얻기 위해선 ‘신격’을 완성해야 합니다.
- 육체의 재구성이 시작됩니다!
- 금강불괴 완성도 : 10%
진훈은 그렇게 각성했다. 끝없는 전투와 아버지의 가르침. 진훈이 지닌 이능과 정신력으로 인한 성장. 그 모든 게 진훈의 힘이 되었고, 그는 그렇게 시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와 이렇게 싸웠던 기억은 아주 오래전이 마지막이었으니까.
이것은 가짜인 걸 안다.
앞으로 악마(惡魔)를 죽일 힘을 가지게 되면, 어머니를 구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아버지와 형도 다시 만나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것을 위해 노력한다.
그렇기에 진훈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시련을 끝냈다.
* * *
아마존,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그곳. 서울의 70배가 넘어가는 면적에 지구에서 만들어지는 산소 1/3 이상을 뿜어내는 곳이기도 하다.
그곳은 몬스터의 천국이다. 수백만 종의 몬스터, 수백 개의 몬스터 부족. 수백 마리의 ‘지배종’이 자리 잡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무서운 것은 지저세계(地底世界)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던전이 개미굴처럼 끝없이 이어져 있다. 알려진 바로는 수만 종 이상의 몬스터가 지저세계에 자리를 잡고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가기 위해 싸운다.
그런데 인간의 손이 닿은 곳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바다와 마찬가지로 미지(未知)의 세계인 것이다. 하루에 사라지는 종이 수백, 또 생겨나는 종족이 수천.
그 끝에 무엇이 있는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합니다. 그곳에 ‘빛’이 있다. 인간의 손이 닿은 것은 8층. 그곳부터는 ‘신격’의 대립이 시작된다는······ 소문이 있는 곳이죠.”
아마 아무도 모를 거다.
아직 지저세계의 끝에 도달한 사람은 없으니까.
하지만 한성은 안다.
저곳엔 종장(終章)의 한 조각이 잠들어 있다. 지배종이 지저세계에 도전하고 신격들이 탐내는 ‘빛’이라는 것은 지저세계 끝에 잠들어 있다.
그것을 차지하는 것만으로 모든 세계의 ‘신격’을 압도할 힘을 갖는다. 하지만 그에 반하는 부작용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처럼.
지금 인간이 8층에 도달했고 지배종과 신격은 12층까지 도달했다.
그리고 끝은 18층.
전 회차에서 지배종과 신격. 그리고 뒤늦게 치고 올라온 인간이 18층 끝에 도달하는 것은 최소 30년 이후다. 물론, 플레이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대폭 줄어들기도 한다.
‘나도 아직은 엄두도 못 내겠지.’
마도사 이정현은 그렇게 말하며 자료 화면을 띄웠다.
드넓은 아마존의 숲이다. 예전과는 많이 다른 지형이 되었다. 한쪽엔 화산이 솟아 있고 한쪽엔 빙하가 올라와 있다. 더 먼 곳엔 구름에 닿은 ‘세계수’가 보인다.
그리고 아래,
강 한줄기에는 ‘뱀’의 비늘로 보이는 거대한 무언가가 지나갔으며 멀리 용 한 마리가 나는 게 보이기도 한다.
“세계수가 있는 곳은 숲의 엘프가 자리를 잡은 곳이며, 화산이 있는 곳은 화룡이 지배하는 화룡족이, 빙하엔 빙조(氷鳥)라고 불리는 지배종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저런 곳이다.
그래서 이창석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마기’에 맞서던 최이명도 대단하지만, ‘마기’가 없음에도 하나하나가 신격과 맞먹는 ‘지배종’들이 난무하는 곳에서 몇 년을 보냈으니까.
“저희가 다음 주에 견학할 곳입니다. 물론, 외곽으로 갈 것이지만요.”
이정현 마도사는 차분하게 말했다.
하지만 후보생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강의실은 시끄러워졌다. 누군가 손을 들고 무리가 아니냐 물었고 이정현은 안전하게 계획을 짤 것이라 대답했다.
아마존이라고 다 위험한 것은 아니니까.
‘다음 재앙이군.’
첫 번째는 검은 땅이었고 두 번째는 한국, 일본, 중국에서 일어나는 신격에 의한 혼란이다. 그거는 한별에 의해 쉽게 끝냈다.
그리고 세 번째 재앙.
그것은 아마존에서 시작된다.
< 아마존. >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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